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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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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7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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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새로운 귀신

DUMMY

민수와 청소장은 청소장의 방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청소장은 자신을 함부로 부리는 구미호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고, 민수는 청소장이 주는 분노로 인한 위압감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서있었다.

그래도 여차하면 도망칠 수 있게 몸은 반쯤 틀어져 문을 향하고 있었다.

머릿속은 긴박한 상황에서 바로 투명화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입은 착실히 청소장의 말에 대꾸하고 있었다.


“뭘 하라고요?”

“어려운 부탁이라는 건 아는데, 다른 귀신들은 인간을 무서워하잖아. 너는 상황도 알고, 인간도 덜 무서워하는 것 같으니까 좋지 않나 싶어서”


청소장은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목소리에 실었다.

마음속으론 구미호 따위 다 무시하고 수민에게 계속 붙어있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민수는 청소장의 부하를 부리는 것 같은 태도에 덩달아 짜증이 났지만 잠시 침묵을 유지하는 것으로 겉으로 드러내는 건 참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청소장이 말하는 것은 부탁을 가장한 협박으로 들렸다.

그리고 비록 들키진 않았어도 ‘미행’건이 양심을 찌르고 있었다.


“상황은 청소장님이 말해서 알게 된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왜 스토커처럼 그 사람 뒤를 쫓아야 되는 건데요?

“쫓지 말고 보호하라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알려주고.”

“그 사람이 도대체 뭐 길래 그래요? 자세한 건 알려주지도 않고 무턱대고 지키라고 하고. 적어도 제가 납득은 할 수 있게 해야죠.”


청소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민수에게 수민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리는 것이 득이 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민수가 구미호처럼 수민을 자신의 약점으로 잡을 만한 귀신인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더 가까웠다.

민수를 불렀을 시점에는 이미 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각오를 하고 부른 것이었지만 막상 말하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됐어요. 그렇게 고민할 문제면 어쨌든 중요하다는 거겠죠. 대신 저도 항상 붙어있을 순 없다는 것도 고려하세요. 저도 제 생활이 있으니까.”


먼저 투덜대놓고 의외로 민수가 시원하게 물러나자 청소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큰 대가 없이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는 인간이었던 때를 통틀어서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그닥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민수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 청소장은 더 의구심만 생겼다.


“항상 까진 아니고, 해가 지고 나서 만이라도 괜찮긴 한데..”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청소장이 자신을 의심 가득한 눈으로 보자 민수는 가슴이 뜨끔했다.

민수는 청소장이 ‘우유’건 때문에 도와준다는 것을 알아채면 곤란했기 때문에 급하게 말했고, 그래서 그런지 말이 랩하는 것처럼 빨라졌다.


“그럼 대신에 저는 과제를 좀 빼주실 수 있으세요?”

“안 돼.”

“네?”


민수의 예상과 달리 청소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즉답했다.


“그럼 그 사람 지키는 건 어떡하라고요? 사실 스토킹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끼치면서 그 애를 지켜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

“..이미 충분히 피해를 입고 있거든요.”


청소장은 모른척하고 말을 계속했다.


“과제를 안 하는 건 니가 발전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일이잖아.”

“스토킹은 괜찮고요?”

“스토킹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청소장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갔다.


“차라리 다른 건 없어? 누가 괴롭힌다거나 하면 혼내줄 순 있는데.”

“그러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요.”

“그럴 리가.”


민수는 잠시 청소장의 눈치를 살피고는 괜찮은 부탁이면 정말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후에 기술연습이나 청소당번을 빠지는 것 등 전부 퇴짜를 맞고, 결국 수업도 듣고 과제를 내는데다가 매번 수민을 지켜보고 보고서까지 내야했다.


“진짜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그리고 첫날에 수업 나가는 건 괜찮다고 했었잖아요!”

“빠지고서 시험 통과할 자신 있으면 빠져도 돼. 그리고 귀신의 집에선 넌 학생이고 난 선생님이니까.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까 어쩔 수 없어.”

“거기에 스토킹도 포함되는 줄은 몰랐지만요.”


민수가 툴툴대자 청소장은 선심 쓰듯 말했다.


