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심으로

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20:56
최근연재일 :
2021.06.14 21: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077
추천수 :
218
글자수 :
225,324

작성
21.05.25 21:30
조회
135
추천
7
글자
17쪽

그들이 왔다(1)

DUMMY

새로 구매한 장비들을 모두 착용하고 난 남은 스킬 하나를 더 확인했다. 원래 스켈레톤이랑 죽기직전까지 싸우고 기절하면서 얻었던 스킬이었는데 경황이 없어 미처 잊고있었다. 중갑숙련이 아니었으면 훨씬 나중에 알아챌 뻔했다.


[LV3-라이프 코스트]

스테미나가 0이 됐을 때, 체력을 소모하여 움직입니다.


*일정시간마다 현재체력의 30%만큼 체력이 감소합니다.

*탈진으로 잃는 능력치의 하락폭이 30%로 감소합니다.

*강제수면까지의 여유시간이 7분으로 증가합니다.


이 스킬은 말 그대로 긴급상황에나 써먹게끔 발동하는 스킬이다. 가능하면 사용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저번같은 경우도 있으니 투자를 아예 안할 순 없는 노릇.


[스킬:라이프 코스트가 레벨 5가 되었습니다.]

[일정시간마다 감소하는 체력 수치가 28%로 변경되었습니다.]

[탈진으로 잃는 능력치의 하락폭이 28%로 변경되었습니다.]

[강제수면까지의 여유시간이 9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초월자의 신체 때문에 탈진으로 인한 능력치 감소효과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내가 필요한 건 나머지 2개 옵션이다.


그리고 남은 스킬 포인트 6개는 모두 프라키우스 오러에 투자했다.


[비전:프라키우스 오러가 레벨 10이 되었습니다.]

[오러 게이지가 400에서 550이 됐습니다.]

[오러 소모량이 1.8배로, 오러 회복률이 42% 감소로 개선되었습니다.]

[과부하 확률이 9%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름:이온

클래스:전사

레벨:40


체력:720(+50)

스테미나:250

오러 게이지:550

STR:190(+50)

DEF:150


패시브 스킬


롱소드 마스터리 6(+2)

실드 마스터리 6(+2)

대거 마스터리 3(+2)

경갑 숙련 4(+2)

중갑 숙련 10(+2)

투척 4(+2)

요리 4(+2)

야영 3(+2)

응급치료 5(+2)

프라키우스 오러[미완성] 10(+2)-(연계스킬:초감각/오러 전이)

블런트 마스터리 6(+2)

투핸디드 소드 마스터리 3(+2)

긴급수리 3(+2)

라이프 코스트 5(+2)


액티브 스킬

강타 5(+2)

긴급재난회피 6(+2)

연격 6(+2)


남은 스킬 포인트:0


*특수능력:초월자의 신체, 정령의 축복(???)


보기만 해도 배부른 것 같네. 상태 점검도 끝났으니 이제 붉은보석 감정이랑 신성 파괴잔가 뭔가 감정만 하면···.


“혹시 부탁하나만 해도 돼요?”


이슈리아의 목소리에 난 홀로그램 창을 닫았다. 길쭉하게 생긴 하얀다리가 보였지만 이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건 그녀의 약간 머쓱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사기가 따로 없네. 어째서 저런 표정에서도 좋은 그림이 나오는거야?


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자특유의 은근한 애교스러운 표정있잖은가? 지금 이슈리아가 딱 그 표정이다. 자기딴에는 머쓱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것뿐일텐데 말이다.


일단은 모르는 척하고 고개를 끄덕여본다. 그나저나 무슨 부탁인데 그러지? 괜시리 불안해지네.


“필요한 물건을 하나 발견했거든요. 한데 가격이 얼마나될지 몰라서 혹시나 부족하면 돈을 좀 빌려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건데?”


바닥에 마주 앉아있던 이슈리아는 카탈로그의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운수좋은날]

알 수 없는 과거,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정령과 만나 운수대통했다며 그걸 기념하여 만든 귀걸이.


*일정 주기마다 20%확률로 정령이 2배만큼 강해진다.

*정령 강화가 활성화됐을시, 마력소모량이 25%증가. 스테미나와 체력이 일정시간마다 감소. 방어력이 50%감소.


