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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하는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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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4
최근연재일 :
2022.06.13 07: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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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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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80
글자수 :
190,769

작성
22.06.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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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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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
글자
11쪽

#027 변화

DUMMY

"주식 보시게요?"

"아. 매매하는 건 아니고 주식 동향이나 볼까 해서."

"아, 네."

"참 최 기사는 정말 주식해볼 생각이 없나?"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얼마 전 말씀 드린 것 같은데요. 일하면서 주식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자금이 없습니다."

"하하하!"


박 대리가 파안대소하였다.


웃음소리가 얼마나 큰지, 아마 옆 사무실까지 쩌렁쩌렁 울렸을 것이다.


'······내 말이 그렇게 우스운가.'


돈 없다고 비웃는 건 아니겠지.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겠다는데 저 웃음은 무얼 뜻하는 건지 도통 모를 일이었다.


한참을 웃던 그가 마지막에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정말 초짜다운 말투네."

"네? 그게 무슨······."

"직장이라 매매를 할 수 없다?"

"예. 그러잖아요. 직장에서 어떻게 주식을 합니까?"


박 대리를 다시 한번 생긋 웃었다.


"왜요? 제가 말을 잘못한 겁니까?"

"아니. 맞는 말이지."

"그런데 왜······."


내 의아한 표정을 박 대리가 물끄러미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최 기사. 주식 매매는 한주에 몇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거야 잘 모르지요."


몇 번 해야 할까? 요 근래 내 행보로 치면 일주일에 3-4번인가?


"주식 매매를 매일 여러 번 할 이유는 없어. 전문적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이 아닌 이상에야 한 번만 사도 되는데······. 시간은 충분해."

"그렇습니까."

"예를 들면 어떤 주식을 매수했어. 하루 있다가 청산할 수도 있지만, 1주일, 한 달, 길게는 몇 달도 끌고 갈 수 있지 않겠어? 난 지금 들고 있는 것 중 제일 보유기간 짧은 게 3년인데 말이야."

"예? 3년이요?"


의외다. 박 대리는 일 년에 수십 번은 매매할 줄 알았는데.


그도 그럴 게, 그는 작전 세력을 이끄는 회장의 아들 아닌가?


당장 옆 사무실 따라 하는 나만 해도 저번 주만 4번 매매를 하였다. 그런데 3년 보유 중이라니?


믿기지 않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해하는 그때 9시 장이 시작되었다.


나와 이야기하던 박 대리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그의 컴퓨터 화면 위로는 진연실업의 차트와 호가 창이 켜져 있었다.


예상체결가는 여전히 상한가.


'뭐지? 더 가려는 건가?'


물량이 안 빠지고 차곡차곡 상한가에 쌓이면서 시작 시간이 지연되었다.


의자 위에 삐딱하게 자리를 잡은 박 대리는 한동안 해당 종목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동선으로 볼 때 주로 차트를 보는 듯했다.


그렇게 9시 3분이 거의 다 다다른 순간 시작된 차트의 움직임.


진연실업은 점상한가를 갔다. 그로 인해 난 약 4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예쓰! 좋았어!'


이로써 내 계좌의 잔액은 2천만 원을 넘게 되었다.


박 대리가 있어 차마 그 어떤 몸짓조차 취하지 못한 난 속으로 연신 그 기쁨을 누렸다.


솔직히 점상한가를 갔단 건 웬만하면 다음날도 시세를 준다는 의미였지만, 희한하게도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연일 수익을 올리며, 더 먹고 덜 먹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차트를 이리저리 구경하던 박 대리가 의자 방향을 돌려 다시 날 바라보았다.


"최 기사가 돈이 없다 했나?"

"네. 주식에 투자할 돈 없습니다."

"그럼 얼마나 있어? 설마 100만 원도 없는 건 아니지?"


