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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머큐리 [추억편]

웹소설 > 자유연재 > 드라마, 판타지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19.12.26 20:08
최근연재일 :
2020.09.12 15:27
연재수 :
3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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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9
추천수 :
321
글자수 :
2,632,291

작성
20.06.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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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211화 - 오열

DUMMY

오열

****************

JK김여사가 돌아간 후, 미카엘과 리사는 평소와 다르게 어색한 바람이 불었다. 시청 안에서 마주쳐도 두 사람은 낯선사람 대하듯 1분도 눈을 마주 하지 않았고 시선을 피했고 구내식당에서도 조금 거리를 둔 채로 앉아서 식사를 했고 사적인 대화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리사가 아무래도 미카엘에게 단단히 토라진 것 같다.


세무과 직원들도 눈치를 챘는지 평소 와는 다르게 농담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일만 집중을 했다. 미카엘의 속마음도 모른 채 리사는 하루 종일 저기압 상태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고 미카엘은 몸살 감기기운이 있어서 리사보다 빨리 퇴근했다.


“먼저 퇴근 할게요.”


오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혈색이 매우 좋지 않은 미카엘이 평소보다 4시간 빨리 퇴근한다.


“네. 국장님. 병원 꼭 다녀오세요.”


세화는 근심이 가득한 침울한 표정으로 미카엘에게 공손히 인사 한다. 미카엘이 상냥하게 미소 짓고 서류와 노트북 가방을 챙기고 세화에게 손을 흔들며 문 밖으로 나간다.


**


미카엘의 오피스텔, 집이다. 조명도 켜지 않은 채 매우 어둡고 깜깜한 거실인데 미카엘은 현재 정신 수양을 하고 있다. 앞으로 리사와 마주해야하는 그런 끔찍한 시간들에 대해서 미카엘은 겁을 먹은 것이다. JK김여사가 한국에 미카엘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미카엘의 목을 조를 것이다.


JK김여사가 리사의 정체를 알아내 미카엘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 또한 표적 제거 대상이 된다. 미카엘에게는 리사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그래서 사랑하지만 7년 전에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오열하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정신을 집중 하는 일에 표출하는 것이다. 분노심을 컨트롤하며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그는 블랙 민소매티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거실 중앙에 서 있고 그를 중심으로 30미터 간격을 벌여 놓고 피규어들을 하나씩 다이 위에 세워 놓았다.


집안 곳곳에 미카엘이 세심하게 방음벽을 설치 했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 일은 없다. 마치 클레이 전용 사격장 갔다. 미카엘이 고개를 천정을 바라보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심호흡을 하는데 양 다리는 적당히 넓게 벌렸다.


상급암부 에이스답게 2기 시니어 간부팀 윈턴스, 에드윈, 나승수, 펙시스 암부대원들과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언제라도 작전 임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 되어 있어야 한다. 틈틈이 자기에게 맞는 트레이닝을 하며 운동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미카엘도 보이지 않게 체계적으로 몸을 관리해 와서 무술을 섭렵하고 혹독한 수련을 해와서 그런 것들이 기본적인 베이스로 깔려 있었다. 어깨와 팔에 굳은살이나 잘잘한 자상 흉터나 생채기 같은 게 보였다.


오늘은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미카엘의 아우라가 더욱 카리스마 있게 느껴진다. 온몸의 세포들이 긴장하듯 육중한 허벅지 뿐만 아니라 한 일자로 곱게 뻗은 골격과 등근육과 이어진 승모근과 탄탄한 근육질, 쇠를 박은 듯한 이두박근의 팔뚝 안에 정맥혈관들이 피부 살 속에서 뚫고 튀어 나올 정도로 도드라지게 움찔 거린다.


미카엘이 눈을 감고 온 신경을 집중한다. 표정에 균열하나 없이 진지했다. 자신 직접 조립한 훈련용 권총을 손에 쥐고 사정거리를 그는 예리한 눈으로 대략 측정하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얼굴을 들고 날랜 손으로 해머를 빠르게 내렸다가 팔은 다시 주저 없이 위로 들어올려 정조준하여 방아쇠를 당기며 총알을 난사 했다.


총알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와 피규어에 명중을 시키고 뒤로 넘어간다. 한 발 간격으로 옆으로 이동하며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일렬로 세워놓은 피규어들이 차례대로 부서지거나 뒤로 넘어간다. 잠깐의 움직임도 아마추어가 아니라 어쌔신, 프로의 기백이 느껴진다.


미카엘은 급기야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숨을 죽이며 애잔하게 흐느끼며 상체를 앞으로 살며시 수그렸다.


