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16 13:1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205,757
추천수 :
4,607
글자수 :
415,080

작성
24.05.21 08:20
조회
3,449
추천
77
글자
19쪽

21화

DUMMY

21화




콰르르르르르르르르!!


지엄한 물의 정령 운디네의 가호로 순식간에 청청리 앞바다의 깊은 곳까지 진입한다.


“확실히 물이 깨끗해졌네!”


옹알 옹알

옹알 옹알!


깨끗해진 바닷물에 기쁜 건 나뿐만이 아닌 듯했다. 물의 정령들과 꽉꽉이도 정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 보인다.


“꽈아아아~!”


혼자서 이리저리 바닷속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유영하고 온 꽉꽉이가 자신의 등을 잡으라고 내민다.


“응. 가자!”


꽉꽉이의 등에 두 손을 얹자 신비로운 기운이 내 온몸을 감싼다.


“꽈아아아악!”


슈와아아아앗-!!


꺄르르 웃는 물의 정령들과 함께 마치 물속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래로 아래로 하강한다.


그리고 의외의 풍경이 보인다.


“······. 검문소?”


바다의 밑바닥으로 향하자, 중간에 이전엔 없었던 바리케이드 같은 게 쳐져 있다. 게다가 그곳을 지키는 두 명의 인어 전사가 내 쪽을 심상치 않은 눈으로 쳐다본다.


“크르쿠카!”


꺼져!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저 귀찮다는 듯 손을 휙휙 내젓는 동작은 무슨 말인지 의례 알 수 있었다.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준비해 온 게 있었다.


오독!


[ 당신은 ‘어디에도 없는 여신’의 선봉장입니다! ]

[ 당신에게 얌얌오행이 적용된 음식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


[ 잠시간 다른 생물체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됩니다! ]


얌얌오행 스킬을 써서 고소하게 볶은 해바라기 씨앗을 씹어 삼키자 내 의도대로 메시지가 나온다.


그리고 서서히 들리는 대자연의 소리!


이제 막 인어처럼 생긴 이계인들과 지구인의 첫 진정한 조우가 시작될 마당이었다.


미지의 신비로운 존재들과의 조우. 이것은 나에겐 작은 발걸음이나 인류에겐 크나큰 발걸음이다. 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우리와는 어떻게 다른지 자뭇 긴장이 된다.

나는 인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그야 안가냐잉! 확 마 저자슥을 그냥!”


응?


“아 형님이 참으쇼~ 저 뼈밖에 없는 상놈의 것이 뭘 알긋소~?”


“내는 이해가 안 가요~ 저 자슥을 확 조사버렸으면 십겄는디 왜 봐주라는 것이여~”


“아이 쓰레기 치운다 안하요! 애가 저기 착하게 생겼구만 착하게~!”


“착하게 생기기는? 기생오라비같이 생겨가지고 저런 놈들이 여자들 등쳐먹고 말이여 엉? 딱 보니께 우리 이장님도 눈이 이렇게 돌아가꼬~ 그저 남자 얼굴 반반하믄 정신을 못 차리고 말여.”


“······.”


커다란 덩치의 인어 형님(?)들이 걸걸한 말씨를 쏟아냈다. 나는 차마 멀쩡히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이게 뭔, 아니 그······.


‘신비로운 인어들과의 조우인데 왜 분위기가 깡촌 시골 청년회같냐.’


그것도 제법 걸걸한 시골 청년들.

하긴 외모는 시골 청년들이 오줌 지리고 도망갈 거 같은 험악한 남자 인어들이니 저런 말투가 어찌 보면 퍽이나 어울리기도 했다.


난 멘탈을 다잡으며 말을 걸었다.


“저기 안녕들······. 하십니까 형님들?”


인어 형님들이라니!

이런 말로 처음 이계인과 소통하게 될 줄은 월트디즈니도 몰랐을 것이다. 내 말에 한 인어가 눈을 끔뻑이더니 옆에 인어에게 물었다.