이주 전만 해도 같은 질문을 해왔다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막 수익을 올려 계좌에 2천만 원이 찍혀있을 걸 상상한 난 순간적으로 대답할 박자를 놓쳤다.


박 대리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올라왔다. 그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상한가 불이 들어온 진연실업은 더욱 많은 물량이 쌓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사무실 쪽 작전이 바뀌었나 의문이 들 정도로.


잠시 그걸 가만 지켜보던 박 대리는 종목코드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진연실업의 차트와 호가 창은 사라지고, 메타폴리스라는 종목이 듀얼 모니터로 쫙 퍼졌다.


박 대리의 시선이 내게 돌아왔다.


"보통 사람들은 돈이 있어야 돈을 번다고 착각을 해. 그래서 큰돈을 들고 뛰어들었다가 화를 보지."

"그렇군요."

"최 기사도 봤지 않나?"

"예? 무엇을······."


박 대리가 검지를 들어 위를 가리켰다.


"병원 원장님 말이야."


아······.


"어떻게 생각해?"

"제가 보기에는 손실이 상당할 것 같더군요."

"주식은 적은 돈으로 충분해. 어찌 보면 최 기사한테는 100만 원도 많다고 봐야 할 거야."


박 대리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 들을 사람도 없는데 목소리를 갑자기 낮추었다.


고급 팁이라도 말해 주려는 건가?


집중해서 그를 바라보자, 박 대리가 말을 이었다.


"얼마를 들고 있던 초반에 그 돈은 수업료일 뿐이야. 액수와 상관없이 결국 다 없어지는 돈이지. 제아무리 주식 고수라도 깡통 차는 법부터 배워야 해."

"정말요?"

"그래.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투자가도 무려 4번을 찼었다나."


······그건 좀 충격인데.


"근데 그 어려운 주식을 왜 저보고 하라 권하십니까?"


내 말에 박 대리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나직이 대답했다.


"어렵지만, 기회의 땅이기도 하니까. 시장의 흐름을 알면 의외로 쉬운 것이 주식이지."

"그럼 박 대리님 눈에는 주식이 쉬워 보이겠군요?"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지만, 박 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 말에 그는 답을 주지 않고 켜져 있는 모니터 화면을 주시했다.


차트가 순간순간 다른 종목으로 바뀐다.


무의미하게 바라보던 화면의 종목들.


근데 가만 보니, 이전에 내가 옆 사무실 정보를 빼내 샀다 판 종목들이었다.


그것들이 쭉 순차적으로 이어 나오다가 이내 내가 모르는 종목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상황상 내가 정보를 캐내기 전 매매했던 종목인 것 같았다.


'박 대리도 그 정보들을 알고 있는 건가?'


하긴.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하리라.


근데 왜 주식을 볼 거면 저들과 함께하지 왜 이곳에서 따로 하는 거지?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크게 중요한 건 아닌지라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박 대리······ 하여튼 연구대상인 인물이었다.


"근데 박 대리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봐."

"제가 주워들은 얘기로는 주식 시장엔 세력이란 게 존재한다던데······."


박 대리가 듣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력, 존재하지."

"근데 그 세력을 절대 이길 수가 없다 하던데요. 주식은 제로섬 게임 아닙니까? 그럼 주식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거 아닙니까?"


흔들흔들. 의자를 앞뒤로 흔들던 박 대리가 내게로 몸을 돌렸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이거였다.


"주식 시장 안에서 세력의 힘은 막강해. 그들이 곧 법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외국인, 기관, 최근에 덩치가 커지는 연기금까지······."


그들 모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목적.


일반인을 위한 자선 사업가가 아니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어."

"무엇입니까?"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진 저들이라도, 주식 매매 시 절대 못하는 게 있어. 개인투자자들은 다 할 수 있으나 저들만 못하는."


개인투자자는 하는데 저들은 못하는 거라고?


"그게 뭔가요?"

