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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887
추천수 :
87
글자수 :
109,484

작성
24.04.26 12:47
조회
99
추천
3
글자
12쪽

12. 도전(1)

DUMMY

도와주곤 싶으나, 눈을 마주하는 건 아직 힘든 일이라 판단한 요한의 모습은 굉장히 ···이질적이었고, 위처는 ‘쟤 왜 저래?’라고 중얼거렸다.

위처 뿐만이 아니었다, 이해가 가질 않는 듯한 표정의 스필버그는 ‘점심을 잘못 먹었나?’라고 되물었고, 요한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 지를 알고 있던 메건은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막았다.


“정말 괜찮은데···”

“괜찮으신 거 압니다.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리는 겁니다.”


애가 어른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은 스미스 조교는 공터에서 모여드는 시선에 결국 요한에게 캐리어를 건네주었고, 그녀를 도왔단 사실만으로 기뻤던 요한이 입꼬릴 올리며, 단상으로 향했다.


“차가 많이 막혔나보군.”

“···네. 가는 길에 사고 차량이 있어서 조금.”


스미스 조교와 요한에게 짧게 수고했다는 말을 덧붙인 티에노 교수는 요한에게 내려가라는 시선을 주었고, 위처가 다가와, ‘얼른 내려와.’라고 말하자, 요한이 내려오긴 했다.

스미스 조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티에노 교수는 박수를 치며, 단상 위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오늘 전 굉장히 신선한 경험을 받았습니다.”

‘신선한 경험?’

‘뭐가 신선했다는 거지?’

‘티에노 교수 강의가 어땠는데?’


그의 아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는 점에 놀랐고, 자신의 강의를 즐겁게 잘 따라주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만족스러웠다고 말한 티에노 교수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오늘 연극에 관심을 보인 여러 학생에게 한 가지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네!”

“조를 이루어, 처음 마주한 대본을 보고 연극을 해보도록 이라고 했죠.”

“알고 있습니다!”

“네!”


이곳에 모인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다른 강사와 교수들 또한 그가 과제를 내주었단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보고 싶었습니다, 연극을 잘 모르는 학생들이 저와 저의 제자들이 직접 작성한 대본을 보고, 어떤 감상을 받았는지, 받고 어떤 연극을 준비했는지를.”

‘한 마디로 개고생 시키고 싶었단 거잖아.’

‘말은 좋게 해도 의도가 영···’

‘티에노 교수의 별명이···’

‘예, 소시오 패스입니다.’


그와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펼쳤던 그들은 연극 강의랍시고, 한껏 기대해서 찾은 학생들에게 동정했지만, 학생들은 달랐다.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단 사실에 흥분하기도 했으며, 좋아하는 이성에게 어필할 좋은 기회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건 따로 있었다.

예준도 잘 알고 있는 ‘기대’였다.


‘증명할 수 있다는 기회.’


평소 연극을 좋아하거나 실제로 연기를 배워본 적은 있지만, 아직 남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학생이 대다수였다.

참으로 불합리한 사실이지만, 연기를 실제로 배운 사람 가운데, 데뷔에 성공하는 이들은 0.1%도 되지 못한다고 위처가 투덜거렸던 이야기가 기억 났다.


“···용기낸 자가 미녀를 쟁취한다지.”

“뭐라고?”


는 말이 예준의 입에서 나오고, 한국어를 알아들을 리 없는 요한이 되물었고, 예준은 설명 대신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피했다.


“가장 먼저 연극을 보일 조는.”


티에노 교수는 가장 먼저 연극을 보일 조를 호명했고, 호명된 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그가 있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안녕하세요. 테디, 존 테디라고 합니다.”


조장인 존 테디를 필두로 하여, 3명의 학생들이 자기소개를 끝마치고, 티에노 교수가 ‘어떤 대본’을 골랐는 지를 질문하자, 존 테디가 큰 소리로 답하길.


“제가 정말 존경하는 티에노 교수 님의 대본을 골랐습니다!”


라고 정말 귀여운 대답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좋질 못했다.


“···아주 오만하군요. 제 대본은 분명 학생들이 따라하기엔 어려울텐데.”


티에노 교수의 굳은 표정을 보며, 침을 삼킨 존 테디와 조원들,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는 교수들.


“스미스 조교, 설치는 끝났습니까?”

“네. 교수님.”


돈을 받고 하는 연극이 아니라고 해도, 장난처럼 할 수 없다는 게 티에노 교수의 지론이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스미스 조교는 부디 존 테디라는 학생이 속한 조가 무사히 연극을 치룰 수 있기를 응원하며, 단상을 내려갔다.


