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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과 뻔뻔한 종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6.09.28 02:48
최근연재일 :
2016.10.20 21:2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3,710
추천수 :
172
글자수 :
54,961

작성
16.10.13 21:45
조회
818
추천
12
글자
10쪽

길드

DUMMY

3


“어쩐 일이십니까? 아버지!”

“내가 못 올 때를 왔느냐? 무슨 말이 그래?”

“아, 아닙니다. 아버지. 잘 오셨습니다.”

“어떻게 잘 적응은 하는지 궁금해서 들렸다. 아니면 데리고 가려고.”


“아,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이래 뵈어도 벌써 향사가 되어 이런 집도 배당받지 않았습니까?”

“너라면 잘 해내리라 믿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식사는 하셨습니까?”


“응, 저 처녀가 어떻게나 맛있는 스튜(stew)를 끓어주던지 맛나게 잘 먹었다.”

양아버지의 말에 라쿤이 하녀 미미를 바라보니 그녀는 수줍은 얼굴로 주인을 향해 배시시 웃었다. 잘 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 라쿤이 양아버지에게 말했다.


“안방에 들어가 계세요. 식사 좀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래라.”

양아버지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라쿤은 미미를 바라보았다.

“드시고 남은 게 있습니다. 주인님! 주방으로 가실래요?”


“그래.”

대답과 함께 라쿤은 늦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그녀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이라야 화덕 하나와 풍로 하나 그리고 찬장이 전부인 좁은 공간이었다. 라쿤은 그녀가 남은 스튜를 데우는 동안 시커멓게 그을린 천정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그가 양아버지를 만난 것은 라쿤의 나이 여덟 살 때였다. 그러니까 이 고장에 태어난 그에게는 위로 누나 한 명과 밑으로 여동생 하나와 남동생 하나가 있었다. 즉 사남매인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까지 여섯 식구가 생활해야 했으나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 까닭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생활능력 부재 때문이었다. 자유농민이었던 아버지는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정도는 되었으나, 라쿤이 태어나던 해에 발발한 전쟁에 동원되어 다리 한 쪽을 읽는 중상을 당해 돌아왔다. 그 이후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성실함은 어디 가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없는 살림에 매일 술타령으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니 자연 가세는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농토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영주 땅을 경작하고 50%의 세금을 내고 남은 몫으로 생활하던 것이, 그나마도 그의 게으름으로 농지마저 얻어 부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어머니가 날품팔이며 삯바느질로 연명을 하게 되니 느느니 부부싸움뿐이었다. 그래도 밤이면 어머니의 신음 소리가 들리니 알 수 없는 둘의 관계였다.


어찌되었든 아버지의 라쿤에 대한 저주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 술만 취하면 재수 없는 놈이 태어나는 바람에 자신이 불구가 되었다고 욕설을 퍼붓던 아버지는, 끝내 라쿤을 수도원에 맡기려고 어머니와 상의하는 걸 어린 라쿤이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런데 라쿤으로서는 둘의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반대할 줄 알았던 어머니조차도 아버지의 말에 무언으로 동조한 때문이었다. 라쿤 때문에 부자지간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막고 한 입 덜자는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묵시적 동의를 한 것이다.


이에 라쿤은 배신감에 그날 밤 집을 뛰쳐나왔고, 거리의 부랑아로 이 영지 저 영지를 떠돌다 끝내는 굶어 죽기 일보 직전에서야 재수 좋게 현 양아버지를 만나 구사일생 할 수 있었다.


수도에 상점 하나를 가지고 있는 양아버지 스완슨(Swanson)은 무기상으로, 수도의 상점은 늙은 하인 하나와 젊은 종업원 둘에게 맡기고, 그즈음 그는 대규모 물량을 받아내기 위해 각 영지를 순회하며, 집사 등 관련자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전쟁의 신 아레스(Ares)를 모시는 사당에 쓰러져 있던 라쿤을 보고 자신 또한 고아로써 자수성가한 사람이었기에 그를 불쌍히 여겨 구한 것이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영지를 떠돌며 느낀 것은 라쿤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에 양부 스완슨은 라쿤을 양아들로 삼고 자신의 후계자로 키울 생각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양부 스완슨은 그때까지 미혼이라 처자식이 없었다. 그 이유를 양부는 사업체를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그럴 겨를이 없었다고 라쿤 앞에서 술회한 바 있었다.


어찌 되었든 8년을 각 영지를 양부와 함께 떠돌다 보니 라쿤으로서는 왕국 내 영지 사정은 어느 정도 꿰뚫게 됨은 물론 웅심도 커졌다. 자신도 궁극에는 일 개 영주가 되어 혼란한 왕국을 일통하고픈 야망을 품게 된 것이다.


급기야 작년 봄 라쿤은 자신의 뜻을 말하고 양부로부터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다. ‘언제든 못하겠으면 돌아와도 좋다’는 말과 함께. 아무튼 이 과정에서 양부가 추천한 영주가 의외로 현 마왕이었고, 라쿤 또한 자신의 고향이었기에 아무런 반대 없이 마왕의 시종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가 마왕의 시종이 되는 것도 아주 극적이었다. 이 영지에 하나 밖에 없는 여인숙에 양부와 함께 머물며 기회를 노리던 라쿤이 시장에 출현한 마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어 무릎 꿇고 간청을 한 것이다. 아니 자신을 선전해 판 것이다.


‘자신이 만약 영주의 시종이 되면 최소 겨울날 신발을 따뜻하게 신을 수 있고 크게는 뭇 영주들 중 으뜸이 되게 만들 수 있노라’라 자신 있게 외치니, 같은 괴짜로써 동류항인 마왕이 밑져봐야 시종하나 느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그를 흔쾌히 시종으로 거두었던 것이다.


