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색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고대신에게 선택받은 성기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녹색유자
작품등록일 :
2022.10.29 18:19
최근연재일 :
2023.04.22 00:00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22,032
추천수 :
614
글자수 :
696,023

작성
22.11.20 00:00
조회
183
추천
7
글자
10쪽

북방의 성인식 -2-

DUMMY

새벽 어스름에 수채화처럼 별하늘이 펼쳐졌다.

거대한 나선팔의 은하수가 니나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회전하며 별똥별을 흩뿌렸다.


두두두두!!!


새하얀 광선의 비가 수직으로 퍼부었다.

먼저 이교도들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말 그대로, 그들의 몸이 대리석처럼 조각나버렸다.

‘볼때마다 느끼지만, 엄청난 마법이야.’

빅터는 촉수를 우산처럼 펼쳐 별빛을 막고 있었다.

‘벌레구름에겐 형체가 없어. 구름일 뿐이야. 하지만···.’

니나의 마법은 형체없는 적에게 강제로 형체를 만들었다.

흩어져 사라지는 구름을 억지로 한데 뭉치고,

그걸 마법으로 박살내버렸다.

아무리 이교도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끄아아악!!


후퇴, 후퇴!!


몇몇 이교도가 뒤늦게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푸른 털의 곰이 이교도를 잡아 찢고 집어던져 박살냈다.

‘그리고 저 곰은···.’

아마도, 이 사당을 지키는 문지기가 틀림없었다.


슈우우우···.


서서히 마력이 사그라들었다.

고농도의 마력에 주뼛 곤두섰던 털이 누웠다.

“···아. 괜찮아?”

니나는 먼저 빅터부터 돌아봤다.

빅터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너, 손에 그거···뭐야?”

빅터의 손에는 여전히 촉수가 꿈틀거렸다.

“내 능력.”

“그거···혹시···마물?”

빅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마물의···힘을 써?”

“선택받았어. 마물들의 신에게.”

니나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마물은, 위험하지 않아?"

"신들은 다 위험해."

빅터는 죽은 이교도들을 조용히 바라봤다.

'이것이 믿음의 대가인가.'

“마물들에게도···신이 있구나.”

니나는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신기해. 몰랐어.”

“차차 알게 될거야. 그것보다···.”

빅터는 칼을 뽑아들고 곰 앞으로 걸어갔다.

곰의 피부와 눈이 푸르게, 서늘하게 빛났다.

“이 문지기를 쓰려뜨려야 하는건가?”

“으응. 맞아.”

서늘한 달의 축복을 받은 곰.

이교도를 종이 찢듯한 괴물이다.

“그냥 싸워 이기면 돼?”

“저기. 빅터? 내가 하면 안될까?”

니나가 등 뒤에서 기웃거렸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얗던 얼굴이 살짝 분홍빛으로 상기됐다.

“얼마든지.”

빅터는 칼을 집어넣고 뒤로 물러섰다.

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곰 앞에 섰다.

그녀가 지팡이를 겨누자,

곰이 두 발로 일어섰다.

니나의 키보다 두 배 이상 큰 곰이었다.

아니, 니나보다 세배는 더 큰 곰이다.

하지만 니나는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그녀는 주문을 외웠다.


키이이잉—!


월석 지팡이 끝에 창백한 별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우워어어!!


곰이 포효하며 니나에게 냅다 돌진했다.

곧바로 니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촤—앗!!


응축된 마력이 칼날처럼 쭉 뻗었다.

니나는 거대한 마력의 검을 휘둘렀다.

곰의 몸이 반으로 쩍 잘리고,

토막난 덩어리가 쿵! 쿵! 떨어졌다.

“···후아!”

니나는 세상 시원한 표정이었다.

“나. 이렇게 마음껏 써보는거 처음이야.”

너무 강한 마력을 지녔기에, 평생 족쇄를 차고 새장에 갇혀 살아왔다.

휘말리면 죽어버리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제대로 된 스승도 없이, 마법을 연습할 공간도 없이.

그런 니나 앞에 빅터가 나타났다.

마음껏 마법을 써도 죽지 않는 동행인.

실수로 휩쓸려도 상처 하나 없으니까, 니나의 마법을 받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마음껏 써도 돼.”

빅터가 칼을 집어넣고 다가왔다.

“난 휩쓸려도 끄떡없으니까.”

니나는 수줍게 웃었다.

“그럼 근처 정리는 대강 했으니까.”

빅터는 주변을 빙빙 둘러봤다.

“그만 사당으로 들어갈까.”



