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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벽벅벅

이번 생은 미국에서 시작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하얀벽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4.11 16:03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898
추천수 :
87
글자수 :
109,484

작성
24.04.12 12:02
조회
302
추천
7
글자
10쪽

2. 미국 생활

DUMMY

‘그런 삼촌께선.’


누나 가족이 불편할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편히 사용해도 되니,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집 청소야, 오히려 예준 가족이 나서서 하고 싶었던 일이다.

실제로 보면 청소할 게 거의 없을 만큼, 삼촌은 깔끔한 생활을 이어오신 듯했다.


‘특별하게.’


예준이 도와줄 일이 있다면 빨래한 옷등을 옮기는 일과 잔디 깍는 일 정도, 한마디로.


‘부모님이 부담스러워하실까.’


신경써서 청소라는 핑계를 댄 것이다.

정말 좋은 어른이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백수마냥 있던 아버지에게 식당 아르바이트보단 비교적 급여가 높은 직업, 냉동창고에 들어갈 생선 손질을 맡기셨다.


‘생선 손질은.’


젊은 사람이 하기에도 상당히 힘든 일이었지만, 가장의 역할을 해내기엔 충분한 월급을 준다는 소식에, 동빈은 민영의 완강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보, 다녀왔어요?”


첫날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신 동빈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그날 저녁 밥상에서 크게 울음을 터트리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버진 ‘굉장히 보람되는 일’이라고 말하며, 삼촌이 도와준 일등을 읊으며, 그녀의 남동생을 칭찬해주었다.


‘가족이란 건 정말 모든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닐까.’


책상에 놓인 삼촌 사진을 보며, 예준은 이전 삶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부족한 사람이었는 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어리석었어.’


가족이란 품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늦게 깨달은 것이다.

풍요롭진 않지만, 아들의 뜻을 응원해주던 가정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처음으로 꿈이라는 것을 꿀 수 있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하지만, 꿈이라는 목표를 중요시했던 탓일까.


‘곁엔 아무도 없었다.’


···꿈을 쫓은 결과, 남은 것은 오롯이 공허함과 외로움 뿐이었다.

그 누구도, 무엇도 공허한 마음을 이해해줄 수 없었다.


‘뒤늦게.’


후회하고 가족을 찾았을 땐, 지병으로 인해 돌아가신 두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뵙는 일뿐이었다.


‘꿈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듬 해, 몸마저 망가졌다.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특히 운동을 하시면서 다친···’


운동선수가 되었던 예준, 이전 이름은 백병일을 담당하는 주치의의 진단.

그동안 축적되어있던 데미지로 인해 운동선수를, 꿈을 접으라는 말에 폐인처럼 지낼뻔 했던 순간.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버렸고, 술에 취해 거릴 돌아다니다가··· 뺑소니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휘말려,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

상처없는 작은 손으로 뺨을 두들겼다.

정신 차리자.


‘이번 삶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 것이라, 마음 먹었지 않은가?

괜히 우울해있을 필욘 없다.

민영이 원한다면 창피한 또래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고, 동빈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두 분 모두 집에서라도 웃으시면서 피로를 풀기 바랬으니까.


‘한국만 전쟁터가 아니야.’


타국의 삶 또한 전쟁터 못지 않게 치열했다.

민영은 햄버거 가게에서 13시간을 일하시면서 단 한 번도 힘들다고 이야기한 적 없었고, ‘역시 우리 아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만 이야기하셨으며, 잠을 쪼개가며 반찬과 국을 만드셨다.

그래서인지, 예준 가족은 좀처럼 외식을 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는···’


삼촌이 운영하고 있는 냉동창고로 출근해서 물에 닿아, 발가락이 새하얗게 불어터져도 힘든 내색이 없으셨다.

중간중간에 삼촌과 직원들이 가져온 물고기들을 그물에서 떼어내기 위해, 배에 오르셨고, 어창에 얼음을 채우는 일도 반복하셨다.


‘그러니까.’


이번 삶은 두 분, 아니, 삼촌을 포함한 가족에게 큰 힘이 되어드려야 한다.

삐이이익!

마치 병아리가 우는 듯한 자명종 소리에 예준이 고개를 들었다.


‘07시 17분’


대략 30분이 다 되어있는 시간.

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은 후, 가방을 챙겨서 방을 나왔다.

출근 준비로 바쁜 동빈은 보이지 않았고, 출근을 준비를 끝마친 민영이 현관에 서 있었다.


“아들, 오늘도 파이팅해!”

“네. 엄마두 파이팅해요!”


민영의 응원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부모님은 늘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일상을 보내야하는 아들이 가장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신데, 그 생각은 틀렸다.


‘전혀 힘들지 않지.’


오히려 지난 삶의 영향 덕분에, 영어는 물론, 간단한 일본어와 독일어까지 섭렵했던 예준이었다.


“건강 챙기자.”


털이 자라지 않은 매끄러운 다리를 손바닥으로 탁 치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학교로 곧장 가는 통학 버스의 정류장은 집에서 약 10분 거리에 있다.


“굳이 탈 필요는 없지.”

.

정류장에서 5분만 걸어가면 학교가 나오기 때문에, 예준이 20분 정도만 조금 더 일찍 출발한다면, 지각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통학 버스로 인한 비용도 내지 않아도 된다.


