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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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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4
최근연재일 :
2022.06.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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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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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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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초석

DUMMY

혹여나 한 차장과 마주칠까, 남은 밥을 급히 해결했다.


적당한 핑계를 대며 밖으로 빠져나온 난 그곳으로부터 멀찍이 벗어나 친구에게 물었다.


"도균아. 일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냐?"

"언제랄 게 뭐 있냐. 아무 때나 하면 되지. 왜 물어보는 건데?"

"기왕 마음먹은 것 바로 시작하려고. 주말이니 시간도 여유가 있잖아?"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난 친구에게 살며시 운을 뗐다.


"근데 말이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너야 어찌 됐든 자동차도 있고 필요한 것은 회사 물건을 가져다 쓰고 하면 되지만 난 그게 전혀 없더라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일 시작하면 경비 처리는 해줄 거지?"

"경비?"

"그래 경비."


친구 놈의 눈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 못한 모양이다.


"일단 돌아다니려면 자동차 렌트해야지. 일을 하려면 장비 빌려야지. 기름 값은 또 어떻고? 당연히 경비 처리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끙. 틀린 말은 아닌데······. 야, 5대5 수익 배분이야. 너에게 경비까지 주면 난 뭐 남냐?"

"그래서 말인데."


난 우리 둘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너 새로 장비 장만 했다며. 넌 어차피 회사 장비 쓰면 될 것 같고. 이 일을 하는 동안만 네 차랑 그 장비들 내가 좀 쓰면 안 될까? 그렇게 해주면 최대한 빨리 일을 끝내줄게. 어때?"


친구 녀석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제 딴에 생각해본들 경비를 따로 챙겨주는 것보단 그게 훨씬 나아 보일 것이리라.


그리고 과연······ 도균이의 입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쏟아져 나왔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고. 대신 일을 빨리 끝내는 걸로?"

"오케이. 그럼 휴일에 할 일도 없고 하니 지금 시작해야겠다."

"자식······. 빠릿빠릿한 건 여전하구만. 아무튼 알겠어. 대신 알아낸 정보는 바로 나한테 다 넘겨."

"걱정 마라. 이 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이 차 내가 바로 끌고 간다. 넌 지하철 입구에 내려주면 되는 거지?"


내 일사천리의 속도감에 친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맞다. 새 장비. 너 그거 설명이나 해주고 가라."

"그래. 근데 새 거니까 조심히 써야 해."

"걱정 마, 짜샤!"


우선 친구로부터 자동차, 카메라, 대포폰, 소형 녹음기만 받았다. 나머지 장비는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쓰기로 했다.


"그럼 알아내는 대로 바로 연락 줄게."


친구 녀석과 헤어진 후 곧바로 차를 몰고 낙지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주차장에는 아직 한 차장이 타고 온 차량이 그대로 있었다.


벤츠 S클래스.


물론 한 차장 자가용은 아니다. 법인 렌트로 추정된다.


작전 세력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으니 아마 저 정도 소비는 별거 아닐 것이다.


'돈을 잘 벌면 애인 하나씩은 있다고 하더니.'


여친이 있어도 돈이 없어 잘 만나지 못하는 난 씁쓸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데이트도 한 번 해야 하는데.'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말은 좀 힘들 것 같았다.


집에 있는 서류를 떠올리자, 꿀꺽.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게 되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가고, 식사를 마친 한 차장이 애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TV 속 연예인과 비교해도 안 꿀릴 정도의 외모를 가진 여인.


'대체 저 미모에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이랑······ 에이씽.'


찰칵.


'아가씨 궁둥이를 만지는 것도 모자라서······ 저, 저, 저 인간!'


찰칵. 찰칵.


내 손가락은 매섭게 불타올랐다. 카메라 셔터 돌아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진짜 돈 있으면 다 되는구나!


길거리에서 그렇게 민폐를 부리며 한참을 노닥거리던 그들은 차를 타고 시내 쪽으로 향했다. 나 또한 친구에게 받은 차를 타고는 그 뒤를 빠르게 뒤쫓았다.


"근데 이상하네. 왜 굳이 시외 쪽이 아니라 시내 쪽으로 향하지?"


