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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 만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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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작품등록일 :
2020.06.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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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6,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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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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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8화

DUMMY

“예상도 못 했던 전개네.”

“이하 동문.”


야담이 드물게 장난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자신도 마찬가지로 곤란하게 되었더라도 어찌 되었든 초영을 놀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초영이 야담에게서 앗은 뒤 눈에 가져다 댄 돌의 구멍 사이로 북적거리는 광장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지나치고 다시 분수대를 지나친 뒤 모든 풍경이 배경이 된 이후에서야 꽃집 하나가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 문 앞에는 도진과 나나가 서 있었다. 조금 고민에 휩싸인 얼굴들을 하고 있다. 하도 뚫어질세라 바라보기만 하길래 궁금해서 돌을 빼앗아서 본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모두가 모이게 될 줄이야.

곤란하다는 듯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초영을 보며 야담이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어제 나나를 의도치 않게 마주했을 때 아주 짐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왜 그들이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머무는지는 그도 짐작할 수 없었다. 지난번에 길가에서 마주한 그들이 느낀 것은 분명히 죄의식에 가까웠지만 그건 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를 홀로 알아챌 수도 없었다.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몰라.”

“왜지?”

“사람이 많을수록 분위기가 좋아질지도.”

“너 말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텐데.”


들고 있던 돌을 드디어 눈가에서 뗀 초영이 눈을 가늘게 떠 야담을 얄밉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야담이 고소하단 얼굴로 그녀의 눈길에 대응할 때, 갑작스럽게 초영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가자.”


물론 그는 미동도 없었다. 다만 초영이 자신의 등을 때렸다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초영이 먼저 발걸음을 뗀 뒤에야 걷기 시작하였다.


“뭔가 말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뭐가 있을까요?”

“···너 아침부터 그 소리 중인 거 알아?”


그리고 두 성인이 그곳에 닿기 전까지, 두 인간은 막다른 길을 앞에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확히는 한 쪽만인 것으로 보이는 광경이지만. 도진이 초조한 기색으로 제 입술을 쓴다. 이대로 계속 친구인 채로 이곳에 머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여긴 그였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여야만 했다.

나나는 그런 그를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시적인 증상일 줄 알았던 그의 불안이 막상 꽃집 앞에까지 당도해서도 계속될 줄은 몰랐던지라 곤란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이 스민 얼굴로 그를 가련히 여기며 쳐다본다.


“그냥 들어가자. 여기서 이렇게 머뭇거리는 게 더 수상해 보이는 거 알아?”


가려져서 잘 보이진 않지만 아마 승우는 포장에 전념 중인 것 같다. 그가 고개를 들어 이곳에 목석처럼 서 있기만 할 뿐인 자신들을 보는 쪽이 더 도움이 안 될 거라 판단한 나나다.


“그렇지만···.”

“뭐가 ‘그렇지만’이야?”


도진이 고개를 들어 한숨을 하늘로 날릴 때다. 초영이 생긋 웃으며 다가왔다. 옆에는 야담이 감정을 싣지 않은 무표정으로 그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내려 그들을 마주하자 무척 당황한 도진이 초영과 야담을 차양 밖으로 내쫓다 못해 그들의 존재가 꽃집의 유리창에 아예 비치지 않도록 등을 떠밀어 자리를 옮겼다.

바로 옆 가게인 약국의 유리창으로 그들 넷이 비추어졌다.


“뭐야?”


갑작스러운 떠밀림을 이해하지 못한 초영이 동그래진 눈에 힘을 주며 물었다. 언제나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귀여워지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왜, 왜 여기에 두 분이 다 계신 거죠?”


도진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놀란 자기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다.


“주화한테 볼 일이 있어서. 너희는? 백면 내생을 못 찾은 거야?”

“아, 그게 아니라······.”


아직 그들의 소식을 듣지 못한 초영이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묻자 도진이 말을 흐린다.


“찾긴 찾았는데요, 아직 말을 못 했거든요.”


나나가 무척 긴장한 도진을 애처로운 눈길로 위로하며 대답했다.


“말을 못 했다니?”

“말 그대로예요.”

“자세히 좀 설명해 봐.”

“그 사람을 찾았는데, 정작 그 사람은 자기 이름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우리 존재를 밝힐 수도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일이 꼬인 거고.”

“아직 상황 이해가 안 돼.”


초영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나나가 뒤이어 고개를 흔들며 초영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더니,


“누구세요?”라며 초영에게 묻는 것이다.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야담과 도진이 고개를 돌리며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이 서로 초면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


초영이 새치름하게 웃었다.


“난 초영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아쉽게도 성인이고. 네 이야기는 대충 영월한테서 들었어. 나나 맞지?”


그렇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이었다. 나나가 너무 상황에 맞지 않게 화려한 인사에 떠름하게 웃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초영을 바로 옆에서 견뎌내야 하는 야담의 안색이 그리 좋지 못하다.


“하하, 하하하···.”


나나는 누구 하나 끼어들지 않는 이 상황에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이다. 그런 분위기를 바꾼 건 생각 외로 초영이었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이야기 좀 해 봐.”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들은 약국 옆으로 난 골목까지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혹여라도 이야기를 전하는 도중에 승우가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도진과 나나가 번갈아 가며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털어놓아야 했다. 주화가 자신의 이름을 속여 주연으로 있다는 것, 백면의 내생 역시 고여명이 아니라 박승우로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여행을 온 이곳에서 주연과 처음 만나 사귀게 된 친구 사이로 그에게 접근했다는 것까지 다 말이다.

분명히 같은 이야기를 전했음에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야담의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져만 갔고 반면에 초영의 낯빛은 명료하게 밝아져만 갔다.

이야기를 이제 완전히 이해하게 된 초영이 입가에 힘을 주며 웃었다. 그만의 해법을 찾은 것이다. 그것이 의아한 건 그녀를 마주한 도진과 나나만이 아니었다. 이 중에서 가장 그녀를 못 미더워하는 야담이 자신의 볼을 씹으며 초영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역시 내가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서.”

“그게 무슨 상관···.”


역시나 이번 기회도 지나치지 않고 그의 말을 잘라먹는 초영이다.


“그 문제는 내가 지금 해결해줄게.”

“예?”


문제가 해결되길 바랐던 것은 사실이다. 티를 내거나 심각하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나 역시 그것을 바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초영의 대답은 분명히 희소식이어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를 지금에야 듣게 된 야담조차도.


“기다려 봐.”


초영이 손뼉을 치며 뒤돌았다. 그러더니 골목을 벗어나 꽃집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에 경악한 나머지 셋이 동시에 발을 움직였지만, 그때는 이미 그녀가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다. 허공에 손짓하는 그들의 모양새가 초라하면서도 우습다.

다만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어 불안한 나머지 도진이 달려나가 꽃집 차양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그는 다시 달아나서 골목 안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초영과 승우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고, 얼핏 유리창 너머로 비추어진 승우의 얼굴이 근심 비슷한 무언가에 잠겨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로즈리입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분량을 늘리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아마 며칠 동안은 기존 분량에서 몇 자 더 추가된 정도일 거예요.. 

노력하겠습니다.

분량을 늘리는 게 엄청 대단한 일은 아니라 이런 이야기를 작가의 말에 적기까지

고민을 좀 많이 했지만...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문제에 대한 고심이 컸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다거나 한계에 부딪혔다거나 힘든 소리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이야기를 채워가면서 저는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비록 좋은 작품은 아니지만 저의 성장을 도와주는,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작품이에요.

힘을 내서 완결까지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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