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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님의 서재입니다.

내 검안의 S급 정령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류호진
작품등록일 :
2019.11.20 16:34
최근연재일 :
2020.01.22 08:0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006
추천수 :
465
글자수 :
212,145

작성
19.12.14 00:58
조회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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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4쪽

15화 BJ 헌터.

DUMMY

"아...... 예, 하진성 헌터님이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어쩐지 다소 어색한 미소와 함께 내 증명패를 받은 안내원은, 한손에 들고있던 태블릿에 무언가를 검색했다.

그리고 잠시 후, 확인을 마친 그가 다시 내 증명패를 건네주었다.


"확인되셨습니다, 저기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기분 좋게 증명패를 받아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 던전입구에서 대기중인 다른 헌터들이 보인다.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조금이라도 편안한 버스를 타려면, 뭐니뭐니 해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아는 D급 헌터의 얼굴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E급에서나 만나던 아저씨들을, 여기서 만나는건 무리려나.'


애초에 E급 던전을 도는 D급 헌터들은 대부분은, D급에서도 최하위권에 머무는 이들.

혹은 괜히 위험을 감수하며 동급의 던전을 돌 마음이 없는 이들이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오히려 나에 대한 평판을 모르는 이들 사이에 섞이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웅성웅성


"안녕하세요? 혹시 다들 일행분들 이신가요?"


우르르 모여 웅성이는 이들에게 다가가, 붙임성 좋게 인사를 건네본다.

보통 이렇게 먼저 인사를 건네면, 친밀하진 않더라도 예의상의 인삿말이 돌아오기 마련.

하지만 돌아온 저들의 응대는, 내 예상보다 훨씬 냉담했다.


"아, 예."


사람좋은 미소를 함박 머금은 내 인사에도, 슬쩍 눈짓만 던지고는 이내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이어가는 헌터들.

이에 당황한 내가 두 눈을 끔뻑이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아카미르의 음성이 들려온다.


[야. 지금 쟤들, 니 인사 대놓고 무시하는 거 맞냐?]

"......어, 그런 것 같은데."

[허허, 저 벌레같은 것들이 감히 누굴 무시해? 저것들을 확 쓸어버려?]

'아카미르가 이런말을 하다니'

"오...... 감동인데? 근데 너도 나 무시하잖아."

[내 계약자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몸 한명 뿐이다.]


나는 내 친구를 욕할 수 있지만, 남이 내 친구를 욕하면 기분나쁜. 뭐 그런건가?

아무튼 녀석의 위로아닌 위로에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리려는 그때, 난데 없이 한 남성 헌터가 말을 걸어왔다.


-톡톡


"안녕하세요?"

"어? 아, 예. 안녕하세요?"

"조금 전에, 저사람들 한테 무시 받으셨지요? 그렇죠?"


어쩐지 자라를 연상케하는 두 눈을 끔뻑이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가 연신 질문을 던져온다.

어쩐지 부담스러운 느낌에, 나는 슬며시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어색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하하, 예 뭐......"

"하하,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어...... 왜죠?"

"저도 똑같이 무시 당했거든요."


검지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켜 보이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히죽히죽 웃어보이는 사내.

어쩐지 자꾸만 친한척 들러붙는 이 모양새가, 심히 기분나쁘면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이미지인데......


'......내가 저런 모습은 아니겠지?'


앞으로는 조금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멀어지려 하는데, 그는 대화를 받아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기뻤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압니까? 알고 나면, 어이가 없을거요."


별로 이 사람하고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젠장, 궁금하다.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무슨 여자 BJ헌터가 있답니다. 지난 방송에서, 이곳 던전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얘기한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팬클럽인지 뭔지하는 것들 중에, D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죄다 지원을 한 모양입니다."


오, 그런 거였나?

자세히 보니 무리 안에, 웬 여성 헌터 한명이 서있는게 보인다.

손에 들린 자그만한 방송용 캠을 보아하니, 저 여자가 그 BJ헌터인 모양이었다.


'던전 클리어 하는걸 녹화해 방송 하는 사람들이 있는건 알았는데, D급 던전에도 저런걸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던전을 구경하기 힘든 일반인들과, 막 헌터가 된 초심자들을 겨냥한 방송.

헌터자격을 가진 BJ들 만이 시도할 수 있는 이 시장은, 개인 방송을 하는 이들에게는 수 많은 시청자들과 조회수를 끌어모을 핫한 아이템 이었다.

특히 높은 등급의 던전 클리어 영상은, 원본 자체를 고가에 사고 파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들었다.

이제야 외부인을 이상하리만큼 배척하던 이유를 깨달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머릿속에서 어딘가 심상치 않은 아카미르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저기 저 여자......]

"음?"