통상적이라면 시외 쪽으로 나아가야 맞다.


적당히 야외구경. 이어서 모텔을 찾아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었다.


'음······. 무슨 급한 볼일이라도 있나?'


시내로 접어든 그들은 길모퉁이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린 이후에 보이는 여자의 행동은 어째 헤어지는 분위기다.


'벌써? 어찌한다······.'


여자 쪽? 아니면 한 차장 쪽?


대체 둘 중 어느 쪽을 따라가야 하는 걸까. 어느 쪽부터 알아보아야 하는 걸까?


일단 이 일을 함에 있어서 여자 쪽 거처를 알아내는 게 좋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한 기본이라고 할까?


그러나 잠깐 고민하는 사이, 여자가 후다닥 지하철 계단 아래로 사라졌다.


'······이미 여자 쪽은 늦었어.'


아쉽네. 여자 거처만 알아내도 친구 놈에게 손쉽게 선불을 받아낼 수 있었을 텐데.


"뭐 어쩔 수 없지."


선택지가 없는 난 한 차장의 뒤를 따랐다.


'사무실에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애인과 급하게 헤어지고 한 차장이 도착한 곳은 회사였다. 난 카메라를 들고 아까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


'그래도 사진 몇 장은 건졌으니 다행이네.'


일단 이것으로 친구 놈에게 딜을 좀 해보자.


흠. 어떤 사진이 좋을까나. 야한 사진? 아니면 얼굴 클로즈업? 둘의 다정한 모습을 보낼까?


그렇게 고민을 하며 한 차장이 뭐 하고 있나 잠깐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어? 내 눈이 곧바로 휘둥그레졌다.


"저건 대체······ 뭔 상황이지?"


눈을 감았다 뜬다. 혹여나 내가 잘못 본 건 아닌가 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본다.


킬힐을 신은 한 여자가 또각또각 걸어와 한 차장의 조수석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는 문이 채 닫히기 전에 애정행각.


"하······. 나 참 기가 막혀서."


하나도 아니고 둘?


손가락이 움직인다. 카메라 셔터가 쉼 없이 움직인다.


찰칵찰칵.


'근데 저 여자, 나도 아는 얼굴인데.'


분명 이곳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요 근방에선 제일 미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저 인간 능력도 좋네.'


한 차장의 차가 빠르게 시외 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내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스케줄을 소화했다.




***




"여보세요?"

"나야, 도균아."

"오. 그래, 진혁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차 가져다 쓴 결과 보내려고 하는 거지."

"잠깐. 벌써 조사가 진행됐단 말이야?"


친구 놈의 놀란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리라. 알려준 거라곤 한 차장의 사무실이 전부였으니까.


"뭐 그렇지."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뭔 문제라도 있어?"


난 잠깐 고민하다 말을 돌렸다.


"아냐. 아무것도. 그런데 너 왜 의뢰인 기본 정보 안 보내냐?"

"뭐 정보랄 게 있어야 보내지. 의뢰자의 남편에게 여자가 하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남자의 직장 주소가 어디라는 것. 그것 외에는 나도 아는 게 없어."


그것참 아쉽네. 여자 쪽 주소를 쉽게 알아낼 수 있나 했더니.


그래도 하나 건지긴 했다. 아직 친구와 의뢰자는 내연녀의 존재를 하나밖에 몰랐다.


아직 용건이 남은 난 도균이 녀석의 구미가 당길 만한 걸 툭 던졌다.


"어제 여자 만나는 것 확인했다. 사진도 몇 장 건졌다."

"야. 그럼 바로 사진 전송해. 의뢰받고 일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걸 보여주는 것이 의뢰인 주머니 좀 더 털 수 있는 것 아니겠냐."

"······그렇지. 그래. 지금 보내 마."


내 어조가 좀 이상하단 걸 느낀 걸까? 친구 녀석이 다시 의아함을 드러냈다.


"최진혁. 너 청소하는 일 힘들어?"

"야. 그 이야기 끝난 지가 언젠데 또 그 소리냐."

"그게 아니고······. 너 금요일에 만났을 때부터 평소 네 모습과 좀 달라서 말이야. 무슨 일 있는 거야? 조금 전에도 그냥 사진 보내면 되는데 뭔가 뜸을 들이는 게 영 마음에 걸리네."


