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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님의 서재입니다.

달이 만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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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리
작품등록일 :
2020.06.1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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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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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화

DUMMY

월계라고 해서 괴상한 생물체를 잡아먹는다거나 이상한 식물로 만든 요리를 먹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는 프렌치토스트와 우유 한 잔이 전부인 아주 간단한 식단이었는데, 식사할 때는 도진과 나나 둘뿐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식사를 마친 곳은 양실(亮室)이었는데, 나나는 그 넓은 곳의 넓은 테이블에서 도진과 남아 식사하는 동안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기분이 싱숭생숭하였다.

밥을 다 먹고 나왔을 때 도진은 양실의 반대쪽을 가리키며 저곳이 암실이라고 나나에게 말해주었다. 두 곳의 문은 같은 문양으로 조각되어있었다. 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월영전 안의 기둥과 대들보는 모두 비슷한 문양이 조각되었는데, 전부 가면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장에 가면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처음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나는 탄성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운동화가 맞아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원래 누구 거야?”

“주화 님의 신발이에요.”


아마도 12성인을 다 외우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그중에는 나나의 눈에 익은 하회탈이나 각시탈도 보였다. 그 가면들은 하얀 얼굴을 하고 모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태로 조각되었는데, 나나로서는 그것이 조금 흉측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건물의 내부는 그렇게 건물의 외부와 다른 방식으로 그로테스크했다.


“배를 타고 가?”

“실망스럽게도요.”


그를 따라 월영전을 떠나기 전에 나나는 도진에게 물었다. 속세로 간다 함은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월계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을 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웅장한 신전이라든가 화려한 궁전인 줄 알았던 월영전은 그저 성인들의 집에 불과했다. 그들 삶의 터전인 것이다. 확실히 월영전은 집이었다. 그들에게는.

나나는 출입구 앞으로 탑 모양을 한, 두 벽체를 시작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벽채는 아주 오랜 세월을 버틴 것 같은 자태를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이 닿은 것은 출입문이었다. 삼엽형(三葉形)의 문양과계라고 해서 괴상한 생물체를 잡아먹는다거나 이상한 식물로 만든 요리를 먹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는 프렌치토스트와 우유 한 잔이 전부인 아주 간단한 식단이었는데, 식사할 때는 도진과 나나 둘뿐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식사를 마친 곳은 양실(亮室)이었는데, 나나는 그 넓은 곳의 넓은 테이블에서 도진과 남아 식사하는 동안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기분이 싱숭생숭하였다.

밥을 다 먹고 나왔을 때 도진은 양실의 반대쪽을 가리키며 저곳이 암실이라고 나나에게 말해주었다. 두 곳의 문은 같은 문양으로 조각되어있었다. 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월영전 안의 기둥과 대들보는 모두 비슷한 문양이 조각되었는데, 전부 가면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천장에 가면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여서 처음 그것을 발견했을 때 나나는 탄성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운동화가 맞아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원래 누구 거야?”

“주화 님의 신발이에요.”


아마도 12성인을 다 외우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그중에는 나나의 눈에 익은 하회탈이나 각시탈도 보였다. 그 가면들은 하얀 얼굴을 하고 모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태로 조각되었는데, 나나로서는 그것이 조금 흉측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건물의 내부는 그렇게 건물의 외부와 다른 방식으로 그로테스크했다.


“배를 타고 가?”

“실망스럽게도요.”


그를 따라 월영전을 떠나기 전에 나나는 도진에게 물었다. 속세로 간다 함은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월계의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을 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웅장한 신전이라든가 화려한 궁전인 줄 알았던 월영전은 그저 성인들의 집에 불과했다. 그들 삶의 터전인 것이다. 확실히 월영전은 집이었다. 그들에게는.

나나는 출입구 앞으로 탑 모양을 한, 두 벽체를 시작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벽채는 아주 오랜 세월을 버틴 것 같은 자태를 갖추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이 닿은 것은 출입문이었다. 삼엽형(三葉形)의 문양과 말굽형 문양이 양쪽으로 아름답게 음각되어 있었다. 이후 상아색의 댕기 하나가 걸린 문고리를 발견했다. 어제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 잘 어울리는 그림은 아닌 것 같다고 나나는 생각했다. 그것을 몇 초 동안 응시하던 나나가 마침내 시선을 거두고 도진을 따라나섰다.


