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심으로

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태월영
작품등록일 :
2021.05.12 20:56
최근연재일 :
2021.06.14 21: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5,080
추천수 :
218
글자수 :
225,324

작성
21.05.22 21:30
조회
169
추천
7
글자
12쪽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DUMMY

끼이익!


단단한 것이 휘어지는 소리가 원형극장을 가득 채웠다. 내 창대가 스켈레톤의 팔뚝을 후려치면서 발생한 소리다. 왜 이런 소리가 나느냐면 지금 상대하는 녀석이 스켈레톤이지만 스켈레톤에서 벗어난 놈이기 때문이다.


강철변화.


내 눈앞에 있는 스켈레톤의 강화특성으로 전신을 강철로 만든다. 그래서 둔기로 후려쳐도 쇠파이프 휘어지는 소리밖에 안나는 거지.


갑옷이나 무기를 들고 있진 않지만 오히려 앞서 싸운 놈들보다 더 까다로운 녀석이다. 강철같은 골격을 바탕으로 공격과 방어, 회피를 함께하고 있다보니 대응이 굉장히 빠르거든.


실제 유효타라고 볼만한 것을 최초로 때려넣은 것도 좀전이다. 역시나 마지막 남은 한마리다운 실력이야.


후웅!


휘어진 팔뚝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내가 창대를 휘두를 때 나는 소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나라도 온전하진 못할 거다.


숙인 상체 위로 순간 강렬한 바람이 지나갔다. 녀석의 손길이 내 머리카락을 훑었는지 뭔가가 닿는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 날아드는 무릎차기!


파캉!


‘큿!’


창대를 내밀어 무릎차기를 막아냈지만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라 팔이 벌벌떨리며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불안정한 자세에선 뛰어난 힘 스탯을 100% 발휘하기 힘들어서다.


스켈레톤은 그 기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날 물고 늘어졌다. 휘어진 팔뚝으로 주먹질을 못하게 돼서일까? 이젠 안쪽으로 파고들어 양팔꿈치로 공격한다. 팔꿈치와 창대가 충돌할 때마다 쾅쾅쾅쾅 하는 소리가 귀를 강타한다. 완전한 인파이터의 싸움방식.


빠각!


녀석의 오른무릎이 내 복부를 파고들었다. 뱃속에서 성난황소가 난동을 부려 엉망진창을 만드는 기분이다. 분명 오른발이 앞에 나와있어서 왼쪽무릎이 날아들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날 공격한 건 오른쪽 무릎이었다.


설마 공격직전에 스텝을 바꾼건가!


의지와 상관없이 날아간 몸은 땅바닥을 굴렀다. 입안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욱씬거리는 통증이 엄습했다.


망할. 내장이 상한 것도 모자라 갈비뼈에 금이간 모양이다. 좀전 한방에 체력이 100이나 빠졌고.


그렇다고 누워서 바닥을 구르고 있을 시간은 없다. 상대는 죽음의 공포나 자비의 감정을 모르는 언데드다. 상대가 여자든 남자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 죽이려고 달려든다. 링위의 시합처럼 형편을 봐줄리는 없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복부쪽 옷안에서 뭔가의 파편들이 돌아다녔다. 그동안 장비하고 있던 갑옷이 결국 한방에 간 모양이다. 갑옷이 없었으면 서있지도 못할뻔했네.


난 마침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던 구겨진 방패를 집어들었다.


[오러전이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지정해 주세요.]


지정대상은 방패다. 오러 게이지가 줄어들며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섬짓한 감각이 몰려왔다.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한쪽 발을 들어 세게 땅바닥을 내리치며 쓰러지는 것을 막았다.


그래. 오러 게이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건 명백히 무리하는 거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한번만 더 녀석의 주의와 자세를 흐트러트릴 수만 있다면!


“맞아라!”


난 방패를 원반처럼 날렸다. 보라색 오러를 머금은 방패는 흉흉한 기세로 스켈레톤을 향했다. 녀석은 양팔을 얼굴 앞에 세우더니 가드자세를 취했다.


콰앙하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방패는 튕겨나가서 한쪽 벽에 틀어박혔지만 양팔에 움푹 패인 자국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녀석은 양팔로 가드를 하느라 신경을 기울인 탓에 하체쪽이 비게됐다. 난 그틈을 놓치지 않고 창대를 내질렀다. 스켈레톤이 반사적으로 한쪽 다리를 들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 무에타이 해골새끼야.


[강타가 발동합니다. 50% 추가데미지가 적용됩니다.]

[연격이 발동합니다. 둔기를 사용 중이기에 기존공격력의 70%가 아닌 원래의 90%데미지가 적용됩니다.]


콰앙! 끼이익!


첫번째 타격에 금속충돌음이라고 하기엔 뭔가를 폭발시키는 소리에 가까운 굉음이 터져나왔다. 스켈레톤이 방어를 하느라 들이밀었던 다리가 심하게 휘어졌다. 강타가 적용되니 파괴력이 다르긴 다르다.


