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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님의 서재입니다.

내 검안의 S급 정령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류호진
작품등록일 :
2019.11.20 16:34
최근연재일 :
2020.01.22 08:0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007
추천수 :
465
글자수 :
212,145

작성
20.01.16 00:08
조회
271
추천
9
글자
11쪽

34화 심법.

DUMMY

"뭐야, 너 설마 가부좌도 모르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썹을 추켜 올리며 묻는 황마석.

내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마석이 답답한 듯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대뜸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 발바닥과 양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는, 기이한 모양의 자세였다.

어딘가 인도 요가 자세같기도 하고......


"......그게 가부좌에요?"

"그래 임마. 이 정도는 일반인들도 알고 있던데, 이 놈은 왜 모르지?"


졸지에 일반인이 아니게 되어버린 내가 뒷머리를 긁적이자, 어느새 몸을 일으킨 황마석이 내게 고갯짓을 해 보인다.


"뭐하냐? 어서 해봐."

"......예."


황마석의 말에 어색하게 가부좌를 흉내내며 앉는 나.

얼핏 보기에는 쉬워보였는데, 이거 생각보다 골반이 뻐근하고 아파온다.

내 유연성이 꽤나 저질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으며, 나는 그렇게 난생 처음 가부좌 라는 것을 틀고 앉았다.


"손바닥과 발바닥은, 인체에서 가장 기의 흡수가 빠른 곳들이다. 이를 하늘방향으로 해서, 태양의 양기를 흡수하고......"


이후에 황마석이 무어라 무어라 많은 설명을 이어갔지만, 내 귀에 들어온 말은 정작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튼 요지는, 심법수련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가부좌가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라는 것.

아무튼 그렇게 자세를 취한 내 등에대고 황마석이 입을 열었다.


"영광으로 알아라. 지금부터 심법...... 그러니까, 네놈 몸의 기를 움직여 단전으로 가는 통로를 가르쳐 줄 테니까."

"단전으로 가는 통로요?"

"그래. 잘 기억해 둬라. 뭐, 한번 길을 열어두면 앞으로 어지간해선 그리로만 흐르긴 할 테지만...... 정신 바짝차리고, 절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입 열지 마라."

"예? 입은 왜......"

"아, 일단 열지 말라면 열지마! 혹시라도 통증을 느껴도, 움직여서도 안되고 입을 열어서는 절대로 안돼. 할 수 있지?"

"......해 볼게요."

"해 볼게요는 안돼. 무조건 해야돼. 안그럼 죽는다."


......저 죽는다는 중이적인 의미일까, 아니면 팩트일까?

굳이 꼬집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난 애써 묻지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사실을 듣고나면, 한주먹 남짓한 용기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설마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려운걸 시키겠어?'


그리고 뭘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입 안열고 움직이지만 않으면 된다니, 그 정도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날 두들겨 패는 것이 아니고서야......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시작한다. 눈 감고, 기를 느껴라."


그 말을 끝으로, 황마석은 거침없이 내 등에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그렇게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몸안의 무언가가 뜨겁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투둑.


몸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목을 타고 피비린내가 역류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적지 않게 당황하긴 했지만, 난 그의 말대로 우선 입을 다물고 기의 흐름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내 배꼽 언저리에서 느껴지던 뜨거운 기운이, 스물스물 위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쿵!


"......!"


몸 안을 스물스물 올라가던 기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는지, 머릿속까지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진다.


쿵! 쿵! 쿵!


가로 막고 있는 무언가를 때려 부수기라도 하듯, 몸 안에서 우렁찬 소리가 연달아 울려퍼진다.

그리고 그 횟수가 많아질 수록, 몸 안에서 느껴지는 통증도 점점 더 그 크기를 키워간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이윽고 몸 안에서 무언가가 쾅하고 뚫리는 소리와 함께 뜨겁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머리쪽으로 이동한다.


'끄윽!'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이번에는 비명을 내지를 뻔 했다.

온 몸의 혈도 곳곳이 불타는 느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감전이라도 된 듯, 정신이 번쩍 뜨이는 통증.

그리고 두번째 저항은, 다름아닌 내 정수리 인근에서 이루어졌다.


쾅! 쾅! 쾅!

콰르르르르.


곧 첫번째 고통 못지 않은 통증과 함께, 머리쪽의 저항이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는 다행이도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던 덕에, 비명을 내지를 뻔 했던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뜨거운 기는, 정수리를 타고 목선을 넘어가 후면부로 향했다.

그 이후로도 그 기운이 회음부를 거쳐 다시 배꼽언저리에 오기까지 거의 십여번에 이르는 저항을 받았다.

처음에는 고통스럽기 그지 없었던 그 감각들이,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조금씩 편안해지더니 종래에는 짜릿한 쾌감으로 변해왔다.

이윽고 배꼽아래쪽에서 따듯한 기운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내 등에서 황마석의 손이 떨어져나갔다.


스륵.


"......쿨럭! 쿨럭! 우웩!"


황마석의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난 반사적으로 입을 벌려 비릿한 핏물을 마구 토해냈다.

붉은 피가 나왓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내가 뿜어낸 것은 호러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검은 핏물이었다.


"쿨럭! 욱! 이게 뭐에요?"


검은 핏물에서 나오는 역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코를 감싸쥐며 황마석에게 물었다.

이에 황마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것이 소주천이다. 대자연의 기를 몸 안에 받아들여, 네가 가진 기와 함께 단전에 갈무리 시키는 과정이지."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동안 네 혈맥을 막고 있던 불순물들이다. 저런 것들이 막고 있으니, 기가 순순히 통하지 않았던 거지. 이제 소주천에 필요한 최소한의 혈맥은 모두 확보했으니, 매일같이 지금의 통로로 기를 흘려라. 반복하면 반복할수록, 기를 네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되고 몸 안의 내력도 빠르게 쌓이니까."