“······. 어야 저 아그가 뭐라고 하지 않았냐 방금?”


“뭔 헛소리여? 쟈가 우리 말을 했다고?”


“아니 맞다니께?”


“형님 나이가 몇인데 벌써 노망났소? 와그라요 무섭게.”


“허······. 그런가? 방금 분명히 저 아그가 뭐라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듯 호탕하게 웃는 인어들에게 한 번 더 말했다.


“그······. 저기 제가 말한 거 맞습니다.”


“히, 히에에에엑!”


“끼에에에에엣! 말을 한다 말을!”


“저, 저게 왜 우리 말을 한대???”


“맞지? 들었지??”


화들짝 놀라서 자기들도 모르게 펄쩍 뛰어올라 내 주변을 몇 번이나 수영으로 유영한 인어 전사들이 이번엔 내 코앞으로 서서히 다가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묻는다.


“하, 하하하······. 말 좀 배워왔습니다.”


“험매야? 시상에······. 별일이 다 있네!”


“어따 우리 말을 곧잘 하요??”


“감사합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내가 상상한 신비로운 존재인 이계인 종족과 두근두근한 긴장된 조우는 어찌 됐단 말인가. 이건 순 깡촌 오지 시골에 잘못 놀러 온 서울 사람이 된 기분이다.


“어따 말을 할 줄 알면서 엊그제는 와 그랬는가?”


“아 배워 왔다 자녀~ 우리랑 말하려고!”


“예예. 그때는 말을 잘 못했죠 제가. 여러분이랑 의사소통이 안 된 게 문제 같아서 배워 왔어요.”


“허······. 참. 매운탕이 곡할 노릇이구만.”


“너는 뭐 그런 말을 하냐. 아이 그래 총각.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100살 위야 아래야.”


“······. 아래인데요······.”


“하따~! 이거 완전 호적에 알껍데기도 안 부서진 어린애였구먼?”


“······.”


아무래도 그들의 구수한 말솜씨가 자꾸만 내 환상속 전설의 인어들의 이미지를 개박살 내고 있다. 사실 이 대화 내용은 적당히 번역돼서 들리기에 이런 것일 것이다. 설마 진짜로 인어들이 호적이나 매운탕이란 표현을 쓰진 않겠지. 내가 알아듣기 쉬운 표현들로 적당히 번역되어서 들리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는 정말 신비의 종족처럼 느껴지던 이들이 말투 하나 번역됐다고 이미지가 너무나도 다르게 보였다.


‘내 로망은······.’


아, 대자연의 언어 알아듣지 말걸.


“하, 하하하······. 형님! 제가 어리니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내가 두 손을 모으며 예의를 표하자, 인어 형님이 씩 웃었다.


“아따야 내가 외지인 동생 생겨부렸어야.”


껄껄껄껄 호탕하게 웃은 인어 형님이 내 등을 철썩철썩 때린다. 안 그래도 키(?)만 해도 190CM은 넘어 보이는 장정이 내 등을 퍽퍽 때리니 힘이 장난이 아니다. 칠 때마다 내 주변에 파동이 일어나 퍼져나간다. 내가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각혈했을 정도.


‘일반인들한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꼭 말해놔야겠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런 애정 표현을 했다간 그대로 종족 간 분쟁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하하하하하! 형님. 이거 좀 드셔보시죠.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난 소분해 둔 해바라기씨 볶음을 두 인어에게 내보였다.


오독 오독!

오독 오독!


“오호야~! 이거 쏠쏠하이 맛나네이?”


“거 도시 놈들은 이런 거 먹고 산다냐? 맛이 아주 기가 막히네. 허허허허허!”


방금까지도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우지 못하던 인어들이 해바라기씨 볶음을 먹더니 얼굴이 활짝 편다.

맛이 없을 수가 없겠지!


“자 이쪽으로 와라 동상. 아 저 허벌라게 큰 갈매기는 동상이 키우는거여?”


“꽉?”


“예예. 제 애완동물이에요.”


