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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893
추천수 :
87
글자수 :
109,484

작성
24.04.11 16:58
조회
376
추천
8
글자
10쪽

1. 시작

DUMMY

한 마리의 짐승이 초원을 거닐고 있다.

초원엔 그가 사냥할 먹잇감이 아주 많았다.


땅 아래로 지나다니는 작은 먹잇감.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보다 조금 큰 먹잇감.

그리고 그들보다 조금 더 빠르지만, 살코기가 풍부한 먹잇감.


그것을 잡기 위해 빨리 달릴 수도 있지만, 만일 이번 사냥에서 실패할 경우.

오히려 그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사로 잡았지만.


‘그래도 배가 고프다.’


그의 신체에선 빨리 영양분을, 아주 맛있는 살코기를 집어넣으라고 아우성이었다.

결국 몸을 움직였다.

얼른 허기를 채우고, 초원을 뜨자고.

앞발에 힘을 주고 나아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온 몸의 털이 삐쭉삐쭉 서는 듯한 느낌과 함께 비릿한 향기가 짐승의 후각을 자극했다.

킁킁.

상당히 익숙한 이 냄새, 그의 형제를 물어죽인 것도 모자라 사냥에서 성공한 먹잇감을 탈취해가는 그들이다.

신체적인 구조로 그들과 싸웠을 때,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즉, 죽기살기로 달려들어 작은 먹잇감을 잡는다한들, 그들에게 빼앗길 것이 분명했다.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허기에 이성을 사로 잡힐만큼 바보는 아니었던 그가 냄새를 맡았다.


‘물.’


건기가 시작된 지금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소는 한정되어있으며, 물을 섭취한 후, 그늘에서 체온이 내려가기만을 기다린 후, 체력을 보충하면서 그들이 떠나길 버틸 것이다.


‘언제쯤.’


하늘에서 물이 쏟아질진 모르지만, 풀들은 말라가고, 인근에 있던 먹잇감들마저 다른 곳으로 향한 상황.

이곳에 머무르는 건 좋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물이 남아있는 길이었다.

비교적 풀이 많고 물이 있는 지역, 남쪽으로 가려면 꼭 건너가야하는 길, 그는 깊은 강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여길 넘어간다면.’


더 이상 허기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강가 너머로 보이는 맛있는 먹잇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강에는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있다.

어미의 머리를 덥썩 물고서, 강으로 사라진.

먹잇감을 빼앗는 그들조차 넘볼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살고 있다.


‘위험하다.’


건너는 건 확실히 위험했다.

···꼬르륵

하지만, 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얼른 강가 너머에 있는 맛있는 고기를 먹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리하여, 결국 짐승은 강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첨벙!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쳐오르고,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금씩 강둑으로 향하려던 그 순간.

살갗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감촉, 그와 함께 신체가 앞으로 쓰러지고, 몸이 점차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짐승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흘러나오자, 진동으로 알아차린 듯, 거대한 괴물의 힘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겨우 코만 내민체 버티던 짐승은 끝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수, 숨막혀.’


발버둥치자, 괴물의 힘이 더욱 거세졌다.

한 마리만해도 벅찬 상황 속에 여러 마리의 괴물들이 달려들어, 짐승의 신체를 이곳저곳을 꺠물더니, 몸을 돌리는게 아닌가?

살아있는 채로 그 고통 속에 못이겨, 발버둥치려는 그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에 눈을 떴다.


[(공포)공포에 휩싸여, 데쓰롤에 죽어간 치타의 삶]

치타의 삶을 회상하면, 치타처럼 일정 시간 동안 빨리 달릴 수 있지만, 물을 극심히 두려워합니다. 파충류는 더 무서워합니다.


헛것이 보이는 문장을 손으로 휘저으며, 찌릿찌릿 울리는 통증이 느껴지는 뒤통수를 더듬었다.

침대에서 떨어진 모양인지, 생각보다 아팠다.

아무래도 몸부림의 원인은 ···첫 번째 삶의 마지막을 떠올린 탓인 듯했다.

실제로 악어에게 잡아먹힐 당시, 상당히 고통스러웠고, 거세게 몸부림을 쳤던 것 같은데···?


‘응?’


엉덩이가 축축한 것 같다.

슬쩍 바지로 손을 집어넣자, 무언가에 젖어있음을 깨달았다.


“아.”


14살 정예준으로 7회차의 삶을 살게 된 그는 지금껏 해본 적도 없는 실수라는 걸 하고야 말았다.


‘이불에 오줌을 싸다니.’


이럴땐, 침착하게 행동해야한다.

부모님에게 들켰다간 상당히 오랫동안 웃음거리로 남을테니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숨기는 것은 실패했다.


“···여보, 오늘 우리 예준이가 깜찍한 실수를 한 거 있죠?”


밥 한 숟가락을 뜨자, 어머니, 이민영이 아버지, 정동빈에게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었다.


‘실수.’


그것을 떠올린 예준은 어른스럽지 못했던 행동 탓에, 볼을 빨갛게 물들인채, 고개를 숙였다.

14살이나 되었음에도 이불에 실수를 그리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너무 창피했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들어가있고 싶을 만큼!

그의 속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동빈은 입안에 잔뜩 들어온 밥알을 삼킨 후, 말했다.


