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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과 뻔뻔한 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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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6.09.28 02:48
최근연재일 :
2016.10.20 21:25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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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9
추천수 :
172
글자수 :
54,961

작성
16.10.01 06:00
조회
888
추천
10
글자
9쪽

목숨을 건 내기

DUMMY

5


한동안 말없이 축성 현장을 둘러 본 마왕이 마침내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라쿤 앞에 섰다.

“수고했다!”

이 정도의 말이면 큰 칭찬인지라 라쿤의 허리가 90도로 접혔다.

“감사합니다. 주군!”


허리가 접힐 듯 인사를 하는 라쿤을 뒷전으로 하고 마왕은 다시 말 위에 올라 곧장 내닫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그가 다시 말을 멈춘 곳은 라쿤이 닭을 산 시장이었다.


말이 시장이지 크게 넓지 않은 비포장 도로 양편에 펍(Pub) 하나와 양복점, 의상실, 기름집, 이발소, 제분소, 제빵소 등이 전부인 형편없는 상가였다. 그래도 이 시장에는 새벽부터 식구들이 먹고, 아니 차마 먹지 못한 계란이나, 오리, 칠면조, 닭, 감자, 채소, 땔감 여타 생필품 등을 자유농민들이 들고 나와 판매를 하니 그럭저럭 시장이라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아무튼 마왕의 시선이 향한 곳은 시장이 아니었다. 시장 뒤편에 자리 잡은 십인장 이상의 군인들의 집도 아니었고, 전면에 드넓게 펼쳐진 농노들이 농사를 짓는 대지였다.


한참동안을 밀이 파종된 들을 바라보던 마왕의 입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

“에취!”


때맞추어 재치기를 토해낸 데이지가 흐르는 콧물을 쓱 닦아 바지춤에 문지르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물었다.

“무슨 근심이 있습니까? 주군!”

그를 관심 있게 바라본 마왕이 답했다.


“소출이 너무 적어. 그러니 거둘 세금도 별로 없고.”

“그것도 문제지만 이 시장도 문제입니다.”

라쿤의 말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마왕의 노한 눈길이 쏟아졌다.


“세금을 걷지 않고 대토를 제공한다면 많은 상인들이 몰려들어 번창을 할 것입니다. 주군!”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당장 거둘 세금이 없어 걱정이라는데.”

마왕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라쿤이 답했다.


“아주 걷지 않는 것은 아니고, 활성화 되면 소득액의 5~10%의 세금을 걷는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각지에서 많은 상인들이 몰려온다면 그로인해 영지 내에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운반이라든지, 점원, 짐을 싣고 부리는 등의 여분의 일자리와, 상가라도 조성하는 날이면 그에 필요한 인부며 자재가 영지 내에서 조달 될 것이니, 그에 따른 무수한 일지리가 영지민에게 생겨........”


“에취!”

말 중간에 데이지가 또 재채기를 하더니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마왕에게 말했다.

“어젯밤부터 설사가 나서, 그럼........”

눈길이 쏟아지거나 말거나 배를 움켜쥔 데이지는 제빵소로 달려갔다.


이 제빵소야 말로 이 영지의 농노들이 배급받는 빵을 만들어 분배하는 곳으로 공용변소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젯밤 몇 번 화장실을 들락거린 것 같은데........”

혼자 중얼거리는 마왕을 향해 라쿤이 못다 한 말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영지의 정보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금 투자는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주군!”

“정보?”“네, 주군!”


다른 말에는 뉘 집 개가 짖느냐는 듯 꿈쩍 않던 마왕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것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듯 마왕은 제 자리를 맴돌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공짜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라........?”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며 생각에 잠겨 있던 마왕이 돌연 외쳤다.

“가자!”

시장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다시 말 등에 오르는 마왕을 보고 라쿤이 급히 물었다.


“주군! 데이지는 요?”

“집 몰라 못 찾아오는 것은 아니겠지?”

묻는 다고해서 다 묻는 것이 아니었다. 채찍과 동시에 마왕이 내닫자 몇몇을 제외한 일행은 또 다시 숨 가쁜 질주를 거듭해야 했다.


* * *


동대륙과 서대륙 여기에 남 대륙까지 교차점에 놓인 이 중앙대륙의 이 나라는 동서 남의 문물이 혼재되어 괴상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여파인지 이 영지 또한 괴상한 점이 몇 가지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영주 및 영주 가족이 살고 있는 영주 관이었다.