‘동시에 튼튼한 두 다리를 단련하기까지.’


이것이 바로 일석 삼조가 아닐까?

절대로 부모님께서 버스를 탈 돈을 주지 못하시는 게 아니다.

그저 건강한 몸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라며,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예준의 주장으로 인해, 생각이 바뀌면 이야기를 하라고 했을 뿐.


“안녕하세요. 존.”


사거리로 나오니, 빵집의 문을 열고 청소 중인 존을 만났다.

존 파브로, 출신지는 프랑스인데, 미국으로 취업비자를 내고, 빵가게를 운영하다가 아내를 만나, 미국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동빈과는 상당히 친했다.

타국에서 건너와, 일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 탓일까.

거기에 술까지 더해지니, 금새 매우 친해지셨다.


“아, 준이구나? 오늘도 일찍 집을 나서는 구나.”

“한국에선 늘 이렇게 움직였거든요. ···존 삼촌.”

“그렇구나. 한국은 정말 시간을 철칙처럼 지키는 것 같아서 대단해. 한 편으론 부러워. 우리 아들도 준의 반만 닮았어도 좋았을 텐데.”


그의 중얼거림에 그만, 웃고 말았다.

이래봬도 지난 생들을 합하면 못해도 300살은 거뜬했기에, 이제 겨우 10살이 된 아이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닐까라는 속마음을 가졌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샌디에이고 올드 차터 스쿨’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묶은 학교로, 이곳엔 인근 학교에 비해 수업의 질과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기 위한 여러 동아리가 있는 덕분에, 유명했다.

장점이라고 한다면, 인근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학생이 재학 중이라는 점?


‘꽤 오래됬지.’


예준이 10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으니, 약 4년 동안 재학 중인 학교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민자를, 정확히는 동양인을 유난히 싫어하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했다.

백인들에게 무시받는 흑인조차, 동양인을 무시할 정도니, 끝판왕 중에 끝판왕이 모인 학교.


‘부모님한테 말하진 않았지만.’


몇몇 교사, 아니. 인문계열 교사들과 다수의 학생이 자신을 포함한 동양인들을 차별하고 있으며, 투명 인간으로 취급했고, 종종 화장실까지 따라와, 물을 끼얹곤 했다.

물론 물을 끼얹었던 일은 딱 두 번 뿐이었다, 이래봬도 운동으로 단련했던 덕분에, 애들 몸싸움 정돈 버티더라고?


‘그나저나.’


올해로 동양인의 숫자가 한 자릿수로 줄었으니, 상당한 학생이 공격하겠군.

본인들로 인해, 동양인들이 빠져나갔으니, 약간의 우월감에 플러스가 더해질게 틀림없다.


···물론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준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다행이었다.

하는 일에 의문을 가지고 다가오는 이가 없단 뜻이니까.


‘덕분에.’


예준은 동양인이라고 차별하지 않는 훌륭한 예체능 계열의 일부 교사들과 상당히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샘! 오늘도 좋은 아침이에요.”


체육 과목을 담당하고 있으며, 학교의 미식축구 동아리의 코치로 있는 사내에게 손을 흔들자,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오늘도 파이팅해라!’라고 대답하는 교사 샘 파일러.


‘샘 파일러의 꿈은 좋은 여자와 결혼이라고 했던가.’


은연 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샘 파일러는 현재 학교의 수학 선생님을 짝사랑 중이시다.

늘 무심한 표정의 사내가 수학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때만, 평범한 남자의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수학 선생님 또한, 인문계열 교사 가운데, 동양인에게 차별없이 대하는 여성이었고, 개인적으로 좋게 보는 사람이다.

진심으로 두 사람을 응원하며 돕고 싶었지만, 지금껏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예준, 당연히 모쏠다운 생각을 이어갔다.


‘그나마 추천해줄 건, ···책 정도일까.’


학교 앞 서점을 지나가는 길에 본 것 같다.

현재 외국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책, 이성을 사로 잡는 21가지 방법이 몇 개 남지 않았다는 팜플렛을 말이다.


“나중에라도 꼭 알려드려야겠어.”


꾸물댔다간, 그녀를 다른 사람이 채갈테니까.

이때의 예준은 몰랐다.

이미 샘 파일러는 그 책의 맹신한 신도였음을, 이미 구매하고 다음 시리즈로 만든 책까지 예약해두었음을 말이다.


천천히 2-D반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무리를 꾸려,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 아주 좋군.

보통 같은 반 학생이 들어오면 쳐다는 보겠지만.


‘아무도 이쪽을 쳐다보지 않는 구나.’


벌써 몇 년째 보는 모습이지만, 훌륭했다.

창가 구석 진자리로 걸어간 예준은 가방을 걸어두고서, 자리에 앉았다.


‘1교시 수업이 과학이라도 했던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놓자, 수업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맛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예준은 정말 사랑을 해본 적도, 나눠본 적도 없는 순수한 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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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교수, 연극, 그리고 자신 24.04.19 18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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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한국에서 온 소년(수정) 24.04.17 231 7 11쪽
4 4. 음악과 생선 24.04.16 225 6 11쪽
3 3. 옥상(수정) 24.04.15 248 6 10쪽
» 2. 미국 생활 24.04.12 303 7 10쪽
1 1. 시작 24.04.11 377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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