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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488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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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싸움

DUMMY

청소장은 여느 때처럼 수민을 쫒아 다녔다,

수민은 평소와 달리 수업이 끝난 후에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친구에게 이끌려 카페로 갔다.


‘이럴 돈도 없을 텐데..’


수민의 아르바이트 시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청소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여유는 있었다.

청소장은 앞치마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으면서 무심코 밖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어!”


민수와 현석이 카페를 향해 오는 것을 보고 청소장은 표정을 찡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수민에게서 거리를 두었다.

귀신의 집에서 자신의 동생에 대해 알고 있는 존재는 구미호를 제외하곤 없었고, 청소장은 안 그래도 구미호가 수민을 아는 것도 싫은데 수민을 아는 존재가 더 늘어나게 할 순 없었다.


‘여기까지 왜 온 거지? 통행증은 있는 건가?’


둘이 카페에 들어오자 청소장은 둘이 수민에게 가까이 가지 않도록 먼저 다가섰다.

청소장의 험상궂은 표정을 보고 겁을 먹은 것인지 민수와 현석은 입구 근처에서 동작을 멈췄다.

청소장은 의심을 사지 않도록 애써 표정을 풀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안 해. 여긴 어쩐 일이야? 아저씨는 어떻게 나왔어요?”


하지만 표정을 풀었다고 의심까지 풀어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청소장은 민수의 인사에 쌀쌀맞게 대답하고 현석을 보았다.

현석은 흡혈귀가 준 편지를 내밀었다.

청소장은 편지를 받아들어 뜯지도 않고 앞주머니에 넣었다.

이런 것보다 자신과 수민의 관계가 들켰는지가 더 중요했다.

현석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당연히 통행증 받고 당당하게 나왔다고! 통행증은 그 편지 전해주는 대가로 흡혈귀한테 받았고.”


현석의 말에 청소장은 화들짝 놀라 다시 편지를 꺼내 들었다.

귀신의 집에서 흡혈귀만 쓰는, 밀랍에 인장을 찍어 봉인한 편지였다.

어떤 내용일지는 짐작이 갔기 때문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감정이 격해지자 한기가 새어나왔지만 수민이 있는 이곳에선 흥분해선 안 된다는 이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청소장은 밖으로 나갔다.

이미 머릿속엔 민수와 현석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생각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나가는 청소장을 보고 민수와 현석은 청소장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청소장은 그대로 몸을 띄워 귀신의 집 쪽으로 날아갔고, 날 줄 모르는 민수와 현석은 보고만 있었다.


“청소장님 표정 진짜 안 좋았죠?”

“그러게.”


현석은 수민과 친구가 앉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청소장이 왜 이쪽을 힐긋 거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수민이 마시고 있는 커피로 시선이 갔다.


“커피 마시고 싶었는데 못 마셔서 화났나?”

“그니까 그건 아닐 거라니까요. 마실 필요도 없는데..”

“필요가 없어도 마시고 싶을 순 있지. 저 애들처럼 친구랑 앉아서 수다를 떠는 게 미련이라던가.. 청소장 미련에 대해선 모르지만.”


민수도 청소장의 미련에 대해선 당연히 몰랐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었다.

그렇다고 현석의 의견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 맛도 안 느껴질 텐데요, 뭐.”

“응? 우리도 인간처럼 맛볼 수 있어.”


현석이 그것도 몰랐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민수는 당황했다.


‘귀신이 되면 감각은 다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미련이 강하면 인간에 가까워져서, 죽지 않는 다는 거 빼곤 다 인간이랑 비슷해지잖아.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어쨌든 청소장은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미련이 뭔지도 잘 알지 않을까? 그럼 인간처럼 맛볼 수 있을걸?”


설사 청소장이 인간처럼 맛볼 수 있다고 해도 정말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온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의견대립도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여기서 더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 나가죠.”


민수를 따라 나가면서 현석은 수민을 다시 보았다.

수민이 청소장과 꽤 닮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현석은 카페를 나서면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걸어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의류수거함은 금방 눈에 띄었다.

현석은 의류수거함 통에 손을 대었다.


“뭐하세요?”

“투명하게 만들면 옷을 바로 꺼낼 수 있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현석을 보고 민수는 기함했다.


“누가 보면 어떡해요!”


현석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근처 학교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긴 해도 주위에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없으니까 지금 빼야지.”


민수는 통을 투명하게 만들려고 하는 현석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손을 투명하게 만든 다음에 안에 있는 옷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빼내면 주위에 보는 눈이 있어도 안 들키고 좋을 것 같은데요.”


현석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투명하게 만들어 의류수거함에 집어넣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


민수가 똥 씹은 표정을 짓자 현석은 오히려 뻔뻔하게 굴었다.