즉 삼층의 고색창연한 영주 성이 따로 있었지만 이곳은 현재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의 집으로 변해 있었고, 영주와 영주 가족은 따로 동양식의 목조 건물을 지어 거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라쿤이 듣기로 영주 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마왕의 증조부가 그 성에서 자객에게 피살된 후로는 흉가라는 생각에,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던 할아버지 대부터는 목조로 된 동양식 영주 관을 지어 생활해 오고 있다 했다.


아무튼 이런 집구조이다 보니 동양의 집이 대개 그렇듯 창이 적고 작아, 채광과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흠이 있었다. 또 겨울이면 난방으로 구들이 아닌 화로를 사용하고 있는데, 연료비 대비 그 효과가 미미했다.


이런 영주관으로 화장실 간 데이지를 위해 말을 지키고 있던 라쿤도 함께 돌아오니, 주군은 여전히 깊은 생각에 빠져 있어 두 사람이 내실로 들어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던 그가 데이지를 향해 밑도 끝도 없이 불쑥 물었다.

“언제부터냐?”

그래도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데이지인지라 쉽게 답변을 했다.

“설사는 어젯밤부터고요, 재채기에 콧물은 그제아침부터입니다. 주군!”


“아무리 요 며칠 날씨가 푹해도 그렇지, 밤에도 화로를 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아무래도 음식도 상한 음식이 나온 것 같단 말이야. 이를 어떻게 생각하지?”

뜻밖에도 마왕의 눈길이 향한 곳은 라쿤에게였다.

“절약 차원 아니겠습니까? 주군!”


“흥! 절약은 절약이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야료가 이는 것 같단 말이야.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너구리!”

“네, 주군!”


“당장 주방과 숯의 재고를 조사해봐!”

“넵, 주군!”

“그리고.”

“네, 주군!”


“시장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보자고.”

“네, 주군!”

“바로 착수해!”

“넵!”


얼결에 대답을 하고 밖으로 물러나왔지만 라쿤으로서는 어디서부터 착수를 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외로 꼬고 한참을 끙끙거리던 라쿤이 이내 터덜터덜 걸음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발길이 향한 곳은 담 하나로 기존 영주 및 행정 여타 인력이 머무는 곳과는 구획되어진, 뒤편의 영주 가족이 머무는 외떨어진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는 25세임에도 불구하고 장가를 안 간 마왕을 제외한 가족 즉 그의 모친과 남동생 하나와 여동생 그리고 이들을 시중드는 하인들이 머물고 있었다.


원래 영주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런데 선대 영주의 타계 후 현 영주가, 영주가 되는 과정에서 이 남동생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어, 남동생은 물론 그를 지지하던 노 가신마저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제거하는 바람에, 괴짜에서 마왕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겨났다.


또 이 과정에서 마왕이라는 별명을 영주가 얻은 외에도 어머니와도 틈이 벌어지고 말았다. 따라서 둘은 비록 담하나 사이의 공간이었지만 거의 내왕을 하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아무튼 라쿤이 뒤채로 통하는 문 앞에 이르자, 곧 문을 지키고 있던 주군의 경호군사 두 명이 나타나 그를 제지했다.

“이곳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라도 말이오?”

“물론!”

“이거 왜 이러십니까? 영주님의 시종이 못갈 곳이 어디 있다고. 그 모든 것을 떠나 영주님의 심부름입니다.”


“목찰(木札) 내놔봐!”

“헤헤헤........! 깜빡하고 안 타 왔는데요.”

“그럼, 안 돼!”


“들여보내!”

“네? 아, 네!”

후원으로 산책 나왔던 영주가 둘의 다툼을 지켜보았나보다.

“들어가!”


경호군사의 명이 떨어졌어도 라쿤은 자리에서 멈춘 채 한동안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뭐해?”

“알았다고 요.”

퉁명스럽게 답한 라쿤이 문을 열고 후동(後棟)에 발을 딛는 순간,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겨울을 맞아 말라비틀어진 꽃들을 어루만지고 있는 어여쁜 소녀와 라쿤의 시선이 딱 마주친 것이다. 이에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라쿤의 몸과 마음이 일시에 얼어붙었다.


그녀야말로 영주의 막내 동생으로 라쿤과 동갑내기인 16세였다. 라일라(Layla)라는 이름의 그녀는 벌써부터 미녀로서의 명성이 자자해, 사방에서 청혼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였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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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향사가 되다 +2 16.10.04 934 12 8쪽
6 향사(鄕士, Esquire)가 되다 +2 16.10.02 970 12 8쪽
» 목숨을 건 내기 +2 16.10.01 889 10 9쪽
4 목숨을 건 내기 +2 16.09.30 1,033 16 8쪽
3 목숨을 건 내기 16.09.29 1,021 13 9쪽
2 목숨을 건 내기 +4 16.09.28 1,089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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