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6.03 18: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527
추천수 :
109
글자수 :
132,076

작성
24.05.20 12:05
조회
35
추천
2
글자
10쪽

22. 버스킹

DUMMY

“그러고 보니 오는 길에 큰 공원을 봤는데, 가보지 않을래?”


집에만 있으니 다소 심심했던 아이들이 공원으로 나가자고 선뜻 제안했고, 예준은 컴퓨터를 곁눈질하고 있는 피터를 보며, ‘그러자’고 답했다.


“에이, 바깥은 더운데, 집에 있자.”

“···허, 그럼 집으로 돌아가.”


예준이 헛웃음을 흘리며, 피터에게 축객령을 명하지만, 들을 리는 만무했다.

되려, 피터가 무슨 꿍꿍인지 공원으로 나가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 읊기 시작하지만, 듣고 있던 위처가 ‘그럼 너만 있던가, 그런데 방 주인도 없을 텐데, 네가 있는 게 맞을까?’라고 말하며 조목조목 따졌다.


“아니, 준도 나간다는 소리는···”

“한 것 같은데.”


역시나 남의 말은 잘 듣지 않던 피터는 축객령을 내린 이가 다름아닌 예준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듯, 자신과 의견이 동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 있던 요한이 부정하자, 스필버그와 위처도 곧장 대답하길.


“맞아.”

“적어도 집보단 바깥이 좋지 않을까.”


피터가 도움을 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예준은 그를 뒤로 하고, 입고 있던 반팔셔츠에 팔토시를 착용하고 있었다.

좌외선 차단을 위한 철두철미한 방비를 갖추는 모습에, 피터는 고갤 숙였다.


*


집에서 약 15분 거리에 있는 공원은 방학기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거나 커플끼리 옹기종기 모여있거나 나무 그늘아래 돗자리를 펴고서, 휴식을 가지는 이들까지 정말 다양했다.

그리고 예준과 아이들의 경우엔, 후자와 마찬가지로 큼지막한 돗자리를 나무 그늘아래 폈다.


“···정말 시원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나무가 얼추 가려주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날아와, 피부를 스쳐지나가면 덥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야말로 천연 에어컨이나 다름 없는 셈, 돗자리 위에 누워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 스필버그가 입을 뗐다.


“메건이 아쉽다고 이야기해달라고 했어.”


같은 연극을 했고, 피터와 마찬가지로 연락처를 선생님을 통해 손에 넣은 메건은 이따금 예준에게 메시지를 보내오던 터라, 고갤 끄덕였다.

공원으로 나가기 전, 메건은 ‘감기에 걸려서 가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정말 아쉽다고 이야기했고, 그를 접한 예준은 ‘몸 조심하고, 더운데 너무 차가운 음식만 또 먹지 말라’는 예의상에 가까운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준과 친해진 거야?”


같은 연극을 한 건 알고 있지만, 예준의 성격에 대해서 제법 알고 있던 피터는 단순히 연극 때문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말하길 꺼려하는 위처와 눈치를 보고 있던 스필버그를 대신하여, 요한이 대신 대답하길.


“얘가 광적으로 자존감에 쩔어있었거든, 말만 부딪쳤다하면 싸우는 검투사 느낌이라, 여러 상황이 있었지.”

“내, 내가 언제!”


얘라고 호칭만 불렀을 뿐, 누굴 콕 짚은 건 아니었던 요한에게 위처가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흠, 위처, 꼭 너를 짚은 건 아닌데? 혹시 찔려?”


위처의 반항을 보고, 요한이 입꼬릴 올리며, 장난스러운 문장으로 꼬집자, 신고 있었던 슬리퍼 한쪽을 들어보였다.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예감한 요한이 표정을 굳히고, 위처에게 사과했다.


“놀려서 미안.”

‘얘도 많이 변했네.’


주변 사람에게 상당히 관심이 없어보였던 요한의 장난끼 있는 모습에 스필버그도, 예준도 조금 놀란 눈치를 보였고, 피터가 헛기침을 흘리며, ‘그래서 무슨 상황?’인지를 물었다.


“···내가 대답할까, 네가 대답할래?”