“수업은 월, 화 새벽 2시 시작이잖아. 혹시 그 애가 2시 넘어서까지 밖에 있으면 그 때는 수업 빠져도 괜찮아.”

“수업 빠지고 스토킹하라는 거잖아요.”

“스토킹이 아니라 ‘지키는’거지. 애초에 외박을 하는 애는 아니니까 그런 일도 없겠지만.”


청소장이 덧붙인 혼잣말에 민수는 자신이 앞으로 매일같이 따라다녀야 하는 그 사람에 대해 청소장이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청소장에게 있어서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민수는 대략 감이 왔다.


‘그동안 귀신의 집에 없었던 시간이 앞으로 내가 나가야하는 시간이랑 비슷하니까, 그 전까지는 매번 그 사람을 봤었다는 얘기인데, 근신이라 앞으로 못 보니까 다른 사람한테라도 맡기려는 거겠지? 왜 나한테 시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정도로 생각하는 걸로 봐서는 가족이거나 은인인가? 아니면 청소장도 여자니까 짝사랑..’


“쿵!”

“헉!”


청소장이 난데없이 대걸레를 땅에 세게 치자 민수는 깜짝 놀랐다.


“왜, 왜 그러세요?”

“그냥. 표정이 수상해서.”

‘진짜 귀신같네.’

“어쨌든,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이만 나가줄래?”


여자가 귀신같은 건지 청소장이 귀신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민수가 방을 나가기 직전에, 청소장이 말했다.


“잠깐.”

“네?”

“...”


청소장은 입을 열어 금방이라도 말할 것처럼 하다가 소리를 삼켰다.


“...아냐. 어쨌든 잘 부탁한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민수를 아무 말 없이 보낸 후, 청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민수와 흡혈귀의 관계를 물으려 했지만 참은 것이다.

민수가 받은 통행증이 흡혈귀에게 받은 것이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청소장은 자신의 눈을 믿었다.

민수는 흡혈귀처럼 인간을 자신보다 하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동안 인간처럼 생활했던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은 티끌만큼도 들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귀신의 집 곳곳에 흡혈귀와 같은 사상을 가진 존재들이 꽤나 많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청소장은 중천에 떠있는 해를 보고 결심했는지 휴대전화를 꺼냈다.



평소와 다르게 해가 다 지기 전, 민수는 자신의 방을 나섰다.

청소장이 사전에 말해둔 대로 오늘도 딸린 일행 없이 귀신의 집을 나섰다.

수민을 매번 지켜보는 것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마음이 느슨해져 민수는 오늘 수민이 다니는 학교를 좀 둘러보기로 했다.


“아무한테도 들키지 말라니..”


민수는 본인이 말하고 한숨을 깊게 쉬었다.

귀신의 집에 사는 귀신들이야 인간이 무서워서 산을 벗어나지 않는다곤 하지만, 만의 하나의 경우는 배제할 수 없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작은 쥐였다.

옷도 얼마 전에 새로 받았겠다, 분명히 오늘도 인간들을 괴롭히러 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저번엔 멀리서 작은 쥐가 커플이 싸우는 것을 보고 킬킬대는 것도 봤었다.

관여하기 싫어서 그때는 모른 척하고 지나갔지만, 반대의 경우가 없으리란 법도 단정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인간을 싫어하는 거지?”

“누군가를 싫어하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네? ..우아악!”


민수는 갑자기 들린 소리에 흠칫 놀라서 뒤를 봤다가 깜짝 놀랐다.

이번에 만난 귀신은 그 어떤 귀신과도 달랐다.


“미안, 놀래킬 의도는 아니었는데.”

“아뇨, 그..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이목구비가 없는 귀신을 향해 민수는 고개를 숙였다.

말로만 들었던 달걀귀신은 쟁반을 손에 들고 그 위에 덮개를 씌운 것을 들고 있었다.


“근데 어디 가는 거야? 그 쪽은 구미호님이 계신 곳인데.”

“그게..”


되도록 귀신들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구미호가 있는 쪽으로 돌아서 내려가려고 한 것이었지만 민수는 사실대로 얘기할 생각은 없었다.


‘그동안 다른 귀신을 만난 적은 없었는데.. 역시 평소 시간대로 나올 걸 그랬나?’