2타와 3타도 같은 곳을 반복해서 노리고 들어갔다. 이미 휘어진 부분을 가격하는거라 강타가 사라졌다고 해도 효과는 충분했다.


덜그럭. 쿵.


완전히 휘어져 제 구실을 못하게 된 다리 탓에 녀석은 강제로 무릎을 꿇어야했다.


“강타!”


창대에 강타특유의 무형무색 기운이 실린다. 그때였다.


[스테미나가 0이 됐습니다. 스테미나 과다사용으로 탈진상태로 전환됩니다.]

[10초 후,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5분 이내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강제 수면으로 전환됩니다.]


10초 안에 모든 것을 건다!


난 창대를 움켜쥔 손에 모든 힘을 집중해 풀스윙으로 휘둘렀다. 스켈레톤의 뚝배기가 금속특유의 광택을 내며 날 쳐다보고 있다. 턱뼈가 덜그럭거리는 것을 보니 뭔가 시부리고 있는 것 같다. 언데드니 살려달라거나 하는 건 아닐 터.


놈도 그냥 당하진 않겠다는 듯 양팔로 가드자세를 취했다. 스켈레톤이 막고 살아남으면 내 패배, 막지 못하고 뚝배기가 찌그러지면 내 승리.


연격을 사용했을 때의 첫타보다 더 큰 소리가 원형극장을 가득 메웠다. 당연하다. 연격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기본데미지가 더 높을 테니까.


스켈레톤의 몸체가 허공에 들려 5m정도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쳐박혔다. 뒈진 건가?


‘시발.’


스켈레톤이 덜그럭거리며 움직인다. 양팔은 못 쓰게 될 정도로 구겨진 것 같긴 한데 머리통과 몸통은 온전하다.


[상태이상:탈진이 활성화됩니다. 지금부터 모든 능력치가 절반으로 감소 됩니다.]

[초월자의 신체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상태이상에 대한 내성이 적용됩니다. 능력치 감소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엥? 이런 상태이상에도 내성이 적용된다고?


불행 중 다행이다. 아직 안 뒈진 저새끼를 끝장낼 수 있겠어.


그렇지만 강제 수면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것을 봐선 그것까지 막아주진 못하는 모양이다.


난 바닥에서 빙빙돌며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스켈레톤을 마무리를 짓기 위해 움직였다. 능력치는 온전했지만 발걸음은 굉장히 무거웠다. 거짓말 좀 보태서 땅속에서 누가 날 잡아당기고 있는 그런 기분이다.


5m가 500m처럼 느껴지는 거리를 걸어서 마침내 놈의 앞에 섰다. 진짜로 끝내주지.


콰앙!


창대를 수직으로 뚝배기에 내리꽂았다.


[스테미나가 0인 상태에서 계속된 활동시 체력이 대신 소모됩니다.]


남은 체력을 확인해보니 150. 이걸로 버틸 수 있으려나.


난 절구를 내려찧듯이 연거푸 창대를 내려쳤다. 그와중에도 녀석은 계속해서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전신이 강철이라 역시나 쉽게는 안 뒤지는군.


미약해진 생명의 등불 2개 중 어느 쪽이 먼저 꺼질 것인가?


캉!캉!


몇번이나 내려쳤을까? 스켈레톤이 더는 움직임이 없다. 그제야 난 자리에 주저앉다시피 앉을 수 있었다. 남은 체력은 40. 진짜 사망직전이다.


[제한시간 5분이 지났습니다. 강제 수면으로 전환됩니다.]

[스킬:라이프 코스트를 습득하였습니다.]


발소리만 들려오던 블랙아웃이 마침내 날 찾아왔다.


***


‘여긴 어디지?’


이상한 공간이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잔잔한 수면이 일렁이는 것처럼 파문이 인다. 땅바닥을 딛고 있다는 감촉이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투명할뿐만 아니라 내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보면 땅이 아니라 물인 것 같긴 한데···.


무협지 같은데서 보던 수상비(물위를 걷는 경공술)를 내가 하고 있다는 건가?


······뭐, 상태창을 보면서 게임 속 세상을 살고 있는 판국에 못 그럴것도 없긴하지.


하늘에는 태양은 물론이고 구름 한점, 바람 한점 없다. 주변을 바라봤다. 위치를 특정할 만한 사물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지평선만 펼쳐져 있을뿐이다.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위치는 물론이고 시작과 끝조차 알 수가 없다.


‘혹시 엘더 에이지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이동했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기껏 원래세상으로 돌아갈 끈을 붙잡았는데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지다니!


‘우선은 움직이자.’


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어차피 사방이 다 똑같아서 방향이라는 것을 잡을 수도 없었으니까.


이곳에서 눈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은 확실히 기억한다. 온몸이 강철인 뼈다귀 새끼랑 치고받고 하다가 결국 한끝차로 내가 이겼지. 그 직후 정신을 잃었고.