···아이템 이름이 설렁탕 땡기게 만드는 이름이다. 그래도 그렇지 제목과 스토리의 반어법과 모순의 컨셉까지 그대로 가져오다니 너무하는군.


붙어있는 옵션을 보라. 착용자에게 이점이 있긴 한데 그걸로 잃는 것이 더 많다. 돈 주워서 운 좋다고 기뻐하며 설렁탕 사왔더니 부인이 죽어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걸 사겠다고 하고 있는 이슈리아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뭐,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까 저러는 거겠다만은 내 입장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


“이 장신구는 아무리봐도 운수보다 불운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왜 사겠다는거야?”

“당신, 그때의 추적자를 포함해 앞으로 더 위험할 일이 많을 것을 염두에 두고 좋은 장비들을 산 거죠? 그렇다면 나도 더 강해져야한다고 생각했을뿐이에요. 최소한 발목은 잡지 말아야하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강해지는 방법으로 하필 저런 운빨존망템을 선택한 건지를 묻는건데.’


실제 그녀가 고른 것외에 안정성과 여타 부가옵 괜찮은 것들이 제법 있었다.


“정령마법의 공격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이걸 쓰다가는 몸이 안 남아나지 않을까?”

“정령들의 보호를 뚫고 날 공격할 수 있을 정도의 상대라면 안정성은 의미가 없어요.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공격으로 확실하게 상대를 없애는 게 낫죠.”


틀린말은 아니다. 나같아도 방어구나 별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으면 공격력에 몰빵했을 테니까. 어디를 어떻게 봐도 논리적으로 반박할만한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의 뜻대로 해줘야할 듯 싶다.


‘하지만 그냥 빌려주면 뭔가 손해보는 기분인데. 뭔가 건질게 없···아!’


정신없는 상황에서 스쳐지나가듯 들었던 말이지만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슈리아가 빚하나 더 진거라고 했던 말을 말이다.


“좋아. 이걸 구입할 수 있게끔 도와줄게. 단, 돈을 빌려주는 건 아냐.”

“그럼?”

“저번에 빚 하나 더 졌던거, 그걸 까는 걸로 하자고.”


그녀는 눈을 껌뻑껌뻑거리더니 조심스레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어, 음···그거 그냥 해본 소리였는데요. 처음 야영했을 때 당신이 서로 빚진 거니 뭐니 한 말이 생각나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서···.”

“······.”


졸지에 나만 이상한 놈이 됐다. 하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무안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지하실 밖에서 플리슈의 빼엑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이 네크로필리아가! 나한테 도대체 뭘 가져온 거야!”


***


플리슈가 난리를 친 원인은 바로 감정을 맡긴 붉은 보석이었다. 그 붉은 보석은 내가 싸웠던 스켈레톤 중 한 녀석의 몸 안에서 나온 것이다.


아마 3번짼가 4번째에 만났던 녀석으로 가장 쉽게 이겼던 기억이다. 온갖 디버프 오라를 발산하는 녀석이었는데, 초월자의 신체가 있는 내겐 아무런 영향도 못 끼쳤거든.


나라서 쉽게 이긴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가장 지옥이었을걸?


여하튼 그놈을 때려 부수고 나니 그런 게 튀어나왔다. 난 당연히 전리품으로 챙겨온 거고.


“진정해 플리슈. 울지 말고 말해봐.”

“내가 지금 안 그러게 생겼어?! 여기엔 위치추적마법이랑 언데드 강화마법이 걸려있다고! 위치추적마법이 걸린 이유가 뭐겠어? 이 보석을 찾으러 올 주인이 있다는 소리잖아! 아아, 어쩌지? 이미 이곳으로 오고 있을지도 몰라.”


플리슈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싼 거로 생각해 팔아먹으려고 가져왔더니만 다 틀렸네.


난 이슈리아를 쳐다봤다. 이슈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야 일개 전사니 마법에 대해 모르지만,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그녀도 몰랐다니 그건 좀 의외다. 하긴 내가 전사라고 모든 전사기술에 대해 다 아는 게 아니듯 그녀도 마찬가지겠지.


“난 당장 여기를 떠나야겠어. 너희도 험한 꼴 보기 전에 그거 당장 가져다 버리고 여길 벗어나는 게 좋을···.”


