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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95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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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언니라면

DUMMY

화창한 아침, 항상 어둡기만 할 거란 생각과 달리 귀신의 집에도 햇살이 들어왔다.

민수는 비록 느낄 순 없지만 상쾌한 바람을 맟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 기분이 따스하게 보이는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드디어 가닥을 잡은 자신의 죽음 때문인 것인지 민수는 잘 알고 있었다.

월요일에 귀신의 집에 들어와 지낸지 이틀 후, 민수는 드디어 자신의 사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것이다.



귀신의 집에서 첫 수업을 듣고 바로 일기를 적었던 민수는 일기를 적고 청소장을 만나러 갔었다.

하지만 청소장은 귀신의 집에 없었고, 그 사실을 안 민수는 처음엔 청소장이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바로 30분 전, 오히려 청소장이 민수를 찾아와 얘기했던 것이다.


“저한테 진실을 알려주지 않으시려는 줄 알았죠.”

“내가 왜?”


민수는 말을 고르느라 입을 달싹였다.


“그..”


아무리 인간들이 귀신의 집을 찾아내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하지만, 그 몸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소지품마저 자신에게 가져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민수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청소장은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다.

시체를 찍는 다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자신은 그 주인이 아닌가, 생각하면 적어도 사진으로 남겨서 자신에게 보여주길 바랐다.


‘처음만난 귀신인데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건가? 하지만 내 몸인 걸. 이 정도는 이기적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민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청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오히려 니가 왜 첫날에 바로 나한테 안 왔는지 몰라서 별 일이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했지.”


민수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납득했다.

아마 인간이었다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을 것 같았다.

민수가 고개를 숙인 것을 보고 청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


“별 일인가 보네.”


둘 다 상대방의 말을 기다리는 것처럼 잠시 말이 없었다.

민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청소장님은 제 몸을 봤잖아요.”


청소장은 말없이 민수의 말을 기다렸다.

경청하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눈앞의 귀신을 보고 민수는 이 귀신이 자신의 담당 선생님이라는 것을 상기해냈다.

민수는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청소장님은.. 제 몸을 없애는 것에 동의하셨나요?”

“아니.”


의외로 아무 고민 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민수는 혼란에 빠졌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청소장은 신뢰할 수 있는 귀신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도 빠른 대답에 민수는 말을 잃었다.


“아무리 내가 귀신의 집 소속이라지만 이 집의 모든 방침에 동의하고 있는 건 아냐. 즉시 흔적을 없애라니, 내가 무슨 첩보요원도 아니고.”


청소장은 짜증을 내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니가 왜 ‘진실’운운 하는지 이제 좀 알겠다.”


청소장이 내내 꼿꼿하게 서 있던 몸을 긴장을 푼 것인지 벽에 기댔다.

민수는 청소장이 긴장하고 있었다는 것은 눈치 채질 못했다.


“하기야, 정작 본인은 보질 못했으니 의심이 가긴하겠네. 그렇다고 뭘 챙겨온 것도 아니고..”


정곡이었다.

민수는 당당하게 물어봤다.


“아시면서 어째서 아무것도 가져오질 않으신 거예요?”

“귀신의 집 방침이야.”


민수의 언성이 높아졌다.

또 그 놈의 ‘방침’이다.


“휴대전화도 있잖아요. 하다못해 사진이라도..!”

“그것도 귀신의 집 방침이야.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말 것.”


민수는 화를 내고 싶은 것을 참았다.

주먹을 꽉 주고 부들부들 떠는 것을 보고 청소장이 말했다.


“넌 나나 구미호님이 어째서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

“휴대전화라는 건 명의가 있어야 개통할 수 있는 건데, 귀신인 나나, 구미호님은 당연히 명의가 있을 리가 만무하지.”


민수는 청소장이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자 무시하려고 했지만 궁금하긴 했다.


“구미호님은 인간을 홀릴 수 있어.”


구미호가 아주 나쁜 일을 한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민수는 청소장이 구미호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구미호는 원래 그런 거 아닌가?’


하지만 민수는 지나치게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민수가 어떻게 생각하건, 청소장은 말을 이었다.


