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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翠郞)의 서재

재벌이 되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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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랑(醉郞)
작품등록일 :
2024.08.08 07:2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27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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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573
추천수 :
3,391
글자수 :
225,811

작성
24.08.29 21:20
조회
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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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글자
12쪽

24화 극장식당(3)

DUMMY

24화 극장식당(3)


**


“당장 나가!”


한 젊은이가 낡은 철 대문 밖으로 내던져졌다.

쏟아지는 비로 진흙탕이 된 바닥에 넘어지지 않으려던 젊은이는 결국 중심을 잃고 나뒹굴었다.


철퍽-


온몸에 진흙이 묻었으나 쏟아지는 비가 얼굴에 묻은 것들을 씻어내렸다.

길을 가다가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 듯한 얼굴이 드러났다. 낭패감에 가득한 그의 몸은 흙탕물이 잔뜩 묻었다.


“아이고, 이렇게 비가 오는 날 갑자기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그는 자신을 문밖으로 밀어버린 여인숙 주인의 다리에 매달렸다. 여인숙 주인은 매정하게 발을 뺐다.


“이번 달에 일이 더 있을 겁니다. 그때 꼭 밀린 방값을 드리겠습니다.”


청년, 이수일의 말에 여인숙 주인은 콧방귀를 낄 뿐이었다.


“그 말이 벌써 몇 번째야! 나는 뭐 흙을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내일 당장 네놈이 쓰던 방에 들어올 사람이 있으니 어서 나가!”


그는 이수일의 모든 짐이 담긴 가방을 대문 밖으로 내던졌다.

급히 가방을 챙기던 이수일의 눈이 커졌다.


“아이고- 그건 던지면 안 됩니다.”

“안 되긴 뭐가 안돼!”


여인숙 주인이 마지막에 내던지려던 건 이수일이 무대에서 입는 의상이었다.

다른 것은 추레하고 지저분했지만 무대 의상만은 항상 세탁하고 빳빳하게 다리미질을 해놓았다.

여관 주인은 매정하게 무대 의상까지 내던졌다.


“아아앗!”


이수일이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내팽개쳐진 무대 의상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너무 늦어서 무대 의상은 비에 젖고 진흙탕물에 엉망진창이 됐다.


“흥, 무대 의상만 뻔지르르하면 뭐 해?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면서.”


카악-퉤!


다시는 오지 말라는 듯 매정한 말을 내뱉은 여인숙 주인이 침을 뱉었다.


콰앙-


천둥소리처럼 닫히는 대문.


쾅쾅쾅-


“제발 한 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번에는 꼭 방값을 낼 수 있습니다.”


이수일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열릴 생각이 없는 대문을 바라봤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다가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걸 닦아내며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가방과 무대 의상에 묻은 진흙을 대충이나마 빗물에 닦았다.

그는 이번에 이리 시로 내려와서 단 한 번만 무대에 섰을 뿐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무대에 설 기회를 주겠다는 말을 믿고 이리 시까지 왔으나, 한 번 무대에 선 이후로는 더 이상의 기회가 없었다.

그 한 번도 '어디서 저런 못생기고 작은 사람을 데려왔냐'는 소리와 함께 온갖 수모를 당했다.

솔직히 수모를 당해도 상관없으니 더 무대에 서고 싶었으나, 더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여인숙 주인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돈이 들어올 거라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닳고 닳은 여인숙 주인이 그런 걸 모를 리 없었으니 매정하게 쫓아낸 거였다.


“하아······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엉망진창이 된 무대의상과 가방만큼이나 비참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주머니를 뒤졌다.

당장 서울로 올라갈 돈도 없었다.

아니 서울로 돌아갈 돈보다 오늘 하루 비를 피할 곳을 마련할 돈도 없었다.


“씨발······”


한탄과 비관이 가득 담긴 욕설을 내뱉었다.


촤아아-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숱이 적은 그의 머리가 미역처럼 늘어져서 눈을 가렸다.


