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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과 뻔뻔한 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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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검향
작품등록일 :
2016.09.28 02:48
최근연재일 :
2016.10.20 21:25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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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13
추천수 :
172
글자수 :
54,961

작성
16.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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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추천
13
글자
9쪽

목숨을 건 내기

DUMMY

3


축성에 필요한 모든 물자는 이미 주변에 충분히 쌓여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준비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밤에 쓸 횃불과 기름이었다. 곧 라쿤은 축성 현장을 둘러보다가 가장 비실비실하는 아이 하나를 불러 심부름을 시켰다.


“너 시장에 가 기름집 주인과 양복점 주인을 불러와!”

“네, 감독님!”

이제 12살 정도로 보이는 작고 비쩍마른 아이의 ‘감독님’ 소리에 우쭐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건 순간의 일이고, 아이가 사라지자 그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 나왔다.


“휴........!”

어쩌자고 1골드를 안겼음에도 저런 아이까지 축성현장에 동원되었는지 집사에게 원망감이 생겼다. 이 원망감은 곧 그에 대한 저주로 변했다.

“두고 봐라! 내 너를 반드시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테다!”


라쿤에게 원망을 샀으니 집사 영감이 파멸에 이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성격에다 뒤끝이 강한 그이기에, 그에게 원망을 샀다는 것은 곧 파멸의 지름길이기 때문이었다.


“어이, 거기 뭐해 빨리 빨리 하지 않고.”

라쿤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말처럼, 모두 열심히 축성에 임하고 있음에도 한마디 툭 던져놓고는 계속해서 축성 현장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심부름 보냈던 아이가 두 명의 중년아저씨를 데리고 나타났다. 라쿤은 두 사람에게 깎고 깎아 횃불 60개와 2주일 치 콩기름을 50실버에 확보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양 팀에 30개씩의 횃불을 나누어주고 야간 공사에 돌입했다. 그렇게 야간 축성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다. 9시가 되자 이 영지의 부기사단 중 하나이자 경비대장인 라움(Raum)이 찾아와 곤란함을 전한 것이다.


“라쿤! 10시가 되면 통행금지인 것 알지?”

“2주 동안만 공사에 동원된 인부에 한해 12시까지만 연장을 해주시면 안 될까요?”


“안 돼! 누구도 예외일 수가 없어.”

온후하게 생긴 자답지 않게 40대 중반의 라움은 매몰차게 답했다.

“하루라도 빨리 무너진 성이 복구되어야 보다 안전한 경비가 되지 않을까요?”


“그건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야.”

“정 그러시면 영주님께 소인이 허락을 득하고 오죠?”

“너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제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 보름 동안에 무너진 곳의 축성을 끝내지 못하면 제 목이 달아납니다. 경비대장님!”

라쿤의 말에 제법 준수하게 생긴 경비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것도 잠시. 그가 인상을 펴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성가시지만 내가 영주님의 의사를 물어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경비대장님! 가급적이면........”

라쿤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가 없었다. 경비대장 라움이 바로 등을 돌려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0시가 가까운 시간이 되자 라움이 다시 찾아와, 12시까지만 허락한다는 내용을 전하고 갔다. 이에 감사를 표한 라쿤은 양 팀을 더욱 몰아세웠다. 그렇게 삼 일을 몰아세우자 또 문제가 발생했다.


주야로 일을 하다 보니 농노들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축성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라쿤은 그들의 체력을 보충해주기 위해 영양식을 고려하게 되었다.


그래서 라쿤은 다음 날 스스로가 어제의 그 비실거리는 아이를 데리고 시장으로 향했다. 이제 자신이 없어도 경쟁심에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하고 있으므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 때문이었다.


이미 닭 100마리를 사기로 작정한 라쿤은 자신이 촌닭이 되어 시장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 영지가 얼마나 가난한지 시장에는 닭 100마리를 한 번에 살 수 있는 규모로 닭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할 수 없이 촌에서 닭 한두 마리를 가지고 나온 사람부터 많게는 대여섯 마리까지 가져와 팔려는 촌사람들로부터 일일이 구매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60실버가 들어갔다. 자신의 예상 가격은 50실버였는데 말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의 입이 댓 발 나왔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둘이 100마리를 한꺼번에 운반할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라쿤은 비실이 소년에게 무어라 속닥거렸다.


그리고 자신은 자신 것만 사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노파를 소리쳐 불러 아깝지만 닭 여섯 마리를 더 샀다. 그러고 채 30분이 되지 않아 아주머니 열 명이 손수레 하나씩을 끌고 떼로 몰려나왔다.


모두 축성공사 현장에 동원된 농노의 아내들이었다. 그들 중 가장 살집이 좋고 억척스러워 보이는 오십 가까워 보이는 아낙 하나가 라쿤에게 물었다.

“인부가 사백 명이라면서 겨우 백 마리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요?”

