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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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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20:56
최근연재일 :
2021.06.14 21:3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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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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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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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앰플리파이 소드(2)

DUMMY

“미안해요. 많이 힘들죠?”

“헉헉. 너무 중의적인···헉헉. 질문 같지 않아?”


등에 업혀있는 이슈리아가 무거워서 힘드냐는 건지 아니면 체중을 그대로 받아가며 절벽을 오르는 이 상황 자체가 힘들다는 건지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


50kg쯤 되는 부피큰 짐덩어리를 등에 짊어진 채 절벽을 수직으로 밟고 올라가는게 어디 보통일인가?


쌀포대 하나와 같은 무게인 20kg짜리 군장을 짊어지고 행군도 죽을둥살둥하며 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그 2배가 넘는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내가 믿기질 않는구만.


이슈리아는 날 힘들게 할 순 없다며 업히는 것을 몇번이고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런 그녀를 업히게 하기위해 그녀의 논리적인 성격을 이용해야만 했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고 다른 뾰족한 수가 없음도 각인시킨 거지.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야. 힘내라구.”


플리슈가 옆에서 열심히 날개짓을 하며 격려했다. 업고 있는 이슈리아를 밧줄로 묶어서 내게 고정시켜준 것은 다름 아닌 그녀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뭔가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등에 업힌 이슈리아를 밧줄로 묶어 고정시키는 내용 중에 장난거리라고 할 만한게 있었던가? 단순히 기분탓인지도 모르겠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밧줄을 풀고 이슈리아를 자유롭게 해줬다. 그리고 난 곧바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맙고 미안해요. 나 때문에···.”


이슈리아가 누워있는 내 옆에 나란히 앉아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노을을 등진 그녀의 모습은 굉장히 반짝였다. 특히 붉은빛을 머금은 채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은색머리칼은 굉장히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당신 잘못이 아냐. 그래도 정 마음에 걸리면 나중에 배로 활약해주면 돼.”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하늘로 향했다. 땅거미가 지는 와중이라 그런지 불그스름하게 변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저런 풍경은 원래 세상이나 이곳이나 마찬가지로 아름답구나.’


이렇게 높고 탁 트인 곳에 누워 노을을 보는 것도 어찌보면 참 사치스러운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고생한 내게 자연이 내린 보상 같은 거라고 봐도 될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생해가며 산정상에 올랐을 때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마 그런 쪽이리라.


“와, 붉은 케러모아로 만든 가루를 요정의 가루와 섞어서 흩뿌리면 딱 저런 모습이겠다!”

“아하하. 전 붉은 진주스프를 보는 것 같았어요.”


플리슈와 이슈리아가 노을이 진 하늘을 보며 담소를 나눈다. 아아,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딘 상태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평화로운 모습이다.


어느정도 숨을 고른 난 몸을 일으켜 플리슈가 봤다는 건물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회색빛이 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기둥은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서 있었다. 확실히 이곳엔 뭔가가 있긴 했던 모양이다. 기둥도 기둥이지만 절벽 위에 이리 잘닦인 장소가 있다니 아무리봐도 이질적이잖아?


“이온. 이 기둥은 포보르 신들이 많이 사용하던 것과 닮았어. 가장 큰 특징이 이 회색빛과 깎아서 틈새를 만들어놓은 표면이야. 그들은 이 표면 어딘가에 장치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해.”


그렇다면 표면을 조사해보면 뭔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군. 한데 이상하다? 이벨 신들이 만든 장비가 숨겨진 장소인데 왜 플리슈의 입에서 이벨 신들이 아닌 포보르 신들이 언급된 걸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1.포보르 신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이벨 신들이 일부러 포보르 신들이 만든 것처럼 만들어놨다.

2.포보르 신들이 그 검을 빼앗아 이벨의 신들이 되찾지 못하게 직접 감추었다.


어느쪽일지는 시간이 알려줄거다.


나와 일행은 모두 기둥표면을 만져가며 조사를 시작했다. 나와 이슈리아는 아래쪽 손이 닿는 지점까지, 손이 닿지 않는 곳은 플리슈가 맡아서 했다.


달칵.


파앗.


“···이, 이건!”

“마법진?”


땅바닥에서 갑자기 회색빛이 뿜어져 나오며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도 알 수 없는 형이상학적 문양과 문자. 엘더 에이지에서 마법사로 플레이해본적은 없지만 커뮤니티에 나도는 사진으로 마법진은 제법 봐온 나다.