“어 쟈도 데리고 가자. 딱 이 행님만 믿으면 된다잉? 허허허허.”


내가 바로 알아서 형님이라고 부른 게 어지간히 기분이 좋았나 모양이다. 형님이라고 부르자 마자 180도 태도가 변해서 무척 친절해졌다. 그게 이들의 문화일 수도 있겠다.

날 깊은 바다로 안내해 주던 인어 형님이 문득 물었다.


“근데 자네 부모님이 혹시 인어신가? 자네 고향이 이쪽이여?”


“예??”


이건 진짜로 상상도 못 한 질문이네.


“아니 우리 말을 너무 잘하니까~”


험악한 얼굴과 다르게 의외로 수다스러운 인싸 형님이었다.




* * *




난 인어들의 안내를 받아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청청앞바다 해구······.’


게이트의 등장과 함께 변형된 지형 중 하나였다. 청청앞바다에 커다란 해구가 나타났고, 정부에서 위험 지역으로 지정했다.


인간의 눈으론 미처 살필 수 없는 어둡디어두운 바닷속이었으나.


“자, 이제 보여요?”


샤아아아아······.


인어공주님의 손이 내 이마를 쓸며 무언가 주술을 걸어주자, 순식간에 내 시야가 트이며 주변 경관이 환하게 보였다.


“보입니다······.”


마치 용궁에서 눈을 뜬 심봉사 처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인어 공주가 걸어준 주술 덕분인지 정말로 어둡디어둡던 심해가 내 눈에는 이제 물 밖의 대낮처럼 훤하게 보인다.


“감사합니다 공주님.”


“어머, 공주요?”


내가 말함과 동시에 인어공주는 입을 가리고 웃고, 주변에선 숨죽이고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난다. 왜. 내가 뭐 잘못했나?


“어따 우리 동생 이 샛바닥으로 여자 홀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만. 보자마자 공주님 이러고.”


“아따 이장님 시집가는 거 아니여 이러다?”


주변 인어들은 놀리기에 바빴고 인어 공주, 아니 알고 보니 인어 이장님은 입을 가리고 예쁘게 웃었다.


그런 소동이 있고 나선 인어들의 진지한 회의가 한 차례 있었다.


“이참에 확 치우죠. 저 총각이 도와줄 때 치워야지 우리끼리는 방법도 없으니께.”


“그게 좋겠어요.”


그리하여 해구 아래쪽의 바다 정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인어 이장······.’


내가 인어 이장님을 돌아보자, 이장님이 씩 웃는다. 아니, 인어 이장이라니 이거 어감이 좀······.


콰드드드드드드득!!


옹알~ 옹알!!


지엄한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를 비롯해 물의 정령들의 힘으로 쓰레기 산을 잘라내고, 바람 정령들과 물의 정령들의 힘을 합해 띄워 올린다.


“동생은 걱정 말고 파 올리기나 해! 저 밖에까지는 저 덩어리들을 우리가 옮겨 줄 것인 게!”


“예~!”


그리고 인어 장정들은 정말인지 도움이 되었다. 이들의 말로 인근의 바다가 오염된 뒤 그들이 식량으로 삼는 것들의 생태 역시 망가졌기 때문에, 이 심해의 쓰레기들을 치우는 것은 그들의 숙원사업이기도 했단다.


“힘내라 힘!!”


“아이고 저 외지인 힘이 장사네!”


“일 한 번 겁 나잘하네!”


“바다의 가호를 받았구먼. 바다의 가호를 받았어!”


그렇게 쓰레기를 치우던 와중,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걸 발견했다.


HWASAN COP.


화산 코퍼레이션. 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물 녹이 잔뜩 슨 기계 장치를 해구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게······.”


“그래. 외지인 놈들이 잔뜩 몰려와서 시끄럽던 게 이거 때문이었구만.”


‘심지어 바다까지······?’


그것은 거대한 엔진이었다.

다만 평범한 엔진이 아니었다.


