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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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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6.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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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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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 여름방학의 시작

DUMMY

‘끼도 충분해.’

‘목소린 가다듬어야겠지만, 나쁘지 않아.’


그녀는 학생들처럼 입을 헤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짓기 보단, 저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발견한 사실에 입꼬릴 올렸다.


‘동양인? 웃기지 말라 그래.’

‘근래 들어 아시아권 앨범 수입이 급격히 상승 중이라는데.’


과거였다면 몰라도 현재는 아시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고, 이건 그녀의 생각 뿐만 아니라 여러 지표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가 속한 회사의 아티스트들이 세계투어를 앞두고 아시아를, 특히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까지 피력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이렐리아.


‘일단 지켜봐야겠네.’


그녀는 하수들처럼 바로 그를 회사에 영입하기보단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확신이 들었을 때 움직이는 쪽이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그를 보았을 때, 재능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크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것.


‘적어도 아담의 경우엔.’


‘동양인’보단 끼가 부족했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보여주었다.

가수가 성공하는 데엔 여러 요소가 적용하겠지만, 어디에도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감동이다.

목소리, 외모, 표정, 춤사위, 노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감동을 주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을 스스로 찾기 전까진 영입제안을 건넬 생각이 없는 이엘리아였다.


‘시간이 과연 해결해줄까?’


무대에 올라온 ‘동양인’을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준이라는 학생은 어딜가든, 자리 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가졌기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다면, 기대가 갈 것이다.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가 말이다.


‘지금은 영.’


부족한 점이 많았고, 현재 1팀에 측정된 예산을 따졌을 때, 여러 위험요소를 가진 ‘동양인 학생’을 영입하는 건 올바르지 못했으니까.


‘그나저나.’


그녀가 부르기 힘든 곡을 시원시원하면서 묘한 끌어당김을 보이는 예준의 노래는 좀처럼 쉽게 잊혀지질 않을 것 같다는 감상을 받은 이엘리아는 발걸음을 돌렸다.

브라이너 뿐만 아니라 ‘더 플라워’밴드 모두를 혼낼 생각이었던 그녀는 후배 한 놈만 조금 다듬어주고 회사로 복귀할 계획을 세웠다.


*


-난 계속 나아가!

고마워~ 고마웠어!

이제 난 갖게 됐어.


켈리 클락슨은 이 곡을 통해, 손에 넣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포기 하지 말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그녀가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넌 알아야 해, 난 내가 갖고 싶은 걸 가졌으니까!

그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걸!

나는 찾고야 말았어!


분명히 한 사람 당 주어졌던 2분을 넘어선 그녀의 곡을, 무사히 하이라이트 부분까지 완곡한 예준이 가파른 숨을 가다듬으며, 눈을 떴다.

공터에 앉은 학생들, 그리고 고양된 표정의 어른들.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니가 떠난 뒤에···

니가 떠난 뒤에~

니가 떠난 뒤에!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자, 예준에게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한 편, 노래가 끝나서야, 주어진 시간조차 깜빡했다는 표정을 지어보인 아담이 가장 먼저 입을 뗐다.


“···예준, 정말 엄청 재밌는 학생이네?”

“고마워요.”


한순간이지만, 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을 느꼈던 예준은 재밌다는 평가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내려가려고 했으나, 마이크를 건네기 무섭게 다리에서 힘이 빠져 넘어질 뻔했다.

아담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계단으로 굴러떨어졌을 것이다.


“많이 긴장했었나보네. 지금 움직이면 위험하니까, 천천히 종아릴 주물러.”


평소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그나저나 예준은 스스로가 이 무대를 두고 긴장했었는 지를 머릿 속으로 질문했지만, 다리가 떨린다거나 목소리가 떨렸다거나 겁먹은 표정을 짓거나 죽음을 맞이했을 때처럼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긴장한 게 아니라, 실숩니다.”

“···풉, 그래. 실수지, 실수야.”


이제야, 어린애스러운 면모를 엿본 아담은 웃으며, 단상 아래에 있던 스미스 조교를 불러서 예준을 내려보냈다.

끝까지 실수라고 고수하지만, 혼자서 내려가기 힘들어하는 예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담이 공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다음 학생?”


*


‘떠났구나.’


적어도 이 노래라면, 프로듀서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예준은 원했던 결과가 아닌 현실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일 있나보네.”

“노래가 별로였나봐.”

“그럴 리가, 그렇게 끝내주는 곡이 어딨다고!”

“다가가보자.”


그렇게 속삭이며 대화를 나눈 피터와 밴드부원들이 예준의 곁으로 다가와, 털썩 앉았다.


“준, 정말 대단했어!”