[......내 취향이다.]

"......"

[지금껏 본 인간 중에서는, 제일 예쁘다. 지난번 날 안고 있던 그 인간 여자보다도......]

"......거기까지 하자."


이 미친 정령왕에게 밝힘증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다.

처음 병원에서, 이간호사에게 안겨왔을 때에도 그렇게 좋아하더니......

애초에 사람도 아닌 정령왕이, 여자를 저렇게 좋아하는게 말이되나?

그렇게 어처구니 없어하는 나를 향해, 조금 전의 사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제가 뭐, 실수한 것이라도 있나요?

"예? 아! 아니에요. 저, 저기 팬클럽 사람들을 겨냥해서 한 말이었어요."

"아하, 이해했습니다."

"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나는 그제야 나와 아카미르의 대화가 남들에게 어찌 들릴 지를 떠올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허공에서 웬 미친놈이 귀신이라도 보고 있는 줄 알 테니까.


'앞으로는 조심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나와 대화하던 사내가 저 멀리 BJ쪽을 바라보며 감탄하듯 말을 꺼낸다.


"햐, 그나저나 예쁘긴 정말 예쁘네요. BJ세하 라고 했던가? 아무튼 저러니까 사람들이 돈까지 투척해 가면서 관심끌고, 저렇게 졸졸 따라다니고 하나보네요."

"......그런가요?"


아닌게 아니라, 남자의 말대로 그 세하라는 BJ는 언뜻 보아도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검은색 긴 머리에 붉은 빛이 도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하얀 얼굴 때문인지 붉은 원피스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보였다.

하늘하늘 가냘퍼 보이는 아담한 몸에, 어딘지 모르게 빈약해보이지는 않는 몸매.

환하게 웃어보일 때마다 드러나는 하얀 치아까지도, 확실히 사내들이 졸졸 따라다닐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상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은,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을 뿐.


"음? 헌터님 눈에는, 세하님이 예뻐보이지 않으시나요?"

"아뇨 뭐, 예쁘긴 예쁘네요."

"......그런데 어째, 많이 심드렁해 보이시는데요?"

"뭐, 예쁘건 어쨌건 제 관심사는 아니니까요. 한창 나이에 여자한테나 홀려있다니, 제 눈에는 그냥 한심해 보이는거죠."


내 솔직한 대답에 놀랐는지, 사내가 두 눈을 치켜뜬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팬클럽(?) 회원들 몇몇이 날카로운 눈으로 내쪽을 노려본다.

다급히 그들의 시선을 피했지만...... 젠장, 그 세하라는 BJ랑 눈이 마주쳐 버렸다.


"흠흠, 아하하 저는 왜 이렇게 한심할까요? 그쵸? 아하하."

"하하하, 그러시네요. 정말 한심하십니다."


다급하게 상황을 수습하는 나와 사내.

이윽고 저들의 시선이 나에게서 떨어지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


"후우, 광신도보다 위험한게 빠돌, 빠순이라더니...... 그나저나, 우리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하하, 전 강환익. 그냥 강헌터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예, 저는 하진성입니다. 하헌터라고 부르시면 되요."


그렇게 우리가 뒤늦은 통성명을 하고 있는데, 한 중년 남자 헌터가 던전 입구로 걸어나와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모두 모였으니 던전에 입장 하도록 하시지요. 저는 이번 던전 공략의 리더를 맡은, C급 헌터 이재성 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이재성 헌터님."

"잘 부탁드립니다!"


세하라는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그녀를 추종하는 팬들이 하나가 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런데 어쩐지, 정말로 잘 부탁한다기 보다는 그들의 선호 대상에게 눈독들이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지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재성 헌터의 얼굴에는 이미 함박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핫핫핫, 물론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BJ 세하님도 같이 들어가시니, 다들 맡은바 임무에 더욱 충실히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세하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하나가 되어 소리를 내지르는 남성 헌터들.

심지어 그들 사이에는, 조금 전 나와 대화를 나누던 강헌터도 끼어 있었다.


"와아아! 화이팅!"

'......뭐야? 저 아저씨.'

[와아아아!]


......이놈도 있었구나.

나와 가장 가까운 최측근의 한심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데, 어느새 환호성을 마친 강헌터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크흠 하 헌터님은, 정말 관심 없으신가 봅니다? 지금은 저도 모르게 그만···.."

"하하 그럴수 있죠···..."

"크흠······ 그러고 보니, 관심사가 다르다고 하셨죠? 하헌터님 관심사는 어딘데요?"

"여자에 빠져사느니, 전 그 시간에 계좌에 0하나를 더 만들겠습니다."

"아......"


내 당찬 신념에 감탄했는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강헌터.