‘인근의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그에 내포된 에너지를 걸러서 모으고······.’


역시 순수한 에너지를 좀 더 수월하게 추출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장치임이 틀림없었다.

이 자식들이 선 넘네, 계곡도 계곡이었지만 퀘스트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을 꾸미는 걸 상상도 못 하고 있을 뻔했다. 지금은 물러난 것 같지만 또 어떻게 아는가.


“저건 아무리 우리가 뭘 해봐도 꿈쩍도 안 해. 실금도 안 가더라니까?”


“얼마나 단단한지, 상어 가죽도 단번에 뚫는 내 창이 끝도 안 들어갔지.”


“총각 무리하지 말어. 저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꿈쩍도 안 하니까.”


“음······.”


난 화산이 설치한 엔진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바닥 주변에 바위들의 형상과 엉뚱한 곳 바닥에 박혀있는 말뚝을 보고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파괴 보호의 진이군.”


나쁘지 않은 수준의 진법이었다. 그래, 나쁘진 않은 수준의. 하지만 놈들의 상대는 나빴다. 내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전) S급 진법계 헌터였으니까.


화아아아앗······!


진법을 해제하고 나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아닌 고철 덩어리였다. 아마도 이곳에서 무언가 실험을 하다가 철수하면서, 자신들이 설치해 둔 진법 때문에 그것을 해체하기가 까다로와 미처 가져가지 않은 거 같았다.


‘그리고 이건 화산이 쓰레기를 투기했다는 아주 좋은 증거고.’


까앙! 까앙!


이준이 그것을 잘라 올리기 시작하자 인어 전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혹시나 하고 지켜보던 시선들이 경악에 물든다. 그들 중 가장 힘센 자가 시험 삼아 부수려 해 보아도 꿈쩍도 않던 쇳덩이다. 그것이 이준의 손짓에 따라 하나하나 부위별로 떨어져 나가 수중으로 올라가는 광경. 깊디깊은 바다까지 들어온 한 줄기 햇살이 이준을 비추며, 거대한 어둠에 물든 쇳덩이를 부숴내는 이준의 모습은 마치 신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어지간한 일에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인어족 최고의 전사들조차도 턱을 벌리고 감탄했다.


“세, 세상에 저 총각은 힘이 얼마나 센 거야?!”


“이거 비리비리하게 생겨서 힘이나 쓰겠나 했더니 장난이 아니구먼······.”


“허야. 장사네 장사! 장군감이여!”


아무래도 진법에 관한 지식이나 스킬은 없는 듯한 인어들은 연신 나를 칭찬했다. 정말로 괴물같이 어마무시한 덩치들을 가진 험악한 전사들에게 순수하게 힘으로 칭찬받고 있자니 기분이 머쓱했다.


인어들 입장에서야 놀랄 만 했다. 그들이 자랑하는 창술과 힘도 저 이상한 쇳덩이 앞에선 무력하기만 했는데, 덩치도 자신들보다 작은 외지인이 무언가를 하는 것 같더니 그 철옹성처럼 꿈쩍 않던 철덩이를 두부처럼 잘라서 해체하는 게 아닌가.


정말로 어느 전설 속에 나오는 바다 전사의 모습 그 자체로 오해를 받았을 수도 있을 터다.


화산이 바다 밑바닥에 설치해 둔 엔진에는 또 역시 어둠에 물든 마법진이 함께 있었던 건지, 그것이 저 멀리 사라지면서 바닷속도 한결 청정해진 게 느껴졌다.


“아······. 멋져요.”


인어 이장님의 두 눈이 제갈이준을 보며 떨렸다.


엔진을 모두 해체하고 그들에게 돌아가자, 인어 공주, 아니 인어 이장이 두 손을 모으곤 화사하게 웃으며 날 칭찬했다.


“감사해요. 이준님. 덕분에 한시름 놨습니다.”


