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조회수 :
19,607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6.03 20:16
조회
36
추천
0
글자
10쪽

제212화 - 열병

DUMMY

열병

********

다음 날, 아침 여수시청, 기획경제국장실로 리사가 들어온다. 세화가 일어나서 정중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한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세화가 발랄하게 미소 지으며


“국장님, 출근 하셨어요?”


리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국장님은 오늘 출근 못 하세요. 몸살감기가 심하신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병가 내셨어요?”


세화가 기운이 축 쳐져서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수고해.”


리사도 걱정이 된다.


***

시니어 암부들이 코스트코 마트에 떴다. 에드윈, 펙시스, 나승수는 카트를 밀고 쇼핑을 하고 있다. 과일도 사고 간식거리도 산다.


“맥주만 있고 안주가 빠졌잖아! 오징어 땅콩!”

“오케이!”


나승수 팀장은 해맑은 표정으로 식품관 코너로 가서 아몬드, 육포, 주전부리할 안주거리를 들고 온다. 펙시스 팀장은 시식코너에서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한 입 먹고 또 먹는다.


“에드윈 진짜 안 먹을래?”


카트 위 손잡이 부근에 걸터 앉은 에드윈은 입맛이 별로 없는지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로 주전부리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서 에드윈이 재빨리 카트에서 내려와 어디로 급하게 사라진다. 펙시스는 그냥 멀뚱히 서서 바라 본다. 3층 무빙워크로 재빨리 올라가서 두리번거리는데 그곳은 전자제품 판매하는 코너였다.


그곳에서 디지털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젊은 여성이 젓가락 행진곡을 연주하다가 멈추고 자리를 피해 주는데 에드윈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피아노 건반을 매만진다. 에드윈은 피아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앉아서 자세를 잡았다. 어깨에 힘을 빼고 한 손으로 건반을 부드럽고 매끄럽게 쳐 내려가는 손 스냅이 상당히 유연했다. 초보가 아니고 프로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에드윈은 태연한 표정으로 양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 했다. 클래식 느낌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으며 아주 경쾌하며 매혹적인 화려한 선율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에드윈은 눈을 감고 감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직접 만든 즉흥 자작곡을 누가 듣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유려한 손스냅으로 건반을 아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논다. 펙시스와 승수는 어느새 도착해서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피아노 치는 에드윈을 보더니 활짝 미소 지으며 방해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음악을 감상해 주었다.


**


나승수와 에드윈과 펙시스 삼총사들이 때로 몰려와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문병을 왔다. 미카엘의 오피스텔 문 앞에 서성 거린다. 벨을 반복적으로 누르다 에드윈이 짜증이 나서 핸드폰으로 집주인한테 전화를 건다.


“집에 있는 것 확실해? 왜 전화를 안 받아?”


에드윈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파서 오늘 결근했다고 들었어.”


펙시스가 에드윈을 보며


“이 새끼.. 뭔 일 생긴 거 아니야? 승수야. 이것 좀 들고 있어봐.”


걱정이 너무 앞선 나머지 에드윈이 검은 봉지와 문병 선물을 나팀장에게 맡기고 갑자기 어디로 뛰어간다.


“에드윈? 어디가?”


에드윈은 옥상으로 재빨리 뛰어간다. 옥상에서 지면까지 높이는 43m 미카엘이 살고 있는 302호 베란다와 만나는 곳은 24m 산수풀이도 정말 빠른 두뇌가 명석한 상급암부 출신 에드윈은 대충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버프 머플러로 얼굴 반을 가린다.


기타줄(스틸현)로 직접 만든 와이어를 꺼내 자신의 허리에 질끈 묵고 방수굴뚝에도 몇번 휘감아 튼튼하게 고정 시킨 뒤, 눈에 뵈는 게 없는 에드윈은 옥상에서 대낮에 고공낙하전술을 시도 하려고 한다. 에드윈은 그대로 뛰어내리려는 찰나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승수야? 무슨 일이야?”


에드윈은 덤덤한 표정으로 난간 위에 서서


“아.. 저기.. 에드윈? 미카엘이 미친 짓 하지 말고 그냥 오라는데.. 그 창문이 이중샷시라 엄청 비싼거래? 깨지면 자기가 물어내야 하고 자신의 월급에서 25%가 빠져 나간다고 하하하.”


승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미카엘에 강압적인 협박을 당한 느낌으로 무서워서 쩔쩔매며 눈치를 살살 보며 에드윈과 작은 소리로 통화한다. 펙시스도 공감하는 표정으로 미카엘에 시선을 피한 채로 승수가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을 바짝 다가서서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다. 승수는 아까부터 뒤통수가 왜 따가운 지 알 것 같다. 미카엘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음산한 눈빛으로 노려 보기 때문이다.


