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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896
추천수 :
87
글자수 :
109,484

작성
24.04.25 12:57
조회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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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1. 연극과 청춘

DUMMY

“여기서 하자, 바람도 적당히 오고, 햇빛도 가려주니까.”

“찬성.”

“좋아.”


시작은 ‘에반’을 맡은 스필버그의 독백이었기 때문에, 조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꿀꺽, 침을 삼킨 스필버그는 천천히 대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마, 말도 안 돼, 카터가.”

“그만!”


딱 한 문장을 말하기 무섭게 화난 표정으로 중단시킨 위처.

꿀꺽, 침을 삼킨 스필버그에게 다시 해보라고 손짓했고, 스필버그가 두 눈을 껌뻑이며,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말도 안돼, 카터가.”

“그만! 스필버그, 너 혹시 책을 읽는 거야?”

“···대, 대본을 읽고 있으니까.”


뭐가 잘못됐냐는 표정의 스필버그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쉰 위처가 대답했다.


“그 말이 아니라 네 발음이 책을 읽으며 애들한테 낭독하는 머저리들처럼 느껴진 단 거라고!”

‘머, 머저리.’


스필버그는 화를 가라앉히며, 다시금 대본을 확인하고서, 위처를 노려보듯 쳐다보며 말했다.


“말도 안 돼, 카터가···”

“정말이지, 영혼이 부족해. 스필버그, 너에게 연기자들처럼 뛰어난 감성을 보이라는 게 아니야. 그냥 평범하게 좀 해봐. 대본을 보고 읽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리고 약 10분 간 스필버그는 위처에게 ‘OK’사인도 받지 못한 채, 탈탈 털렸다.

아예 넋을 놓은 그를 보며, 위처는 ‘이럴 줄 알았으면 끝까지 주인공 배역을 욕심낼 걸 그랬어.’라고 중얼거렸다.


“스필버그, 괜찮아?”


메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상태를 살피자, 스필버그는 ‘카, 카터가 주, 죽었어.’라고 대사를 읊었다.

···음, 방금 넋을 놓은 듯한 표정과 목소린 괜찮은 것 같은데, 위처는 듣지 못한 듯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쥐어뜯으며 ‘어떻게 이런 조원을 주인공으로 삼을 생각을 했냐고. 위처, 너는 정말 얼간이야.’라고 후회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푸흡, 홈경기장에서 참패한 야구 팬들 보는 기분이네. 정말이지, 어리다니까.”


그 광경에 웃음을 터트린 요한이 중얼거렸고, 예준은 접점이라곤 전혀 없는 요한이 곁으로 다가온 모습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왜?”

“···아니, 굉장히 낙천적인 것 같아서.”

“좋은 뜻이야?”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즐겁게 사는 사람을 뜻해.”

“···너 꽤 괜찮은 놈이구나?”


지 마음대로 사는 말을 돌려서 설명했으나, 요한은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오히려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괜찮은 놈이라 평가한 예준에게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그나저나 연습 진행이 꽤 느린 거지?”

“글세, 나도 잘 몰라.”


요한이 연극 강의를 선택한 이유는 티에노 교수 옆에 있던 스미스 조교가 본인의 이상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었고, 예준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연극이 이대로 망하든, 예준은 상관 없다.

단순히 호기심을 느꼈을 뿐이며, 연극은 지금껏 배워본 적도, 해본 적도 없는 분야였다.

즉 망한다고 해서 예준의 잘못이 아니지만, 저대로 두기엔 뭐랄까,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오지랖 넓은 한국인은 잘 알고 있다.


“잠깐만.”


또다시 싸우려는 메건과 여전히 충격에 빠진 스필버그, 그리고 위처의 주의를 집중시킨 예준.


“지금부터 할 일은 다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할 일을?”

“다시?”

“카터가···”


그의 말에 집중을 기울이는 두 사람 사이에 있는 스필버그에게 눈짓하자, 메건이 그의 뺨을 살짝 때렸다.

찰싹, 손이 꽤 맵구나···

그제야, 정신을 차린 스필버그에게 예준이 말했다.


“스필버그, 연극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니?”

“자, 잘은 몰라. ···그냥 좋아해서 보는 정도?”


라 말하며 메건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스필버그, 연극이 좋아서가 아니라, 메건이 좋아서 찾아다녔단 거구나, 예준은 입꼬릴 올리며 고갤 끄덕였다.


“메건 양은?”

“어머니가 이쪽 관계자셔서 나도 정말 좋아해.”