“역시 우리가 틀리지 않았던 거야.”

“준, 이제 밴드부 할 거지?”

“말해 뭐해, 이미 밴드부인데. 으하학!”


자기들끼리 감을 가지고 홍시로 만들었다는 폼새를 잡고 있던 그들을 보며, 예준은 ‘거절’이라 답하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었는 지는 모르지만, 좌절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애써 찾아주었던 ‘더 플라워’밴드가 작별을 고하며, 벤으로 향했다.

아담을 제외하고 말이다.


“피터.”

“아담 형!”


놀랍게도 피터와 아담은 사촌지간이라 하였으며, 피터를 밴드의 길로 이끈 사람이 그라고 설명했다.


“넌 피터 형이 가수인 거 알았어?”

“몰랐을 리가 있겠냐? 나도 아담 형을 따라서 밴드 시작했다고.”

“너만 몰랐을 걸?”

“그렇지~?”

‘하아.’


아, 예준은 참고로 두 형제의 회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형제도 아닌데, 친하지도 않은데 두 사람의 사이에 낄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기어코 가기 싫다고 거절하는 예준에게 울먹이는 표정으로 애원했던 밴드부원들.

그로 인해, 수많은 시선이 모였다.


“아, 알았어.”


마지못해 수락하자,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밴드부원들이 혹시라도 도망갈까, 예준의 양팔을 에워싼 채로 데려온 것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숙소에 가 있는 건데.’


간단한 회포를 마친 아담은 싫다는 표정의 예준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준, 이렇게 보니까 정말 애늙은이스럽네.”

‘이 사람.’


확실히 피터의 사촌지간이 맞다, 남의 생각은 듣지도 않고, 그저 보이는 대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판박이었다.


“아, 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잘 됐네.”

"무슨 말이요?"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일 지 궁금했던 예준은 아담의 눈을 피하지 않고 노려보듯 쳐다보았고, 아담은 콧등을 긁으며, 말했다.


“우리 팀장님이 전해달래, 성격이 없다고.”

‘성격이 없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듯한 예준의 표정을 보며, 아담은 ‘지금 너에게 필요한 힌트’라 답하며, 이야기의 화제를 ‘밴드부’로 바꾸었다.


“밴드부를 하면 정말 끝내주게 인기가 많을 텐데, 정말 싫어?”

“네.”


인기를 원해서 단상에 오른 적은 추호도 없던 예준.

단호히 거절하는 모습이 아담의 호감도를 크게 쌓기 시작한 것을 그는 몰랐다.


“이상하네. 내가 보기엔 준은 노래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지.”

“노래는 좋아합니다.”

“그럼 잘 됐네! 노랠 좋아하면 밴드부를 하는 게 굉장히···”

“누구 앞에서 부르기보단 혼자 부르는 걸 선호하는 데요.”


마치 창과 방패를 연상케하는 예준과 아담의 대화를 들으며, 밴드부원들은 ‘아직 예준을 설득시키기는 부족했단’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을 힐끔 살핀 아담은 결국 손을 들었다.


“그래, 그렇게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네.”

“그래도 말이야,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 준이 나중에 마음 먹고 밴드를 할 수도 있으니까.”

“아하하···”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만.’


어색하게 웃고 있는 예준에게 ‘힌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기며, 다음 스케쥴을 위해 벤에 오른 아담이 캠핑장을 떠나갔다.


“···윽, 어디서 똥 냄새가.”

“누구냐?”

“방구뀐 놈 자수하자.”

“피터, 너 아니야?”


‘더 플라워’라는 밴드가 다녀갔음에도 여름방학캠프는 늘 있던 일처럼 흘러갔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여름방학캠프를 무사히 끝마치고 참여했던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학교에 도착했다.


“넌 이번 방학 때 어떻게 보낼 거야?”

“난 아버지 따라 여행 다녀올 건데?”

“아, 난 이번 여름방학은 수영장에서 살아야겠네.”

“방학 기간 동안 기필코 여자친구를 만들고 만다!”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생활을 보낼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룹 사이로 예준은 조용히 그들을 지나쳐갔다.

길고 길었던 여름방학캠프, 3박4일짜리 숙제가 끝난 덕분일까.

예준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고, 잠을 자느라 버스에서 늦게 내린 피터는 뒤늦게 예준을 불러보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존, 안녕하세요.”


정류장을 지나치자,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던 빵집 주인 존 파브로를 마주한 예준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가슴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은 그가 손을 흔들었다.


“준이구나, 네 아버지께 들었다. 여름방학캠프 다녀왔지?”

“예.”

“좋은 추억은 많이 만들었을 테고, 마음이 가는 여자는 없었니?”