이제 나는 그들에게 단순 외지인이 아닌 바다의 가호를 받은 전사이며, 신이 선택한 거력거사이며, 인어촌에 나타난 챔피온으로 추앙되고 있었다.


“쟈가! 쟈가 내 동생이여!”


인어 형님도 유난이 활짝 웃으며 날 칭찬하고 있었다.


[ 퀘스트가 클리어되었습니다! ]

[ ‘어디에도 없는 여신’에게 평판이 올랐습니다! ]

[ 보상이 지급됩니다! 랜덤 씨앗 보상! ]

[ 보상이 지급됩니다 ! 새로운 스킬을 익혔습니다! ]


“호오.”


[ ‘두근두근 스트로베리 씨앗’을 얻었다! ]

[ ‘(낚시)루어댄스’ 스킬을 얻었다! ]


좋았어.

새로운 씨앗도 스킬도 얻었다. 이건 유용하게 쓸 수 있겠지.


그렇게 보상까지 받고 나서야 이상해질 정도로 조용한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인어들이. 울먹이고 있었다.


“흑흡······.”


“으흑흑······.”


“······.”


아니 왜들 울고 그래?

이제 인어들의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서 유달리 험악한 시골 청년회의 그것이었다. 그나마 아름다운 인어 공주, 아니 인어 이장님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정말 동화 속 인어보다는 조폭에 가까운 인상들인데.


그런 다 큰 사내들이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눈을 가리며 울고 있었다. 쿨쩍쿨쩍 코 먹는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왔다. 오히려 울지 않는 것은 인어 이장님이었다. 하지만 물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어 이장님의 눈동자마저 평소보다 더 촉촉해 보였다.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인어 이장님의 잔잔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하는 동안 한결 상쾌해진 바닷물을 따라, 우리들의 머리 위로 작은 물고기 떼가 열심히 몸을 놀려 지나갔다.


이들은 뜬금없이 이 바다에 떨어졌다.

그들이 원래 살던 세상과 접점은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적응하고 살만하다고 생각했으나, 어느 날부터 무서운 일이 일어났다. 맑디맑았던 바다가 침침한 어둠에 잠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농사짓던 작물들은 시들었고, 그들의 식이었던 물고기 중 상당수가 자취를 감추었다. 때때로 짙어진 어둠 속에서 쿵쿵거리는 무서운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전사들은 외지인들의 시선을 피해 그 쿵쿵 소리가 나는 쇳덩이를 부수려 해 봤으나 소용없었다. 어느 날 외지인들이 사라졌지만, 그들이 만든 어둠은 바다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200여 명의 단출한 규모의 인어들은 함부로 거처를 옮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떠는 나날이 길었다. 하지만 이제, 이준이 그들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 준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준님.”


“동상 정말 허벌라게······. 고마워버려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외지인 전사여!”


“잊지 않겠습니다 바다의 가호를 받은 전사시여!”


이준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인어들의 감사 인사가 계속해서 바다에 울려 퍼졌다.




* * *




집으로 돌아오니 정수아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선배 그, 그게 뭐예요?”


“그거라니. 말조심해라.”


트럭에서 내리는 커다란 욕조를 보며 정수아가 턱을 쩍 벌렸다. 백색의 욕조 안에는, 무려 인어 이장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인어공주······??”


“인어 이장님이셔.”


인어 이장님이 정수아를 보며 친절한 미소를 짓는다.


“안녕하세요?”


헉.

인어 이장이 말끔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아?! 아. 안녕하세요?!”


인어 이장이 당황하는 정수아의 대답을 들으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힛.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재밌는지 웃으며 앵무새처럼 ‘안녕하세요.’라는 소리만 반복하는 인어 이장님에게 멍청하게 자꾸만 대답하는 정수아는 이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인어 이장님의 호위로 따라온 두 발로 걷고 허리에 칼을 찬 거북이와 개구리가 주변을 경계했다.


“······. 안녕하세요만 말할 줄 아신데.”


내가 해바라기씨 볶음의 효과로 통역을 해 주었다.