이래서 심부름센터를 무시하면 안 된다니깐. 아주 조금의 차이인데도 금요일 저녁부터 내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니.


"별거 아냐."

"에이. 빨리 말해 봐. 무슨 일이야?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줄게. 큰일이야?"

"그건 아니고. 야. 혹시······ 선수금 미리 좀 챙겨줄 수 있냐? 나 돈 쓸 곳이 있어서 그런데."

"선수금?"

"어. 대신 이번 주 안에 원하는 정보는 파악해 놓을게."


픽. 수화기 너머로 도균이의 허탈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또 뭐라고. 돈 빌려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구만. 이 일이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결국 의뢰 받은 일은 해결 되잖냐. 그렇게 하자."


고맙다, 친구야. 나중에 내가 한턱 쏘마.


"사진 전송했다!"

"오케이. 받았어. 잠시만."


물론 전부 다 보낸 것은 아니다. 이 일도 순서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야. 사진 찍으려면 좀 야한 것을 찍어야지. 의뢰인이 보고 스트레스 받아야 지갑이 더 열릴 것 아니겠냐?"

"어? 그러네. 뭐지. 몇 개가 빠졌는데."


난 허둥지둥 목소리로 연기하며 말했다.


"분명 어제 찍긴 찍었는데, 내가 PC 거쳐서 스마트폰으로 옮기다가 실수로 빼먹었나 봐. 다음번에 보낼게."

"뭐······ 당장 급할 건 없지. 다시 보니 나쁘진 않네. 알았다. 일단 의뢰자에겐 이것들로 보내놓는다. 이전 건 새로 찍은 거랑 합쳐서 보내라."

"오케이."


그렇게 통화를 끊으려던 난 잠깐 멈칫했다.


"도균아."

"응. 왜?"

"나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너 진짜 독립할 생각이냐?"

"그럼. 이번일 마무리 하는 대로 할 생각이다. 왜? 너도 합류할래?"

"너도 참 끈질기다. 내 의사는 몇 번이나 밝혔는데."

"그럼 왜 묻는데?"


약간은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와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는 거겠지.


난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사업이란 게 쉽지 않잖냐. 너 혼자 한다고 하니까 친구로서 걱정이 들어서 그러지. 직원도 그렇지만, 당장 의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수화기 너머로 도균이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배운 게 있으니 잘되지 않겠냐? 너도 나 잘 알잖아?"


그랬다. 도균이 녀석은 눈치와 실력만큼이나 신중함도 갖추고 있었다. 그냥 섣불리 사업을 벌이진 않았으리라.


"당분간 나 혼자 하다가 상황 봐서 직원 채용해야지. 의뢰 문제는 당분간은 좀 힘들더라도 그동안 깔아 놓은 인맥이 있으니까 서서히 자리 잡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단 말이지?


눈치 빠른 친구 녀석의 물음이 이어졌다.


"그래서 진짜 물어볼 게 뭔데? 어서 말해 봐."


난 잠깐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그럼 혹시 의뢰인 소개하면 수수료 줄 수 있냐?"

"의뢰인? 오. 사람 물어다 주려고?"

"어. 너랑 나랑 친구 사이니 그냥 도와주면 좋은데······ 너도 알다시피 내 사정이 여의치 않잖냐."


수화기 너머로 다시 한 번 친구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야! 친구 사이에 뭐 그런 걸로 뜸을 들이고 그러는데? 솔직히 소개해 준다면야 나야 고마운 거지. 그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겠냐."


기분이 좋아진 친구 녀석의 말이 즐거이 이어졌다.


"수수료 당연히 챙겨줄 테니까 많이만 몰아와 줘라. 큰 건 물어다 주면 좋고!"

"하핫. 알겠다. 의뢰할 사람 열심히 찾아볼게."

"고맙다."

"별말씀을. 맞다. 선수금은 지금 좀 보내줘."

"알았다, 친구!"


조금 있으니 스마트폰이 몸을 흔들었다. 잠금을 풀자 화면 위로 알림이 떠올랐다.


『 입금 250만 원 / 김도균 』


총알이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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