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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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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4
최근연재일 :
2022.06.13 07: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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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0,769

작성
22.05.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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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6 종토방

DUMMY

난 액정 화면을 보고 또 봤다. 화면엔 내 계좌 현황이 선명히 표시되고 있었다.


---

[잔고]

메신바이오 61주 (상한가)

---


휴우우. 긴장감이 싹 풀렸다. 기분이 나른해지고 몸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그런 것도 잠시, 이내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61주 몰빵 상한가! 온전히 30% 수익···!'


사무실만 아니라면 당장에라도 크게 소리를 내질렀을 텐데!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서너 번 지른 난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켰다.


'아무튼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하자.'


기사는 분명 수요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변했다. 작전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문득 난 사무실 직원들의 움직임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그에 자리에서 일어나며 액정에서 눈을 떼려는 순간, 상한가의 100만 주 잔량이 순식간에 50만 주로 줄었다.


난 제자리에 서서 그 움직임을 주시했다.


하나 둘 쌓이다 다시 110만 주.


30만 주가 후두둑 빠져나간다. 그러더니 다시 또 쌓인다. 이후 100만 주가 들어왔다 나가길 반복했다.


그런 장난질이 반복되는 사이 어느덧 잔량은 서서히 200만 주에 육박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 상한가 매도 물량 출회. 100만 주.


잠시 신경전을 벌이며 주춤하던 잔량에 100만 주 매도물량이 나왔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추가 매수 대기 물량도 50만 주가 새로 들어왔다.


매수 물량이 계속해서 쌓이자, 밑장을 빼고 넣고를 반복하는 의문의 존재.


- 상한가 매도 물량 출회. 50만 주.


연속 매도 물량에 단단하던 상한가가 무너져 내렸다. 한동안 상한가의 붉은 화살표 표시가 깜빡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안정세와 함께 잔량 50만 주로 최종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작전은 끝난 것 같군.'


난 내일 전량 매도하면 된다.


흔들리는 상한가에서도 이렇게 마음이 평온한 것은 이미 이 작전 내용을 고스란히 알고 있었던 결과이리라.


상한가에서 어떻게 흔들 것까지도.


슥. 사무실 벽에 귀를 대 본다. 직원 사무실 분위기로 보아하니 오늘은 정말로 끝난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래도 난 화장실에 가는 척 사무실 안쪽 동향을 살펴보았다.




***




"총 매도 물량 얼마인가?"


다소 긴장된 어조의 김 부장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네. 150만 주 풀었습니다. 오늘 계획된 매도 물량입니다."

"잘했어. 김 대리는 상한가 물량 조금씩 더 쌓고."

"네, 부장님."

"지금이 2시 50분이니까··· 5분 남았군."

"혹시 추가 기사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손에 커피를 든 한 차장이 약간 여유로운 목소리로 물음을 던졌다.


"그래, 맞아. 김기동 기자 추가 기사 뜨는 순간, 김 대리는 대기 매수 100만 주 추가로 쌓고."

"네. 미리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게 일단락이 되자, 한 차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저 부장님. 회장님께서 보낸 정보는 무엇입니까?"

"아 그거? 정부 신사업이 있는 모양이야. VIP의 검토 지시가 떨어진 상태고, 그 관련 주 주식을 미리 선정해 놓으라는 회장님의 말씀일세."

"무슨 정책인데요?"

"그 문제는 장 끝나고 구체적으로 회의를 거치자고."


오늘은 퇴근 시간이 좀 늦어질 걸 암시한 김 부장이었다.


"부장님, 추가 기사 올라왔습니다."

"물량 넣었나?"

"네. 바로 매수 넣었습니다. 계속 상한가 물량 쌓이고 있고요."

"그래. 계속 지켜보게."

"네."




***




화장실을 오고 가며 사무실 분위기를 살핀 난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들리는 말로는 오늘 물량을 최대한 풀은 모양이었다.


'그럼 토론방이나 가볼까?'


종목토론실.


---

<제목> 첫 상한가 축하드립니다

<작성자> 우짜장


흔들 때 털린 분 없으시죠?


<댓글>

눈만꿈뻑꿈뻑 : ㅅㅂ 털렸네. 보고 있지나 말걸...


