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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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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20:56
최근연재일 :
2021.06.14 21: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079
추천수 :
218
글자수 :
225,324

작성
21.05.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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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협상

DUMMY

엘더 에이지를 하면서 초월자의 신체를 얻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애초 이 능력은 다회차를 하면서 승계해온 능력이니까.


그러나 내가 이 지경이 되기 직전 회차 끝물에 얻었던 능력이라 제대로 알고 있진 못했다. 적용 범위에 대해 검증을 해볼 만한 시간도 없었을뿐더러 이 능력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미리 찾아본 것도 아니었으니까.


애초 사람은 자신과 상관이 있는 것에 대해서만 우선 알아보는 습성이 있으니 당연한 거다.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그건 중요하지 않지.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은 전혀 상정하지 않았다. 초월자의 신체와 정령의 축복이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니!


즉, 비싼 돈들여 산 내 갑옷이 10분 후에 고철이 된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말은 갑옷뿐만 아니라 방패나 검도 예외는 아니라는 거고.


‘문제는 이게 피격당했을 때 무조건 적용인지 다른 조건을 만족해야 적용되는 건지 그걸 모른다는 거야.’


물론 갓겜 엘더 에이지가 무조건 적용이라는 그런 씹망 밸런스로 만들어놨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내 목을 노리는 녀석의 검무는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빨랐다. 연격 스킬을 사용하는 건 아닌데 그 못지않게 연계 동작이 물 흐르듯이 느껴질 정도였다. 나로서는 그 공격을 쫓아가며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이 힘에서 밀린다는 것은 잊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메이스를 잘도 흘려내더라.


[상태이상:부식 진행이 더욱 가속됩니다. 갑옷이 완전부식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5분입니다.]


시벌.


녀석과의 공방전 중에 갑옷을 몇 번 더 긁혔더니 부식이 더 가속화됐다. 베인 곳들을 중심으로 불그스름한 녹이 슬어있었으며, 그 녹은 눈에 보일정도로 실시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누적되면 될수록 효과가 더 흉악해지는 형태의 상태 이상인 모양이다. 보통 저런 건 독 데미지나 적용되는데 부식도 적용되는 형태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갑옷과 달리 맞부딪친 메이스가 멀쩡하다는 것?


이미 수차례 메이스로 녀석의 검과 교감을 나눴지만, 부식효과가 걸리지 않았다. 그 점을 봐선 내가 명확하게 피격판정을 당해야만 적용되는 류의 상태 이상 효과라는 거다.


그걸 알았다고 해서 이미 일이 벌어진 갑옷의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내 몸이 직접 긁히게 되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초월자의 신체가 있어서 상태 이상을 피할 수 있다는 건 아무소용없다. 어차피 칼침 한대 맞으면 상태이상이 있든없든 아픈건 똑같잖아. 상태 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검에 직접 베이고 찔렸다는 게 중요하니까.


‘후웅’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검이 자신의 존재를 과신한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장검류의 검임에도 대검과 같은 무게감과 패도적인 느낌이 가득한게 원래 저녀석도 힘으로 찍어누르는 타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나한테는 안되니까 노선을 바꿔서 대응하고 있는 걸테지.


실제로 내가 스킬이 아닌데도 알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은 전에 한번 사용한 적 있는 칼날비틀기 정도가 다거든.


[연격이 발동합니다. 둔기를 사용 중이기에 기존공격력의 70%가 아닌 원래의 90%데미지가 적용됩니다.]


메이스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스테미나가 훅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람을 가르며 녀석에게 날리는 3연속 메이스 후려치기.


요란한 금속 마찰음과 불꽃이 1초 간격으로 한 번씩 총 세 번 일어났다. 내 보라색 오러와 녀석의 시커먼 오러가 뒤엉켰다. 유지만 하고 있어도 오러 게이지가 쪽쪽 빨리는 게 느껴지는데 직접 부딪치니 무지막지하다.


그렇게 1타부터 3타까지의 연격은 녀석의 검을 후려치는 것외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데스나이트가 실력자인 것도 있었지만, 애초 나도 녀석의 무기를 목표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온 힘을 다해 휘둘렀는지 충돌 때 생긴 손 저림이 지금도 남아있었다.


언데드인 저놈은 그딴 것도 없겠지. 제길.