"세력 다른 말로 하면 주포. 저들은 본인들이 가진 물량을 절대 시장에 한 번에 내놓지를 못해. 그게 최대 단점이야."


무슨 뜻인지 안다.


얼마 전 메신바이오 때 그러지 않았던가. 자신들의 물량을 정리하기 위해 기사를 때리고, 종토방 알바까지 동원하고.


"자기 위치에 장단점이 있는 것이지."

"그래도 대다수 개미가 돈을 잃는 건 변함없는 사실 아닌가요?"

"그럴 거야. 예전 조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개인투자자가 본 손실이 3조. 그중 외국인이 2조 1천억을, 기관이 9천억을 벌어갔다더군."


그래. 그게 현실이다.


현 주식시장의 냉혹한 현실.


"그런 전쟁터에서 제가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여러 가지가 함축된 질문이었다.


내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묻자, 박 대리 또한 진지한 얼굴로 화답했다.


"내가 가만 보니까 최 기사는 게임할 때 그 흐름을 아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승리를 거머쥐는지를. 사실 난 그게 잘 안 보이거든."

"즐기기도 했지만 많이 공부했으니까요."

"주식 시장도 그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돼."

"예?"

"당장 코앞의 이득보다, 지금 이 주식이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는 게 중요하단 거야."


뭔가 알 듯도 모를 듯도 한 말.


그런데 박 대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주식에 대한 어떤 마음이 생겨났다.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확신이.


박 대리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그의 모니터 위로는 메타폴리스라는 종목이 켜져 있었다.


그는 그 외에도 이런저런 종목을 살펴보다가 주식 장이 끝난 오후가 돼서야 게임을 켰다.


"최 기사 뭐해? 얼른 와서 앉아!"


청소를 마친 난 도구를 집어넣고는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주식을 볼 때는 사뭇 진지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늘 그렇듯 생글생글한 미소가 박 대리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인물이라니까.'




***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은 즐겁다.


늘 그렇듯 파쇄물을 챙겨 든 난 아이들에게 바칠 뇌물을 사기 위해 치킨집에 들어갔다.


피자와 치킨 하나씩.


들고 원룸 계단을 오르자, 이 시간이면 내가 올 거라는 게 학습이 되었는지 문을 열고 아이들이 마중을 나왔다.


"형!"

"어. 나인 거 어떻게 알았어?"

"발소리 듣고 알았어요. 요새 형 발에 힘이 있다니까요. 막 쿵쿵 울려요."

"그래?"


나참······ 나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게 돈 번 티를 내고 다닌 모양이다.


"자, 여기. 가져가라."

"예에!"


동생이 피자와 치킨을 들어 나르고, 형 쪽은 내가 맡긴 의뢰물을 건네준다.


난 그것을 받아 챙기고, 새로운 의뢰물과 그걸 위한 기프트 카드를 쥐여 주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한다."

"네. 잘 자요, 형!"

"잘 자요!"


하루 중 제일 즐거운 시간이 있다면 회사에 있는 시간이다.


주식 매매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 치 앞도 예상을 못 해 매번 떨리던 주식 매매가 이제는 매일 제일 기대가 되는 순간이 되었다.


그 다음을 뽑자면 바로 지금. 덜 복원된 파쇄물을 책상 위에 펼쳐 맞추는 순간!


'오늘은 어떤 정보가 들어있을까.'


내게 다음 수익을 안겨줄 종목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마지막 한 조각까지 맞춘 난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기대 가득, 온전히 복원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자료를 내려다보는 내 눈은 크게 흔들렸다.


난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메타폴리스

월요일 5,100원 밑으로 매수

화요일 7,200원 이상에 정리


나는 재빨리 증권 앱을 열어 해당 종목을 찾아보았다. 가격과 대비를 보는 순간, 나지막한 신음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 메타폴리스 29.93% (상한가) 가격 6,250원 』


'매수 시기가 한 박자 빨라졌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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