우짜장 : 족부궤양치료제. 세계 시장규모 700조 시장. 현재 주가 시총 2조.


우짜장 : FDA 3상 통과할 듯. 그럼 족부궤양 치료제 세계시장 선도하는 겁니다. 이번 3상만 통과하면 명실상부 족부궤양치료제 외에 다른 쪽 신체 부위에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볼 수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 말로는 통과는 확실하다고 합니다.


너는내운명 : 형님은 1억 박았다. 현재 수익 2000만. ㅋㅋㅋ 위에 기사대로라면 10억 아니 20억 이상도 가능할 듯. 나 지금 벤츠 뽑으러 간다


고래 : 아 털렸네. 진심 부럽다... 1억 아니 5000이라도 남겨 놓을 걸ㅠㅠ


어리버리 : 애들아 이거 수상하다 온통 칭찬 일색이다. 댓글만 보면 빼박 끝자리다 다들 조심해라.


어리버리 : FDA아직 통과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이미 통과한 분위기 ㅋㅋㅋ...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작전 걸렸다는 얘기도 있던데


우짜장: 물량 없음 다른 데서 놀던가. 헛소문은 캡첩해서 신고 들어갑니다.


어리버리 : ㅅㅂ 캡첩ㅋㅋㅋ 케첩 먹고 싶냐? ㅋㅋㅋㅋ 신고 들어가던가. 근데 다른 넘은 몰라도 얜 알바네. 요새 왜케 알바들이 많냐.


CT12 : 알바 이 지랄ㅋㅋ 하여튼 한국 놈들은 이래서 안 돼. 넘 잘돼는 꼴을 못 본다니까.


CT12 : 어리버리야. 물량 없음 다른데가서 놀아라. 이런 새끼들이 꼭 계좌가 마이너스더라. 마음을 곱게 먹어야 주식도 잘되는 법이다. 이 형님 말씀 인생 격언으로 새기고.


그멀 : 그러게. 어리버리 저 새끼가 알바인 듯. 아직 큰 형님 물량확보 덜 했다. 주식 인생 몇 번 안 오는 기회 저런 새기 때문에 털리지 마라 다들

---


'이거 알바 천국이구만.'


간만에 들어간 종목토론실. 처음 보는 닉네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아이디가 있었다.


우짜장.


작성자 글 더 보기를 눌렀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우짜장···."


이전 글을 다 지웠단 말이지. 난 허탈하게 웃었다.


과거 주식 시장에 입문했던 뭣 모르는 시절. 여타 사람들이 한 번씩은 깡통을 차듯 나 또한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득 차올랐던 시기였고, 당시 우짜장이 남긴 글을 보고 무언가 감명을 받은 난 올인을 했었다.


내가 5년간 모은 돈 7천만 원을.


그 결과는 보는 바와 같았다.


'우짜장···.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장본인.'


그 뒤로 한동안 보이지 않던 아이디였다. 근데 써 놓은 글을 보아하니 그때 그놈이 맞는 것 같았다.


진짜 그 글을 수십 번은 읽었으니까.


'확인 한번 해 볼까?'


난 그곳에 댓글을 달았다.


- 왠수친구 : 우짜장님. 주린입니다. 주식 고수이신 것 같은데 내일 들어가도 될까요? 조언 부탁합니다.


우짜장이 댓글을 단 그 게시글에는 이미 많은 댓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내 댓글에 대한 답은 한참 후에야 달렸다.


- 우짜장 : 왠수친구 닉네임이 특이하군요. 근데 뭐 볼 게 있습니까?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뛰는 말에 올라타라는 주식격언도 있지 않습니까. 주식 시장에서 기회 올 때 잡아야 인생 역전도 하고 그러는 것입니다.


- 왠수친구 : 그럼 우짜장님 믿고 내일 들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짜장 :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 모든 투자는 본인의 몫입니다


- 어정쩡 : 저도 들어가려는데 시작부터 쩜상한가 갈 것 같네요. 혹시 살 기회 안 주면 어떡하죠?


- 우짜장 : 쩜 상한가 아니길 빌어야지요. 꽂히면 어쩔 수 없고요.