땡땡땡땡!


갑작스레 울려 퍼지는 종소리. 이건 도시경비대에서 사용하는 경종이다. 도시 전체에 큰일이 생겼을 때 아니면 들을 일이 없는 소린데?


난 황급히 지하실을 빠져나와 가게밖으로 나왔다. 플리슈의 가게 주변은 목이 좋은 곳은 아니라 바쁠시간대에도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곳곳에 보이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그런데 어수선함의 종류가 그룹마다 조금 달랐다.


“큰일이다! 도시로 썩은 시체들과 뼈다귀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봐! 로날드! 도적을 혹시 잘못말한 거 아냐?”

“무슨 소립니까? 지금 초소쪽에서 막들은 소식이라고요. 전 병력은 소식듣는대로 복귀하라십니다!”

“이런제길. 비번날렸네. 한적한 동네에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얼른 막사로 복귀하자고!”


그렇게 말하며 헐레벌떡 뛰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시체랑 뼈다귀? 저게 뭔소리야?”

“글쎄. 그러고 보니 어린시절에 할머니가 머리맡에 앉혀놓고 해주셨던 옛날얘기에서 들어본 것 같긴 하구먼.”

“장의사가 많이 필요하겠어. 뼈다귀는 도시 내에 있는 개들을 몽땅 풀어서 보내면 되려나?”


무슨 옛날이야기로 치부하며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위험 앞에서도 저리 의연하게 농담을 할 수가 있다니 이곳사람들은 정말 다르긴 다르네요.”


뒤따라나온 이슈리아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내 눈에는 그냥 뭣도 몰라서 저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여자 단단히 착각하고 있구만.


무지에서 오는 공포의 마비랄까? 혹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솔직히 도시 안에서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평생 언데드와 마주칠 일이 뭐 있겠는가?


그들에겐 언데드가 몰려온다보다 이웃영지의 군대나 도적떼가 몰려온다는 게 더 위험으로 인식될 거다. 겪어본 위험이 그것들뿐이니까.


“아아, 상대가 먼저 움직이다니···이젠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게됐어.”


다시 노인의 모습을 한 플리슈가 자리에 풀썩주저앉으며 말했다. 하얗게 타버려서 영혼이 탈주해버린 모양새다.


“정령들이 말하길, 이미 도시 지척까지 왔다고 하네요. 성문은 모조리 폐쇄됐고요.”

“야, 플리슈. 정신 좀 차려봐봐.”


짝짝!


난 자세를 낮추고 플리슈의 뺨을 양손으로 짝소리가 나게 몇번 두들겼다. 거참. 우둘두툴한 거목껍질 같은 게 진짜 노인 같구만.


“핫? 뭐, 뭐야! 숙녀의 얼굴에 함부로 손이나 대고!”

“노인네 모습으로 그런말하지마라. 미친사람 소리 들어. 그것보다 지금 언데드들이 몰려오는 게 이 보석때문이라고 생각하냐?”

“···걸려있던 마법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봐.”

“그래? 그렇다면···.”


[메인퀘스트의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메인퀘스트:고향으로 가는 길1-방어전]

왜곡된 어둠을 부리는 자로부터 그녀가 [본연의 파편]을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슈리아, 플리슈는 살아남아야 합니다.

*도시 전체 면적의 50% 이상이 점령당해선 안 됩니다.


완료보상:베로니아의 책.


‘시발. 이슈리아가 파편수집에 성공했는데도 퀘스트 클리어 메시지가 안 뜨더니만 이래서였나?’



***


에이라함 성벽 위,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붉은색 서코트를 걸친 기사 2명이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코트에 새겨진 푸른방패는 그들이 프란텔 백작가문의 기사임을 뜻했다.


“에론도 경, 백작님께서 구원군을 보내실 때까지 저희가 버틸 수 있을까요?”


에론도의 부관인 란페르트가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그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에이라함 성벽너머에 있는 가도와 평야를 뒤덮고 있는 까만 점들. 그것들은 죄다 언데드였다. 못해도 수천의 군세인 놈들은 구울과 스켈레톤으로 주로 이뤄져있었는데, 간혹 아예 생김새가 다른 처음 보는 개체인 녀석들도 눈에 띄었다.