“꿀꺽, 무슨 실수?”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물으셨고, ‘이불에 실수를 했더라고요. 우리 애도 아직은 어린 것 같아요. 귀여운 예준이.’라고 민영이 예준의 볼을 꼬집으며, 대답했고, 이대로 부엌에 있다간 먹잇감마냥, 더 놀릴 게 분명했던 예준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잘 먹었습니다.”


아침을 서둘러 마무리 짓고서, 방으로 뛰어올라가는 예준을 보며, 동빈이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덩달아 민영도 입을 열었다.


“아들, 밥이 많이 남았어.”

“예준아, 엄마가 장난쳐서 미안해.”


애써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했던 동빈의 말도, 웃으며 사과하는 민영의 말을 들었음에도 문을 쾅! 닫았다.


‘아.’


너무 세게 닫은 것 같다.

마치 실수로 인해, 웃음거리로 전략해서 화가 난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 같지 않은가?

어른이라면 자신의 실수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금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거늘.


‘후···’


호흡을 들이키고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차피 지난 일이야.’


한동안 민영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고, 이미 저질러놓은 일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생각하면.


‘식탁에 웃음꽃이 필테니까, 그걸로 된 거야.’


지금도 충분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지만, 아직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부족했다.

···그때가 언제일까.

나, 정예준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고, 초등학교에 들어설 무렵이었겠지.

아버지, 정동빈이 운영했던 작은 규모의 회사는 코로나라는 옆나라인 노답국에서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추진 중이던 사업이 부도가 났다.

회생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회사는 분쇄가 되어, 가루가 되어버렸고, 아버지는 순식간에 빚더미에 떠안게 되었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문서들, 집에 빨간딱지가 붙이는 건 그때 처음 보았다.

어머니, 민영은 남편 동빈을 돕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모았던 돈으로 빚을 변제하기 위해 꺼냈고, 친구라는 단어를 쓴 악마 같은 녀석의 사탕발림이 섞인 거짓말에 솎아, 선뜻 빌려준 것도 모자라, 명의 담보대출마저 해주고 말았다.

불과 이틀만에 친구라는 인물은 모든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해버리고 말았다.


‘의외로 아이를 좋아하던 여성.’


이었지만, 모든게 가면이었던 모양이다.


‘망할 년.’


검정색 옷을 입은 건달들보다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일반인들이 더 무서웠다.

그들은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었지만, 어머니가 명의를 빌려주는 바람에, 그들의 화살은 오롯이 우리 집으로 향했다.


···결국 어머니가 몸져누우셨지만,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이었던 아들이 자신을 다독이며 챙기는 모습, 평생 건설현장을 나가본 적 없는 남편이 막노동을 하는 모습을 보곤, 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는 뭐.


‘다이나믹했지.’


번듯한 단독 주택에서 살던 가족은 부도가 난지, 일주일 만에 반지하 방으로 옮겨졌고, 그마저도 유지하기가 벅찼다.

주택을 팔고 일부 빚을 변제하고, 한국에 남아, 간간히 돈을 벌어서 갚을지, 그나마 가족이 있는, 민영의 동생이자, 예준에겐 삼촌되는 사람이 머물고 있다는 외국으로 가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어떻게 아셨는지, 삼촌이 선뜻 손을 내밀어주신 게 다행이었다.

삼촌은 비행기 표와 약간의 생활비를 선뜻 건네주며, 살기 힘든 한국보단 적어도 자신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와, 함께 생활하자고 이야기해주셨고, 고민 끝에 부모님께선 빚과 나은 생활, 그리고 예준의 교육을 위해 해외를 택하셨다.

그렇다면 한국이 아닌, 타지로 나와 생활하고 있는 삼촌이란 사람은 어떤 인물인가?


‘일단.’


미국의 샌디에이고의 항구에서 제법 유명한 사람이었다.

외국인이었음에도, 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시민권을 따내고, 본인 명의로 된 어선 1척과 100평짜리 2층 건물을 냉동창고로 가지셨고, 창고 이외에도 작은 생선 가게 음식점까지 운영 중이셨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항구 인근에 위치한 2층짜리 단독 주택의 방까지 내주며, 들어와 살라고 하셨다.

적어도 단칸방에 살던 시절보단 좋은 곳임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일로 돈을 벌었는지 심히 궁금했지만, 삼촌은 늘 불법적인 일은 해본 적 없으며, 깨끗한 일로 돈을 벌었다고 할 뿐, 자세한 영업방식은 알려주지 않았다.


‘가족을 생각해서겠지.’


불법적인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넘어가도록 한 부모님.

물론 예준은 어떻게 벌었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술에 취한 삼촌이 말씀하시길, 친구와 함께 시작했던 골동품 사업이 대박이 났다는 것이다.


'그럼 친구 분은 어딨어요?'

'지금 뉴질랜드에서 놀고 먹고 있을 걸? 하하하!'


라고, 그 외적인 부분 또한 훌륭한 사람이었다.


‘국가의 경계선마저 무너뜨리는 리더쉽.’

‘두터운 인망.’

‘선한 영향력.’


등을 가진 덕분에, 우리 가족이 머무는 지역에선 삼촌 이름만 꺼내도, 좋게 받아주신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해당하는 경우엔 인종차별주의자 뿐.

그만큼 삼촌의 이름은 동네에서 꽤 크게 적용된다.

물론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를 제외한 곳에선 말이다.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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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옥상(수정) 24.04.15 248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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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작 24.04.11 37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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