'이 자식, 당시랑 멘트하나 틀리지 않구만.'


투자 실패 후, 한동안 이 닉네임을 찾아 작전주라 생각이 드는 모든 토론방을 이 잡듯이 뒤졌었다.


결국 찾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결국 닉네임을 돌아가면서 쓴다는 얘기로군.'


난 칭찬일색, 찬티 글을 쓰는 닉네임들을 쭉 기록했다. 딱히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 아니지만 분명 써먹을 순간이 올 것 같았다.


장이 마감됐다. 상한가 문을 닫은 후로는 전혀 흔들림도 없었다. 잔량은 쌓여 250만 주로 장을 마감했다.


청소할 시간까지 1시간 30분가량 시간이 남았기에, 난 침대에 등을 붙이고는 스마트폰 액정 화면을 가만 바라보았다.


'현재 수익 30%. 내일이 되면 계좌 수익 최소 40%.'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식인생 처음이었다. 이렇게 많이 먹은 건.


뿐만 아니라 주식이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는 것이 내 가슴을 더욱 뛰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오늘 매매는 불안 속의 결과였다.


주문 실수.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그로 인해 불안해야만 했던 순간들.

그러던 와중 갑작스레 앞당겨진 기사까지.


'···이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들뜬 마음은 가라앉히고, 언제든지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저들도 작전을 하지만 쉽게 돈을 벌진 않았다.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 계획에서 벗어났을 때의 대처.


그 치밀함이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었고, 오늘 난 그걸 직접 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인생에 세 번은 온다는 기회. 난 내게 찾아온 이 기회를 허투루 놓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한다?'


어떻게 해야 이 기회를 내가 적극 이용할 수 있을까.


뛰어난 머리와 긴밀한 몸놀림을 가지고도 군대 신병만 되면 어리벙벙해지는 것처럼 내 머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떠올리지 못했다.


'생각해라, 최진혁.'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거야.


그러나 좋은 해답은 나오지 않고, 머리를 부여잡고는 고심을 거듭하는 그때 문이 작게 흔들렸다.


똑똑.


"안녕하세요."


문이 살짝 열리고, 청아하고 밝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틈 사이로 목소리의 주인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상당한 미모의 아가씨.


여성 특유의 샴푸 냄새와 섬유유연제 향이 바깥바람을 타고 들어와 사무실 분위기를 뒤바꾼다.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예.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단정한 복장과 흐트러짐 없는 행동으로 꾸벅 허리를 숙이며 여인이 말했다.


"인사가 늦었네요. 4층에 근무 중인 하나 보험 설계사, 강유진입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조그맣고 새하얀 손이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일단 주는 건 받으며 되물었다.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은 선약이 없으면 방문이 불가한데요."

"아, 알아요."


여인이 생긋 웃었다.


"본사 교육 이후에 인사드린다는 것이 오늘이 됐네요."

"혹시 그 인사의 대상이 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최 기사님이요. 혹시 성함이···."

"최진혁입니다."

"그럼 진혁 씨라고 불러 드리면 될까요?"


난 양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뇨. 다들 최 기사라고 부릅니다. 그냥 최 기사라 불러주십시오."

"예. 그렇게 할게요, 최 기사님."

"그런데 저에게 무슨 용무라도?"


두 달 가까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는 없었다. 두 달 가까이 이곳에서 일하는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이도 없었다.


여인이 눈웃음을 지었다.


"최 기사님도 이 건물 식구잖아요. 인사 오는 것이 당연하죠."


당연한 것. 사실 그 당연한 것을 난 이 두 달간 누리지 못했다.


내가 상대에게 던진 인사가 무안함으로 되돌아오는 걸 이젠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던 때였다.


난 조금··· 생각이 복잡해졌다.


"인사도 오고 갔는데, 좀 앉아도 되죠?"


그녀는 내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문을 열고 빼꼼 머리를 들이밀고, 인사 뒤엔 제집 마냥 자리를 찾아 앉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꽤 자연스러운 그 행동에 그녀의 직업을 떠올린 난 재빨리 이성을 되찾았다.


작가의말

종토방의 한글 닉네임은 작가 임의의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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