“이긴 팀 이백 명에게 반 마리씩만 삶아 줄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하오.”

그러자 다른 여인이 물었다.

“삶은 닭을 그냥 두 사람 당 한 마리씩 요?”

“그렇소.”


“아이고, 큰일 날 소리!”

과장된 제스처로 허공까지 긁은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두 사람 당 한 마리면 서로 먹겠다고 싸움 안 나면 다행이고, 다음 날 큰 고생할 거예요.”


“고생이라니 무슨 소리요?”

“기름기라야 1년에 한 번 추수감사절에나 먹어보는데, 그러고 나면 어찌 되던가요? 평소 기름기를 접하지 못했던 몸이 적응을 못해, 죄다 좍좍 설사로 쏟아내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그도 그렇네.”

수긍한 라쿤이 되물었다.

“방법이 없겠소?”


“쌀 좀 넣고 죽을 쒀 먹이면 되죠.”

“아, 백숙!”

“백숙?”


불행하게도 이 행성에는 백숙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리고 원래 백숙을 하려면 원래는 일반 멥쌀이 아닌 찹쌀로 하는 것이 좋으나, 동양에는 있는지 모르나 이 땅에는 없었다.


참고로 지금 라쿤이 위치한 대륙은 동서양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무튼 라쿤의 생각과는 아랑곳없이 백숙 이야기를 꺼낸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러면 양도 불어나 사백 명을 다 먹일 수도 있어요.”

“좋소. 쌀도 좀 삽시다.”

이렇게 해서 쌀까지 구매하니 근 1골드의 돈이 투입되었다.


이날 오후.

축성현장에는 큰 가마솥이 열 개나 걸리고 한참이 지나자 진한 고기 냄새를 솔솔 사방으로 풍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농노들의 뱃속이 꾸르륵 꾸르륵 비명을 지르고, 어느 놈은 아예 손을 놓고 황홀한 표정으로 이 냄새만 맡고 있는 자도 생겨났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껏 잘해야 일 년에 한 번 고기 맛을 볼까말까 한데다 슬프게도 농노들에게는 점심이라는 단어가 해당사항이 없었다. 고된 생활 속에도 하루 두 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귀족들이야 점심도 먹고 사이사이 간식도 먹고 살지만 농노들에게는 꿈속의 일이요, 이상향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되자 라쿤은 공사를 일시 중단시키고 전 인부들을 불러 모아 일장 연설을 토해냈다.


“지금부터 해떨어질 때까지 지금 상태에서 더 많이 쌓은 팀에게 닭죽을 제공하겠소.”

“에이.........”

“싫으면 말고. 덧붙여 말하자면 내일은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내기를 할 것이오.”


와.........!

농노들의 함성 속에 곧 전생 북한의 천리마 아니 만리마 이상의 속도전이 전개되었다. 이렇게 되어 저녁나절 검수를 한 결과 A팀이 이겨 그들만 닭죽을 먹게 되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이겨내지 못하고 수시로 부근에 엉덩이 까는 자가 생기니 라쿤으로서는 곤란해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슬픈 현실에 마냥 웃을 수도 없었다. 기 경험으로 영리한 아낙들은 닭죽을 쑤는 과정에서도 닭을 먼저 삶아 일차로 뜬 기름기를 걷어내고 죽을 쒔는데도 말이다.


물론 걷은 기름은 오늘 수고한 아낙들이 골고루 나누어 집으로 가져갈 것이고, 수고한 그녀들에게도 죽 한 그릇씩이 배당되었으나, 이 죽을 먹는 여인은 아무도 없었다. 이는 안 봐도 훤했다. 집에 있는 자식새끼들 주려함일 것이다.


아무튼 양 조절을 위해 오늘은 50마리의 닭만 사용했기 때문에, 다음날도 가외 돈 들이지 않고도 내기는 지속되었고, 오늘은 이를 악문 B팀의 승리로 끝났다.


여섯째 날.

이 날은 아무 내기도 걸지 않으니 작업속도가 전의 이틀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이에 라쿤은 또 전 인부를 집합시켜 놓고 폭탄선언을 했다.


“오늘 이 시간 부로 각 팀에서 게으름 피는 자 각각 다섯 명씩을 선발해, 바로 본 감독의 직권으로 집으로 돌려보내겠소.”

웅성웅성..........!


자신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라쿤은 타고난 목청으로 일갈했다.

“조용히 하시오. 단........”

“포상도 하겠소.”

모두의 눈이 기대로 반짝였다.


-------------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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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목숨을 건 내기 +2 16.10.01 889 10 9쪽
4 목숨을 건 내기 +2 16.09.30 1,033 16 8쪽
» 목숨을 건 내기 16.09.29 1,021 13 9쪽
2 목숨을 건 내기 +4 16.09.28 1,089 16 10쪽
1 목숨을 건 내기 +8 16.09.28 1,376 1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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