데스나이트가 안광을 빛내며 날 상대로 신나게 칼춤을 쳐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생각해보니 오러 기술을 모두 다 끄집어내 총력전으로 싸워보는 게 처음인 것 같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할 상황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저 효율상의 문제로 대부분은 오러 전이를 사용한 것뿐. 그나마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는 오러 게이지가 바닥에 가까워서 사용하지 못했었다.


-야, 이놈아. 젊은 놈이 왜 이렇게 힘을 못써? 빨리 끝내야 아이딘이 쉴 거 아냐!


갑자기 머릿속에 칼칼한 중년인 목소리가 울렸다. 아씨 깜짝이야!


-훌미나르,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힘 이상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루미나, 저래 가지곤 결국 아이딘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난 그꼴은 못본다! 이봐 개뼈다귀 친구. 너한테 익숙한 향기가 나는데 전격과 관련된 뭐라도 가지고 있는거냐?


아아, 역시 같은 정령이라도 버럭거리면서 꼰대 느낌나는 쪽보단 차분한 소녀가 좋구나.


그나저나 전격과 관련된 거라니? 혹시···.


난 전에 이름보다 이명이 더 인상 깊었던 기사 놈의 뚝배기를 날리고 얻었던 라이트닝 필드 스크롤에 관해 얘기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빨리빨리 말했어야지!

“물어본 적은 있고? 뭣때문에 그리 난리인진 알겠는데 억지는 쓰지 말아야지.”

-그 스크롤 당장 사용해! 그러면 녀석을 내가 붙들어 놓을 수 있다!

“아니. 그 스크롤 사용을 해도 즉발이 아닌데···.”


내 기억에 따르면 완전시전까지 5분의 시간이 필요했을 거다. 그 시간동안 저 흉악한 놈이 ‘어이쿠 기다려드리겠습니다’ 할리가 없다.


-그건 나와 아이딘이 알아서 할 거니까 빨리!


난 인벤토리에서 스크롤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 눈치없는(?) 데스나이트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기 쉽지 않아 보였다.


쿠르르르릉.


땅속에서 TNT라도 터졌는지 갑자기 땅속이 갈아엎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윽고 데스나이트가 밟고 서 있는 땅속에서 갑자기 돌로 만들어진 손이 불쑥 튀어나와 녀석의 발을 붙잡았다.


“지금이에요!”


뒤쪽에서 들려오는 이슈리아의 외침에 난 재빨리 스크롤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지체 없이 찢었다. 근거도 뭣도 없는 정령의 떼쓰는 듯한 말을 듣고하는 게 아니다. 전에 이슈리아가 했던 ‘정령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어서 하는 거지.


[라이트닝 필드가 시전 됩니다. 시전장소를 지정해주세요.]


라이트닝 필드의 범위를 표시하는 붉은 원이 홀로그램으로 보였다. 지름이 한 5m쯤 되나? 난 발이 묶여서 제대로 움직이지 녀석을 그 원의 중심에 놓고 장소지정을 끝마쳤다. 그러자 스크롤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데스나이트 주변의 땅속에 스며들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완전 시전까지 5분이 필요합니다.]


그때였다.


[외부에서 마법의 근원이 되는 원소의 요인이 개입됩니다. 라이트닝 필드가 즉시 시전됩니다.]


파지직! 지이이이잉!


하얀색과 노란색이 뒤섞인 스파크가 요란한 소리와 빛을 뿜어내며 데스나이트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다진 녀석은 그길로 데스나이트의 전신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돌로 만들어진 손은 사라졌지만 녀석은 철그럭소리를 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놈의 검보라색 안광은 몇초 간격으로 크게밝아졌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놈의 투구 안쪽에 얼굴이 있다면 아마 초조해하고 있을 거다.


‘문제는 이슈리아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느냐인데.’


솔직한 심정은 지금이라도 그녀를 막아야 하는 게 아닐까싶다. 상태가 갈수록 눈에 띄게 안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얼굴은 하얗게 질린 채 입술을 깨물고 있다. 내 몸에 닿아있는 그녀의 몸에선 전에 느꼈던 체온이 느껴지질 않았으며 하얀 목덜미와 뺨에선 식은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입고있는 블라우스가 축축해졌을 정도다.


무리하고 있으며 괜찮지 않다는 것쯤은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수준. 이제는 호흡까지 거칠어지고 있었다. 내 부축이 아니었으면 진작 쓰러졌겠지.


