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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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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20:56
최근연재일 :
2021.06.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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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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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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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의 수호자(2)

DUMMY

터엉!


수평으로 움직이던 방패와 수직으로 떨어지던 도끼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방패패링은 성공했지만 도끼에 실린 힘이 워낙 강대했던 탓인지 오크의 자세를 완전히 무너트리진 못했다.


“하앗!”


지체하지 않고 앰플리파이 소드를 가로로 휘둘렀다. 녀석은 고함을 치며 있는 힘껏 몸을 뒤로 젖혔다. 갑옷의 가슴부분을 쉽게 파고든 검은 끼이익 소리를 내며 원래의 진로대로 계속해서 나아갔다.


살이나 뼈를 가르는 그 느낌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갑옷을 베어내는 것으로 끝난 모양이다.


아직이야! 녀석이 완전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못했어!


[강타를 사용합니다.]

[연격을 사용합니다.]


검에 무형무색의 기운이 실림과 동시에 스테미나가 무섭게 빠져나간다. 2개의 스킬을 연달아 사용한 대가다. 이렇게 사용하면 적어도 연격의 3타 중 첫번째 공격은 강력하게 때려넣을 수 있다.


오른쪽으로 빠져나온 검을 재빨리 잡아당겨 양손으로 고쳐잡았다. 또 왼팔에서 심하게 통증이 올라왔다. 아무래도 오래 싸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체없이 오크의 가슴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


“크오오오!”


콰악!


첫 일격이 갑옷을 뚫고 녀석의 피부에 닿았다. 한데 피부가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튼튼하고 질겼다. 오크의 피부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질기고 튼튼하긴 하다지만 이녀석의 것은 오크라기보다 트롤이나 오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역시 근본에 가까운 오크는 뭐가 달라도 다른 건가?


내가 아는 이 시대의 오크는 겁나 너프돼서 하향 평준화 된 개체들인 셈이다.


그때였다. 녀석이 왼팔을 뻗어 찔러 들어가는 내 검의 날을 붙잡았다. 이런 시발! 더 찔러넣어야 치명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나 세게 붙들었는지 검을 회수해 2격과 3격까지 찔러넣지도 못할 판국이 됐다. 죽을 위험에 처하면 평소에 낼 수 없는 힘을 낸다더니 이게 그건가?


그리고 오크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끼를 쳐들었다. 검을 붙들어놓고 역으로 날 치려는 생각이다. 이러면 검을 확실히 찔러넣어서 숨통을 끊든가 아니면 깔끔하게 물러서서 다음 기회를 노리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이놈은 내게 어떠한 선택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검을 붙잡아 옴짝달싹 못 하게 하고 있었다. 발로 있는 힘껏 녀석을 차기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하기야 검에 가죽을 찔렸는데 까딱도 없는 수준인데 발길질이 먹힐 리가 없지.


‘검을 포기해야 하나?’


검을 포기하면 이 오크를 이길 방법은 있나? 지금 이 검보다 나은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온! 번개의 정령 훌미나르의 힘을 빌렸어요!”


이슈리아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내 검이 노란색으로 빛나며 스파크를 머금기 시작했다. 그 스파크는 이내 폭풍처럼 돌변했고 그대로 검을 길로 삼아 오크의 신체와 갑옷에 파고들었다.


“크오오오옥!”


주변을 환하게 밝힐 정도로 번쩍번쩍 스파크가 튀는데도 불구하고 오크는 검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지속해서 파고드는 충격을 면역을 가진 것도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가 언제까지고 버틸 순 없었다.


땡그랑.


녀석이 쳐들었던 도끼를 손에서 놓았다. 그리곤 이제 양손으로 내 검을 움켜쥐고 밀어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 죽자사자 달려들 것만 같은 놈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다니!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이 검이 엄청난 마법검처럼 보였다. 검을 포기할지 아니면 모험을 감수하고 밀어붙일지 갈등하고 있던 것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해주고 있으니까.


“으으윽!”

“크오오오!”


그야말로 검을 사이에 둔 젖먹던 힘까지 짜낸 공방전이다. 방패를 찬 왼팔에서 순간 아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아리다고 표현했지만, 단순히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불에 덴 것처럼 후끈거림과 동시에 왼팔에 지속적인 통증을 가져왔으니까.


