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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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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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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첫 수업

DUMMY

청소장에게 잡혀 대걸레로 찜질을 받고, 민수는 자신의 방에서 남은 밤을 보내려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침대가 있다면 바로 누웠겠지만, 귀신은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방안에 침대는 없었다.

무엇보다 공포감을 중요시한 귀신의 집이었기 때문에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 수 있는 물건자체도 없었다.

그나마 깨진 창문과 금이 간 벽에서 새어나오는 바람, 밖에 보이는 숲 덕분에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민수는 창가에 다가섰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분에 깨진 유리에 손을 살짝 눌러보았지만 눈으로 살이 베이는 것만 보일 뿐 손에는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는 않네..”


차라리 아팠다면 이런 허망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똑, 똑”


갑자기 들린 노크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벽에서 사람 머리만 덩그러니 튀어나와 있자 민수는 놀라 까무러쳤다.


“우아아아!”

“뭘 그리 놀래? 같은 귀신끼리.”

“....”


일반적인 사람 머리였다면 비명까지 지르진 않았겠지만, 머리의 반쪽이 피투성이였기 때문에 더 놀란 민수였다.

이윽고 민수는 이 머리의 주인이 아까 보았던 왼쪽 몸이 없는 귀신임을 알아차렸다.


‘진짜 옆방이었네.’

“너 나랑 같은 반이야?”


민수는 아까 도깨비가 ‘일 층은 청소장 담당의 귀신들이 사는 곳’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반이라고 얘기하는 구나.’

“..아마 아닐 것 같아요. 임시로 쓰고 있는 거라..”

“그래? 그럼 아까 왜 같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민수도 몰랐다.

민수는 아까 통화하던 것을 보니 구미호가 시켜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구미호님이 시켜서..?”

“..확신이 안 설 때는 구미호님은 언급 안 하는 게 좋아.”


귀신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얘기하자 민수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난 최현석이라고 한다. 너는?”

“..김민수요.”

“그럼 통성명도 했으니 방에 들어가도 되겠지?”


방주인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느닷없이 현석의 손과 발이 방에 들어오자 민수는 손사래를 쳤다.

얼핏 너덜너덜한 현석의 왼쪽 몸에 시선이 가버렸다.


“자, 잠깐만요!”


현석은 움직임을 멈췄다.

민수는 이미 봐버렸지만 눈을 가리고 말했다.


“제가 무서운 건 잘 못 봐서.. 사실 지금도 좀 그렇거든요?”


현석은 잠시 무슨 말인가 이해를 못하다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귀신인데도 눈을 가리고 부들부들 떠는 게 진짜로 겁먹은 모양이었다.


“몸 때문에 그런 거야? 하하, 그런 거 귀신한테는 칭찬이라고.”


현석은 다시 벽에서 머리만 내민 상태로 돌아갔다.


“이건 괜찮은 거지?”


애써 현석의 오른쪽 눈만 보면서 민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무섭지만..’

“네, 감사합니다.”


민수는 눈앞의 귀신의 털털함에 호감이 생기다가 이 귀신은 내연녀로 인해 죽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민수는 사람이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


‘나쁜 사람이야, 나쁜 사람.’

“그럼 아직 배정은 안 받았겠네?”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민수는 고개를 들었다.


“배정이요?”

“그냥 학창시절에 받은 반 배정 같은 거지. 담임선생을 정하는 거야.”


벽에서 삐죽 튀어나온 머리가 주절주절 말하자 민수는 스스로가 바란 것이었지만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민수의 표정은 안중에도 없이 현석은 말을 이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어. 그냥 귀신의 집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있는 거라 생각하면 돼. 인간들이 입학하는 것처럼 년도마다 얼마씩 귀신들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서 여유 있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뿐이거든.”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몸인데 토를 할 수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깊게 생각하면 정말 토할 것 같아서 냉큼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들이 있는데요?”

“어.. 나 같은 경우는 청소장이고, 또 쥐 할아범이나 저승사자, 서양 쪽은 흡혈귀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선생이 있지. 그 밖에 더 있긴 한데 그건 니가 나중에 알아봐. 개인적으로 청소장도 괜찮지만 서양 처녀귀신은 몸매가 더 좋아서 그.. 울렁울렁 하는 느낌이..”

‘역시 나쁜 사람이야..’


민수는 눈앞의 귀신에게의 경계심을 높였다.