그리고 티에노 교수는 단상 끝으로 걸어가, 스미스 조교가 설치한 노트북을 통해, 단상 아래 설치된 대형 스피커로 연극에 쓰일 음악을 켜자, 그들이 어떤 연극을 보여줄지 공터에 모인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아, 이건.’

‘그거구나.’


모두의 귀에 익숙한 BGM과 함께 영화 제목이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바이킹 오브 잭 스패로우.”


2001년도에 개봉한 해적과 바이킹을 소재로 한 영화로, 시리즈가 무려 4편이 나올 만큼, 크게 유행하였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누적 관람객수를 달성한 영화 탑 5위에 뽑혔다고 위처가 설명해주며, 한마딜 덧붙였다.


“너 정말 그걸 안 본거야?”


그렇게 끔찍하게 쳐다볼 정도인가, 예준은 고갤 끄덕였다.


“최소 인생 10년 헛산거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영화를···”

“지금 시작할 것 같은데.”


영화를 보라고 권유하려던 위처의 말을 끊은 건, 메건이었고, 그녀의 말대로 다시 단상으로 주의를 돌리자, 존 테디가 한숨을 내쉬며, 외쳤다.


“정녕 이 바다엔 나를 상대하알 해적이 없는 가!”

‘음.’


딱 한 마디로 평가할 순 없지만, 예준은 아쉽다는 생각을 받았고, 그건 비단 예준 뿐만이 아닌 듯 했다.


“···생각보다 별로라 다행이야.”

“안쓰럽네.”

“메건 양, 내, 내가 더 잘했죠?”


위처, 요한, 그리고 스필버그가 꽤 안심한 눈빛으로 단상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 이야길 들은 다른 조들도 ‘확실히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테일러, 또 바닷가에 나와서 해적놀이를 하고 있군.”


안정된 톤과 호흡,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테일러를 연기하고 있는 존 테디를 바라보는 소녀.


“···에밀리아 양이구나, 역시 연기를 잘하네.”

“재수없는 년.”


메건과 위처 모두 알고 있는 듯한데, 메건은 그녀를 보며 역시 연기를 잘한다고 말했다.


“혹시 연기자 지망생?”

“마, 맞아. 우리 어머니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교육 받았던 친구야.”

“···그렇구나.”


메건의 어머니가 아카데미, 즉 학원 원장이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연기 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라고 하니, 예준은 그제야, 메건의 조언이 날카로웠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년, 보통내기가 아니야.”

“보통 내기?”


듣자하니, 에밀리아라는 소녀는 ‘올드 차터 스쿨’학생 가운데, 몇 되지 않는 연기자 지망생임과 동시에 데뷔를 한 학생이라고 위처가 설명해주었다.

덧붙여서 위처는 에밀리아가 오디션을 봤던 뮤지컬의 아역 배역을 두고 경연을 벌이다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떨어졌단 모양이다.


“···자연스럽네.”


에밀리아는 조원들의 못난 부분마저 잊게 할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며, 단상의 시선을 독차지했고, 마침내 5분이 끝나갈 무렵,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씬이 등장했다.


“테일러, 네 죄목은 사람을 너무 믿었다는 것이다. 난 네 놈들이 노략질을 했던 바이킹의 후손이다!”


라고 말하며, 마치 손에 도끼라도 쥔 듯 휘두르는 동작이 매우 매끄러웠고, 실제로 도끼를 마주한 것처럼 압박감을 느낀 테일러가 팔로 머릴 가리며, 바짝 엎드렸다.

···짝짝짝.


‘와···’

‘연기력 미쳤다.’

‘나 지금 정말 뮤지컬 보는 줄 알았어.’

‘연기의 아테네! 에밀리아!’


누군가는 그녀의 연기력을 미쳤다고 평가하고, 어른들은 정말 연극이라도 본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으며, 그녀를 잘 아는 듯한 몇몇 학생들은 ‘지혜의 여신 아테네’의 이름을 빗대어, 칭송했다.


“감사합니다.”


조원들을 일으켜세운 에밀리아가 감사인사를 하고서, 고갤 돌리자, 무덤덤한 얼굴로 다가온 티에노 교수가 ‘부족하지만, 어린애 치곤 괜찮았다’라고 평가했다.


“···네.”


혼심을 다한 연기가 겨우 어린애치곤 괜찮았다는 평가에, 에밀리아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상대가 거물 중에 거물이란 사실을 망각하진 않았다, 그래, 에밀리아는 그랬다.

···하지만, 그녀의 조원이었던 존 테디를 포함한 일부 학생들이 가만있질 않았다.


“교, 교수님!”

“에밀리아 양은 잘했어요!”

“절대 어린애 수준이 아니에요.”

“···우리랑은 달라요.”