아까 방패패링을 하면서 인대나 힘줄 몇 개가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뼈에 금이 갔거나 부러졌을 수도 있지. 당시 녀석의 공격과 내 방패패링에 실려있는 힘과 맹렬함이 그만큼 컸으니 반동에서 오는 후폭풍이 커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들 목숨이 지척에 놓인 상황에서 왼팔의 사정을 봐줄 틈 따윈 없다.


‘이왕이면 방패패링 성공 직후에 이 상황이 왔으면 좋았을 것을.’


방패패링 성공 직후에는 3배 데미지가 적용되니 녀석의 갑옷은 물론이고 피부도 뚫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 정도면 오크도 최소 중상은 입지 않았을까?


빠직.


왼팔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절로 소리를 지르고 싶을 만큼 고통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눈앞에 있는 오크 새끼한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오오오오!”

“크윽!”


오크가 고함을 치며 내 검을 완전히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왼쪽 팔 근육이 단단해지다 못해 터질 만큼 힘줄까지 드러날 만큼 전력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왼팔이 멀쩡했다면 적어도 대치상태는 만들 수 있었을 거다.


‘이제 양손으론 검을 쥘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왼팔에 매달려있는 방패의 무게조차도 부담스러운 시점이었다.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오크의 상태도 썩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눈을 번뜩이는 걸 보니 분노 게이지는 아까보다 더 많이 쌓인 모양이다.


“반드시 제거한다. 살려 보내면 후환이 있을 것.”


도끼를 집어 든 녀석이 다시 달려들었다. 아까보다 속도는 떨어진 것 같았지만 특유의 육중함은 여전했다.


채앵!


횡으로 휘둘러져 들어오는 도끼빵을 마중 나갔다. 녀석도 아까만큼의 힘은 아니었지만 나 또한 한 손밖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역시나 한 손만으론 힘에 부친다. 어떻게든 한 번만 더 찌른 곳을 또 찌를 수만 있다면!


“물러서요!”


또 한 번 들려오는 이슈리아의 외침. 난 검을 물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 틈에 이슈리아가 끼어들더니 한 손을 오크의 눈가에 대고 넓게 휘둘렀다.


“내 의지에 따라 상대에게 어둠을! 뒤스테리어 마르거스!”


저게 뭐지?


그녀의 손에서 검은색의 물감 같은 것이 퍼져 나오더니 오크의 눈을 뒤덮었다. 오크는 괴성을 지르더니 눈을 막 비비기 시작했다. 여기까진 그냥 뭔가가 눈에 뿌려졌으니 익히 보일 수 있는 행동이다.


이상한 일은 그다음부터 벌어졌다. 녀석은 우리를 눈앞에 두고도 마치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했다. 간혹 도끼를 휘두르긴 했는데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어둠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 시야를 암흑으로 바뀌게 했어요. 하지만 오래가진 않을 거예요.”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미안해요. 이곳에선 이게 고작이네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투로 말했다. 정령의 도움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데 그렇게 자책하는 투로 말하지 말라고!


“정령 마법을 못 쓰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 정도로도 충분히 고마운···크윽!”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잠시나마 긴장이 풀리면서 참고 있던 통증이 한 번에 몰려온 것이다.


“으아아. 너 왼팔이 완전 엉망진창이잖아!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싸운 거야?!”


까탈스럽게 말하는 플리슈의 목소리에 어쩐지 감정적인 뭔가가 묻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그래. 그게 네가 걱정하는 방식인가 보네.


“이건 힐링포션만 가지곤 안돼!”


플리슈는 요정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 왼팔에 뿌려주었다. 회색과 녹색이 뒤섞여있는 가루였는데 나도 뭔지 잘 모르는 거다.


“이슈리아. 이 붕대로 이 녀석 왼팔 단단하게 묶어줘. 지금 뿌린 가루약이 제대로 스며들 때까진 그렇게 해놔야 해.”


이슈리아는 내가 왼팔에 차고 있던 방패를 떼어낸 후, 그 위를 붕대로 감기 시작했다. 붕대가 팔을 휘감을 때마다 통증이 몰려왔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았다. 그녀의 슬픈 표정을 보니 괜히 더 감정적으로 동요할까 봐 아프단 소릴 할 수 없었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지?’


이슈리아의 정령 마법은 이곳에선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녀석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시간이나 벌다가 여기서 게임오버라는 소리지.


내가 끌어낼 수 있는 최대의 공격력으로 관통했던 오크의 가슴 부분을 다시 한번 찌를 수만 있다면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녀석도 거기가 제일 위험하다는 것을 알 테니 호락호락 당해줄 리가 없다는 거다.