이번엔 모호하게 말하지 않고, 위처를 쳐다보며 요한이 말하자, 피터를 힐끔거리며 얼굴을 붉힌 위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내, 내가 다소 예민해서 말이 거칠게 나왔었어.”

“거칠게 나왔다고?”


다소 매운 맛이 빠지긴 하지만, 평소 백인에게 미움을 받았고, 놀림을 받았던 터라,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심하게 나왔고, 그 과정에서 스필버그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메건, 그리고 예준에게 ‘인종차별적인 언행’이 나왔다고 솔직히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고갤 끄덕이며 옆으로 다가온 피터가 예준의 어깰 토닥였고, 눈살을 찌푸린 예준이었고, 그것을 보았음에도 피터는 꿋꿋히 행동하다가 복부에 예준의 발차기가 꽂히자, 토닥이던 행동은 사라졌다.


“그럼 피터는 무슨 이유로 준과 친해진 거야?”

“하하하, 나야, 당연히···”


친하지 않다고 말하기엔 여러 상황을 겪었던 터라, 예준은 부정하기도 애매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피터의 대답을 기다렸고, ‘같은 반이라 그런지, 뭉칠 일이 많았다’고 답하며, 손바닥을 보여주었다.


“내가 2학년 밴드부를 운영하거든.”

“오···”

“밴드부였구나.”

“확실히 손마디에 굳은 살이 보여.”


놀라는 위처와 스필버그, 요한은 그의 손마디를 보며, 고갤 끄덕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피터가 예준의 어깨에 다시금 손을 올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길.


“지금 며칠 째 우리 밴드부 보컬로 준을 섭외 중인데, 쉽지가 않아.”

“에엑?”

“밴드부 보컬은 뜻밖이네···”

“왜? 그날 노래 부른 걸 생각하면 당연한 것 같은데.”


스필버그와 위처가 뜻밖이라 생각한 듯 했지만, 요한은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고막을 사로 잡았던 예준의 노래라면,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다 다른 반이지?”


피터가 세 사람을 보며 중얼거렸고, 세 사람이 고갤 끄덕였다.


“어, 난 3반이야.”

“나랑 위처는 2반.”

“우린 1반인데, 너넨 어떤 숙제 받았냐?”


반마다 방학동안 담임 선생님이 내리는 숙제가 달라지는 것을 ‘올드 차터 스쿨’의 학생들은 모르지 않았다.

위처와 스필버그는 방학기간 동안, 만화책이 아니라 문학 소설을 읽고 독서 감성문 6편을 제출하고, 뜻깊은 일을 하여 일기장에 적어오는 숙제를 받았다고 했다.


“독서 감성문은 우리도 있어.”

“나도 있어.”

“그랬지.”


하지만 뜻깊은 일에 대해선 전달받은 게 없던 피터와 요한, 그리고 예준이 답했고, 다른 점을 찾기 위해 각자 받은 방학숙제를 이야기했다.

요한은 뜻 깊은 일 대신 장래희망에 대한 조사와 가족 여행을 다녀와서 일기장에 2장을 꽉꽉 채워 제출할 것을 받았다.


“나랑 준은 요한이 받은 숙제에 한 가질 더 받았지.”

‘아···’


요한이 받은 숙제에 부모님이 하는 일을 돕고, 소감문을 일기장에 작성할 것이 추가되었다.

어머니가 하는 일은 도울 수 없단 사실을 알았고, 아버지의 일은 매일 해오던 일이라, 소감문을 작성하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장래희망이었다, 예준에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나 할까.

예준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자, 피터 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부모님 일을 도우라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

“무슨 일을 하시길래?”

“피터, 부모님 일을 보고 끔찍하다고 하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투정 좀 그만 부리고 부모님 생각을 해.”


아이들의 이야길 들었지만, 피터는 오히려 고갤 저으며 ‘머리가 뛰어나야 할 수 있는 일은 나랑 맞지 않아.’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바람에, 모두 웃고 말았다.


‘그렇겠지.’


듣자하니, 피터의 부모님은 예준의 삼촌 못지 않게 부자라고 했다.

알고 싶지 않은 정보지만, 늘 반에선 이야기 중심이 피터와 연관되어있었으니, 예준이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머릴 쓰는 직업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피터와 맞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피터는 반에서 등수가 상당히 낮았으니까.