부으응-


그때 여관 앞으로 자동차가 부드럽게 다가왔다.


“캐딜락······”


가난하고 고단한 삶과 안 어울리게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수일은 다가오는 차가 캐딜락이라는 걸 알았다.

그는 이런 자동차를 국내에서 그곳도 이런 지방 도시에서 볼 줄은 몰랐다.


“이크······”


그러나 그는 정신 차리고 뒤로 물러났다.

비로 인해서 여인숙 앞은 흙탕물이 가득했다. 저런 차가 지나가면 흙탕물을 뒤집어쓸 수 있었다.

캐딜락은 뜻밖에 그의 앞에 멈춰 섰다.


“어어?”


당황할 때 차창이 열렸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 타고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얼굴은 젊었다.

대략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다.

그는 이수일의 얼굴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는 듯했다.

얼핏 기분 나쁠 수도 있는 행동이었으나, 이수일에게는 익숙했다.

그와 처음 만나는 사람은 모두 같은 표정을 했으니까.


“이수일 씨 맞습니까?”

“예? 그, 그렇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이수일은 깜짝 놀랐다.

그가 놀라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캐딜락의 주인이 턱으로 차를 가리켰다.


“타시죠.”

“예? 하, 하지만······”


자신의 몰골을 내려다본 이수일은 망설였다.

비 맞은 생쥐 꼴이라는 건 자신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만약 이대로 차에 타면 캐딜락이 더러워질 게 뻔했다.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수건을 꺼냈다.

비가 와서 가방 안의 수건도 모두 젖었지만, 옷에 묻은 흙은 닦아낼 수 있었다.


“차가 더러워져도 괜찮으니 타세요.”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묻지도 못했다.

차에 올라탄 그는 좌석의 안락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 비싼 차가 자기 몸에서 떨어진 빗물과 흙탕물로 엉망이 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


“편하게 있어도 됩니다.”


차의 내부가 더러워져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말투에 약간 마음이 안정됐다.

그제야 이런 고급 차를 탄 사람이 왜 자신을 찾는지 궁금해졌다.


부으응-


그를 태운 차는 빗물을 헤치고 부드럽게 출발했다.


‘나는 언제 이런 차를 타볼까?’


너무나 편안해서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자신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캐딜락의 운전자를 힐끔 봤다.


‘어디 재벌 집 아들이라도 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젊은 나이에 캐딜락을 모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이수일이 한참 캐딜락을 운전하는 사내의 정체를 추측할 때 한참을 달리던 차는 이리 시에서 가장 고급 호텔 앞에서 멈췄다.


“내리시죠?”


차의 주인을 따라서 머뭇머뭇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지방 도시에 있는 호텔의 커피숍이라 크지는 않았으나 나름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풍겼다.

향긋한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안병훈이라고 합니다.”


동시에 명함을 내밀었다.


‘극장식당······ 평원의 집 사장 안병훈?’


극장식당이라는 건 처음 들어봤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런데 저를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이수일의 말에 안병훈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우리 극장식당 평원의 집은 쇼와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수일 씨를 평원의 집 무대 MC로 모시고 싶습니다.”

“예에?”


지방 도시의 무대를 돌면서 땜방 MC나 하던 이수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병훈은 말을 이었다.


“계약금으로 200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이······ 이백만 원이나?”


이수일은 200만 원이라는 소리에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자기 같은 무명의, 그것도 지방 도시를 돌며 땜방 MC를 하는 사람에게 주기에는 너무나 큰 계약금이었다.

그렇기에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 혹시 사람을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닙니까?”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안병훈은 그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아닙니다. 저는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혹시 계약하는 데 문제가 있을까요?”

“아, 아니 없습니다.”


이수일은 급히 대답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행운을 어떻게든 잡고 싶었다.


“그럼 됐군요.”


말과 함께 안병훈은 가방과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이게 뭡니까? 허억!”


안병훈이 가방 안을 확인시켜 주자 그는 깜짝 놀랐다.