**

태석의 의붓아버지 윤진우와 태희가 휴대전화도 안 받고 연락이 뚝 끊긴 태석을 애타게 찾았는데 영주의 캐슬 문 앞에 세워진 태석의 승용차를 발견하고 차에서 나와 현관으로 얼른 뛰어 들어간다.


“태석아!”


태희가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다가 찬 바닥에 기절한 채로 쓰러져 있는 태석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진우가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런 한심한 녀석 같으니라고.. 일으켜 세워라.”


“아버지.”


태희가 애처롭게 태석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태석을 일으키면 진우는 자기 등에 업고 밖으로 나온다.


**

새벽 늦은 시간 영주의 방의 조명이 꺼져 있는데 강우와 영주는 자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강우와 한방에서 영주는 한 이불 덥고 지낸지 이 대청도 유배섬에서 5년이 되었다. 강우는 처연한 눈빛으로 한 쪽 손을 영주의 등 위로 사뿐히 올라가 있었다. 서러움이 북받치는 그는 상체를 수그리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는 것도 사람마다 틀리고 습관이다. 버릇이 되어버린다. 옆에서 들어도 코끝이 시큰해져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 거의 들릴 듯 말듯 나지막이 들려오는 영주의 신음소리를 듣게 되면 소리 내어 우는 것 보다 더욱 비통하고 안쓰럽고 애달프다.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지 않도록 배려하는 영주의 여리고 깊은 속마음을 느낄 수 있다. 어깨와 상체가 심하게 부들부들 떨 정도 애처롭게 울고 있다. 강우가 천천히 손으로 등을 토닥여 주며 달래준다.


“우.. 으으..”


속이 하루도 편할 날 없는 영주가 이렇게 가다간 정말 큰 속병이라도 앓을까 강우는 요즘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방문 밖에서 어렴풋이 들려왔고 윈턴스가 구슬픈 착잡한 심정으로 한쪽 벽 모퉁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데 태연하게 담배 한 대 피고 있었다.


강우의 의안이 아닌 실명한 오른쪽 눈망울도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강우야.. 태석이가 날 못 알아봤어. 어떻게.. 내가 태석이를 괴물로 만든 걸까? 내 얼굴도 내 목소리도 다 잊어버렸나봐.. 그 녀석이 가슴에 칼을 품고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 그 녀석 만큼은 내가 어떤 미친짓을 해도 다 이해하고 알아 줄 거라고 생각했어. 우린 유년시절부터 십수년을 함께 했고 한 번도 떨어져 본 적 없는 각별한 친구 사이였으니까.. 강우야. 사람이 죽으면 죽은 사람만 정말 서운하고 억울하고 허망한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나란 존재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람이 되버리고 흔적도 없이 영원히 사라지겠지?”


영주가 아주 몹시도 쇼크가 컸는지 눈물샘이 고장 난 듯 주체 없이 흘러내리며 망연자실한 멍한 표정인데 강우가 손으로 등을 토닥이며 달래준다.


“아니요... 잊혀진 게 아니에요. 사람의 뇌 안에 해마라는 똑똑한 놈이 있는데 절대 무시하면 안되는 녀석이에요. 아주 소중한 사람의 기억일수록 아프면 아플수록 지워내려 하면 할수록.. 우리 신체의 어느 일부나 피부조직처럼 완전히 들러붙어 있어서 자기도 미쳐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둔해지고 무감해지죠.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계속 앉아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인간은 삼시세끼 밥도 먹어야 되고.. 잠도 자야 하고 남은 사람들 한테는 내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쳇바퀴 돌아가는 현실 속에 맞춰서 또 본디 삶으로 돌아와 꿋꿋하게 인생을 살아야 되니까요.”


강우가 서글픈 표정으로 부드럽게 조근조근 설명해 줬다.


“절대.. 형님 잘못 아니니까.. 너무 상심하거나 자책하지 말아요. 어떻게 보면 내 잘못이 제일 크니까."


"차라리.. 그때 날 죽게 내버려두지 그랬어! 아버지랑 내가 한강에 빠졌을 때 구해 주지 않았다면.. 넌 계속 그 눈으로 빛을 계속 볼 수 있었잖아.. 한쪽 눈은 우리 아버지 때문에 잃었고 다른 한쪽 눈도 우리 부자 때문에 잃어버렸어.. 너한테 유일하게 남은 빛을 볼 수 있는 소중한 눈이었잖아.. 앞으로 나 평생 어떻게.. 이 죄를 다 갚으며 살라고.. 어허어...”