수줍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메건의 말에, 얼굴이 새빨개질 것처럼 변한 스필버그.

그리고 그녀의 대답에 한숨을 내뱉은 위처가 ‘난 목숨 걸만큼 좋아해.’라 답했다.


“그럼 연극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나, 요한, 스필버그 정도네.”


스스로 연극에 대해서 모른다고 고백한 예준은 메건에게 묘하게 뺀질거리는 구석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요한을 부탁했고, 주인공 배역이 중요한 만큼 스필버그는 연극에 열정이 보이는 위처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하며, ‘때론 채찍보단 당근이 춤추는 데 도움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난 무리.”

“어, 어째서 메건 양을.”

“난 어느 쪽이든 괜찮아.”

“하아, 어린 녀석들아, 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즉각 반대하는 위처, 메건을 요한에게 붙였단 사실에 미간을 모은 스필버그, 누굴 가르쳐도 상관 없다는 메건과 스미스 조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방향을 쳐다보는 요한.

···총체적 난국이란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터, 예준은 이마를 긁적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각자 꿈을 가지고 연극에 참여한 거 아니야?”


투정 부리는 두 사람, 스필버그와 위처을 두고 한 말이었다.

물음에 입을 다무는 두 사람을 보며, ‘원하는 게 있다면, 쟁취하기 위해선 포기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가질 수 있다고 예준이 말했다.

···원하는 바를 이루고, 포기할 줄 아는 것, 지난 삶을 두고 한 자백과도 같았다.


‘단.’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할 필욘 없다, 그저 잠시 내려놓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예준은 생각했다, 어쩌면 자신의 오지랖은 상당히 많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다시 시작된 연습은 나쁘지 않았다.

요한은 메건에게 몇 가지 조언을 듣고 나서부터 눈빛이 돌변했다.

‘에반’이 앞에 있다고 생각한 담임 교사 ‘홀스’의 표정은 딱딱하면서 기분이 나빠보이는 듯한 이미지를 보여주듯, 요한의 표정은 날카로웠다.


“···카터의 빈소는 카터네가 소유한 산에 마련된다고 한다.”

“네가 친구라고 하니, 위치는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알려주는 거다.”


괜찮았다, 스필버그보다 안정적이다.

그리고 위처와 스필버그의 경우엔.


“억양을 더 낮춰야지, ‘에반’이란 인물은 조심성이 많다고!”

“아, 알았어.”

“···그래도 전보단 나아졌네.”


여전히 지적사항이 있었지만, 전보다 나아졌단 위처의 칭찬에, 스필버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메건과 위처의 경우엔,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아니, 뭐라고 평가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경력자였으니까.

마지막으로 예준을 가르칠 땐, 위처의 눈빛이 남다르게 변했다.


“예준, 네 연기도 봐야할 거 같은데.”

“···후우.”


연기에 대해 1도 모르던 예준은 유튜브로 간간히 보거나 이들의 연습과정을 보았던 것들이 전부였다.


“에반.”

“다시.”


···딱 한 마디를 듣고, 다시를 외친 위처.

위처가 보기엔 스필버그와 엇비슷한, 혹은 더 부족하다고, 조원 가운데 가장 최악이라 평가했고, 예준은 ‘그렇겠지.’라고 중얼거리며, 쓰게 웃어보였다.


“가르쳐줄래?”


누군가에게 가르쳐달라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예준은 달랐다.

가장 먼저 위처에게 부탁했으나, 옆에서 요한을 가르치고 있던 메건이 ‘내가 가르쳐줄게’라고 말하며, 다가왔고, 두 사람 사일를 오가며, 연극에 필요한 톤과 발음, 표정을 배웠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을 보내다보니, 연기를 전혀 몰랐던 예준도 알 수 있었다.


“에반, 조금만 더 힘을 내보는 건 어떨까?”


늘었다, 발음이 더욱 좋아졌으며, 표정 또한 살아있다고 위처가 평가해주었다.

그 말에 예준은 마치 단거리 달리기에서 0.1초를 앞당겨 도착한 듯한, 신기록을 세운 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특히.’


주치의로 써, 그리고 ‘에반’이 친동생 같았던 ‘닥터 시리’의 역할은 예준이 이번 삶에서 추구하던 스스로와 많이 닮았던 부분이 많아서인지, 금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에반’의 친구였던, 안타까운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카터’의 경우엔.