‘이 정도인 줄도 모르고 처음 보고를 받았을 때, 무슨 헛소리를 하냐며 성벽에 올라갔었지.’


란페르트는 그때 일이 떠오르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하! 기껏해야 손톱 기른 시체랑 바람을 너무 맞아 풍화된 뼛조각들인데 무슨 걱정인가? 이곳엔 성벽과 함께 백작님이 자랑하는 용맹한 병사 1000명이 있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건 나, 붉은 벼락 에론도지. 이 정도면 다 이긴 전투라고 생각하지 않나?”


산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색과 똑같은 색의 머리카락을 한 에론도가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신감 과잉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어투, 곱슬한 머리와 날카로운 인상은 그가 자존심과 아집이 강한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에론도 스컬. 통칭 붉은벼락 에론도.


그는 에이라함을 지키는 수비대 대장으로 프란텔 백작에게 직접임명받아 이곳에 온 기사였다.


비록 작은 도시지만 백작령의 관문역할을 하는 중요거점. 백작이 데리고 있던 젊은기사들 중 열손가락안에 들어가는 실력이 있는 그가 상비군을 이끌고 이곳에 부임한 것은 따지고보면 정해진 필연이었으리라.


실제로 성벽을 따라 일정간격으로 쭉 늘어서있는 병사들의 모습에선 긴장감은 있을지언정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에론도 스컬이 있던 전장은 늘 아군이 승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그래서 그는 비번인 병사들에게 복귀명령까지 내려놓은 상태였다.


“쯧. 경은 다 좋은데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많아. 저놈들에게 공성병기가 있나 뭐가있나? 그런 놈들이 숫자가 많아봐야 할 수 있는거라곤 성벽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벽이나 긁어대는것뿐이야. 우린 여기서 활이나 쏘고 투석기로 돌이나 날리면서 성문이나 안 뚫리게 지켜보면 돼.”

“하지만 에론도 경께서도 아시다시피 전투에선 늘 변수가···.”

“거참 말많네. 정 마음에 걸리면 도시 경비대와 용병들은 자네가 알아서 준비시켜놓게.”


란페르트는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오른손주먹을 왼쪽가슴에 대보이고는 성벽아래로 사라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성문입구쪽이 소란스러워졌고 이내 방어선이 형성됐다. 근접무기를 사용하는 도시 경비대와 용병들이 격자형 목책과 마름쇠 등을 앞세워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반면 원거리 공격수단이 존재하는 자들은 모두 성벽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언데드들이 활과 석궁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전원 화살일발 장전!”


에론도가 검을 치켜들며 외치자 활시위와 당겨지는 소리와 석궁이 장전되는 소리로 주변이 가득찼다. 누군가는 입술을 깨물고 또 누군가는 오한을 느끼며 몸을 살짝 떨었다. 전투개시를 코앞에 둔 모두의 신경줄은 당겨진 활시위만큼이나 팽팽해져있었다.


“발사!”


치켜든 검끝이 성벽너머로 향하자 팅! 혹은 파앙!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나왔다. 쐐에에엑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뒤덮은 화살은 이내 굵은빗줄기가 내는 소리보다도 무겁고 공포스럽게 지상으로 날아들었다.


퍼퍼퍽! 퍼억! 빠각!


수많은 화살은 자비없이 구울과 스켈레톤을 덮쳤다. 머리를 제대로 꿰뚫려 그대로 몸을 바르르 떨며 땅바닥에 쓰러진 구울을 제외하곤 나머진 모두 발걸음을 멈추지않았다.


두개골이 꿰뚫렸든, 어깨뼈가 박살났든, 신체 어디가 꿰뚫려 내용물을 질질 흘리고 있든간에 놈들은 오로지 진격할 뿐이었다.


“파이어볼!”

“익스플로젼!”

“아이스 미사일!”


이어지는 공격은 화려함속의 강력함을 상징하는 마법.


이글거리는 불덩어리는 구울들을 태우고 녹였으며, 익스플로젼은 놈들의 썩은 살점과 핏물, 뼈조각으로 폭죽놀이를 했다. 그나마 미관상 가장 나은 게 아이스미사일을 맞고 얼어서 깨져버리는 모습이었으니 말 다한셈이다.