“참, 반말해도 되지?”


현석은 별안간 다른 얘기를 했다.


‘이미 하고 있으면서..’

“네,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 것 같고.”


민수는 우물우물 대답했다.

처음 봤을 땐 정말 토할 것 같았지만 자주 봐서 익숙해진 건지 역겨운 기분은 많이 가셨다.


“너 언제 죽었는데?”

“글쎄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모습만 보면 십대후반이니까요. 교복도 입고 있고.”


민수는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몸에 딱 맞는 긴 남색 바지에 셔츠, 니트, 그리고 특이한 무늬의 넥타이가 아무리 봐도 교복, 그 중에서도 춘추복이었다.


‘지금 계절도 가을이고, 이 나이 때 죽은 게 맞는 거 같은데?’

“그건 모르는 거지. 모습이 십대 후반이라고 해서 꼭 그 때 죽었다는 건 아니잖아.”

“네?”


민수는 깜짝 놀랐다.


“너 아무것도 몰라? 우리 모습은 삶에 가장 미련이 남았던 때로 나타나잖아. 하기야, 죽었을 때가 가장 미련이 남긴 하니까 큰 차이는 없나.”


현석은 혼잣말을 덧붙였다.

민수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이 무슨 계절이죠?”

“어? 봄..이잖아?”


현석은 민수가 갑자기 물어보자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 불확실한 어조로 말했다.


“봄이요?”


입고 있는 옷이 춘추복이니까 봄에도 입는 교복이 맞긴 했다.


‘근데 난 왜 가을이라고 생각했지?’


민수는 자신의 몸을 실제로 본 청소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청소년기에 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 현석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신입 그만 괴롭히고 수업 들으러 와요.”


현석은 뒤에서 들린 청소장의 목소리에 짧게 혀를 차고 민수를 다시 보았다.


“무슨 일 있어도 청소장 담당은 되지 마라. 아주 귀찮아진..”

“아저씨!”


현석의 표정은 귀찮은 것 보다는 무섭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민수는 청소장이 자신을 대걸레로 후드려 팰 때 짓던 미소가 떠올랐다.

청소장의 담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어, 어! 이제 간다!”


그리고 현석은 사라졌다.


‘지금 밖에 있다는 거지?’


민수는 청소장이 무섭다는 감정은 애써 무시하고, 바로 청소장에게 의문을 묻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만요!”


복도에는 민수와 현석 말고도 꽤 많은 귀신들이 있었다.

갑자기 귀신들이 자신을 돌아보자 민수는 소름이 끼쳐 팔을 문질렀다.


‘다들 무섭게 생겼어..’

“저기..”


민수는 슬금슬금 청소장에게 다가갔다.


“뭐야, 나한테 할 말이 있어?”

“그게..”


민수는 주위의 많은 귀신들과 자꾸 눈에 밟히는 대걸레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다음에 물어볼게요.”

“그래?”


청소장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민수에게 손짓했다.


“..확정되기 전엔 별 말 안하려고 했는데, 본인 발로 왔으니까 뭐.”


민수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청소장에게 다가갔다.

청소장은 민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도 내 반이야. 원래는 내일부터 수업 듣게 하려고 했는데, 그냥 오늘부터 들어.”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현석과 눈이 마주쳤다.

현석은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했다.

민수는 청소장에게서 몸을 띄었다.


“수업이요? 저기, 다른 분한테 배우면 안 되나요?”


청소장은 본능적으로 민수가 다른 귀신에게 자신의 정보를 들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현석을 보았고, 현석은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 하고 있었다.


“...”


청소장은 현석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낸 뒤 다시 민수를 보았다.


“변경은 없을 거야. 수업에 대해 잘 모를 테니까 와서 들어 둬. 내일 설명 다 듣고 와서 어버버 거릴 생각 하지 말고.”


민수는 혹시 자신을 도와줄 귀신이 있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다들 시선을 회피하거나, 고개를 젓고 있거나, 혹은 별 관심이 없는 지 다른 귀신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귀신들을 보고 민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한데..’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민수는 청소장과 귀신들을 따라 움직였다.



귀신의 집은 민수가 귀신들에게 둘러싸였던 중앙의 홀을 기준으로 정확히 대칭이었다.

청소장을 따라 홀을 넘어가자 개인 방보다 훨씬 큰 방들이 몇 개 있었다.