“내가 만약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자조섞인 유언을 적어가는 모습에, ‘내가 본 영화아역배우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라고 요한이 중얼거렸고, 나쁘지 않은 연기에 위처도 고갤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카터’ 또한 인생 1회차와 엇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인지, 이입하는 것엔 어렵지 않았다.


모두의 연기를 살펴본 끝에, 위처가 말했다.


“리딩 시작하자.”

“리딩이 뭐야?”


스필버그가 질문했고, 예준도 ‘리딩’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귀를 기울였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촬영을 하기 전에,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여서 준비한 것을 주고 받으며,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보면 돼.”

“···그렇구나.”

‘한 마디로 리허설.’


이란 과정을 거친다는 말에, 굳은 표정으로 대사를 읽기 시작했고, 각 한 마디 씩 듣자마자, 위처가 ‘왜 더 최악으로 들리지?’라고 중얼거렸다.


*


‘연극을 한다지?’

‘치어리더 릴리 양도 연극을 한다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연극 강의를 듣는 건데.’


특별 과제를 내준 연극 강의를 제외한 대다수의 강의는 일찍 종료되었고, 연극 강의를 듣지 않았던 일부 학생들이 모여, 작은 콘서트를 연상시켰다.

그 모습을 본 스필버그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고, 메건과 위처도 긴장 어린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애들이 모였네.”


63명의 인원을 수용한 공터를 보며, 긴장하지 않은 건 요한 뿐인 듯 했다.

앞이나 뒤에서 대기 중인 다른 조들도 크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데, 여러모로 대담한 모습이 보이는 학생이구나.


“···그나저나 스미스 조교님은 어디 계신 거지?”


아, 긴장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거구나.

스미스 조교를 찾고 있는 시선은 매우 뜨거웠다.


“준비 중이겠지, 교수님이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게 조교의 몫이니까.”


라고 위처가 대신 대답했다.

음, ···저기 버스에 함께 탑승했던 선생님마저 강의실로 넘어왔으니, 이젠 64명.

예준은 고갤 돌려, 작은 단상 위에 서서 무언갈 기다리고 있는 티에노 교수를 바라봤다.


티에노 교수는 자신의 심부름을 받아, 물건을 챙겨오고 있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점심 시간에 출발한 것 같은데, 꽤 오래 걸리는 군, 이라고 티에노 교수는 중얼거리며, 전화길 꺼내드려는 순간이었다.


“교, 교수님.”


마침내 기다렸던 스미스 조교가 숨을 헐떡이며, 캐리어를 들고 공터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조원들이 말릴 틈도 없이 요한이 힘겨운 모습으로 등장한 조교를 돕고자, 곧장 튀어나갔다.


“···짝사랑 한 번 지독하네.”


라고 위처가 중얼거렸다, 예준이 속한 조원 중에서 그가 스미스 조교에게 단순히 호감 그 이상을 품고 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었으니까.

약 두 걸음을 남겨둔 시점에서 요한은 그녀의 손에 있던 캐리어를 노려보며 말했다.


“조교님, 캐리어 주세요. 제가 들겠습니다.”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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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푸른바다(2) 24.05.14 33 2 11쪽
19 19. 푸른바다(1) 24.05.13 31 3 12쪽
18 18. 여름방학의 시작 +1 24.05.08 36 3 13쪽
17 17. 더 플라워(수정) +1 24.05.07 54 3 12쪽
16 16. 더 플라워 24.05.03 59 3 12쪽
15 15. 밴드부의 자존심 +2 24.05.02 64 3 10쪽
14 14. 둘째날 24.04.30 79 2 12쪽
13 13. 도전(2) +1 24.04.29 89 3 11쪽
12 12. 도전(1) 24.04.26 100 3 12쪽
» 11. 연극과 청춘 24.04.25 118 4 11쪽
10 10. 나에게 주고 싶은 말이란 대본 24.04.24 129 3 11쪽
9 9. 어쩌보다니 연극(2) 24.04.23 143 4 11쪽
8 8. 어쩌다보니 연극 24.04.22 160 2 11쪽
7 7. 교수, 연극, 그리고 자신 24.04.19 182 6 12쪽
6 6. 여름 캠프(상) 24.04.18 194 5 11쪽
5 5. 한국에서 온 소년(수정) 24.04.17 231 7 11쪽
4 4. 음악과 생선 24.04.16 225 6 11쪽
3 3. 옥상(수정) 24.04.15 248 6 10쪽
2 2. 미국 생활 24.04.12 302 7 10쪽
1 1. 시작 24.04.11 37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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