**



바위의 갈라진 틈을 깎아 만든 조그만 사당.

안에는 촛대 두개, 제단 하나가 있었다.

이교도가 몸 숨길 장소는 없었다.

“빅터? 충분히 봤어?”

니나가 뒤에서 물어봤다.

“그래. 고마워. 전통을 방해해서 미안한데.”

“괜찮아. 누가 훔쳐보는것도 아니고.”

니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난 입구를 지킬테니까, 천천히 하고 와.”

“성인식이 궁금하다며? 마저 봐도 되는데.”

빅터는 성인식에 관심이 많다고 둘러댔다.

그 구실로 사당 내부에 위험이 없는지 파악했다.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 있을 이유는 없지만.

“그럼 좀 봐도 될까.”

“그래. 그치만, 재미없을지도 몰라.”

니나는 제단에 지팡이를 비스듬히 기대 세웠다.

“몇시간쯤 걸릴거야.”

“예배를···.”

고개를 돌린 빅터가 멈칫했다.

니나는 제단 위에 가지런히 누웠다.

산제물로 바쳐지는 양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럼 빅터. 이따가 봐.”

니나는 그대로 사르륵 눈을 감았다.

‘···산제물 의식과 비슷한데.’

노리엄 가문의 제 1귀족가문 와이즈 가문.

대대로 서늘한 달을 모시는 무녀 가문이다.

그 성인식을 직접 본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결국 신들이 원하는건 다 비슷한가?’

빅터는 니나에게 다가갔다.

호흡도 맥박도 평범하게 규칙적이었다.

‘잠들었나.’


스릉!


빅터는 칼을 뽑아들고 보초를 사당 입구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밖으로 나와 왼손을 뻗었다.

그의 팔을 타고 반투명한 촉수들이 꾸물꾸물 기어나왔다.

촉수가 서로 덩굴처럼 뒤얽혀 사당 입구를 단단히 틀어막았다.

그 앞에서,

빅터는 칼을 땅에 꽂고, 손잡이에 두 손을 올린채, 보초를 섰다.



**



정오의 태양이 내리쬘 무렵.

사당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빅터는 손을 뻗어 촉수들을 거두어들였다.

“빅터?”

안쪽에서 니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기있어.”

그는 칼을 집어넣고 사당으로 들어갔다.

졸린눈의 니나가 지팡이를 꼭 쥐고 있었다.

“아. 있었구나. 안 보이길래···.”

“밖에서 보초를 섰어.”

“···그랬구나. 드미트리랑 비슷하네.”

니나가 미소를 지었다.

“드미트리?”

“응. 어릴때, 가끔 내 방문앞에서 보초를 서 줬거든.”

“어릴때부터 친했나?”

“나 형제자매가 없으니까.”

니나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미트리가 자주 놀아줬어.”

“드미트리는 분가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응. 따지고 보면 내 하인이긴 한데, 어릴때부터 친했으니까.”

“가만. 드미트리는 나이가 어떻게 되지?”

니나는 손가락을 펼치고 하나씩 접으며 세었다.

“스무살이야. 올해로.”

“혼인할 나이가 지났군.”

“응. 드미트리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나봐.”

니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게 하품했다.

“아. 미안. 아직 잠이 덜 깨서.”

“제단위에 올라 잠드는게 의식이야?”

“응.”

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꿈 속에서 그분을 만나는거야. 총 세 번.”

빅터는 문득 궁금했다.

“꿈에서 신이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해?”

“으응···조금 기억나.”

니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생각했다.

“나보고 싸워 이기랬어.”

“누구랑?”

“그, 많은, 신과?”

‘많은 신?’

벌레구름을 말하는건가?

많다는 수식어로 묘사되는 신은 그것 뿐이니까.

‘자신의 신도에게 성전을 명령한건가?’

다른 신의 신도들과 싸워 이기라고?

두 사람은 잠시 어색하게 마주보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빅터가 말했다.

“점심 먹을 시간이군.”



**



메마른 산에도 나무는 있었다.

거친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어떻게든 자란 나무들.

빅터는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심록의 관이 나루사공을 쓰러뜨렸나.’

나루사공은 죽음과 무생물의 신.

심록의 관은 풀과 짐승과 생명의 신.

‘아니. 쓸데없는 생각.’

그는 나뭇가지와 낙엽을 그러모았다.

‘신과 신이 서로 싸우는 형세가 되었군.’

지금 이곳 노리엄에서 벌어지는 이교도와의 전쟁은, 와이즈 가문의 성인식과 겹치면서 묘하게 신들의 대리전이 되었다.

