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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 만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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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작품등록일 :
2020.06.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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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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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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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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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2화

DUMMY

초영이 손깍지를 끼며 자신의 주위에 둘러앉은 이들을 차례로 훑었다.


“우선, 먼저 사과부터 할게. 난 양심적이니까.”

“사과라니?”


주화가 좌불안석이 되어 꼭 잘못 온 손님마냥 불안하고 불편한 얼굴로 초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거짓말을 했거든. 너희 모두에게.”


저마다 “예?”, “뭐?”, “에?”와 같은 감탄사를 뱉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같은 표정에도 다른 얼굴들이 재밌어서 초영이 터지려는 웃음을 참았다.


“말 그대로야. 거짓말을 했다고. 먼저 너희 둘에게 한 거짓말에 대해 설명할게.”


나나와 도진 쪽으로 몸을 살짝 돌린 그녀가 시선 또한 그 방향으로 고정한다. 느리게 한 번 감았다 뜬 눈에 결의가 반짝인다.


“내가 너희를 돌아가게 한 건 일부러 그런 거였어.”

“잠······.”

“일단 내 이야기를 다 들어보겠니?”


그에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입을 연 나나에게 초영이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는 예의를 표했다. 모두 이야기를 들으려는 분위기인지라 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초영이 다시 말을 이어갈 것을 기다렸다. 그 짧은 쉼 속에서 한숨을 짧게 내쉰 초영이 드디어 속내를 밝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필요했거든. 생각을 정리할 시간 말이야. 이건 내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일이기도 해.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저 승운지 뭔지 고여명 그 사람한테 내가 대신 사실을 전했다고 해서 너희를 돌려보냈겠니? 그래도 너희도 허탕을 친 건 아닐 거야. 뭔가 소득이 있거나 깨달은 게 있어서 돌아온 거겠지? 아주 좋은 징조라고 봐.”


초영이 방긋이 소리내지 않고 웃었다.


“그리고 두 번째 거짓말. 이건 주화 너에 대한 거야. 그리고 내가 왜 이 아이들을 돌려보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하지.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부터 해서 네가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 뭐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해서 차근차근히 이해할 필요가 있었어. 그렇게 되면 이 아이들은 약간 방해가 되거든.”


그러더니 “오해하진 마. 너희가 끼게 되면 아직은 곤란한 때였거든.”이라며 말을 덧붙이는 것이다. 도진과 나나가 입을 꾹 다문 채로 계속 경청의 자세를 유지했다. 별다른 대꾸가 없는 그 반응에 초영이 이야기를 이으려고 하자, 이번에는 주화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고려한다거나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지금 그걸 설명하려는 거야.”


초영이 주화의 한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녀 또한 자신만큼 신중하기를 바라는 눈빛을 보냈다. 주화는 그 눈빛을 다소 덤덤하면서도 불안하게 받아낸다.


“야담을 만났지?”

“······.”

“다 알고 있어. 애초에 내가 난연에 온 목적은 야담 그 자식이었거든.”


주화가 눈맞추기를 거부한다.


“걔가 그랬지? 나무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걔 사실 너랑 화해하려고 온 거야.”라고 초영이 사근히 말을 마치고 주화를 살폈지만 여전히 시선도 회피한 채, 대답도 하지 않는다.


“나도 그래서 받아준 거잖아? 그런데 난 너희 둘 사이를 정리하고 도와주려고 이렇게 널 찾아온 거야. 기대를 저버려서 미안. 그래도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잖아. 너도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진 않을 테고.”

“···그거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드디어 주화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말을 뱉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너, 그걸 끝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뭘?”

“그 사람 말이야.”

“······.”

“너도 참 미련하다, 얘.”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주화의 모습에 상황을 주의하여 살피는 나나와 도진이다. 아직 자신들이 대화에 끼어들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초영은 정서적인 흔들림조차 없이 다시 꿋꿋하게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계속 이야기했다.


“야담도 이제 알고 있어. 내가 말해줬거든. 그리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건······ 그건 말이지, 백면이 끼어들어서야.”

“네?!”


대답을 참으려고 열심히 노력한 나나가 저도 모르게 반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눈치껏 그들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 수 있었지만, 갑자기 백면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마치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처럼 화들짝 놀라버리고 만 것이다.


“무슨 소리야? 백면이라니?”


그 다음으로 놀란 반응을 내비친 건 주화다. 그 뒤로 도진이 조용히 표정을 구겼지만 소리도 없는 변화여서 그닥 주목받지는 못했다.


“주화, 너. 기억나? 언젠지 잘 모르겠지만 한 300년은 지난 일 같아. 왜 있잖아, 이쪽 지역이었을 거야. 열녀비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자기 며느리를 죽이려고 한 못된 시부모가 있었잖아. 산중으로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결국에는 붙잡히고 말아서 교살을 당하고 만 그 젊은 여자애 일 말이야.”

“아······.”


기억이 돌아온 듯이 주화가 고개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그때 그 여자애가 죽기 전에 가진 마음이 너무 간절해서 백면이 소원을 들어준 것도 기억하지? 그 여자의 소원이 뭐였는지 알아?”

“···응.”


주화가 다시 초영과 시선을 맞추었다.


“시댁이 대대손손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었잖아.”

“그래. 그리고 백면 걔, 정말 그걸 들어줬잖아. 남은 후손들이 얼마나 간절한 소원을 빌어도 우리가 무엇도 들어줄 수 없게 말이야. 자기가 마지막으로 죽을 때까지도.”


초영이 탐정의 것과 같은 눈초리로 공간을 빠르게 살폈다.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이 맞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자신의 마음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의 일의 전체적인 윤곽을 이번 일에 적용해서 바라보았어.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지. 바로··· 백면의 내생이라는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부모, 그리고 그 집안이 말이지. 그때 그 여자가 저주를 내린 집안이라고 말이야.”

“그게 말이 돼? 지금으로서는 나도 두 집안의 관계에 대해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정말 그렇다면 백면이 자신의 내생을 직접 선택했단 소리가 되잖아.”


점점 굳고 진해져가는 주화의 목소리에 초영이 자신의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내 말이 그 말이야. 백면이 직접 선택한 내생이 바로 박승, 아니지. 고여명 그 사람이라는 거야.”


그녀의 이 말을 끝으로 모두가 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겨 넣어야만 했다. 어떤 감탄사도 섞이지 않고, 어떤 언어도 섞이지 않은 채로 감정만이 온전히 남은 상태. 그렇게 시간이 몇 초 흘렀다. 그 시간을 가장 견디지 못한 초영이 누구라도 대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붙였다.


“이유는 나도 몰라. 정확하지도 않아. 하지만 만약 백면 그 아이가 정말 그렇게 선택했다면··· 자신이 내린 저주를 풀려고 그러지 않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누구에게서도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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