라쿤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추억을 반추하고 나니 어느덧 그 앞에는 닭고기 스튜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에 게 눈 감추듯 주방 바닥에 쪼그려 앉아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라쿤은 곧 양부가 계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가 대뜸 물었다.


“정녕 나를 따라갈 생각이 없냐?”

“네, 전혀 없습니다.”

“흐흠........!”

다시 한 번 물어도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이마를 찌푸리자 라쿤이 한 무릎 달려들며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아버님!”

부탁을 하는 것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 어느 때보다 극존칭을 사용하는 아들을 양부가 얄밉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말거나 라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는 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아버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수도에 있는 상인길드나 동종길드에게 이곳에 점포를 하나씩 내달라고 설득해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점포를 낼 대지는 얼마든지 무료로 제공되는 데다, 세금 또한 전혀 없습니다. 또 아버님도 아시다시피 이 영지가 수도로 통하는 동부의 중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니, 북부 상권의 한 거점으로 삼으면 큰 쓸모가 있을 것이라 설득해주시면 .........”


“그러면 네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영지의 인구가 증가할 것이고, 영지민은 영지민대로 많은 일거리가 생겨나 형편이 좀 더 나아질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현실로 되면 저는 헤헤헤........! 한 계급 진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흠........! 참으로 알 수 없는 놈 이로고.”

“아버님께 한 가지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

어서 말하라고 눈으로만 묻고 계신 양부를 향해 라쿤이 말했다.


“주방으로 가실까요?”

“왜 금덩어리라도 숨겨 놓았느냐?”

“헤헤헤........! 금덩어리라도 과언이 아닌 것이 그곳에 있죠.”

“아니면 알지? 꿀밤 한 대.”


“헤헤헤........! 언제든 맞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아버님!”

양부의 손을 잡아 일으킨 라쿤은 곧 그를 잡아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둘이 주방에 도착하니 아직도 주방 풍로에는 스튜를 데우기 위해 피워놓은 괴탄이 벌겋게 달아 그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이를 히죽이죽 웃으며 라쿤이 말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양부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저 놈이 무엇인데 저렇게 화력이 좋으냐?”


“석탄이라는 놈인데, 이 땅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발견한 것입니다. 아버님도 보시다시피 일단 불이 붙으면 화력이 좋은 것도 말할 것도 없고, 오래 타니 자주 장작을 집어넣거나 숯을 넣는 불편함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 역시 선전해주시면 판로가 생길 것입니다. 아니면 이 영지에 제 생각과 같이 많은 상인들이 모여들기만 해도 그들의 입을 통해 자동적으로 선전이 될 것이니, 가급적 많은 상인들을 모집해 주십시오.”


“일단 알았으니 나름 노력할 것이나 애비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네 노력도 병행되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지 않느냐?”

“맞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야죠.”

“허허, 그나저나 네가 잘못되어 데리고 갔으면 하고 왔으나, 하는 꼴을 보니 아비의 생각이 틀린 모양이로구나.”


“두고 보십시오. 5년 내에 기필코 소자, 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가 되어 천하의 쟁패전에 뛰어들 것이니까요.”

“쉿.........! 함부로 그런 말을 남 앞에서 했다가는 네 목이 먼저 날아갈 것이니.........”


“아버님 앞이니 스스럼없이 이런 말을 하지, 남 앞에서는 일절 입도 떼지 않습니다. 아버님!”

“그래, 어려서부터 영악한 녀석이니 아비는 너를 믿고 이만 가보련다.”

“벌써요?”


“쓸데없는 폐 끼치기 싫다.”

“그게 아들 앞에서 할 소리입니까?”

“아니 하루라도 빨리 네 뜻을 이루어주려니 아비의 마음이 조급하다.”

“그러시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아버님!”


“저걸 아들이라고?”

“네?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래도 끝까지 말리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야. 이 놈아!”

“헤헤헤.........! 그렇게 되나요? 말리지 않겠습니다. 아버님! 어서 가시죠.”


“아이고, 저걸 쯧쯧쯧.........”

그러나 주방을 나서는 양부 스완슨의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작가의말

조회수가 너무 저조하니 쓸 의욕이.........

아무튼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83 한대범
    작성일
    16.10.13 23:23
    No. 1

    매검향"님 선전이 덜 되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엊그제 부터 보게 되었으니 밀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6.10.13 23:34
    No. 2

    한대범님!
    감사드리고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재미가 없어서라면 문제죠.
    아무튼 좀 더 진행해보고 그래도 영 조회수가 안 오르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죠.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무림표국
    작성일
    16.10.14 09:14
    No. 3

    내용은 아주 좋습니다. 홍보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의욕 떨어지지 마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愛月山人
    작성일
    16.10.14 09:49
    No. 4

    재미 있네요. 라쿤이 히데요시이면 마왕은 오다 노부나가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글동
    작성일
    16.10.14 10:59
    No. 5

    5년이내 영주라...
    목표 설정이 확실한 우리의 라쿤을 응원합니다.

    건필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검향
    작성일
    16.10.14 15:10
    No. 6

    무림표국님!
    愛月山人님!
    글동님!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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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향사(鄕士, Esquire)가 되다 +2 16.10.02 970 12 8쪽
5 목숨을 건 내기 +2 16.10.01 889 10 9쪽
4 목숨을 건 내기 +2 16.09.30 1,033 16 8쪽
3 목숨을 건 내기 16.09.29 1,021 13 9쪽
2 목숨을 건 내기 +4 16.09.28 1,089 16 10쪽
1 목숨을 건 내기 +8 16.09.28 1,375 1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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