“여기 온지 얼마 안돼서요, 제가 길을 잘못 들었나 보네요. 잠깐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그럼 니가 기억을 못한다는 그.. 많이 힘들겠네. 그래도, 우리들이 귀신이 된 이유를 생각하면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이 꼭 좋은 추억이라는 법은 없지.”


달걀귀신은 민수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줄줄 말을 이었다.


“나는 눈만 감으면 나를 멸시한 그 여자가 생각 나. 어쩔 땐 차라리 기억이 안 나는 편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


민수는 눈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감는 다는 건지 궁금했지만 달걀귀신이 진지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달걀귀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달걀귀신은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민수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

“그게..”

“너도 날 무시하는 거야? 내가 못생겨서, 나 같은 놈이랑은 말도 섞고 싶지 않다는 거지?”

“아뇨, 저는 전혀 그럴 의도가..!”


민수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몸을 뒤로 움직였고, 달걀귀신은 큰 쟁반을 들고 있는데도 민첩하게 움직여 민수에게 더 가까이 다가섰다.

민수는 무슨 말로 이 귀신을 달래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연거푸 죄송하다고만 했다.

하지만 달걀귀신은 이미 민수의 말은 들리지 않는 건지 자신의 말만 쏟아냈다.


“나는 외모는 그저 겉모습일 뿐이라고, 더 중요한 건 내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는 어때? 너도 얼굴만 반반한 여자들이 좋은 거야?”

“그건 아니지만..!”


민수는 달걀귀신에게서 거리를 두기 위해 자꾸 뒤로 갔지만 달걀귀신은 집요하게 민수에게 다가섰다.

그 때 달걀귀신의 뒤에 도깨비가 나타났다.

도깨비는 민수를 몰아세우는 달걀귀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지?”

“못 생긴 게 아니야. 그냥 없는 거지.”

“..!”


우렁우렁한 목소리와 함께 도깨비가 나타나 쟁반을 뺏어들자 달걀귀신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무슨 짓이야.”

“쟁반이 방해될까봐 도와주려고 그러지. 이제 하던 일 마저 해. 밥은 내가 전해줄 테니까.”


도깨비는 과한 몸짓으로 시계를 보는 것으로 달걀귀신의 시간개념을 일깨웠다.

민수는 그 동안은 도깨비의 산만한 덩치에 시선이 쏠렸었지만 도깨비가 찬 시계를 보고 그제서야 도깨비가 깔끔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통념과는 달리 더러운 옷을 몇 천 년 동안이나 입는 것 같지는 않았다.


“...”


달걀귀신은 비록 얼굴은 없지만 도깨비에게 충분한 적대감을 표시하고는, 쟁반을 뺏어들고 구미호의 집으로 향했다.


“감사합니다.”


달걀귀신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민수가 고개를 숙였고, 도깨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쁘게 생각하진 마. 저 녀석도 지고 있는 짐이 많아서 그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인가요?”


도깨비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차피 앞으로 민수도 이 집에서 지내는 데 귀신끼리 서로 오해하는 상황이 없길 바랐다.


“그것도 있고, 내가 말해줄 순 없지만 다른 이유도 있지. 살면서 생기는 고민거리가 한 가지 뿐이겠어?”

“아하.”

“근데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민수는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사, 산책이요.”

“지금?”

“그게..”

“설마 했는데..”


도깨비는 허리를 한참 숙여 위협적으로 민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민수는 눈을 굴리며 시선을 피했고, 도깨비는 그런 민수를 보고는 특유의 찡그린 미소를 지었다.


“구미호 녀석이 몰래 보러가고 싶을 만큼 예쁘긴 하지. 엄마를 꼭 닮았거든.”


아무래도 도깨비 혼자 민수가 구미호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민수는 착각해주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는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표정을 우울하게 지었다.


“...”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어떤 남자던 구미호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한 거니까. 그래도 청소장 녀석한텐 내색하지 말고. 청소장은 구미호를 안 좋아 하는데 너까지 구미호한테 빠졌다는 걸 알면 뒷감당이 힘들어질 것 같아.”


도깨비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만큼 귀신들을 생각하는 선생도 적으니까. 나는 되도록 청소장이 여기서 오래 선생으로 있어줬으면 하거든.”

“...?”