그보다 한국말은 언제 익힌 거래. 이건 나도 놀랐다.


“······. 후아. 후아 세상에. 너무, 너무 예쁘다.”


햇빛 아래에서 보니 빛나는 인어 이장님의 미모는 정말로 그림 동화책 속에 나올듯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투명한 하얀 피부에 분홍빛의 치렁치렁한 긴 머리칼은 끝내주는 머릿결로 햇빛을 반사했다. 정말로 보석을 박아 넣은 듯한 두 눈은 햇살에 따라 신비로운 무지갯빛의 아우라가 흐르는 거처럼 보였고, 큼직한 이목구비는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반드시 연예인은 했을 거란 느낌이 드는 확신의 미녀 상이었다.


“진짜 예쁘시다······.”


“······!”


인어 이장님은 꼭 알아듣는 것처럼 정수아의 말에 해맑게 웃었다.


그래서 기묘한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마당의 평상에 차려둔 밥상 끄트머리에 인어 이장님의 욕조를 높이를 맞춰두었고, 나머지 손님들이 식탁을 둘러쌌다.


“세상에······. 나 인어 처음 봐.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봐 줄래요?”


“······. 그건 제가 허락 안합니다 당미미씨.”


“······.치.”


“상추 샐러드나 드십시오.”


“음~~~!”


입에 달큰한 간장 소스로 맛을 낸 상추 샐러드를 찔러 넣어주니 당미미가 감탄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인어 이장님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러고 있는데 마당으로 차가 들어온다.

커다란 백색의 세단. 익숙한 차다.


“연맹장님이?”


“아이고, 식사 중이셨습니까? 방해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요.”


방해하려던 사람이 아닌 거 치곤 표정이 몹시 마침 잘됐다는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 노리고 식사 시간에 오신 거죠?”


“······.”


“그렇죠?”


“······. 조금?”


“앉으시죠.”


밥집이냐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1 무명절인
    작성일
    24.05.21 09:46
    No. 1

    인어(어인?)들의 언어를 해석 하는 방식이 되게 구수한 방식의 어법으로 해석을 해주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귀농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사항) 소림 캐릭터들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24.06.04 166 0 -
공지 제목 바꿨습니다! 24.06.03 259 0 -
공지 연재시간 -> 오후 1:10 (매일 1개) 24.05.17 3,843 0 -
62 61화 NEW +1 6시간 전 554 34 17쪽
61 60화 +5 24.06.15 1,072 52 13쪽
60 59화 +5 24.06.14 1,191 59 15쪽
59 58화 +2 24.06.13 1,345 50 13쪽
58 57화 +3 24.06.12 1,441 55 18쪽
57 56화 +2 24.06.11 1,566 56 17쪽
56 55화 +3 24.06.10 1,651 55 13쪽
55 54화 +1 24.06.09 1,809 53 14쪽
54 53화 +2 24.06.08 1,893 61 19쪽
53 52화 +3 24.06.07 1,955 64 16쪽
52 51화 +1 24.06.06 1,986 63 15쪽
51 50화 +2 24.06.05 2,136 62 16쪽
50 49화 +2 24.06.04 2,220 68 14쪽
49 48화 24.06.04 2,229 61 14쪽
48 47화 24.06.03 2,277 64 13쪽
47 46화 +1 24.06.03 2,321 63 12쪽
46 45화 +1 24.06.02 2,323 66 13쪽
45 44화 24.06.02 2,374 69 12쪽
44 43화 +1 24.06.01 2,390 63 15쪽
43 42화 24.06.01 2,400 61 12쪽
42 41 화 +1 24.05.31 2,553 66 13쪽
41 40화 24.05.31 2,605 62 14쪽
40 39화 +4 24.05.30 2,575 67 15쪽
39 38화 24.05.30 2,602 66 14쪽
38 37화 +3 24.05.29 2,761 74 13쪽
37 36화 +1 24.05.28 2,852 74 13쪽
36 35화 +2 24.05.28 2,789 68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