그 순간, 어디선지 모르게 느껴지는 서늘한 시선에 난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엇?'


저 멀리서, 어쩐지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세하라는 여자 BJ.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고개를 돌려 확실하진 않지만, 잠깐 스친 그 눈빛이 어딘지 모르게 싸늘하게 느껴진다.


'흠흠...... 내가 너무 말을 크게했나?'


자신의 밥벌이(?) 수단들을 앞에두고 이런 현실적인 말을 했으니, 내가 오죽 밉상으로 보였을까?

이제부터라도 자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헌터들은 던전안으로 입장을 시작하고 있었다.


"세하님, 들어가시지요. 거기 두 분 헌터님들도."

"네, 감사해요."


이재성 헌터의 재촉에, 내게서 둔을 떼어낸 세하가 던전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의 모습이 온전히 사라진 후에야, 나는 강헌터의 뒤를 따라 던전으로 들어섰다.


***


"D급 던전도, 별 다를 건 없네."


태어나 처음으로 밟아본 D급 던전.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내부는 E급 던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카미르를 얻었던 S급 던전에 비하면 뭐...... 다 거기서 거기네.'


이제 슬슬 나도, S급 무구의 주인다운 여유를 가지게 된 걸까?

그렇게 스스로의 감상에 도취되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내게, 함께 들어온 강 헌터가 물었다.


"혹시...... 던전이 처음 이신겁니까?"

"아, 아니요. 그냥, D급은 처음입니다. 하하."

"오오, 이거 제가 몰라뵜군요. C급 헌터이신 모양이죠?"

"아 뭐, 그런 것은 아닌데......"

"오, 설마 B급?"


두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보이는 강헌터의 모습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D급 이에요."

"아......"

"......"

"아, 하하. 그렇죠. 아무래도 E급이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기는 하지요."


다급히 내 말에 호응하며, 맞장구를 쳐주는 강헌터.

하지만 한 순간 그의 눈에, 나에 대한 안쓰러움이 스쳐가는 것을 난 분명히 보고 있었다.


"......그러는 강헌터님은, C급 헌터신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 이곳에 여러번 들어와 본, 배테랑 중의 배테랑! 그러니, 저만 따라 오시면 안전할 겁니다. 하하하."


자신있게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강헌터.

하는 짓과는 달리, 설마 예상외의 실력자였나?

하지만 내 귓가에서 들려오는 아카미르의 음성에, 나는 곧 그에 대한 기대를 져버렸다.


[헛소리 하고 있네. 저놈 저거 능력치만 놓고보면, 너랑 별반 차이도 없는 녀석이다.]

"하...... 하하."


저 인간이랑은, 절대로 같이 다니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저 한쪽에서 자연스러운 애교가 어우러진 세하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세하 입니다. 오늘은 앞서 방송에서 말씀 드렸듯이, D급 던전 공략에 참여해 보았습니다."


던전에 들어 오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더니, 던전에 들어오기 무섭게 카메라로 주위를 담기 시작한다.


"오늘 던전 공략의 리더를 맡으신, 이재성 헌터님 입니다. 헌터님, 인사 한번 해주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이 파티에 리더를 맞은 이재성 헌터입니다. 잘부탁 드립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는 이재성 헌터.

이게 지금, 던전에 돈을 벌러 온거야 쇼를 하러 온거야?

황당함에 두 눈을 끔뻑이는 나와는 달리, 저 팬클럽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환호성을 질러낸다.


“그럼, 오늘 하루동안 잘 부탁드려요. 이재성 헌터님!”

"하하, 저만 믿으십시오. 제가 무슨일이 있어도, 세하님과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어깨를 가볍게 톡 건드리며 상큼하게 웃어보이는 세하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을 쾅쾅 치며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 이재성 헌터.

도저히 눈뜨고는 봐 줄수 없는 광경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데, 아카미르의 잔뜩 흥분한 음성이 귓가에 울려퍼진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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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흔적- 1. +1 19.12.21 595 12 13쪽
18 18화 한발자국 레벨업. 19.12.19 626 13 14쪽
17 17화 의도치 않은 호의. 19.12.18 625 16 13쪽
16 16화 아수라장. +2 19.12.15 657 10 13쪽
» 15화 BJ 헌터. +1 19.12.14 740 13 14쪽
14 14화 드리우는 위험. +1 19.12.12 800 13 13쪽
13 13화 하루의 변화. 19.12.11 807 15 13쪽
12 12화 동굴안에 열린 던전. 19.12.08 819 12 14쪽
11 11화 최악의 산행. +1 19.12.07 892 11 13쪽
10 10화 승급 테스트. +1 19.12.05 923 15 13쪽
9 9화. 예약을 하고 와야 하나요? +1 19.12.04 960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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