도깨비의 말은 마치 귀신들을 생각하지 않는 선생이 있기라도 한 마냥 말했고, 민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도깨비는 아차 싶었는지 과도한 몸짓으로 민수의 등을 퍽퍽, 치면서 이상하게 웃었다.

아프진 않았지만 등을 칠 때마다 휘청거리는 몸 때문에 민수는 자신의 감각이 돌아오면 도깨비와 거리를 좀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모쪼록 청소장 녀석한텐 안 들키게 숨어서 시간 좀 때워. 하하하!”


도깨비는 어색한 웃음만 남기고 멀어져갔다.



민수는 수민의 특강이 끝나는 8시 전까지 터벅터벅 학교 안을 돌아다녔다.

일반 중, 고등학교와는 비교도 안 되게 큰 교정을 걸어 다니면서 민수는 자신에 대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나는 살아있었어도 대학은 안 갔겠다. 뭔가를 더 배우고 싶었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드니까.. 응?’


8시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민수는 잠시 딴 길로 새기로 마음먹었다.

민수는 저만치 걸어가는 여학생을 보고 있는 반투명한 귀신이 보고 그 귀신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민수가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아무 낌새를 못 채고 있던 귀신은 민수가 헛기침을 하자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잠시 두 귀신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 학교에서 저와 같은 분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요, 반가워서 인사하고 싶었어요.”


민수는 손을 내밀었다.


“김민수라고 합니다.”


다행히 사지가 멀쩡한 이 귀신은 악수를 하며 미소를 지었다.

놀란 마음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정경태입니다.”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민수는 이 귀신이 적어도 자신의 아버지뻘 이상의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다.


“실례지만 저 여성분과 어떤 관계인지 물어도 괜찮을까요? 아까부터 보고 계셔서..”


경태는 민수가 말을 하는 동안에도 여자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경태는 다시 여자를 보았고, 여자는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과 팔짱을 끼고 멀어져갔다.

그 모습을 보고 경태는 작게 한숨을 쉬었고, 민수는 혹시 이 귀신이 저 여자를 어떻게 해볼 심산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경태와 약간 거리를 두었다.

민수의 행동과 표정을 보고 경태는 손사래를 쳤다.


“아아, 저는 저 여성분한테 이성적인 관심을 갖는 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변태가 그렇게 얘기하죠.”


민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경태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아들은 본인보다 일찍 죽었고, 저 여자는 아들이 짝사랑한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민수는 이 귀신의 미련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근데 아까 그 분은 왜 보고 계셨던 거예요?”

“이미 죽은 아들과 저에 대한 이야기이니, 말한다고 소문이 퍼지지는 않겠죠.”


민수는 순간 귀신의 집을 떠올리고 충분히 소문이 퍼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경태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혹시나 아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해서입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저 여성분은 아들이 짝사랑했던 사람이라 아들이 죽어 저처럼 귀신이 되었다면 저 여성분을 보러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지만..”

“아들이 죽은 지는 5년이 넘었으니 이미 여성분을 보고 갔을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바로 어제 죽어 귀신이 된 저로서는 이 방법밖에 아들을 볼 수 없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민수는 이 귀신의 아들의 미련을 알 수 있다면 아들을 찾기가 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들이 귀신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혹시 왜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아뇨, 그냥 어떤 사람은 귀신이 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귀신이 되기 위해선 삶에 미련이 남아야 되요. 혹시 아드님이 무언가 미련을 가질만한 건 떠오르지 않으세요?”

“미련이라..”


경태는 한참을 생각하다 씁쓸하게 웃었다.


“역시 아까 그 여성분밖에 떠오르지 않는 군요. 가족이랑은, 특히 저랑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민수는 경태에게 무슨 일이 있던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입을 꾹 다물었다.

기억이 없는 민수로서는 가족이 누군지도 몰랐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애정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그 후 민수는 수민을 보러가기 전까지 경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로 경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일부러 아들에 대해 말하지 않는 모습에 민수는 경태의 미련이 아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8시가 다 되 가자 민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민수는 수민을 보러가기 위해 강의실 쪽으로 한동안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경태가 보였다.

주위에 지나가는 학생들은 경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아무도 없는 것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모습에 민수는 가능하다면 경태의 아들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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