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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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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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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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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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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6)

DUMMY

“왕실 근위대 소속 제2사단 제1경비대대 조현철 부대장입니다. 종루에 누군가 계신다면 정중히 모시고 오라는 어명을 받았습니다. 궁에 함께 가주셨으면 합니다.”


절제된 행동, 군더더기 없는 말투와 음성, 자초지정 따위는 필요 없이 하명 받은 요점만 말하는 천생 군인의 모습이었다.


“어··· 어명? 궁? 그럼 임금? 선···선조···.”


“무슨 연유로 궁으로 데려가는지 물어봐도 되겠소?”


놀란 춘호가 말을 하자 중간에 말을 끊은 무수가 질문을 던졌다.


“정중히 모셔오라는 어명 이외에는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함께 가주시죠.”


어명이면 피할 수 없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무수는 일그러졌던 표정을 바로잡고 말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명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으니 동행하겠소, 다만, 제 식솔들은 여기에 두고 저 혼자 가겠소.”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더라도 춘호와 담이는 살려보겠다는 무수의 굳건한 의지가 담긴 말투였다.


두 개의 술병,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덩치, 풍겨오는 술 냄새,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 조현철 부대장은 잠시 고민하다 말을 꺼냈다.


“식솔이라···, 한번은 눈감아 주겠소. 허나!”


잠시 뜸을 들었다.


“수하 몇은 남겨놓을 것이다.”


최소한에 안전장치를 남겨두었다.


존댓말을 쓰던 조현철 부대장은 돌연 하대를 해댔고 뜻을 알아차린 무수는 수긍을 했다.


“모셔라~!”


춘호의 어깨를 툭 치고는 눈짓을 교환한 무수는 발걸음을 옮겼다.


조현철 부대장은 몸을 돌려 부하에게 지시를 하고는 말에 올라탔다.


그 짧은 순간에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 흔들림 없는 눈빛, 머리를 돌려 무수를 바라보던 조현철 부대장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무과시험 보는 내내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조선 건국 이래 모든 과제에서 일등을 한 최초의 인물, 이 밤이 지나면 합격자 명단에 제일 위에 당당히 오를 인물이다.


한눈에 알아봤다.


시험을 보는 내내 눈여겨 본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지금 내 앞에서 동료를 노비인양 감싸들고 있었다.


수하를 아끼는 마음을 가진 최고의 실력자, 대단한 물건하나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해하던 조현철 부대장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말에 올라타는 무수를 바라보며 말을 힘차게 내딛었다.





“허허허, 과인의 한낱 꿈에 불과 한 것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나니 이 어찌 신통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오, 그대에 능력에 놀랐고 또 저자를 보고 또 놀라고, 이렇게 놀랄 일이 연속해서 벌어지니 내 오늘 어찌 침소에 들 수 있단 말이오. 여봐라! 여기 술과 안주를 내오거라.”


김정언의 해몽이 눈앞에서 현실로 나타난 상황에 연신 놀라워하며 한껏 즐거운 표정을 짓던 선조는 부복을 하고 있던 무수와 김정언의 성큼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무수에 관한 신상은 무수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파악됐다.


무과시험 참관했던 선조도 이미 측근들과 몇 차례 언급된 인물임에 더 놀라고 있던 것이었다.


“자~, 자~, 몸들 일으키고 저 쪽으로 가서 같이 한잔들 하시게. 내 푸짐하게 준비시켰으니 마음 편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앉아들 보시게.”


자시(새벽1시경)넘은 시각, 가짓수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처음 보는 안주들, 호리병에 뚜껑을 열자 대전 한가득 풍겨오는 은은한 술 향기, 그러나 좌불안석에 허수아비 모양새의 무수였다.


관악산 장군봉 바위를 지붕에 올려놓았나 싶을 정도의 무거운 공기, 차려진 산해진미는 돌을 씹어도 이보다 낳을 듯싶었다.


차라리 된장 한 숟가락과 참기름, 숭늉 한사발이 지금의 상황보다 몇 곱절을 나을 듯 했다.


“단연 돋보였소, 큰 키가 일단 눈에 들어와서 유심히 지켜보는데 어찌나 활을 잘 쏘는지 내 감탄했소이다.”


“과찬이옵니다. 전하.”


선조의 말이 계속됐다.


“어차피 날이 밝으면 알 수 있을 터이나, 과인이 그대에 성적이 너무 궁금해서 상사관을 급히 대전으로 불렀소이다. 말해 뭐하겠냐마는 스물여덟 명 중 단연 일등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귀하의 생각은 어떻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을 열지 못하던 무수와는 달리 히쭉이며 김정언이 입을 열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관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전하.”