사방에서 단백질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자 성벽위에 있는 모두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야말로 부관참시의 현장.


죽지않는 자들이 모여있는 곳이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에론도 경, 생김새가 다른 개체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니 2차 사격은 놈들에게 하게 해주십시오!”


란페르트의 말대로 화살사거리의 끄트머리에 걸릴만한 곳에는 복부 혹은 등짝이 통통하게 부풀어올라있는 구울과 회색빛깔의 스켈레톤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눈앞에 확실하게 보내버릴 수 있는 놈들을 놔두고 사거리에 닿을 듯 말 듯 한 녀석들에게 화살을 낭비하라는 건가? 그건 안 될 말이야. 허가할 수 없네.”

“하지만!”

“명령이야.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게. 궁수대는 전원 2차 사격 발사!”


이후로도 란페르트는 집요하게 에론도에게 사격허가를 받아내려 했다. 그러나 그의 아집은 조금의 빈틈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는 동안 궁수대는 4차 사격까지 끝냈다. 구울과 스켈레톤의 수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었지만, 란페르트가 언급한 개체들은 건재한 상태로 150m 이내까지 접근했다.


그때였다. 갓 20살이나 됐을법한 예쁘장한 청년이 성벽위로 한걸음에 올라왔다. 길을 막아야 할 병사들이 있었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죄다 거적때기마냥 땅바닥에 엎어져있었다.


“넌 누구냐! 여긴 아무나 함부로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청년은 란페르트는 무시하고 에론도에게 다가가더니 냅다 죽빵을 날렸다. 에론도도 청년을 인지하고는 있었기에 건틀릿을 낀 손으로 막아냈다.


콰앙! 끼이이익!


‘어?’


막아냈다. 막아는 냈는데···왜 몸이 허공에 떠있지?


에론드는 붕떠서 뒤로 5m이상을 날아가 땅바닥을 굴렀다. 그가 끼고 있던 건틀릿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치즈에 주먹질을 한 것마냥 움푹패여있었다.


“야 이 병신새끼야! 여기 있는 수천 명을 전부 저 새끼들한테 먹이로 던져주려고 작정했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6.15 73 0 -
공지 안녕하세요. 연재주기 안내입니다.(__) +2 21.05.13 136 0 -
35 두 번째 파편 21.06.14 38 1 11쪽
34 고대의 흔적(3) 21.06.13 35 1 11쪽
33 고대의 흔적(2) 21.06.12 42 1 12쪽
32 고대의 흔적(1) 21.06.11 52 2 12쪽
31 검의 수호자(3) 21.06.10 46 2 12쪽
30 검의 수호자(2) 21.06.09 63 1 12쪽
29 검의 수호자(1) 21.06.08 75 1 13쪽
28 앰플리파이 소드(2) 21.06.07 58 2 12쪽
27 앰플리파이 소드(1) 21.06.06 73 4 12쪽
26 앞날을 위한 선택 +1 21.06.05 84 5 12쪽
25 전쟁병기의 역습 21.06.04 84 4 13쪽
24 북쪽으로(2) 21.06.03 95 6 15쪽
23 북쪽으로(1) 21.06.02 105 7 15쪽
22 전직(2) +1 21.06.01 105 5 14쪽
21 전직(1) 21.05.31 111 5 14쪽
20 협상 21.05.30 125 6 12쪽
19 죽음의 기사(2) 21.05.29 129 6 16쪽
18 죽음의 기사(1) 21.05.28 123 6 13쪽
17 무너지다 21.05.27 129 6 15쪽
16 그들이 왔다(2) +1 21.05.26 137 6 13쪽
» 그들이 왔다(1) 21.05.25 136 7 17쪽
14 위기(?)탈출과 새 장비. 21.05.24 161 7 17쪽
13 위험한(?) 이벤트 21.05.23 164 8 16쪽
1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21.05.22 169 7 12쪽
11 그녀를 경호하라 21.05.21 181 10 17쪽
10 집에 돌아갈 단서를 알다. +1 21.05.20 187 9 17쪽
9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1.05.19 188 7 15쪽
8 첫 조우. 21.05.18 208 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