미카엘이 문을 열어주자 3명의 친구들은 버젓이 집으로 들어간다. 집에 들어온 3명의 남자들은 똑같은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집안에 온통 난장판이다. 장난감들이 끔찍하고 처참하게 부서진 잔해들만 봐도 그야말로 미카엘이 만든 지옥 같았다.


“미카엘.. 너 무슨 일 있었어?”


“아까워라.. 저거 내가 찜한 200만원자리 프라모델! 맞지! 아니 힘들게 고생 고생해서 만든 것을 왜 다시 공중분해를 해!”


펙시스가 울상을 지으며


“시끄럽고 청소나 해! 나 보험회사 때려치고 미카엘 가정부로 전업을 바꿔야 겠어.”


승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낯빛이 조금 어두워지다가 오만인상을 찌푸리며 자연스럽게 쓰레기 봉투를 어디선가 가져와서 알아서 잔해물들을 쓸어 담는다.


“놀다가.. 난 좀 피곤해서.. 눈 좀 붙여야 겠어.”


미카엘은 정말 나이롱 환자가 아니라 감기기운이 있는 것처럼 안색도 매우 좋지 않았고 목이 완전히 쉬어서 잠겨 버렸다.


“콜록....”


미카엘이 기침 소리를 내며 자기 침실로 들어가기 위해 등을 돌린다. 에드윈이 여기저기 살피다가 자기 시선에 뭔가 들어왔다.


“미카엘, 너 거기서 봐!”


바닥에 뭐가 묻어 있어서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러 보고는 바로 짐작했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재빨리 뛰어와 인정사정 없이 미카엘을 거실 바닥에 몸을 넘어 뜨리고 발바닥을 빼들어서 확인한다. 건담 프라모델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캐릭터 피규어들이 부서지면서 날카로운 파편들을 밟고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녔는지 두 발바닥이 피가 아주 범벅이다.


“너희들 그만 떠들고 어디 구급상자나 약상자 좀 찾아봐! 아무래도 미카엘 지금 정신줄 제대로 놓은 것 같다.”


에드윈은 착잡한 표정으로 목에서 버프를 신속하게 풀러내 발바닥에 고여 있는 피를 닦아주며 꼼꼼하게 지혈을 해 준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는데...”


펙시스도 걱정이 되는지 당황하고 구급상자를 선반에서 꺼내서 가져온다. 식은땀에 흠뻑 젖어 미카엘은 발바닥에 파편조각이 박혀 있어도 통증도 못 느낀다.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눈꺼플이 무거워서 들어 올리지 못하는 데 숨만 가늘게 헐떡 거리는 미카엘을 에드윈이 측은하게 바라본다.


“펙시스! 여기 감기약 없겠지? 약국에 가서 해열제하고 광동 쌍화탕 좀 사와라.”


“알았어..”


승수는 바닥을 살피다가 어떤게 시선에 들어왔다. 잔해물들 사이에 깔려 있던 미카엘이 나무로 만든 자유의 여신상, 그것은 리사를 모형화한 피규어다.


승수는 가만히 내려다 보고 누구보다 미카엘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안타깝고 처연한 마음이 들었는지 하체를 굽히고 앉아 리사의 피규어를 손으로 조심스럽게 쥐어서 일어난다. 먼지가 보여서 입으로 호~ 불고 자기 소매로 앞뒤로 먼지를 잘 닦아 준 다음 미카엘이 잘 보이는 곳에 올려 놓는다.


미카엘이 감기약 먹기 싫다고 촐랑대고 투덜거리며 고집을 부리자 세 친구들이 쫓아다니며 써빙을 했고 약숟가락 들고 강제로 두 사람이 도망 못 가게 붙잡고 사약을 먹이듯 아주 전투적으로 임해서 친구들도 완전히 지쳐 버렸다. 펙시스는 소파에 잠들었고 승수는 가스레인지 위에서 미카엘이 열이 떨어지면 먹이려고 죽을 열심히 만들고 있다.


에드윈이 미카엘의 머리 맡을 지키며 간호하고 있다.


미카엘의 고열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 해열제를 2개나 먹이고 상의를 벗겨서 얼음팩으로 찜질까지 해주웠다. 그래도 미카엘은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에드윈이 만져 보면 온 몸이 후끈후끈 거릴 정도로 신열이 들끓어 올랐고 오한이 밀려오는 지 이가 타닥타닥 부딪히며 앓는 신음소리가 애처롭다.