뜬금없는 소리였다.


뱃속에 뭐가 들어가니 입이 근질거리는 모양이었다.


이놈은 긴장 따위는 지나가는 개를 줬나 거침없었다.


“관상? 관상도 보실 줄 아시오? 관상에도 그런 게 나온단 말이오? 허허허.”


선조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정언을 바라보았다.


선조에 말에 김정언은 고개를 들어 무수의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도톰한 이마에 빛이 반짝이며 미간사이가 한 치 정도에 주름 모양이 내천자(川)를 이루는 상으로 관운이 보여 집니다. 또한 두 치 반쯤 되어 보이는 눈썹은 뒤로 갈수록 힘이 더해지는데 두 눈과 조합을 이루며 흡사 맹수의 눈과 비견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성품을 말하는데 강직하고 책임감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는 전체적인 얼굴 크기와 비교해서 보건데 높은 콧대에 비해 가느다란 게 재물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이고, 입술은 강물을 가두는 제방역할을 하는데 틈이 없어 보이며, 가느다랗고 일자로 뻗은 입술은 평소에 말을 함부로 하지 않고 무거움을 뜻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관이 널찍하게 발달된 모습이 말년에 상당한 명성과 함께 장수할 운명을 뜻하옵니다. 전하.”


“오호라 관운도 있고 장수 할 관상이라, 이거 정말 매우 흥미롭소이다. 허허허, 혹시 과인도 관상을 부탁해도 되겠소?”


선조의 가벼운 농담이다.


그러나 듣는 이에게는 독이 바짝 들은 가시처럼 귓구멍을 헤집고 들어왔다.


거침없이 말을 하던 김정언의 어깨가 살짝 움찔하며 목에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묵도 잠시, 목을 한번 축이던 김정언이 말을 했다.


“소인의 짧은 식견으로는 용안에 대한 관상은 배워 본적도 아니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송구하옵나이다. 전하.”


“자네 말을 들으니 언젠가 한번 들어보긴 했던 것 같소만···.”


골똘히 뭔가를 생각을 하며 턱을 괴려고 팔을 들던 선조에게 김정언이 말을 했다.


“저자에 대해 한 가지 더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전하.”


“못한 말이 더 있단 말이오?”


선조는 턱을 괴려던 팔을 다시 내려놓고 술잔을 들며 말했다.


교묘하게 급히 화제를 돌린 김정언이었다.


“네, 저자의 무수라는 이름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이름입니다. 이참에 전하께서 이름을 하명하셔서 더욱더 정진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저자의 운명이 달라질 것입니다. 전하.”


“흠, 타고난 운명에 비해 이름이 가로막는 꼴이라는 것이냐?”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전하.”


이쯤이야 하는 표정에 선조는 김정언에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고민을 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고는 술잔에 술을 천천히 음미해갔다.


“혹시, 생각해둔 이름이 있소?”


침묵을 지키던 선조의 물음에 김정언의 시선이 무수에게 돌아갔고 두 눈이 마주쳐 졌다.


본인에게 돌아갔던 화살을 급히 무수에게 돌린 저 역술가, 임금의 관상을 말했다면 오늘 먹은 음식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무수에게 화살을 돌렸고, 결국 이름까지 바꿔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수의 시선이 좋을 리가 없었다.


둘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상황에서 선조가 입을 열었다.


“과인이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보니 용의 꿈이 시작이었고, 그 바람에 여기 두 분이 과인을 만났던 것이기에 ‘용’자를 이름에 넣어서 지어봤으면 한데···, 혹시 기룡(起龍)은 어떻겠소?”


“정기룡···, 용이 일어나 하늘로 솟아오르다···, 해안이 놀랐습니다. 전하.”


선조가 내린 답에 바로 응수를 하며 맞장구를 치며 치켜세우던 김정언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붉어진 이마에 살짝 부풀어 오른 혹이 가관이었다.


“그리 좋단 말이냐? 허허허 좋소, 내 그대에게 이름을 하명 하겠소, 앞으로는 정기룡이라는 이름의 새 삶을 부여 하겠네.”


선조는 흐뭇해하며 무수에게 명을 내렸다.


한 나라의 왕과의 알현, 겹상까지 했다. 과정이 어찌됐든 이름도 새로 얻었다.


겹경사도 이런 겹경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수의 머릿속에는 여길 벋어 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드르륵.