그 말에 그녈 지그시 쳐다보던 티에노 교수가 그들에게 축객령을 선사하며, 다음 조를 호명했고, 모두의 기대어린 시선 속에 오른 조는 ···조금 전 교수의 대본으로 만든 연극을 보여주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콧대는커녕, 이쪽이 짓 밟힌다.’


남의 시선을 끄는 행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무엇이 좋을까, 각자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만한 방법을···


“메건 양, 연극에 노래를 입히는 건 불가능한 일인가요?”


있었다, 예준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아멜리아와 다른 방향으로 주목을 받을 만한 방법이 말이다.

예준의 물음에, 메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며, 그것을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미스 조교님께서 허락해주실지.”


다행히 예준이 속한 조엔 목소리가 나쁜 사람은 없으며, 노래의 중심을 잡아달라고 부탁할 건 아니기 때문에, 흥얼거려주는 정도여도 상관 없었다.


“가서 이야기 드려 볼게요.”


감이지만, 왠지 스미스 조교라면 예준의 이야길 귀담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에밀리아가 속한 조 이외엔 그다지 시선을 잡아끄는 조는 없었다는 평가가 주변에서 들려오고, 마침내 가장 독특한 구성원으로 만들어진 위처의 조가 단상에 올랐다.


‘쟤가 걔지?’

‘지도 인종차별주의자들한테 무시받아놓고 동양인 무시한다는 걔?’

‘진짜 뻔뻔하다.’


대본을 고르기 전에 있었던 일로 수군거리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위처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지자, 누가 할 것 없이 그녀의 앞으로 나와, 시선을 막아주었다.


“···고마워.”

“고, 고마워 할 것 없어.”

“위처 양, 쓰레기가 지저귄다고 생각해.”

“···널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주는 건 아니다.”


스필버그와 메건, 그리고 요건이 툴툴 거리며 그녈 도왔다.


"···미안했어."


눈가를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 위처는 다시 한번 작게 사과하며,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돌아왔군.'


그 모습을 보며, 티에노 교수는 조금 전 인종차별 관련 발언 등으로 싸움을 벌였던 조가 맞는지 의문스럽기도 했고,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그럼 음악을···”


다른 조와 다르게 배경음악을 깔아달라는 부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듯한 학생들에게 약간의 배려를 해주려고 하였으나, 위처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저희 조는 배경음악은 필요 없습니다.”

“···정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지금까지 최소 10개의 여름방학캠프를 해왔던 그녀는 티에노 교수의 '짧은 연극'의 특별과제에서 단 한 번도 배경 음악 없이 연극을 한 이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니, 없다기보단 배경음악 없이 무사히 연극을 성공한 조가 없다는 게 옳을 것이다.


“네.”

“괜찮습니다.”


그런 이야길 들었을 리 없는 당찬 학생들의 모습에, 스미스 조교는 한발 물러나기로 하였다.

어른의 충고도 고민이 있는 아이에게 하는 것이다.


"그래."

"감사합니다!"


힘찬 조원들의 대답에 스미스 조교가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티에노 교수는 단상에서 물러나주었다.


"여기 마이크야. 이걸 누르면 전원을 킬 수 있어."

"ㄴ, 네에!"


스미스 조교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은 ‘에반’을 맡은 스필버그가 손을 떨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 말도 안 돼.”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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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버스킹 24.05.20 11 2 10쪽
21 21. 푸른바다(끝) 24.05.17 23 2 11쪽
20 20. 푸른바다(2) 24.05.14 32 2 11쪽
19 19. 푸른바다(1) 24.05.13 30 3 12쪽
18 18. 여름방학의 시작 +1 24.05.08 36 3 13쪽
17 17. 더 플라워(수정) +1 24.05.07 54 3 12쪽
16 16. 더 플라워 24.05.03 59 3 12쪽
15 15. 밴드부의 자존심 +2 24.05.02 64 3 10쪽
14 14. 둘째날 24.04.30 79 2 12쪽
13 13. 도전(2) +1 24.04.29 89 3 11쪽
» 12. 도전(1) 24.04.26 100 3 12쪽
11 11. 연극과 청춘 24.04.25 117 4 11쪽
10 10. 나에게 주고 싶은 말이란 대본 24.04.24 128 3 11쪽
9 9. 어쩌보다니 연극(2) 24.04.23 143 4 11쪽
8 8. 어쩌다보니 연극 24.04.22 160 2 11쪽
7 7. 교수, 연극, 그리고 자신 24.04.19 182 6 12쪽
6 6. 여름 캠프(상) 24.04.18 194 5 11쪽
5 5. 한국에서 온 소년(수정) 24.04.17 231 7 11쪽
4 4. 음악과 생선 24.04.16 225 6 11쪽
3 3. 옥상(수정) 24.04.15 248 6 10쪽
2 2. 미국 생활 24.04.12 302 7 10쪽
1 1. 시작 24.04.11 376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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