“어디 가서 담을 거나 좀 가져와봐. 그냥 안에 있는 거 다 가져가자.”


짜증난 민수의 눈에 옆에 있는 비닐 수거함이 들어왔다.

민수는 툴툴대면서 비닐수거함으로 다가갔다.


“이렇게 조심성이 없으니까 아무도 통행증을 안주려고 하는 거지.”

“뭐라고?”


현석이 잘 못 들었는지 되묻자 민수는 시침을 뚝 떼고 말했다.


“아뇨, 다른 아파트 단지도 들려야 되나 해서요.”

“원래는 하나만 털어.. 아니, 들리려고 했는데. 이거 다 불우이웃 주려고 모아둔 거잖아.”

“음.. 우리도 따지고 보면 불우이웃 아니에요?”

“...그렇지? 다른 데도 들리자.”


민수와 현석은 모르고 있었지만 의류수거함에 모인 옷이 전부 불우이웃에게 가는 건 아니었다.



현석은 끙끙대면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다리에 자꾸만 커다란 비닐봉지가 부딪혔다.


“감각이 없는 몸이 부러울 줄이야..”

“저는 감각이 좀 있었으면 하거든요.”


미련이 없어 어떠한 감각도 느끼지 못해 육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민수와 달리, 현석은 비록 피는 돌지 않아 안색은 평소와 같았지만 표정만으론 100키로짜리 역기를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날아서 가면 안돼요?”

“너 날 줄 알아?”

“..아뇨. 아저씨가 날아서 들고 가면 되잖아요! 어차피 아저씨 일인데.”

“너 진짜 냉정하다. 그냥 좀 같이 들어주면 되잖아.. 그리고 나 날 줄 모른다니까!”

“그건 아저씨 사정이죠. 무엇보다 이미 많이 들어주고 있잖아요.”


민수의 손엔 현석이 들고 있는 것보다 좀 더 큰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둘이서 부탁받은 옷보다 더 많은, 산더미 같이 옷을 가져오는 이유는 달리 없었다.

귀신들은 자신이 죽었을 때의 옷 말고는 갖고 있는 옷이 없었기 때문에 귀신의 집에선 옷이 꽤 귀했기 때문이었다.

귀신들이 인간을 무서워하지 않고 마을에 나갈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졌겠지만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귀신의 집은 만성으로 옷이 부족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래도 이 만큼 가져가면 다들 나보고 ‘제발 하나만 주십쇼, 형님!’하겠지?”


물론 순수한 의도로 가져가는 건 아니었다.


“글쎄요. 저 같으면 차라리 안 입고 살 것 같은데.”

“쾅!”


현석이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산 위쪽에서 굉음이 들렸다.

귀신의 집에 다 와가긴 했지만 아직 거리가 꽤 남아있었다.

그런데도 이만한 소리가 들리다니 예사로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에 민수와 현석의 표정이 굳었다.


“야.”


현석이 진지한 말투로 민수를 불렀다.

민수가 자신을 보자 현석이 말을 이었다.


“가지 말자.”

“네?”

“저거 내가 장담하는데 백퍼 청소장이 뭘 부순 걸 거야. 괜히 돌아가서 불똥 맞지 말고 그냥 좀 기다리다가..”

“어휴, 무슨 말 하나 했더니.”


민수는 고개를 젓고는 비닐봉지를 두고 혼자 걸어갔다.

현석이 민수가 놓고 간 봉지를 집어 들었다.


“장난이었어! 이것 좀 들고 가! 야!”



그 시간, 귀신의 집 홀 옆엔 구순이도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큰 구멍이 뚫려 그 옆의 거대한 문이 필요 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귀신들은 아직 상황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입을 헤, 벌리고 서 있었고, 귀신의 집 내에서 스스로 연락 담당을 자처하는 처녀귀신은 구미호에게 보고하기 위해 재빨리 땅속으로 사라졌다.


“쿵!”


청소장이 부서진 잔해 위에 올라섰다.

잔해 넘어 숲 바로 옆에는 흡혈귀의 몸이 이상한 각도로 널브러져있었고, 입에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피가 피부에 흡수되는가 싶더니 터졌던 입술이 빠르게 아물었고, 흡혈귀는 다리를 뻗고 앉아 부러진 뼈를 맞추었다.

청소장은 그 광경을 보고 입술을 세게 물었다.


‘저것도 다 인간의 피 때문인데..!’


“내가 뭐 어려운 부탁했다고 이렇게 괴팍하게 구는 거야?”


흡혈귀는 목을 뚝뚝, 꺾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망토와 바지를 툭툭, 털었다.

청소장은 몸을 살짝 띄워 흡혈귀 앞까지 날아갔다.

그리고 당장에라도 휘두를 것처럼 대걸레를 세게 움켜잡았다.