“어느 정도 요술도 부릴 수 있어. 뭐, 그건 딴 얘기지만, 어쨌든 인간을 홀려서 귀신의 집에서 일하는 강사들이랑 구미호님, 도깨비님에 한해서 휴대전화를 갖고 있거든? 문제는, 10년 전 내가 여기서 일하기 직전에 사건이 하나 터졌어.”


청소장은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말을 멈췄다.


“그게 제 몸을 없앤 이유랑 크게 관련이 있나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방침은 귀신이 집이 창설된 때부터 있던 거거든.”


청소장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고, 그 행동에 민수는 짜증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그럼 이 얘길 왜 하시는 거예요?”


청소장은 민수가 짜증을 내자 손을 움찔했다.

대걸레로 가려던 손을 가지 않도록 참은 것이다.

민수는 청소장이 답지 않게 화를 억누르는 것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그저 귀신의 집 방침이라고만 하니까 니가 화내서 그런 거 아냐. 어째서 흔적을 남기면 안 되는 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하려고 했어.”


민수가 한숨 쉬듯 말했다.


“계속해주세요.”


이번엔 청소장이 대걸레를 잡았다.


“그렇게 명령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 기분 나쁘니까.”


대걸레로 맞아도 아프진 않았지만 인간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는 건 사양이었기 때문에 민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자신을 맞춰주기 힘든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청소장은 얼굴을 찡그리고 말을 이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당시에 강사 중에 한 명이 휴대전화를 마을에 두고 와버렸고, 그 안에 죽은 인간들의 몸이 꽤 찍혀 있어서, 구미호님이 고생 좀 했다는 얘기야. 그 귀신은 짤렸고, 덕분에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여기서 강사로 지내고 있지.”


청소장이 햇살이 비추는 밖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고, 민수는 이해가 되면서도 의문을 가졌다.


“그건 그 강사님이 잘못한 거잖아요? 그냥 밖에 나갈 때는 휴대전화를 두고 간다거나 하는 게..”

“휴대전화를 갖고 나가는 실수를 하면 어떡할 건데? 10년 전 사건도 발견한 사람이 경찰이라서 사건이 커진 거였어. 일반인이 발견했다면 팔거나 하는 걸로 끝났겠지.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그래서 무서운 거야. 그리고 뭣보다 강사들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는 이유가 구미호님의 편의를 위해서기 때문에 절대 몸에서 떼어놓으면 안 돼.”


그리고 청소장은 들리지 않게 입모양으로만 욕을 했다.

어지간히 구미호를 싫어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하고 민수는 물었다.


“그럼 제 몸에 대한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안 남은 건가요?”


청소장은 지긋이 민수를 보았다.

민수는 시선을 피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마찬가지로 청소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청소장은 그런 민수의 태도에 마음이 움직인 건지, 단순히 귀찮아진 건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가 니 몸을 완전히 처리하기 직전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는 걸 알아챘지.”


청소장은 민수가 일기를 썼던 창틀 옆에 머리를 대고 밖을 보며 혼잣말 하듯 말했다.

시선은 숲을 향하고 있었다.


“소지품 중에 작은 약 통이 있었거든? 근데 처리하려는 지점에선 그 약 통이 없더라고. 아마 옮기던 도중에 떨어뜨린 게 아닌가 싶어. 다른 건 다 사라졌지만, 그건 이 산 어딘가에 남아있겠지.”


청소장은 민수가 ‘이 넓은 산을 다 뒤져야 된다는 얘기에요?’와 비슷한 말을 말하길 기다렸지만 민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청소장은 고개를 돌렸다.

민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웃어?”


평소 감이 좋은 청소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민수가 어째서 웃고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거짓말 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

“아뇨, 그건 아니지만, 저에 대한 걸 드디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아져서요.”


그 말은 청소장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항상 도사리고 있던 죄책감을 자극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절실하다니, 가슴이 콕콕 쑤셨다.

일순 다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청소장은 고개를 밖으로 돌리는 것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나가고 싶어졌어.”


그 말만 남기고 청소장은 벽을 뚫고 사라졌다.



청소장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수는 웃었던 것도 잠시, 막막한 기분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방 가라앉겠다. 뭐가 그렇게 고민이야? 반 바꾸는 거?”


기척도 없이 나타난 현석이 민수의 깜짝 놀라는 반응을 기대하며 물었지만 민수도 내성이 생긴 터라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렇게 바꾸고 싶으면 본인이 바꾸는 게 좋을 텐데.’