“아쉽게도요.”


여성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어본 적 없는 목석 예준은 존이 자신을 놀리고 있단 사실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아쉬웠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우리 아들은 여자친구를 만들어보겠다고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나 극성인지···”

“힘드시겠네요. 삼촌.”

“힘들어도 뭐, 다 또래의 아이처럼 행동하니까 귀여울 때도 많지. 크흠, 준도 충분히 귀여워니까.”

“엎드려 절받기네요.”

“엎드려 절받기? 그게 무슨 말이니?”


한국식 속담을 모르는 그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예준은 ‘나중에 아버지한테 들어보세요.’라 말하며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곤, 등을 돌렸다.


존 파브로는 생김새와 반대로 말이 꽤 많은 사람이다, 덕분에 눈이 마주친 터라, 인사를 하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던 예준은 집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다니엘."

"오랜만이구나. 준!"

"아하하, 잠깐 사이에 못 알아볼 만큼 키가 커졌는데?"

"그럴리가요. 실바, 제 키는 여전한걸요."


가는 길에 보통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여럿 어른들과 가벼운 인사를 주고 받으며 약 10분을 걸어서야, 집에 도착한 예준.


“다녀왔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일을 나간 터라, 집에 없을 걸 알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마치 오랜 시간동안 부모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처럼, 그리운 마음이 적지 않았기에.

···예준은 일부러 다녀왔다는 것을 크게 말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하자, 탁자 위에 한글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아들, 여름방학캠프 다녀와서 고생 많았어.

여름방학캠프에서 있었던 일은 선생님께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단다? 놀랐지?

나중에 편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서 링크를 보내준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하고 있어.

아빠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고 하니까, 오늘 저녁은 예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갈비찜을 해보도록 할게.

아들을 굉장히 사랑하는 엄마가 남긴 선물은 냉장고에 있으니, 꼭 확인할 것!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 예준은 어머니가 남긴 쪽지를 고이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종종 삼촌이 써주는 쪽지는 늘 책상 서랍에 보관하며, 이따금 다시 읽어보는 습관이 있던 예준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


선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수제 젤리였다.

요거트와 생과일을 적당히 섞어 만든 어머니표 젤리, 평소 단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던 예준이지만, 어머니가 해준 것만큼은 어떻게든 먹었던 터라, 콧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숟가락을 꺼내, 흰 컵에 담긴 젤리의 표면을 살짝 파내자 새빨간 딸기의 과즙이 담긴 속살이 나왔다.

딸기는 예준이 가장 좋아했던 과일 중 하나였기에, 입안 가득 젤리를 넣고, 오물오물 씹고서 삼켰다.


“맛있다.”


정성과 좋아하는 과일이 들어간 딸기는 매일 1개씩 먹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어쩌면 가게에 내놓아도 잘 팔리는 간식이 되지 않을까?

예준은 천천히 딸기젤리를 음미하며, 간식시간을 끝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업로드 시간이 늦은 점,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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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버스킹(2) 24.05.22 32 2 10쪽
22 22. 버스킹 24.05.20 35 2 10쪽
21 21. 푸른바다(끝) 24.05.17 43 2 11쪽
20 20. 푸른바다(2) 24.05.14 48 3 11쪽
19 19. 푸른바다(1) 24.05.13 49 3 12쪽
» 18. 여름방학의 시작 +1 24.05.08 57 3 13쪽
17 17. 더 플라워(수정) +1 24.05.07 72 3 12쪽
16 16. 더 플라워 24.05.03 79 3 12쪽
15 15. 밴드부의 자존심 +2 24.05.02 85 3 10쪽
14 14. 둘째날 24.04.30 94 3 12쪽
13 13. 도전(2) +1 24.04.29 106 4 11쪽
12 12. 도전(1) 24.04.26 117 4 12쪽
11 11. 연극과 청춘 24.04.25 140 5 11쪽
10 10. 나에게 주고 싶은 말이란 대본 +1 24.04.24 149 4 11쪽
9 9. 어쩌보다니 연극(2) +1 24.04.23 164 6 11쪽
8 8. 어쩌다보니 연극 +1 24.04.22 185 4 11쪽
7 7. 교수, 연극, 그리고 자신 24.04.19 210 7 12쪽
6 6. 여름 캠프(상) 24.04.18 220 6 11쪽
5 5. 한국에서 온 소년(수정) 24.04.17 264 8 11쪽
4 4. 음악과 생선 24.04.16 254 6 11쪽
3 3. 옥상(수정) 24.04.15 279 6 10쪽
2 2. 미국 생활 24.04.12 338 7 10쪽
1 1. 시작 24.04.11 42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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