영주는 오열하다가 천천히 손으로 강우의 앞이 안 보이는 눈위를 가만히 쓸어내리며 죄책감 때문에 강우의 다리 위로 얼굴을 묻었다. 영주는 어깨가 꿈틀꿈틀 거리며 엎드려 비통하게 꺼이꺼이 숨을 내뱉으며 오열한다.


“그건.. 제가 원해서 한 거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아저씨가 담관암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형님을 꼭 사람답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 하셨어요. 제가 스파이 임무를 하면서도 평생 부모님을 죽인 원수에게 분노의 칼을 갈며 남을 오랫동안 미워하며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치고 괴롭더라구요. 로이님이 말씀 하신대로 착한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저는 믿고 있거든요. 저는 두 눈을 잃었지만.. 그 대신 저한테 이렇게 상냥하고 납세의 의무도 잘 지키는 조각미남처럼 잘생긴 형님이 생겼잖아요. 형님도 제가 있어서 좋죠?”


강우는 부드럽게 눈웃음 지으며 영주 옆에 앉아 밤새도록 그의 속상함을 위로 해주고 달래줬다.


**


다시 청담동 저택으로 돌아온 태석은 침대에 누워있고 손목에 링거주사가 연결된 수액이 보인다. 쇼크가 너무 큰지 기진맥진한 안색으로 얼굴에 식은땀이 흥건한데 메마른 입술사이로 괴로운 지 미간이 조금씩 꿈틀 거리며 숨을 천천히 약하게 헐떡거렸다. 39도의 높은 고열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신열에 들떠 앓는 소리가 문밖으로 어렴풋이 들린다.


“흐... 허어...”


태희가 옆에서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주며 머리맡에서 그를 간호하고 있었다. 마른수건으로 목까지 흠뻑 젖어있는 땀을 닦아내며 체열을 낮춰준다. 마치 영주 꿈이라도 꾸는 듯.. 태석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혼잣말로 잠꼬대하듯 낮게 작은 소리로 흥얼거린다.


태희가 가만히 애처롭게 바라본다.


“미안해.. 영주야.... 울지마.”


감긴 태석의 눈에서 애처롭게 눈물 한줄기가 뺨에 능선을 따라 내려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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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제230화 - 제주도 푸른 밤(상) +2 20.07.21 59 1 11쪽
230 제229화 - 두 얼굴을 가진 여인 +1 20.07.20 54 1 16쪽
229 제228화 - 슬픈 요들송 +2 20.07.20 48 1 14쪽
228 제227화 - 괴짜 범인 20.07.19 47 1 16쪽
227 제226화 - 희망의 등불 20.07.19 45 1 14쪽
226 제225화 - 도피 20.07.19 41 1 9쪽
225 제224화 -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20.07.18 42 1 9쪽
224 제223화 - 의형제 +1 20.07.18 53 1 12쪽
223 제222화 - 시련의 병 20.07.18 39 0 8쪽
222 제221화 - 24년만의 재회 20.07.17 47 0 7쪽
221 제220화 - 기억해야 하는 사람 20.07.17 39 0 16쪽
220 제219화 - 안식의 시간 20.07.17 40 0 16쪽
219 제218화 - 행복은 사치 20.07.16 40 0 11쪽
218 제217화 - 사랑은 고통이다(하) 20.06.09 43 0 14쪽
217 제216화 - 사랑은 고통이다(상) 20.06.06 38 0 7쪽
216 제215화 - 진정한 칼잡이 +3 20.06.05 51 2 10쪽
215 제214화 - 생명을 걸고 20.06.04 42 0 12쪽
214 제213화 - 창룡의 위기 20.06.04 40 0 10쪽
213 제212화 - 열병 20.06.03 37 0 10쪽
» 제211화 - 오열 20.06.03 35 0 10쪽
211 제210화 - 유령이 사는 집 20.06.03 33 0 14쪽
210 제209화 - 원수에서 은인으로 20.06.03 36 0 8쪽
209 제208화 - 스무고개 20.06.03 34 0 18쪽
208 제207화 - 비밀의 방 20.06.03 34 0 13쪽
207 제206화 - 속삭임 20.06.02 37 0 16쪽
206 제205화 - 기약 20.06.02 34 0 8쪽
205 제204화 - 손수건 20.06.02 33 0 22쪽
204 제203화 - 미카엘의 출생 20.06.01 37 0 29쪽
203 제202화 - 미카엘 정체 20.06.01 35 0 8쪽
202 제201화 - 상두의 신뢰 20.06.01 3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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