호흡도 매우 가늘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힘겨워 했다. JK그룹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고 느닷없이 리사가 한국에 온 뒤로 신경이 몹시 예민해져서 식욕도 잃고 체력 관리를 본인이 틈틈이 하지 못 한 것이다. 펄펄 끓어오르는 미카엘의 머리 위로 물수건을 가만히 올려 준다.


“허.. 허으..”


에드윈이 가만히 손등으로 미카엘을 이마를 대보며


“미카엘.. 그렇게도 아프더냐. 그게 이렇게 네가 사경을 헤맬 정도로 힘들고 아팠어? 그러게 왜 리사에게 그런 마음에도 없는 모진 소리를 왜 꺼냈어.. 이런 미련하고 한심한 놈아! 혈맹을 맺은 우리 의형제들 아무도 네 뜻에 반대할 사람 없어. 브레나님도 선암사로 복귀 하셨고 각국 수교를 맺은 제후들과 암부들에게 대대적으로 해산령을 내린지 오래야.. 마스터의 덕혜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는 원 없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어 다니며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어. 그러니 기회가 왔을 때 잡아. 한국 말고 해외로 가라. 리사하고 단 둘이서 해외로 도망가서 살던지. 난 처음부터 너의 숙원이 뭔지 들었을 때 부터 예상했다. 아마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에 넌 기필코 멈출 거라는 것을 난 알았으니까.. 천륜이 잖아.. 시답지 않은 숙원은 여기서 그만 접고 호주로 가라. 분명 너만 다칠거야. 고집 이제 그만 피우고 여기서 더 망가지기전에 마음 편히 지내... 부탁이다. 미카엘.. 형 말 대로 해...”


에드윈이 친형처럼 미카엘을 걱정이 되는지 손으로 몸을 토닥였고 미카엘의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깊은 수면에 빠진 미카엘의 감겨진 눈꼬리 사이로 눈물이 맺혀서 한쪽 뺨아래로 주르륵 떨어지는 것을 보고 에드윈은 더욱 속상하다.


“리사...”


미카엘은 아픈 와중에도 리사를 애타게 찾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머큐리 [추억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1 제230화 - 제주도 푸른 밤(상) +2 20.07.21 59 1 11쪽
230 제229화 - 두 얼굴을 가진 여인 +1 20.07.20 54 1 16쪽
229 제228화 - 슬픈 요들송 +2 20.07.20 48 1 14쪽
228 제227화 - 괴짜 범인 20.07.19 47 1 16쪽
227 제226화 - 희망의 등불 20.07.19 45 1 14쪽
226 제225화 - 도피 20.07.19 41 1 9쪽
225 제224화 -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20.07.18 42 1 9쪽
224 제223화 - 의형제 +1 20.07.18 53 1 12쪽
223 제222화 - 시련의 병 20.07.18 39 0 8쪽
222 제221화 - 24년만의 재회 20.07.17 47 0 7쪽
221 제220화 - 기억해야 하는 사람 20.07.17 39 0 16쪽
220 제219화 - 안식의 시간 20.07.17 40 0 16쪽
219 제218화 - 행복은 사치 20.07.16 40 0 11쪽
218 제217화 - 사랑은 고통이다(하) 20.06.09 43 0 14쪽
217 제216화 - 사랑은 고통이다(상) 20.06.06 38 0 7쪽
216 제215화 - 진정한 칼잡이 +3 20.06.05 51 2 10쪽
215 제214화 - 생명을 걸고 20.06.04 42 0 12쪽
214 제213화 - 창룡의 위기 20.06.04 40 0 10쪽
» 제212화 - 열병 20.06.03 37 0 10쪽
212 제211화 - 오열 20.06.03 34 0 10쪽
211 제210화 - 유령이 사는 집 20.06.03 33 0 14쪽
210 제209화 - 원수에서 은인으로 20.06.03 36 0 8쪽
209 제208화 - 스무고개 20.06.03 34 0 18쪽
208 제207화 - 비밀의 방 20.06.03 34 0 13쪽
207 제206화 - 속삭임 20.06.02 37 0 16쪽
206 제205화 - 기약 20.06.02 34 0 8쪽
205 제204화 - 손수건 20.06.02 33 0 22쪽
204 제203화 - 미카엘의 출생 20.06.01 37 0 29쪽
203 제202화 - 미카엘 정체 20.06.01 34 0 8쪽
202 제201화 - 상두의 신뢰 20.06.01 36 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