‘녀석을 낚을만한 미끼가 필요한데.’


녀석이 그 미끼를 물어도 미끼가 상하지 않기도 해야 한다.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인벤토리를 열어서 가지고 있는 품목들을 싹 훑었다.


응? 이건?


난 내용물이 담겨있는 병을 하나 꺼내 들었다. 혹시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


“타앗!”


슈칵!


바람 정령의 힘을 머금은 앰플리파이 소드가 오크의 건틀릿을 뚫고 상처를 입혔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녹색의 혈흔이 튀는 것이 확실히 피해를 줬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앰플리파이 소드의 효과로 인해 증폭된 바람 정령의 힘은 엄청난 회전속도를 가진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냈고 그야말로 닿는 것은 가차 없이 잘라내는 모습을 보였다.


[상처가 회복됩니다. 라이프 실드에 2%만큼의 에너지가 차오릅니다.]


내가 가진 소비성 아이템 중에 뱀파이어릭 포션이라는 게 있었다. 저번에 기사 한 놈을 쳐 죽이고 얻었던 것인데 복용한 상태에서 적에게 피해를 주면 피해를 준 데미지의 일정 % 만큼을 회복함과 동시에 라이프 실드라는 것에 에너지를 채워주는 옵션을 가지고 있다.


이 뱀파이어릭 포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라이프 실드. 이 라이프 실드는 내가 받는 데미지를 대신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즉, 일부러 녀석에게 공격을 허용해도 피해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오크에게 일격필살을 먹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단, 이 모든 옵션이 30분간만 지속하니 그 안에 승부를 내야겠지.


실제로 이슈리아에게 정령의 힘을 빌려 오크에게 유효타를 적중시킬 때마다 내 왼팔은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다. 지금도 통증이 있지만, 아까처럼 죽을 만큼 아픈 수준까진 아니다. 거기에 플리슈가 뿌려준 가루약의 효과도 있어서 더 빠르게 회복되는 것일 터.


오크가 끼고 있는 건틀릿 사이에서 녹색 피가 쿨럭이며 새어 나왔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양손을 다 베었는데도 도끼쓰는 솜씨가 별 차이 없는 것을 보면 괴물은 괴물이다.


서걱!


이번엔 오른쪽 무릎을 베었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을 봐선 녀석의 가죽까지 뚫진 못했다. 갑옷을 관통한 것으로 만족해선 안 된다. 유효타를 못 주면 의미가 없으니까.


오크의 도끼가 내 왼쪽 어깻죽지를 노리고 날아든다. 난 어금니를 꼭 깨문 채 방패를 들어 방패패링을 시전했다. 그나마 나아졌던 왼팔이 다시 삐걱거렸다. 그래도 녀석의 자세를 무너트렸으니 위험을 감수한 보람은 있었다.


[강타를 사용합니다. 5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방패패링 직후 3배 데미지까지 더해지면!


“이야아아압!”


푸욱!


“크와아아악!”


내 검이 녀석의 오른쪽 무릎을 다시 헤집고 들어가 가죽과 뼈를 관통했다. 이번엔 꽤 큰 데미지를 줬는지 라이프 실드의 수치가 4%나 차올랐다.


후웅!


“뭣!?”


난 반사적으로 왼팔을 들어 녀석의 주먹을 막았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가 움푹패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만 들렸으면 다행인데 이번엔 ‘빠각’하는 소리도 들렸다.


시벌. 인대나 힘줄이 아니라 아예 뼈가 부러진건가?


상상도 못했다. 오크가 무릎을 관통한 검을 뽑을 생각은 않고 내게 주먹을 날려 역습을 하다니! 이 자식도 이젠 이판사판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퍼컷! 이미 피하긴 늦었다.


“이슈리아!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령의 힘을!”


라이프 실드에 축적된 에너지를 사용할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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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죽음의 기사(1) 21.05.28 12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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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들이 왔다(1) 21.05.25 135 7 17쪽
14 위기(?)탈출과 새 장비. 21.05.24 161 7 17쪽
13 위험한(?) 이벤트 21.05.23 164 8 16쪽
1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21.05.22 169 7 12쪽
11 그녀를 경호하라 21.05.21 181 10 17쪽
10 집에 돌아갈 단서를 알다. +1 21.05.20 187 9 17쪽
9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1.05.19 188 7 15쪽
8 첫 조우. 21.05.18 208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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