‘진짜 교실같이 생겼네..’


낡아서 금이 간 벽이나, 다리 길이가 맞지 않는 책상이 덜컹거리긴 해도 민수는 생각보다 깔끔한 방의 모습에 놀랐다.

무엇보다 칠판도 있었다.


“엄청 더러울 줄 알았는데..”

“이 교실만 그래. 다른 데는 거미줄이나 먼지가 하도 많아서 청소하는 거에만 하루를 꼬박 쓸걸?”


어느 새 현석이 뒤에 와서 말하자 민수는 흠칫 놀랐다.


‘왜 이리 다들 소리 없이 움직이는 거야?’

“여긴 왜 이렇게 깨끗한 데요?”

“청소장이 하도 성화를 부려서 담당 반인 녀석들이랑 같이 청소한 거야. 주위가 깨끗해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던데, 애초에 자기 반 애들이 생전에 어땠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 공부 얘기를 하다니 이해가 안 가긴 하지.”

“다들 어떤 사람들이었는데요?”


현석은 큭큭거리고 웃다가 말을 이었다.


“사람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애들이 대다수고, 아니면 나처럼 인간쓰레기 취급을 당했거나.. 뭐, 여러 가지야. 간단히 얘기하면, 이제 와서 공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녀석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지.”


민수는 이번엔 차근차근 주위의 귀신들을 둘러보았다.

20명가량 되는 귀신들은 대부분 끔찍한 상처가 몸에 남아있긴 했지만 범죄자라기엔 친근한 얼굴이었다.


“그렇겐 안 보이는데..”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으면 안 돼. 여기선 특히나.”


청소장은 깜짝 놀라는 민수의 반응을 즐기는 것인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고, 말을 이었다.


“빈 책상 아무데나 앉아. 서서 들어도 상관없고, 지루하면 나가도 돼. 대신 한 달에 한 번 있는 시험에서 통과 못하면 개인 면담이야.”


민수는 청소장이 웃는 모습에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얌전히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가르치는 사람이 청소장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귀신이라서 그랬는지는 몰랐지만 민수는 정상적인 수업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외로 귀신의 집의 목적에 맞게 현대 인간들과 기술에 대한 얘기 등 수업은 정상적이었다.

심지어 수업이 끝난 후 교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민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민수가 빗자루를 들고 가만히 있자 현석이 와서 툭, 쳤다.


“뭘 멍하니 있어?”

“그냥.. 귀신들이 맞나 해서요.”


민수가 한 말에 현석도 잠시 빗자루 질을 멈추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흠.. 그렇게 이상한가?”

“거기 둘, 걸레질도 해야 되니까 빨리 쓸어.”


다리가 없는 귀신이 물이 뚝, 뚝, 떨어지는 대걸레를 들고 와서 말하자 상황을 보고 있던 청소장이 한 소리했다.


“너야말로 물 제대로 안 짜와? 걸레질 두 번 하고 싶어?”

“발이 없어서..”

“다른 귀신한테 부탁하는 건 생각 못했어? 그것도 싫었으면 손으로라도 짜야지.”


청소장은 매정하게 말했고, 다리가 없는 귀신이 다시 물을 짜내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자 청소장은 민수와 현석을 손짓으로 불렀다.


“둘은 청소 제대로 안 했으니까 걸레 질 해. 쫓아가서 물도 좀 짜주고.”


일방적으로 명령한 뒤 청소장은 직업에 맞게 교실 구석구석을 점검하면서 툴툴거리거나 버럭, 화를 냈다.


“그러 길래 바꾸라고 했더니만.. 이건 또 뭐야. 여기 청소한 거 누구야?”


민수와 현석은 불똥 튀고 싶지 않아 재빨리 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에 떨어진 물 자국을 쫓아가면서 민수는 현석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다들 전생에 범죄자였다면서 어떻게 저렇게 질서정연하게 행동하는 건지 이해가 안돼요. 심지어 청소장이잖아요.”


현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지금 청소장이라서 공부를 제대로 못 가르칠 거라는 생각 한 거야?”


민수는 현석이 한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자각했다.


‘나 너무 편협한 생각을 했구나.’


현석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민수는 자신이 언제부터 남을 평가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니 생각이 정말로 꽉 막혀있다는 건 미뤄두고, 우리도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 다른 반처럼 수업도 안 나가고, 선생들 찾아가서 본인이 필요한 기술만 익히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개인 면담이 좀..”