“부탁? 제가 말했죠. 이 나라에선 ‘흡혈’은 금지라고! 당신의 사정에 상관없이, 설사 죽는다고 해도 인간의 목에 그 소름끼치는 이빨을 꽂았다간 당신 목구멍에 이 대걸레가 박힐 거야.”


뒷말은 거의 속삭이듯 말해서 흡혈귀 외엔 청소장이 한 말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피 조금 마신다고 안 죽어! 인간은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고.”


흡혈귀가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처럼 씨익 웃었다.


“너도 잘 알잖아.”

“망할..!”


기분 나쁘게 실실 웃고 있는 흡혈귀를 향해 청소장의 대걸레가 날아들었다.

흡혈귀는 방어하는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쉬익!”

“빠악!”


대걸레는 그대로 흡혈귀의 허리를 후려쳤고, 흡혈귀는 숲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야구하니?”


저 멀리서 느긋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청소장은 왼쪽을 돌아보았다.

저만치서 구미호가 손을 깔대 모양으로 만들어 외친 것이었다.

청소장은 짜증난 표정을 감추지 않고 구미호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구미호가 자신에게 화를 내길 바라고 기다린 것이었지만 구미호는 살짝 웃을 뿐이었다.


“둘이 싸우면 뒤처리 하는 애들이 불쌍하잖아. 다음엔 집 부수는 건 자제해줘.”

“다음이요?”


청소장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난리를 쳤는데 아직도 여기서 일하라는 거예요?”

“그럼 뭐겠어. 죄인한테 원하는 벌을 내릴 수야 없잖니. 너 똑똑하잖아?”


구미호는 잠시 생각하는 척 하다가 손을 짝, 치고 과도하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완벽한 연기 톤이었다.


“그래도, 아무 벌도 안 줄 순 없으니까 근신은 어때?”

“네?”


뇌리에 수민이 스쳐지나갔다.

청소장의 표정이 굳었다.

구미호는 청소장의 머릿속을 읽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한 달이 좋겠다. ‘한 달 동안 이 산 밖으로 나가지 말 것‘.”

“...”


청소장과 구미호가 조용히 서로 보고 있는 동안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더니 멀쩡한 모습의 흡혈귀가 나타났다.

거의 동시에 민수가 도착했지만 청소장과 구미호의 시선은 흡혈귀에게 박혔다.

눈치가 빠른 흡혈귀는 청소장과 구미호의 모습을 보고 상황을 알아챘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 설마 규칙을 어길 생각은 아니죠?”


구미호는 대답을 하는 대신 동문서답의 질문을 했다.

흡혈귀는 대꾸하려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침묵 후 말했다.


“아뇨.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럼 다행이죠. 유능한 선생을 잃고 싶진 않거든요.”


청소장은 구미호를 째려보았고, 흡혈귀는 어깨를 으쓱했다.

민수는 청소장과 흡혈귀를 번갈아 보면서 작은 쥐가 흡혈귀를 존경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흡혈귀도 잘 가르치는 건가?’


봉지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석이 봉지를 질질 끌면서 나타났다.

현석은 무너져 내린 벽과 휘어진 대걸레를 붙잡고 구미호와 대치하고 있는 청소장을 보고 재빠르게 몸을 숙이고 민수에게 다가갔다.

문제는 바닥에 끌리는 큰 비닐봉지 때문에 본인 생각보다 매우 느리고 시끄럽게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느끼고 현석은 몸을 움츠렸다.

청소장은 현석에게 시선이 쏠린 동안 구미호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고, 구미호는 그 모습을 보고 뭐가 좋은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현석은 밤사이에 영웅이 되어있었다.

귀신들은 청소장이 그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집을 부쉈을 거라고 말하며 그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했고, 오히려 더 화제가 된 사건은 현석이 옷을 많이 가져온 것이었다.

현석의 방은 현석이 잔뜩 부풀린 모험담을 듣기 위해 쉬지 않고 귀신들이 찾아왔고, 그 중에 현석의 비위를 잘 맞춰준 귀신은 마치 왕에게 옷을 하사받는 것처럼 현석에게 옷을 받을 수 있었다.

작은 쥐는 현석에게 옷을 받으러 왔다가 현석이 보기 싫은 건지 아니면 현석을 추앙하는 귀신들이 보기 싫은 건지, 혹은 둘 다 인지 애꿎은 민수에게 잔뜩 짜증을 늘어놓고는 편지를 툭, 던져놓고 갔다.

청소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별 말 없이 30분 후 자신의 방으로 오라는 말만 적혀있는 편지는 오히려 민수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설마 우리가 미행한 걸 알아챘나?’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러면 나랑 아저씨를 같이 부르는 게 더 맞지 않나?’


하지만 청소장에게 일러바치지 않았다는 죄목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민수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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