***


“정말 실망스럽네.”


심연도를 건너 육지로 돌아온 나나가 내뱉은 첫 마디다. 어제와는 다른 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둘은 근처에 도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항구에 멈추어서야 배에서 내릴 수 있었다.

둘이 내리자 배는 방향을 돌려 심연도 쪽으로 향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주변의 사람들이 잠시 수군거렸다. 대부분 어부로 추정되는 자들이었고, 그들은 고글을 쓴 채 항구에 머물러 있었다.

구글을 쓴 어부들을 보았다고 실망스럽다고 한 것은 아니다. 어제 도진에게서 바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고글을 왜 쓰고 있는지 그녀는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나나가 실망한 부분은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였다.


“그냥 똑같은 인간이잖아.”

“일단 나부터가 똑같은 인간이었잖아요.”

“그건 생각 못 했어.”

“너무하네요.”


월계라고는 부르기는 하지만, 외계는 외계. 그녀는 영화에서 보았던 외계인들의 모습을 내심 기대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살던 세계 속의 사람들과 정말 똑같은 월계인들의 모습에 내심 실망한 것이다. 도진이 그런 나나를 보고 웃으며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주택가였다. 주택가의 모습 역시 자신이 알던 세계에서의 풍경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나는 곧 흥미를 잃었다. 그렇지만 도진이 이쪽에 볼일이 있는 것 같으니 우선은 그와 동행할 것을 결심했다.


그리고 도진은 골목을 몇 번 돌아 어느 한 저택 앞에 멈추어 섰다. 덩달아 걸음을 멈춘 나나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집의 깔끔하고 단아한 외관을 살폈다. 도진 자신의 집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녀는 예상했다.


“너희 집이야?”

“아뇨, 조이의 집이에요.”

“조이?”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나나보다 반 뼘 정도 큰 여자가 나왔다.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그들을 반겼다.


“일찍 왔네!”

“응. 아무 일 없었지?”


도진과 인사를 나눈 조이가 나나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에요!”

“······?”

“아직 이야기 안 했어?”


조이가 도진을 향해 물었다. 그러자 까먹었다는 표정을 지은 그를 보고 눈을 흘긴 뒤 조이는 이야기했다.


“백면의 부탁이거든요.”


나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난 승강기 안에서 도진이 규칙 어쩌고를 말했던 것도 같은데, 그땐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더랬다.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해요. 반가워요, 나는 조조이예요.”

“아. 백나나예요.”


집안으로 들어온 두 여자가 인사 나누는 것을 지켜본 도진이 익숙하게 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것을 보고 나나가 저걸 그대로 둬도 되냐는 식의 표정을 짓자 조이는 개의치 말라는 뜻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거실의 소파에 앉은 둘은 잠시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저도 백면의 내생이에요.”

“대충 눈치챘어요.”

“나나 양은 세계에서 왔죠? 머물 집이 없을 거예요. 일이 해결될 때까진 나랑 같이 지내도 돼요.”


이윽고 조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긴 우리의 아지트 같은 곳인가요?”


‘우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매우 어색했지만, 조이 역시 백면의 내생이라면 이곳은 그들이 모이는 일종의 아지트일 수도 있겠다고 나나는 생각했다.


“원래는 제가 사는 집이에요. 지금은 나나 양의 말처럼 아지트가 되었지만요.”


조이가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웃었다.


“잠시 나를 따라올래요?”

“왜요?”

“나나 양에게 보여줄 사람이 있거든요.”


문 앞에 다다르자 조이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 세계에서 온 백면의 내생은 나나 양이 두 번째예요. 그리고 한 명은 여기에 있어요.”

“한 명이 더 있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도진에게서 들은 적이 없는 나나는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그런 그녀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겨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단지?”


조이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생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 아기를 안은 도진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7 Vacheron
    작성일
    21.04.29 23:5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17 Vacheron
    작성일
    21.04.29 23:58
    No. 2

    백나나와 조조이라니 이 작품의 여성분들은 개성 넘치는 이름을 갖고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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