난 그녀가 말하는 통칭 정령마법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아까 강풍과 벼락으로 벌였던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한 건지 정도는 안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면 할수록 등가로 교환되는 자원 소모도 크다는 것도 알고. 이건 마법이고 칼질이고 스테미나냐 마력이냐 오러 게이지냐처럼 소모하는 자원의 종류만 다르지 공통적인 요소다.


이러다가는 저번처럼 마력쇼크가 오는 것은 필연이다. 혹은 무리한 대가로 다른 위험한 문제가 생긴다거나 할 수도 있다.


마나포션이라도 있었으면 걱정이 덜 됐겠지만 그건 힐링포션보다 훨씬 고가에 대도시에나 가야 있을법한 물건이다.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찾아봐야 아무 의미없지.


그녀의 몸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막아야 하지만 난 그녀를 막을 수가 없다. 이건 데스나이트를 쓰러트리고 수많은 사람을 구하기 이전에 그녀 자신이 살아남고자 하는 몸부림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저 이겨내길 바랄 뿐.


-······어리지만 용맹한 전사여.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고 도둑질까지 한 주제에 이리 필사적으로 나오다니 너무 뻔뻔하구나.

“···!”


탁하면서 높낮이가 딱히 없어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음성이 일대에 울려 퍼졌다. 웅웅거려서 선명하진 않지만 이 음성은 틀림없이 데스나이트에게서 흘러나왔다.


“이럴 수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눈으로 보지 않았다고 해서 없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편협적이고 오만한 시각에서 비롯되지. 너희들이 말하는 데스나이트나 리치 같은 존재 중엔 지성은 물론이고 대화가 가능한 개체가 간혹 존재한다.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가 그런 말을 하니까 좀 이상하게 들리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보라색 안광이 선명함을 유지한 채 똑똑하게 날 향하고 있다. 뭔가 수작을 부리려는 걸 수도 있지만 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난 초월자의 신체와 정령의 축복을 믿으니까.


-그런 나를 만난 것도 모자라 내가 기어이 말을 하게 만들다니 넌 정말 대단한 전사다.


‘이 새끼 보게?’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날 칭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전혀 아니다. 굳이 말하면 이건 상대를 칭찬하는 척하면서 자신을 높이는 고오급 언어 스킬이랄까?


“피차 바쁜데 용건이나 말하지?”


여태까지 입 꾹 닫고 있다가 갑자기 나불나불 떠드는 걸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거래를 하자.


이건 분명 호재다. 지금 시점에 거래를 하잔 소릴 먼저 했다는 것은 아쉬운 쪽이 놈이라는 소리니까.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상황에서나 그런 거다. 지금은 나도 불안요소가 많아서 대놓고 배 째라는 식으로 세겐 못 나간다. 메인퀘스트를 비롯해 이슈리아의 안위도 걸려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병신처럼 티내서 호구 잡힐 생각도 없지만.


“내가 그걸 받아들일 것 같냐? 이대로 가도 이기는 건 우리라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데?”

-거기에 있는 아가씨 목숨이랑 바꿔서 날 잡을 생각이라면 그것도 좋겠지. 그 아가씨를 포함해 도시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값이랑 바꿀 만큼 이미 죽은 내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줄은 몰랐군.


지성이 있다 못해 머리가 좋은 놈이다. 자신이 쥐고 있는 카드가 뭔지 내가 떠안고 있는 짐이 뭔지 이미 다 계산이 끝난 놈이 할 수 있는 말이거든. 뭐, 내가 메인퀘스트를 실패 해선 안된다는 부분은 절대 모르겠지만.


‘여기선 블러핑을 세게 쳐야지.’


“난 거기 사람들이 다 죽어도 상관없어. 물론 이 여자도 마찬가지고.”

-뭐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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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들이 왔다(1) 21.05.25 136 7 17쪽
14 위기(?)탈출과 새 장비. 21.05.24 161 7 17쪽
13 위험한(?) 이벤트 21.05.23 164 8 16쪽
1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21.05.22 169 7 12쪽
11 그녀를 경호하라 21.05.21 181 10 17쪽
10 집에 돌아갈 단서를 알다. +1 21.05.20 187 9 17쪽
9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1.05.19 188 7 15쪽
8 첫 조우. 21.05.18 208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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