이슈리아는 지금쯤 파편 추출을 다 끝냈을까? 스켈레톤 이후로 적은 더 안 나왔을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녀는 무사할 것인가?


스켈레톤 놈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정령들의 도움이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다. 더군다나 난 정신을 잃었으니 그냥 거적데기에 불과하고.


‘설마 이후에 전투가 벌어져서 기절한 상태로 죽은 건 아니겠지?!’


이 뇌피셜이 맞다면 여긴 사후세계란 소리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초조함이 몰려왔다.


후읍.


‘진정하자.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 시체를 눈으로 직접보기 전까진 난 죽은 게 아니다. 직접 보고 난 후에 인정해도 늦지는 않을 터.


난 계속해서 정처없이 걸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됐는가? 허허.

“······!”


난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롱소드가 뽑히질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힘을 억누르고 있는 느낌.


-끌끌. 성격급한 친구로구만. 노인네 목소리가 무슨 위협이 된다고 다짜고짜 검부터 뽑아들려고 하는지 원.


그 말이 끝나자마자 4m쯤 떨어진 곳에서 괴현상이 일어났다. 물 같았던 땅이 솟구치더니 어떤 형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 1개, 팔 2개, 다리 2개, 몸통 1개. 그리고 얼굴에 드러나는 풍성한 수염까지. 틀림없는 사람의 형상이다.


“난 이 세상의 신이라네.”


그 형상은 완벽하게 산 사람이 되어 입을 열었다. 품이 넓어 하늘하늘한 느낌이 드는 하얀 옷에 수염. 이상하다? 난 분명 처음보는 사람인데 왜 낯이 익지?


아마 군대에 있을 때 종교행사를 가서 본 것 같다. 분명 초코파이를 받으러 간 곳이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다. 엘더 에이지 세계관 설정에 신에 관한 것은 없었는데.’


설정에만 없지 실제로는 존재했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게임이 현실이 되면서 생긴 변경점이라고 생각하면 납득은 된다.


“신이라니···그럼 난 죽은 건가요?”

“아니. 죽은 건 아니야. 그저 자네가 기절한 동안 할 얘기가 있어서 잠시 부른 것뿐이지. 얘기가 끝나면 돌려보내 줄테니 걱정하지 말게.”


숨겨진 이벤트치고는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뾰족한 수도 없으니 별 수 없군.


“할 얘기가 뭔가요?”

“자네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단서를 잡았지. 그렇지만 그 단서는 자네에게만큼은 반쪽짜리 단서야.”

“그게 무슨···혹시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아니. 자네와 비슷한 처지인 그 아가씨는 진실을 말한 게 맞아. 단지 자네는 필요한 조건이 더 있을 뿐이야. 원래 세상으로 꼭 돌아가고 싶어 하는 자네니까 꼭 기억해둬야겠지.”


[추가 메인퀘스트:이벨신족의 여명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정령사와 함께하는 전사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1.06.15 73 0 -
공지 안녕하세요. 연재주기 안내입니다.(__) +2 21.05.13 136 0 -
35 두 번째 파편 21.06.14 38 1 11쪽
34 고대의 흔적(3) 21.06.13 35 1 11쪽
33 고대의 흔적(2) 21.06.12 42 1 12쪽
32 고대의 흔적(1) 21.06.11 52 2 12쪽
31 검의 수호자(3) 21.06.10 46 2 12쪽
30 검의 수호자(2) 21.06.09 63 1 12쪽
29 검의 수호자(1) 21.06.08 75 1 13쪽
28 앰플리파이 소드(2) 21.06.07 58 2 12쪽
27 앰플리파이 소드(1) 21.06.06 73 4 12쪽
26 앞날을 위한 선택 +1 21.06.05 84 5 12쪽
25 전쟁병기의 역습 21.06.04 85 4 13쪽
24 북쪽으로(2) 21.06.03 95 6 15쪽
23 북쪽으로(1) 21.06.02 105 7 15쪽
22 전직(2) +1 21.06.01 105 5 14쪽
21 전직(1) 21.05.31 111 5 14쪽
20 협상 21.05.30 126 6 12쪽
19 죽음의 기사(2) 21.05.29 129 6 16쪽
18 죽음의 기사(1) 21.05.28 123 6 13쪽
17 무너지다 21.05.27 129 6 15쪽
16 그들이 왔다(2) +1 21.05.26 137 6 13쪽
15 그들이 왔다(1) 21.05.25 136 7 17쪽
14 위기(?)탈출과 새 장비. 21.05.24 161 7 17쪽
13 위험한(?) 이벤트 21.05.23 164 8 16쪽
» 알 수 없는 곳에서의 대담 21.05.22 170 7 12쪽
11 그녀를 경호하라 21.05.21 181 10 17쪽
10 집에 돌아갈 단서를 알다. +1 21.05.20 187 9 17쪽
9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을 하면 스킬을 얻을 수 있다. 21.05.19 188 7 15쪽
8 첫 조우. 21.05.18 208 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