가방 안은 지폐 뭉치로 채워져 있었다.


“이걸 받고 싶으면 계약서에 사인하시면 됩니다.”


계약서와 볼펜이 이수일 앞으로 왔다.

그의 시선이 가방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이게 무슨 신종 사기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가진 거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자신에게 누가 사기를 칠까 싶었다.

그러나 지폐 뭉치로 채운 가방이 눈앞에 있었다.

이수일은 떨리는 손으로 볼펜을 집어서 계약서에 사인했다.

안병훈은 계약서를 확인한 후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가방을 이수일에게 밀었다.

그는 행여나 누가 볼까 봐 재빨리 가방을 발밑에 놓았다.


“그, 그런데 혹시 하나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물어보십시오.”

“저, 저 같은 무명 MC와 왜 계약하시는 겁니까?”


어찌 보면 비참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수일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이수일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자, 잠재력?”

“저는 이수일 씨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미리 침을 발라 놓는 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계약서를 든 안병훈이 먼저 일어나서 나갔다.

한 달 후부터 무대에 오르면 된다는 말과 함께.

이수일은 낮도깨비라도 만난 심정이었다.

그는 자기 발밑에 놓은 가방을 멍하니 바라봤다.

새로운 무대 의상을 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


「안병훈: 진흙 속의 진주를 찾은 느낌입니다.」


흥분한 안병훈의 말이 빠르게 채팅으로 올라왔다.

그가 극장식당을 개업하고 한 달 정도 지났다.

처음에는 과연 손님이 올지 전전긍긍하던 안병훈이었으나, 결과는 소위 대박이었다.

우아하게 식사하며 쇼를 즐길 수 있는 극장식당은 장안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올해를 기점으로 가왕이라는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조영필과 나중에 청춘스타가 될 윤서일의 노래는 많은 사람의 귀를 즐겁게 했고, 화려한 쇼는 손님들의 눈을 매료시켰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수일이었다.

첫날 긴장한 탓에 말도 더듬고 무대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

이런 큰 실수를 했지만, 그럴 때마다 손님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어수룩한 외모와 행동은 그가 과연 80년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재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안병훈의 입에서는 이수일에 대한 칭찬이 떨어지지 않았다.


「안병훈: 도선생님의 말씀을 안 듣고 마형식을 MC로 섭외했다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내 말을 믿으라고.”


안병훈이 이렇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대마초 파동으로 마형식이 구속된 탓이었다.

김주명 리스트에 이어서 대마초 파동까지 방송계와 연예계는 쑥대밭이 됐다.

나는 안병훈이 마형식에게 계약금만 주고, 그가 구속돼서, 닭을 쫓던 개꼴이 되는 걸 피하게 하려 했다.

그 외에도 대마초 파동과 관련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찾아서 섭외하지 말도록 했다.


「안병훈: 만약 제 생각대로 섭외했다면 반 정도는 대마초 파동으로 구속됐을 겁니다.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안병훈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시작이 좋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리고 구독 고맙습니다.”


매니저 슬라임이 며칠 전부터 구독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사실을 나에게 전해 들은 안병훈은 바로 구독했다.

한 달에 100만 원을 구독료로 내기로 했다. 당시 돈 100만 원이면 요즘 가치로 3,000만 원 정도였다.

매달 든든한 월급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안병훈: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구독료를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안병훈은 내가 해준 것에 비해서 너무 적다고 미안해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만큼 내가 많이 해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성의를 받기로 했다.


"이로서 한시름 놓은 건가?"


안병훈이 무사히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독립 건은 잘 마무리 된 듯 느껴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네.」


낯선 채팅이 올라왔다.

항상 접속되어 있는 백연희의 이름 밑에 있던 안병훈의 이름이 사라졌다.

그 밑에 언제부터인지 새로운 접속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어?”

「앗!」


나와 백연희가 동시에 놀랐다.


-단수철


채팅의 주인은 단수철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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