한데 이런형태의 대단위 마법진은 본 적이 없다. 플리슈가 그랬지. 인간은 마법을 훔쳐와서 쓰고 있다고. 그것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을 말이야.


말하자면, 지금 눈앞에 있는게 제대로 된 원조고 그간 내가 알고 있던게 불완전한 것들이라는 거지.


뿜어져 나오던 회색빛이 우리를 감싸더니 이내 시야까지 가렸다. 순간 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이라고 했지만 그 시간은 5초는 됐던 것 같다.


“여긴?”


가려졌던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보이는 것은 폭이 50m도 넘어보이는 드넓은 공간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쭉뻗은 길이었다. 길의 좌우에는 마법으로 추정되는 불빛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포보르의 이동마법이 우릴 이리로 데려왔나봐.”

“마법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군요. 정령으론 할 수 없는 일인데 놀라워요.”


플리슈도 이슈리아도 호기심에 눈을 빛내며 사방을 살피고 있었지만 직접움직이거나 하진 않았다. 무슨 장치가 되어있을지 모르는 낯선곳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건 자살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리라.


그나저나 포보르의 이동마법이라. 이러면 생각했던 가능성 중 후자가 정답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단순히 위장을 하기 위함이었다면 굳이 주특기도 아닌 마법을 이용했을 것 같지 않거든.


주특기가 아닌 것을 어설프게 이용하면 오히려 적에게 빌미를 주는 법이다. 그런 바보짓을 중요한 물건을 숨기면서 했을리가 없잖아.


“내가 앞장설게.”


초감각을 가능한 바짝 끌어당긴 후 발을 내딛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가장 생존률이 높은 내가 앞장서는 게 맞았다. 수틀리면 플리슈가 비싼 비약이라도 꺼내서 살려주겠지 뭐. 설마 친구를 죽게 그냥 놔두겠어?


터벅터벅. 자박자박.


나와 이슈리아의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이곳이 정확히 어디에 존재하는 공간인진 모르겠지만 폭이 넓은만큼 천장높이도 상상이상으로 높은 모양이다.


“이온, 저길봐!”


플리슈가 소리치며 가리킨 곳에는 낮은 높이의 제단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정중앙에 수직으로 꽂혀있는 롱소드 비슷하게 생긴 검 한자루.


그렇군. 저게 그 앰플리파이 소드인가 뭔가 하는 검이겠네.



***


제단에 꽂힌 검은 이벨 신들이 만들었다는 물건인 것치고는 평범한 생김새였다. 검신에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있는 것과 롱소드보다 약간 짧은 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검 그 자체였으니까.


서브컬쳐 같은 곳에서 나오는 전설의 검의 대명사인 엑스칼리버처럼 외양이 멋있다거나 영험하게 생겼다거나 하는 것관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래도 상황자체는 꼭 엑스칼리버를 뽑기전과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 흥미진진하다.


“꽤 오랜시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곤 상태가 좋아보여요.”

“우음, 그런데 이거 어떻게 뽑는거야? 제단을 부수기라도 해야하나?”


검 주변을 날아다니던 플리슈가 제단에 내려앉으며 말했다.


“자격이 있는자만이 뽑을 수 있는 형태일 것 같은데.”

“와, 제법 그럴싸한 것 같아. 이온은 용케 그런 생각을 했네?”

“아는 전설 중에 그런 내용의 전설이 있거든.”


난 검 손잡이를 붙잡고 힘을 주어 잡아당겨보았다. 역시 꿈쩍도 않는···.


파지직!


갑작스런 이상반응에 난 황급히 손을 뺐다. 손을 뺐음에도 검 주변에선 여전히 스파크 비슷한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진짜 주인을 고르는 검이라도 되는 건가? 그렇다면 이리 까탈스럽게 구는 게 이해가 된다.


그게 아니라면 포보르 신들이 뭔가 수작을 부려놓은 것이라고 봐야겠지.


[상태이상:영원한 암흑에 걸렸습니다. 이벨 신의 축복을 받기 전까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됩니다.]

[상태이상:거울의 환영에 걸렸습니다. 이벨 신의 축복을 받기 전까지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그 이후에도 듣도보도 못한 상태이상들에 걸렸다는 메시지가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초월자의 신체가 활성화 됩니다. 모든 상태이상에 대해 내성이 적용됩니다.]