그런데 웃긴 점은 이해력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공부를 안해서 못 따라가는 느낌을 적지 않게 받는다.


‘물론.’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학생들 스스로 하는 쪽이기에, 피터의 방황에 대해서 다소 눈을 감아주는 듯 한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예준의 뇌리에 떠오를 때였다.


“그러고 보니 요 앞에서 버스킹하던데···”

“버스킹?”

“그게 뭐야?”


피터가 묘한 눈빛으로 예준을 쳐다보며, ‘버스킹’을 언급하자, 되려 스필버그와 위처가 눈을 빛냈다.

물론 버스킹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모양새였지만, 피터가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자, 곁에 있던 요한이 가로챘다.


“거리에 나와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랠 부르는 거지.”


그뿐만 아니라 이따금 가수들도 버스킹을 하며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곤 하기도 하고, 바나 펍에 들어가 노랠 부르거나 연주할 실력이 되지 못하여, 거리에 나오는 이들도 있고, 녹화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너 생각보다 많이 아는 구나?”


자세한 설명에 피터가 놀란 눈치로 중얼거리자, ‘이 정도야 기본이지.’라 대답한 요한은 왜 버스킹에 흥미가 있는지 스필버그가 질문하자, ‘버스킹엔 예쁜 누나들이 많이 오니까.’라고···


“정말 넌 한결 같구나.”


요한의 취향이 다소 연상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찾아보는 방향마저 사랑과 관련되있단 사실에, 예준이 헛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한 번 가볼래?”


피터의 제안에, 흥미가 생긴 스필버그와 당연히 갈 것이라 답한 요한, 그리고 요한을 보며 저질이라 중얼거린 위처도 고갤 끄덕였다.


“그럼 가자!”

“오!”


신이 난 아이들이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그대로 신발을 신고, 출입구로 뛰어나가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예준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탁탁탁···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로 갈아신고서, 돗자리에 묻은 벌레와 흙을 털어서 떼어내고, 가방에 넣었다.


"펴는 것도 내가 하고, 치우는 것도 내가 하네."


적어도 같이 치우자는 말을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공지 24.04.19 120 0 -
27 27. 오디션(1) NEW 4시간 전 6 2 11쪽
26 26. 여행 +1 24.05.31 12 2 11쪽
25 25. D-DAY(끝) 24.05.28 26 2 10쪽
24 24. D-DAY(1) 24.05.24 25 1 10쪽
23 23. 버스킹(2) 24.05.22 32 2 10쪽
» 22. 버스킹 24.05.20 36 2 10쪽
21 21. 푸른바다(끝) 24.05.17 43 2 11쪽
20 20. 푸른바다(2) 24.05.14 48 3 11쪽
19 19. 푸른바다(1) 24.05.13 49 3 12쪽
18 18. 여름방학의 시작 +1 24.05.08 57 3 13쪽
17 17. 더 플라워(수정) +1 24.05.07 72 3 12쪽
16 16. 더 플라워 24.05.03 79 3 12쪽
15 15. 밴드부의 자존심 +2 24.05.02 85 3 10쪽
14 14. 둘째날 24.04.30 94 3 12쪽
13 13. 도전(2) +1 24.04.29 106 4 11쪽
12 12. 도전(1) 24.04.26 117 4 12쪽
11 11. 연극과 청춘 24.04.25 140 5 11쪽
10 10. 나에게 주고 싶은 말이란 대본 +1 24.04.24 149 4 11쪽
9 9. 어쩌보다니 연극(2) +1 24.04.23 164 6 11쪽
8 8. 어쩌다보니 연극 +1 24.04.22 185 4 11쪽
7 7. 교수, 연극, 그리고 자신 24.04.19 211 7 12쪽
6 6. 여름 캠프(상) 24.04.18 221 6 11쪽
5 5. 한국에서 온 소년(수정) 24.04.17 265 8 11쪽
4 4. 음악과 생선 24.04.16 255 6 11쪽
3 3. 옥상(수정) 24.04.15 279 6 10쪽
2 2. 미국 생활 24.04.12 338 7 10쪽
1 1. 시작 24.04.11 427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