기척과 함께 문이 열리며 상사관이 들어왔고, 뒤이어 두루마리 뭉치와 두툼한 책이 하나씩 선조의 책상에 올려졌다.


남아 있던 술을 급히 들이켠 선조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고, 무수와 김정언은 술상을 뒤로 한 채 뒤쪽으로 물러났다.


어느 틈엔가 시종들이 술상을 치우는데 순식간이었다.


“이 서류가 날이 밝으면 붙여질 방방(放榜)이고, 이 책자가 합격자의 명단이 기록된 방목이냐?”


선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상사관에게 물었다.


“네 전하, 참시관들과 몇 시진 전에 마무리 했고, 날이 밝으면 전하께 보고드릴 서류이옵니다.”


피곤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잠을 자다 막 깨어나서 그런지 쉰 목소리에 귀를 찌르는 앙칼진 목소리에 상사관 대답을 했다.


“고생했소, 경들의 노고가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감에 과인이 항상 고마워하고 있음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오.”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사용해서 수하를 다루는 선조의 독특한 방식이었다.


두루마리 뭉치를 펼치며 한참을 읽어 내려가던 선조가 정무수의 이름을 찾아냈다.


“정무수 그대의 이름이 당당히 적혀 있음을 확인 되었소.”


김정언이 무수의 어깨를 툭 쳤고 주먹을 불끈 쥐며 올리던 순간 이었다.


죽었다 살아난 놈이다.


“허나!”


이름을 확인한 선조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환한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두루마리를 옆에 놓고는 방목을 집어 들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보사(步射)(활로 목표물을 쏘는 시험), 목전, 편전, 철전, 원, 중, 후, 전부 만점, 기창(騎槍)(말을 타고 창을 쓰는 무예) 일등, 격구(擊毬)(말을 타고 공을 치던 운동경기)일등, 무과시험 전 과목 만점 내지는 일등, 이런 자가!”


“당당히! 무과시험 제일 맨 위! 일등, 혹은! 장원이었어야 한다.”


선조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상사관의 몸은 움츠러들었다.


“김내관은 김정언 저자에게 큰 상을 내리고 벼슬을 부여할 것이다. 또한 정무수 저자는 내일 붙을 방에 정기룡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맨 위에 올려 질 것이다. 저 둘은 지금 퇴청 하도록 하고, 지금 당장 모든 대신을 대전으로 부르시오! 지금! 당장 말이오!”


갑자기 돌변한 선조의 차가운 음성, 몸 둘 바를 모르며 떨고 있던 상사관, 영문을 모르는 김정언과 무수를 뒤로 한 채 격자 모양의 미닫이문이 열렸고 선조는 등을 돌리며 나갔다.




모든 과목에서 만점 내지는 일등을 한 무수, 방방 제일 위쪽에 적혀 있어야 할 자, 하지만 방방에 적힌 스물여덟명의 이름 제일 아래 적혀있었다.


누군가에 의한 성적 조작, 부정행위임을 알아차린 선조는 대노를 했다.


그 동안 자행된 수많은 부정부패에 대립하던 정치세력에 반대편 손을 들어 준 선조, 진보적 성향, 그 동안 목마르게 기다렸던 제대로 된 정치, 민심을 위한 정치를 기대했었다.


부정부패의 악습의 고리를 끊어 보고자 내린 결단이 무참히 깨져 버린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8 천통제
    작성일
    22.03.31 02:02
    No. 1

    저때당시 근위대라는 호칭 말고 금군.글고 조선시대 금군은 내금위 우림위 겸사복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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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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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3장 귀신을 보는자(4) 21.09.27 104 2 11쪽
15 제3장 귀신을 보는자(3) 21.09.27 109 2 12쪽
14 제3장 귀신을 보는자(2) 21.09.24 119 2 11쪽
13 제3장 귀신을 보는자 21.09.24 122 2 12쪽
12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7) 21.09.23 134 2 11쪽
»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6) +1 21.09.23 126 2 12쪽
10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5) 21.09.23 131 2 12쪽
9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4) 21.09.22 149 2 12쪽
8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3) 21.09.22 160 1 10쪽
7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2) 21.09.22 177 2 11쪽
6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 21.09.19 220 1 12쪽
5 제1장. 임진전쟁(5) 21.09.19 224 4 12쪽
4 제1장. 임진전쟁(4) 21.09.19 236 5 11쪽
3 제 1 장 임진전쟁(3) 21.09.18 280 4 11쪽
2 제 1 장 임진전쟁(2) 21.09.18 404 5 13쪽
1 제 1 장 임진전쟁 21.09.18 6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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