현석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민수는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면담이 뭐 길래 이러는 건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래도 수업 자체도 꽤 들을 만하지 않았어요?”


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고, 뭐랄까.. 다른 선생들에 비해 좀 더 직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민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현석이 말했다.


“말로 딱 표현하긴 힘든데, 다른 선생들은 위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근데 청소장은 좀 달라. 반항적이라고 해야 되나? 요즘은 딱 우리 같은 귀신들한테 맞는 선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 10년 전에 처음 수업 들었을 때만 해도 다들 장난 아니었는데..”

“10년이요?”


같은 선생님한테 10년 동안 배우다니, 민수는 아까 느꼈던 귀신들이 청소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었다.

현석처럼 청소장을 무섭다곤 느끼면서, 아까 복도에서처럼 다들 청소장을 홀로 두지 않고 뭉쳐있었다.


‘그 시간을 같이 보냈으면 당연히 신뢰감이 생기겠지..’

“그래도 매일같이 수업하는 게 아니니까. 월, 화만 수업 들으면 나머지는 다 자유지. 그 동안 다른 선생 수업을 들어도 되고, 통행증만 받으면 밖에 나갈 수도 있어. 아무도 나갈 생각은 안 하지만..”


민수는 아까 구미호가 내밀었던 계약서가 떠올랐다.

내용 중에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았다.

얼마 가지 않아서 둘은 다리가 없는 귀신이 손으로 대걸레를 짜고 있는 것을 보았다.

민수는 이 귀신이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해졌지만, 별 다른 말없이 대걸레를 받아들고 발로 물을 짜냈다.

귀신의 표정을 보니 민수는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실천하는 게 더 신뢰감이 생길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민수는 교실 청소를 끝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손에는 청소가 끝나고 청소장에게 받은 메모지와 노트, 필기구가 들려있었다.

메모지는 민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하자 청소장이 앞치마에서 자신의 수첩을 꺼내 적어서 준 것이었다.

거기에는 청소장의 방의 위치가 적혀있었다.

민수는 다리 길이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의자를 창가에 끌어다 놨다.

습관처럼 창문을 열려고 하다가 유리가 깨져있는 것을 보고 여나 닫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는지 민수는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혹시나 해서 본 유리에 자신이 비치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진짜 귀신이구나..’


대체 귀신이 되어서까지 지우지 못한 미련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그것보단 일기가 우선이었다.

생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귀신이 된 지금은 일일이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민수는 일기를 적자고 생각했다.

서양식 창틀에는 관상용 화분을 놓기 위한 선반이 있었는데, 반이 날아가긴 했지만 노트를 올릴 순 있었다.


“음.. 일단 구순이..였나?”


민수는 거대한 구렁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일을 간략하게 적은 뒤 청소장에게 찾아가 자신의 시체에 대해 물어볼 생각이었다.



작은 쥐는 빌린 기억에도 없는 돈을 갚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

남자의 고된 표정을 보고 작은 쥐는 좀 떨어진 보도블록 위에서 큭큭, 웃었다.

도로 유지 및 보수는 사람이 적은 밤에 했다.

때문에 땀 흘려 일하는 남자를 보고 웃고 있는 수상한 남자를 보고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없었다.

인간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작은 쥐는 술집이 늘어져 있는 거리로 향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인간의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아가기 위해서였다.


“그나저나 더 재밌는 장난은 없을까..”


작은 쥐는 요즘 자신이 하는 장난에 질려 더 큰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작은 쥐가 지금까지 인간에게 한 장난으로는 잘생긴 인간이 되어 커플을 유혹한 뒤 커플이 깨지면 상대와 헤어지거나, 돈이 많은 인간으로 변해 돈을 잔뜩 빌려 돈을 갚기 위해 막노동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등, 인간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악질적인 짓이었다.

하지만 작은 쥐는 그것들보다 더 큰 자극을 바라고 있었다.

인간들에 의해 가정이 박살난 작은 쥐는 인간도 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플은 가족이 아니니까, 이번엔 가족을 대상으로 해볼까..”


작은 쥐가 한 무시무시한 말은 거리의 소음에 의해 금방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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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언니라면 17.06.26 74 0 17쪽
» 첫 수업 17.06.26 105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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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서와, 귀신의 집은 처음이지? +2 17.06.26 686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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