“숙제는 다 하셨어요?”


현석은 순간 소리를 높였다가 말이 점점 작아졌다.

매번 안 해가는 바람에 청소장에게 단단히 찍힌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만 하면 되는 거잖아! 무슨 벌써 숙제 얘길 꺼내고 그래..”


현석의 숙제는 같은 반의 다른 귀신들과는 다르게 산을 벗어나야 할 수 있는, 현대 인간의 옷 세 벌을 구해오는 숙제였다.

원래는 인간의 생활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적어오는 숙제였지만, 몇 주간 해 가지 않은 탓에 청소장이 단단히 짜증이 나 숙제의 강도를 높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또 안 해가면 이번엔 그냥 넘어가긴 힘들 것 같던데요.”

“으.. 역시 밖에 나가야 되나..”


현석은 머리카락이 뽑힐 것처럼 세게 잡았다.

민수는 현석을 한심하다고 느껴야 될지, 안쓰럽다고 느껴야 될지 고민했다.

결론은 한심하다는 것이었다.

현석의 생전에 대해 떠올린 것이 컸다.


“밖에 나가면 되잖아요.”

“말처럼 쉬우면 진작에 나갔지. 누가 나한테 통행증을 주겠냐.”


산을 나가려면 통행증을 강사나 구미호한테 받아야 하는데, 현석은 밖에 나갔을 때의 전적이 화려했기 때문에 아무도 통행증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 몰래 나가던가.”


민수와 현석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곳에는 작은 쥐가 있었다.

작은 쥐는 귀신의 집 규칙 6번을 대놓고 어기는 발언을 했으면서 느긋하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민수는 이제 작은 쥐는 봐도 무섭지 않은지 동요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통행증을 안 줬는데 숙제 해오면 웃기겠네요.”


민수가 신랄하게 반응했지만 작은 쥐는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까칠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발을 휘휘 흔들어 넘기는 것을 보니 마음에 두지도 않는 것 같았다.

이제 보니 싱글벙글 웃고 있는 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무슨 좋은 일 있어요?”

“내 일에 대한 것보단 니 친구 걱정이나 해. 청소장 녀석은 나도 껄끄러울 정도로 성질이 드러우니까.”


귀신의 집에서 청소장에게 이렇게 대놓고 얘기 할 수 있는 존재는 강사를 몇몇을 제외하곤 작은 쥐가 유일했다.

현석은 혹시나 청소장이 들었을까 해서 민첩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청소장은 주위에 없었다.

진짜로 나간 것 같았다.


“근데 그 녀석이 무슨 숙제를 내줬길래 통행증까지 필요한 거야?”

“인간들이 입는 옷 세 벌이요.”


현석이 침울하게 말했다.

작은 쥐는 쥐의 표정이라 어떤 뜻 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웠지만 혀를 쭉 내미는 것으로 싫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런 게 있으면 나 좀 줘. 매번 같은 옷 몇 개로 바꿔서 입으려니까 질리거든.”


민수가 물었다.


“인간으로 변해서 구하면 편하지 않아요?”

“귀찮아.”


작은 쥐가 한 말에 민수는 이 쥐랑은 도저히 친해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인간 골리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해서 옷은 도저히 구하기 힘든걸.”


작은 쥐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바닥을 앞발로 탁, 쳤다.


“아, 내가 잘 말해 놓을 테니까 내가 아는 강사님한테 통행증 받는 건 어때? 대신 니 숙제용 말고도 내 옷도 좀 구해줘.”


현석은 의견을 구하는 지 민수를 보았고,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아저씨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로 어떤 강사님도 통행증 안 준다고 했잖아요. 달리 선택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죠. 옷 한 두 벌 더 느는 게 큰일도 아니고.”


그 길로 민수와 현석은 작은 쥐의 안내를 따라 방을 나섰다.



청소장은 산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발아래에는 차들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간혹 뚫리지 않는 정체에 참지 못하고 경음기를 울리는 인간도 있었다.


“다 죽어서 귀신이나 됐으면 실컷 괴롭혀줄 텐데.”


인간들의 머리 위로 저주를 퍼부으면서 청소장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몇 번이나 와본 곳인지 전혀 헤매지 않고 날아가던 청소장은 가려던 대학 건물이 보이자 속도를 늦췄다.