황마석의 말에, 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내 평생에 내 몸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머릿속은 환하게 깬 듯 했고, 시야는 맑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몸 안의 모든 감각이 깨어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너, 생각보다 몸 안에 지니고 있던 내공이 많더구나. 혹시 뭐, 어렸을 때부터 산속에서 살았냐?"


이 인간도, 아카미르랑 똑같은 걸 물어보네.


"아니요? 전혀......"

"그래? 이상하네...... 넌 이미, 일반적으로 5년 이상은 수행해야 얻을 수 있는 내력이 몸 안에 쌓여 있는 상태였어. 그래서 소주천이 이렇게 빨리 끝난거고...... 뭐, 그래봐야 나에 비하면 새발의 피이긴 하다만."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며 중얼거리는 황마석.

사실, 저 인간이 말했던 쌓여있던 내공이라는 건 아마 정령의 힘일 가능성이 높다.

아카미르의 영향으로, 몸 안에 쌓기 시작한 정령의 힘.

사실 정령이라는 것을 아카미르는 자연 그 자체라고 했고, 저 황마석이라는 인간은 대자연의 힘이라고 기를 표현했으니 정령의 힘이 곧 기나 다름없는 모양이다.


'잠깐, 그 말은 곧 내 자연친화력이 이 내공이라는 것을 쌓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소리잖아?'


그리고 아카미르는 자신이 곧 순수한 자연 그 자체이니, 자신과 함께있는 것 만으로도 정령의 힘을 쌓을 수 있다고 했다.

이거 이래저래, 본의 아니게 내가 힘을 쌓기에는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새로 얻은 힘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고 있는데, 내 귓가로 느긋한 황마석의 음성이 이어져왔다.


"이제부터 그 심법수련을 습관처럼 하도록 해라. 아침에는 그렇게 대자연의 기를 받아 내공을 쌓도록 하고, 낮에는 나에게 검술과 격투술 이론을 배우고...... 밤에는 그것을 바탕으로, 나와 실전 수련이다."

"와, 생각보다 체계적이네요?"

"그럼, 내가 아무생각 없이 널 굴릴 줄 알았냐? 아무튼 지금 말한 일정이, 듣기에는 쉬워보여도 꽤 소화하기 어려울 거다."

"예, 각오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격투술과 검술의 이론을 배워보도록 하자. 정신 바짝 차려야 할거다. 밤에 한대라도 덜 얻어맞으려면."

"......얼마나 심하게 때리시려고요?"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못 들어봤냐? 내 제자가, 고작해야 강철이 같은 것들한테 얻어터지고 다니는 꼴 난 못본다. 그 놈 이상의 수준으로 굴려줄 테니까, 알아서 잘 버텨봐."


어쩐지, 굉장히 빡세게 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대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영은이를 한시라도 빨리 안전하게 만들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지금의 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이 넘치는 상태니까.


"물론입니다. 시작하시지요."

"흐흐, 좋다. 내가 네놈에게 가르칠 것은, 바로 장백검법이다."

"......장백검법이요?"


이름 한번 식상하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황마석은 어느새 나무막대기 하나를 들고 와 천천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칠 초."

"치, 칠초면...... 이렇겐가요?"


부웅.


황마석의 말에, 어색하게 나무 막대기를 휘둘러 보이는 나.

그 순간, 역시나 매서운 황마석의 딱밤이 내 정수리로 날아 들었다.


따악!


"끄억!"

"아, 이 자식 진짜 머리 나쁘네. 야! 고작해야 열 초식으로 이루어진 검법을 아직도 못외우면 어떻게 해? 칠초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파바바방.


거칠게 소리치며, 나무 막대기를 휘둘러 갈지(之)자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황마석.

솔직히 한두번 보고, 저런식의 열개의 형태를 외우는 인간이 있을까?

하지만 차마 항변하지 못하는 억울함에 입을 다물고 있는 내게, 황마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를 내던졌다.


"받아 임마!"


터덕.


"이......게 뭔가요?"


황마석이 내게 던진건, 그리 두껍지 않은 낡은 책 한권.

그 책을 열어보자, 무슨 운동교본과 같은 그림들이 한 장 한 장 그려져 있다.


"뭐긴 뭐겠냐? 검법서지."

"이걸 보고 까먹지 말라, 뭐 그런건가요?"

"헛소리! 검형은 내가 보여준 그대로를 외워라. 거기서 네가 참고해야 할 부분은, 검의 형을 펼칠 때 운용해야 할 내기의 흐름이다. 그걸 구결이라고 한다. 다 적혀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리?

오늘따라 생전 처음듣는 소리만 계속해서 들으니, 슬슬 내가 멍청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내가 황마석을 바라보자, 한숨을 팍 하고 내쉰 황마석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보충 설명을 던진다.


"지금 네가 이해하기에는 불가능 할거 잘 안다.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후우...... 그래, 이제 밥이나 차려봐라. 저녁먹고, 시작해야지."

"예? 시작하다니요?"

"조금 전에 안말했냐? 실전 수련한다고."

"아......"

"각오 단단히 해라. 봐줄 생각 없으니까."


저벅 저벅.


그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걸어가는 황마석.

어쩐지 앞으로의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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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감각. +2 20.01.18 236 9 12쪽
» 34화 심법. 20.01.16 272 9 11쪽
33 33화 느낌. 20.01.15 261 8 12쪽
32 32화 계란으로 바위치기. 20.01.12 302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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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계약 체결. 20.01.04 40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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