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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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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730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09.19 13:08
조회
224
추천
4
글자
12쪽

제1장. 임진전쟁(5)

DUMMY

그 동안 얼마나 고초를 당했는지, 얼마나 먹지 못했는지, 죽음이 코앞인데 계곡물에 머리를 파묻고 물을 연신 들이키는 사람, 산으로 도망가면서 산딸기를 서둘러 따 먹는 사람들이었다.


죽은 왜병에 허리춤에서 호리병을 들고는 들이키며 주섬주섬 무언가를 주어서 옆 사람에게 나누어서 먹는 사람들이 풀이 죽어있던 어깨와 눈빛에 살려는 의지가 담긴 눈빛과 몸동작으로 바뀌며 본능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뒤를 자꾸 돌아보는 행동은 아마도 살게 해줘서 그리고 무서워서가 반반 일거다.


도망치는 백성들을 보면서 무수의 월도는 힘이 더했다.


손끝에서 전해오는 놈들의 뼈가 갈리는 진동이 쉴 틈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벌면 된다.


쉬이잉~! 서걱~!


왕이 통치를 잘했다면, 당파싸움에 지쳐있지 않았다면,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자기 배만 불리기 급급한 탐관오리가 없었다면, 손 하나 까딱 하지 않고 일만 시켰던 양반들이 생각을 달리했다면.


쉬이익~! 스으걱~!


이런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전쟁이 났다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방어를 했다면 우리 조선 땅에 발도 못 붙였을 거다.


쉭~! 부으억~! 수컹~!


이 땅에 태어난 게 죄라고? 노비로 태어난 게 죄라고? 글을 못 읽는 게 죄라고! 맨날 농사나 지어야 되고, 산에서 나무베다 땔감 패야 되고, 왜놈들 오랑캐들 쳐들어오면 영문도 모른 체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끌려가서 죽도록 일만 하다 죽어야 되는 게 백성들이라고~!!


쉭~! 부으억~!


왕이 다르다. 양반이 다르다. 그래 좋다.


그럼 너희들이 입는 옷 누가 만들고, 쌀은 누가 만들고, 고기는 누가 잡고, 산에서 나무는 누가 베고, 으리으리한 너희들 집은 누가 만드는지 알고는 있냐.


우리 같은 백성이 있어야 너희 같은 양반이 있고 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우매한 나도 아는데 너희들은 진짜 모른다고!


우아아아악~!!


거침없이 왜놈의 몸을 난도질 하고 있던 무수였다.


무서운 속도로 왜병들을 거침없이 베어나가던 무수의 눈에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는 박영수, 칠수 형제가 눈에 들어왔다.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게 성공한 거다.


“윤주승, 손세용!!”


뒤따라 보조하며 합격을 이루던 윤주승이 무수의 외침에 급하게 말머리를 뒤로 돌려 달려 나아가기 시작했다.


윤수증은 차고 있던 쇠뇌를 바닥에 던지고 칼을 집어 든 후 달리는 말에서 뛰어내려 수레에 묶여 있던 몇 마리에 말의 줄을 끊어 놓고서는 다시 말에 올라탔다.



휘이익~~~~~~~~~~!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산 쪽에서 내려와 달리는 말에 뛰어 탄 박영수, 칠수 형제와 손세용이 선두로 말을 힘차게 달려 나갔고, 뒤이어 담이와 무수가 말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대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려 나가는 무수일행의 뒤를 쫒으려 나온 왜놈들은 어디선지 날아오는 편전과 궤적을 같이하는 화살과 박영수, 칠수 형제의 남은 폭탄 몇 개가 그들을 맞이했다.



제 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


정무수, 호는 매헌(梅軒)이다.


1562년 경남 하동 금남면 중평리에서 태어난 무수는 한미한 가문 출신으로 글공부에 매진한 둘째 형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활발한 성격을 보이던 무수는 7~8세 무렵부터 말 타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말에서 내려오지 않고 수일을 지낸다거나, 하천변을 하루 종일 달리거나, 지리산 중턱까지 말을 타고 올라가는 기행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열 살 무렵에는 또래보다 머리하나 컸던 탓에 각종 씨름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로 남다른 힘과 기술을 보여줬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이 무렵 무수는 단짝 친구였던 춘호에게 활을 배우게 됐다.


본명은 이춘호, 키는 무수보다 머리하나 작고 살짝 마른 몸매에 얼굴이 하얗고 성격이 매우 온순하다보니 계집애라 놀림을 받아 춘심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다.


무역을 하는 아버님과 주막집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춘호는 보기와는 다르게 활 솜씨는 신기에 가까웠다.