‘별로 달갑잖은데.’

미래에 죽고, 과거로 돌아왔다.

회귀를 겪은 빅터는 전처럼 신들을 믿을수 없었다.



빅터는 마른 낙엽과 가지를 잔뜩 들고 돌아왔다.

“아. 모아왔어?”

“여기.”

니나는 빅터가 모아온 부싯깃에 지팡이를 댔다.


화르륵!


빨간 불꽃이 피어올랐다.

빅터는 배낭을 내려놓고 주둥이의 끈을 풀었다.

제일먼저 드미트리가 신신당부한 로브가 보였다.

‘잠깐. 이 로브···.’

지금까지 만난 이교도는 전부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기분탓인가?’

“빅터?”

“아. 잠시.”

그는 로브를 옆으로 밀어놓고 건조 식량을 꺼냈다.

바싹 마른 육포, 그 못지 않게 마른 건포도와 오렌지.

그들은 물로 목을 축여가며, 불을 쬐면서 식사했다.

“니나. 드미트리가 준 로브 말인데.”

니나가 입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입을 생각이야?”

“아니.”

“왜지?”

“뭔가 기분나빠서.”

니나는 건포도를 한알 입에 물었다.

“드미트리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로브. 꺼림칙해.”

“그럼 니나. 좀 궁금한게 있는데.”

니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드미트리 와이즈는 어떤 사람이지?”

니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

그녀는 말린 오렌지 칩을 집어들었다.

“어릴때는 잘 알았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어.”

“드미트리는 항상 네 근처에 있는것 같던데.”

“응. 맞아.”

“그건 드미트리가 결정한 일이야?”

“조금 고집을 피우긴 했어. 날 끝까지 모시고 싶다면서.”

“혹시 이번 성인식을 준비한것도 드미트리?”

“아, 응. 난 그런거 잘 못하거든.”

“그럼 니나. 한가지만 더 물어볼게.”

빅터가 말했다.

“드미트리는 이교도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대신에게 선택받은 성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둥지를 향하여 -1- +2 22.11.26 180 3 10쪽
33 북방의 성인식 -7- +3 22.11.25 196 6 10쪽
32 북방의 성인식 -6- +2 22.11.24 189 7 11쪽
31 북방의 성인식 -5- +2 22.11.23 191 7 10쪽
30 북방의 성인식 -4- +1 22.11.22 187 6 10쪽
29 북방의 성인식 -3- +2 22.11.21 189 5 10쪽
» 북방의 성인식 -2- +1 22.11.20 184 7 10쪽
27 북방의 성인식 -1- +1 22.11.19 195 6 10쪽
26 10년 전의 대마법사 -2- +1 22.11.18 195 6 10쪽
25 10년 전의 대마법사 -1- +3 22.11.17 197 6 10쪽
24 북쪽으로 가는 길 -3- +2 22.11.16 199 6 9쪽
23 북쪽으로 가는 길 -2- +3 22.11.15 188 6 10쪽
22 북쪽으로 가는 길 -1- +1 22.11.14 199 5 10쪽
21 하늘섬의 길드 -6- +1 22.11.13 207 6 10쪽
20 하늘섬의 길드 -5- +1 22.11.12 206 6 10쪽
19 하늘섬의 길드 -4- +2 22.11.11 227 8 10쪽
18 하늘섬의 길드 -3- +3 22.11.10 222 9 10쪽
17 하늘섬의 길드 -2- +2 22.11.09 237 8 10쪽
16 하늘섬의 길드 -1- +2 22.11.08 249 8 10쪽
15 자유 도시의 투기장 -6- +1 22.11.07 243 8 10쪽
14 자유 도시의 투기장 -5- +1 22.11.06 247 6 11쪽
13 자유 도시의 투기장 -4- +1 22.11.05 246 5 10쪽
12 자유 도시의 투기장 -3- +1 22.11.04 256 8 10쪽
11 자유 도시의 투기장 -2- +1 22.11.03 286 9 9쪽
10 자유 도시의 투기장 -1- +4 22.11.02 344 11 9쪽
9 녹색의 국경 -3- +1 22.11.02 353 10 10쪽
8 녹색의 국경 -2- +1 22.11.02 370 10 10쪽
7 녹색의 국경 -1- +1 22.11.02 435 11 10쪽
6 기사와 도둑과 이교도 -4- +1 22.11.02 503 14 10쪽
5 기사와 도둑과 이교도 -3- +1 22.11.01 575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