“수요일이니까 오늘은 제일 큰 건물인가..”


귀신이었기 때문에 보일 걱정도 거의 없거니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청소장은 대학에 다다라 제일 큰 건물 3층 외벽에 다가갔다.

창문을 통해 본 강의실 안엔 빛나는 청춘을 보내는 대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청소장은 익숙한 얼굴들인 것을 보고 강의실 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 벽 바로 옆에 친구와 앉아있는 어떤 여학생에게 다가섰다.


“안녕, 수민아.”


아직 청소년의 앳된 티가 남은 20살 수민은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생각하고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잘 못 들었나..”

“왜 그래?”


수민의 옆에 앉은 친구가 물었다.

청소장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청소장은 수민이 자신이 생전 다니던 학교, 같은 학과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비록 아주 어렸을 적 잃어버렸던 동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이 마치 운명처럼 자신과 부분적으로라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청소장은 마음 한 구석이 따듯해졌다.

그 감정이 너무나 소중해서 청소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동생을 보러 왔던 것이었다.

매번 청소장이 귀신의 집에 없을 때는 항상 수민의 옆에 있었다.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그래서? 라니! 너 진짜 몰랐어? 그렇게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데!”

“진짜 몰랐는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자니 개총 때 만난 선배가 수민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감히 우리 수민이를..!”


청소장은 넘치는 화를 주체 못하다가 수민이 소매를 내리는 것을 보고 화를 눌렀다.

자신의 감정이 폭발하면 주위에 한기가 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 청소장은 수민의 옆에선 되도록 좋은 생각만 하자는 주의였다.


“수민이가 평생 솔로로 사는 것도 싫으니까.. 남자를 좀 만나봐야 좋은 짝을 만나서 단란한 가정을 이룰 수 있겠지.”


청소장은 잠시 수민이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듣다가 평소보다 빠르게 강의실을 나왔다.

수민의 옆에 필요한 것은 귀신 언니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모습으론 아무것도 해줄 수 없으니까..”


청소장은 스스로가 한 말이 가슴에 사무쳐 대학건물 위를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한참을 올라간 후, 귀신이어도 이 높이면 죽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청소장은 아래를 보았다.

생각보다 건물이 가까이 있었다.

분명히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멀리 간 것도 아니었다.

아마 자신의 마음은 동생의 곁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청소장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스스로가 왜 이랬는지를 깨닫자 실소가 터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꼴사납게.”

“짝!”


청소장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세게 쳤다.

민수와 달리 청소장은 인간처럼 감각도 느낄 수 있었다.

다행히 주위에 이런 청소장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길 귀신은 없었다.


“수민아, 미안하다. 한 명 있는 언니가 이 모양이라.”


청소장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살아있었다면 목이 찢어질 것처럼 청소장은 크게 외쳤다.


“이수민 언니다!”


그 때 수민은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다가 문득 위를 보았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히 위엔 천장만 있을 뿐이었다.


청소장은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있는 힘껏 외쳤다.


“내 동생은! 착하고! 잘생기고! 능력 있고!”


청소장은 이번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마음을 실어 외쳤다.


“내 동생 아니면 다른 여자들은 여자로 안보는 그런 인간한테만 시집보낼 거야, 이 늑대들아아!”


땀은 나지 않았지만 청소장은 습관처럼 이마를 쓸었다.

자신의 말은 귀신이나, 간혹 있는 영매체질인 인간을 제외하곤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크게 외친 이유는 달리 없었다.

동생이 자신을 대신해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부모에 의해 죽임당한 청소장은 동생을 제외한 가족을 증오했고, 동생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었다.


“이제 좀 후련하네. 이런 점에서 귀신은 참 편하단 말이지.”


살짝 웃으며 청소장은 건물을 향해 내려갔다.

분명히 얼굴은 웃고 있는데 청소장이 풍기는 아우라는 마치 사신의 그것 같았다.


“그럼, 내 동생한테 관심 있다는 놈 면상이나 보러 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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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행의 정당성 17.06.26 62 0 16쪽
» 언니라면 17.06.26 75 0 17쪽
3 첫 수업 17.06.26 105 1 17쪽
2 귀신의 집에서 17.06.26 221 2 22쪽
1 어서와, 귀신의 집은 처음이지? +2 17.06.26 686 5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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