열 살 무렵에 일찌감치 신궁소리를 들으며 자란 춘호는 무수의 승마술과 씨름 등을 배우는 조건을 내걸고 자신의 활쏘기는 방법을 전수해 주며 죽마고우가 된 것이었다.


십삼 세가 되던 해에 부친상을 당한 무수는 아버지의 유언과 둘째형 정인수의 간곡한 부탁으로 글공부에 매진을 했던 적이 있었으나, 병법이외에 다른 학문은 등한시를 했다.


결국 둘째형을 설득해 문인의 길이 아닌 무인의 길을 택했고, 무과 시험에 매진하던 무수는 결국 19세가 되는 해에 고성 향시 무과에 합격을 했다.


* * *


한적한 산골 작은 길에 장성 넷이 커다란 짐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형아는 내가 장가가서 애를 낳아도 몇은 낳고 지낼 나인데 굳이 한양까지 좇아온다고 이 고생을 하는 겁니까, 과거보러 가는 동생이 무슨 계집질이나 할까봐 감시하려고 오는 것도 아니고 머 산적들한테 당할까봐? 그런 것도 아니면 머 도깨비라도 나타날까봐 그런 겁니까?”


무수는 자리에 앉아 퉁퉁 부어 오른 발을 매만지던 형을 나무라며 투덜거렸다.


정인수의 발은 군데군데 물집이 잡혀 부어올라 있었고, 심한 곳은 이미 물집이 터져 피와 함께 진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작은 도련님은 시방 아픈 사람 앞에다 두고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하셔라, 글공부 하는 양반이 하나 밖에 없는 동상이 과거시험 본다고 한양 가는데 집에서 웅크리고 가만히 있어 불면 공부가 되것어라···.”


어디선가 구해온 약초를 들고 나타난 담이가 핀잔을 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했던 무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담이는 곰을 연상케 하는 덩치에 어른 얼굴크기만한 손으로 흐르는 냇물에 약초를 씻어 내는 동작이 매우 익숙한 행동인 듯 군더더기 없고 섬세했다.


깨끗이 씻은 약초들을 돌을 이용해서 빻아 손으로 조몰락거리다 정인수의 발에 한 움큼 발라 헝겊으로 동여 맺다.


“그러게···, 시방 말을 타고 가불자는 작은 도련님 말씀을 들었어야 혔는데···,”


“어허!”


“···”


정인수의 호통에 말을 끊었고 하던 일을 마무리 하던 담이었다.


“다 되었으면 이제 그만 나를 일으켜다오”


나지막한 목소리에 아픔이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담이에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일어서려는 정인수였다.


담이에 부축에도 불구하고 몇 걸음 걷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은 정인수는 자신의 아픔보다는 동생의 과거시험 길에 민폐를 끼치고 고집을 부린 게 내심 아쉬운 표정이었다.


“됐어 형아!, 오늘은 여기서 노숙을 하고 내일 날 밝으면 마을에 가서 의원한테 가서 치료 좀 받자.”


더는 무리라고 판단한 무수는 메고 있던 짐들을 내려놓았고, 무수를 바라보던 정인수도 체념한 듯 나무기둥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엉덩이 붙인 김에 뭐라도 먹어야 했다.


식사 담당은 춘호의 몫이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다시 돌아오는 춘호의 양손에 작은 멧돼지와 토끼를 들려져 있었고, 정인수의 발을 에워싸고 있는 헝겊을 벗겨내던 담이는 모닥불 제일 상석에 정인수를 앉혀 두고는 춘호와 함께 고기를 손질했다.


잘 익은 멧돼지 고기에 소금이 뿌려졌고 한 덩어리씩 집어 들었다.


넉넉한 양이다.


토끼는 버섯과 각종 산나물 함께 따끈한 국물 속에 녹아 들어있었다.


질긴 멧돼지 고기에 부드러운 국물이 지친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


넉넉해 보였던 고기와 탕의 마무리는 담이에 의해 처리됐다.


따뜻한 모닥불의 온기와 든든한 뱃속은 잠을 불러왔고, 정인수와 담이는 이내 잠이 들었다.


정인수의 부어있던 발은 담이의 약초 덕분인지 한결 좋아 보였다.


자연스럽게 담이의 발을 시선이 멈춰진 무수는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냈다.


발바닥 전체가 굳은살로 뒤덮여 있었고 발톱 전부가 검은 멍에 몇 개는 발톱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수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무렵 무수 집 담벼락 밑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던 아이가 시종들에게 발견되면서 이후 그 아이는 담이라는 이름의 노비로 키워졌고, 정인수의 수발을 담당했다.