이어지는 메시지는 각 상태이상이 온전히 적용될 때까지 30%의 내성수치가 남았다는 문구였다. 다만, 평소와 약간 다른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검을 뽑으면 적용된 상태이상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검 자체에 마법을 걸어놓은 게 아니라 검이 꽂혀있는 제단에 트리거가 되는 마법을 심어놓은 모양이다. 검을 뽑아야 상태이상이 사라진다고 했으니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것뿐이다.


“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


사실 별 일 아닌건 아니지만 우선은 아무 일 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하자. 어차피 이슈리아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어휴. 이온 너랑 같이 다니니까 내가 더 조마조마해. 앞으로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란 거 아닌가 모르겠어.”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플리슈. 앞으로 잿빛의 기사도 만나고 그럴텐데 그때가서 우는 소리하기엔 너무 늦잖아.


‘그나저나 이거 어떻게 뽑아야 하는 거야?’


일단 힘으로 뽑으려고 했던 것은 실패했다. 초월자의 신체가 없었으면 덕지덕지 떠안은 상태이상에 벌써 폐인이 됐을 터.


“플리슈, 혹시 뭐 아는 것 없어?”

“나한테 물어도 말이지···난 이 검의 존재도 몰랐다고.”


딱히 소리높여 말하진 않았음에도 공동(空洞)은 떠나갈 것처럼 울렸다. 꼭 자신은 죄가 없다며 필사적으로 항변하는 피고인 같았다.


“그래도 굳이 말할만한 게 있다면 이 검이 왜 여기에 있어야 했을까 하는 이유정도?”

“왜 여기에 있느냐라···.”

“이 검이 없다고 이벨의 신들이 포보르 신들에게 밀렸을 것 같진 않거든. 실제 당시 양 세력의 힘은 호각이었다고 알고 있어. 포보르의 신들도 그건 알았을텐데 왜 굳이 이걸 여기에 가져왔을까?”


진짜 그런 사연이 있다면 이 검을 뽑을 수 있는 힌트가 있을지도 모르지.


내가 플리슈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슈리아는 검앞에 한쪽 무릎만 꿇고 앉은 채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녀라면 나나 플리슈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리 세명은 각자의 관점이 명확하게 다른 편이다. 플리슈는 아예 종족이 달라서고 이슈리아는 정령술사이자 다른 세상사람이라서다. 나? 나도 다른 세상사람이자 이 세계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큰 그림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세 사람이 모두 가진 지식과 사고관념이 명확하게 다르니 나오는 말도 다를 확률이 매우 높았다.


“좀전에 자격에 관해 얘기했었죠? 그렇다면 이 검을 만든사람과 연관이 있는 뭔가가 필요하거나 한 건 아닐까요? 요정님의 말을 참고해서 생각해보면 이 검은 자체가 특별하다기보다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르죠.”

“자격을 증명할 만한 상징이나 혹은 해당하는 인물이 필요한 거 아닐까 하는 거지?”

“맞아요. 정령술사들이 자신의 자격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상징이라.


이 검에 어떤 상징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벨의 신들은 아마 이 검을 되찾으려고 했을 거다. 그 상황에서 내가 포보르 신의 입장이라면···.


‘그렇구나. 이것 자체를 미끼로 쓴 거야.’


이 검을 되찾으러 오는 자들은 모두 이벨의 신들에 속한 자들. 그들을 함정에 빠트려 쓸어 담기 위함이리라. 마법은 거기서도 어중이떠중이를 걸러내기 위함이고.


즉, 이벨의 신들에게 인정받은 알맹이들을 노리기 위함이다. 상징이 있다는 건 그것 자체로 자격을 증명하는 걸 테니까. 그리고 그런 상징을 아무한테나 주진 않지.


한데 나한테 상징이라고 할 만한 게 있나?


이건 이벨 신들의 물건. 그런 물건에게 상징 혹은 해당하는 인물이라고 할만한 거라면···.


난 손에 끼고 있는 건틀릿을 쳐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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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들이 왔다(1) 21.05.25 135 7 17쪽
14 위기(?)탈출과 새 장비. 21.05.24 161 7 17쪽
13 위험한(?) 이벤트 21.05.23 164 8 16쪽
1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21.05.22 16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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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1.05.19 188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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