무수와 엇비슷한 나이, 같은 공간, 그렇지만 다른 환경···.


한참을 담이의 발에 시선을 멈춘 무수는 내일은 담이의 발도 함께 치료를 해줄 생각을 하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에 천생 활잡이의 모습을 보이며 묵묵히 활을 곱게 펴는 작업에 집중하는 춘호를 보면서 눈을 감았다.


하루쯤 마을에서 머물다가 출발을 할 예정이었던 무수일행은 지쳐있던 정인수가 몸살로 누워버리는 바람에 삼일정도 마을에 더 머물렀다.


덕분에 담이에 발도 치료를 마쳤고 선물로 튼튼한 신발과 옷도 챙겨주었다.


물론 춘호도 덩달아 기쁨을 누렸다.


시험은 십여 일 남짓 남았다.


앞으로 이삼일정도면 한양에 도착해서 몸을 풀고 시험에 대비하면 된다.


정인수는 초반에 힘겨워 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건장한 모습으로 씩씩하게 무수일행을 이끌어 나아가며 말도 제법 많아졌다.


처음엔 완강히 거부했던 노숙도 익숙해진 듯 불도 지피고 먹거리를 찾아다닐 정도로 열의를 가졌다.


정인수의 활기찬 모습과 동시에 일행에 속도가 빨라졌고 이동거리가 확실히 늘어났다.


해가 정수리를 지나가고 있을 무렵,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무수일행은 물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각자의 짐을 한곳에 몰아두고 춘호는 쌀을 씻으러, 무수는 땔감을 주어다가 불을 지폈고, 정인수와 담이는 간단한 점심 찬거리를 찾아 숲속으로 들어갔다.


음력 구월 초입, 며칠 전에 비가 내려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산이다.


귀한 버섯이 한창이라 운이 좋으면 표고버섯, 능이버섯, 송이버섯 같은 수라상에 올라가는 버섯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천이 먹거리다.


머루, 다래, 아직 덜 익은 밤, 무수덕분에 한양 길에 오른 정인수는 처음 맛보는 신기한 경험에 어린아이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물론 뒤따라오는 담이의 표정은 억울함을 가득 품은 모습이었다.


계속된 질문, 똑같은 말, 독버섯을 따고 연신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 담이는 다시 꺼내 버리는 일이 반복이었다.


먹거리 정도만 캐다 온다는 게 저잣거리에 내다 팔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담이가 재촉을 해댔다.


“도련님, 시방 인자는 작은 도련님한테 가시지라?”


담이에 재촉에 따 놓은 버섯을 주워 담던 정인수가 손을 털며 일어났다.


“그래, 이정도면 됐으니까 돌아가자.”


밝은 표정에 정인수는 가득한 주머니를 안고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정인수는 돌아오는 내내 뭔가 없나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것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휘파람까지 불어대며 어깨춤을 추던 정인수는 주머니를 뒤져 커다란 송이를 반으로 갈라 담이 입에 우겨넣어주고는 자신도 한입베어 물었다.


특유의 향, 아삭거리는 식감, 기분 좋은 맛이라는 표현밖에 달리 설명할게 없이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송이 몇 개가 더 뱃속에 들어갔고, 무수에게 거의 당돌했을 때였다.


“어? 저게 뭐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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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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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3장 귀신을 보는자(7) 21.09.29 9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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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3장 귀신을 보는자(5) 21.09.28 101 2 11쪽
16 제3장 귀신을 보는자(4) 21.09.27 104 2 11쪽
15 제3장 귀신을 보는자(3) 21.09.27 109 2 12쪽
14 제3장 귀신을 보는자(2) 21.09.24 119 2 11쪽
13 제3장 귀신을 보는자 21.09.24 122 2 12쪽
12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7) 21.09.23 134 2 11쪽
11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6) +1 21.09.23 126 2 12쪽
10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5) 21.09.23 131 2 12쪽
9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4) 21.09.22 149 2 12쪽
8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3) 21.09.22 160 1 10쪽
7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2) 21.09.22 177 2 11쪽
6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 21.09.19 220 1 12쪽
» 제1장. 임진전쟁(5) 21.09.19 225 4 12쪽
4 제1장. 임진전쟁(4) 21.09.19 236 5 11쪽
3 제 1 장 임진전쟁(3) 21.09.18 281 4 11쪽
2 제 1 장 임진전쟁(2) 21.09.18 404 5 13쪽
1 제 1 장 임진전쟁 21.09.18 6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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