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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 님의 서재입니다.

내 검안의 S급 정령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류호진
작품등록일 :
2019.11.20 16:34
최근연재일 :
2020.01.22 08:05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008
추천수 :
465
글자수 :
212,145

작성
20.01.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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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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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25화 인연-3.

DUMMY

'뭐야, 미친건가?'


아카미르를 빌려달라고 했다면, 아카미르에게 허락을 맡아야 했겠지만 잠시 내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확실히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남자는 아카미르를 거부하고 나무막대기나 주워들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지금 고작 그런 막대기로, 저희를 상대하시겠다 말하고 있는 겁니까?"


황마석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김민혁의 얼굴이 다소 상기된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최강철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을 지우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반응에, 황마석은 귀찮다는 듯 반대편 손을 까닥인다.


"왜, 이런걸 들고 있으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적어도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그럼, 후배들 혼내주는데 진검까지 쓰리?"

"......"

"난 늬들이랑 달라서, 수틀린다고 사람 죽이고 그러진 않아. 애들 혼내주는데는, 역시 사랑의 매 만한게 없지."

"......후회하실텐데요."

"허허, 민혁이 너 말 많아졌다. 겁나는거 아니면, 한번 들어와보던가."


황마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민혁이라는 헌터가 난데없이 바닥을 박차고 황마석에게 달려든다.

한손에 들린 단검과, 다른 한쪽 소매에서 튀어나온 갈고리 발톱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황마석에게 날아든다.

하지만 황마석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가만히 미소를 머금으며 그 움직임을 지켜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스팟.


김민혁의 갈고리 발톱이 먼저, 아슬아슬하게 황마석이 서 있던 허공을 가른다.

딱 일보를 뒤로 물러나 그 공격을 피한 황마석이, 손에 들려있던 막대기를 휘둘러 김민혁의 복부를 후려친다.


쩡!


"......!"


나무막대로 사람을 때리는데, 저런 소리가 나다니?

상상치 못할 격통이 뒤따랐는지, 김민혁의 몸이 구십도로 구부려지며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그런 그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황마석이 입을 열었다.


"어떠냐? 사랑의 매."

"......"

"딱 한대만 더 맞아라."


그렇게 다시 한번 나무막대기를 치켜드는 황마석.

그 순간, 이 상황을 지켜보던 최강철이 다급히 소리치며 앞으로 뛰쳐나온다.


"야 씨! 다 같이 덥쳐!"


챙.

스승.


황마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헌터들이 각기 다른 무기를 꺼내들며 황마석을 덥친다.

그리고 그 뒤에서 벌어진 것은, 그야말로 일방적이기 그지 없는 폭행장면이었다.


쩌정!

쾅!

퍽퍽퍽!

스퍽!


제 자리에 서서 한 손은 주머니에 꼽아 넣은 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헌터들을 막대기 하나로 후드려패는 황마석.

날아드는 막태기는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을만큼 쾌속했기에, 헌터들이 달려들다 말고 스스로 땅바닥을 나뒹구는 것처럼 보였다.

타격하는 순간마다 울려퍼지는 저 말도 안되는 효과음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잠시 후 달려든 B급 헌터들 모두가 땅바닥을 나뒹굴자, 최강철 혼자 이를 악물고 황마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익......!"

"강철이 너도 참 여전하다. 아직도 부하들만 내보내고, 넌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있냐? 어서 이리와."

"......"

"쯧, 하기야 오란다고 올 놈이 아니구나. 그럼 뭐, 이 정도로 해 두자."


그 말과 함께, 허공에 든 막대기를 최강철을 향해 겨누는 황마석.

이에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최강철이 다급히 양팔을 교차하며 방어자세를 취한다.

그 순간, 황마석의 막대기가 허공에서 섬광같은 속도로 휘둘러진다.


사삭.

뻐버벅!


"크헉!"


풀석.


'이, 이게 대체 뭔일이야?'


분명 남자는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는데, 저 멀리 있는 최강철이 난데 없이 바닥에 쓰러진다.

흡사 바람 베기 효과를 보는 듯 했는데, 그것보다도 훨씬 위력적이고 빨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도 정교했다.


'저런걸, 어떻게 나무막대기로 할 수 있는거지?'


더군다나 저들은 분명 A급 헌터들.

내 공격 정도는, 비웃듯이 흘려보낸 강자들이다.

그런데 저 황마석이라는 남자가 나타난 이후부터는, 마치 헌터와 일반인의 차이만큼이나 큰 갭이 느껴진다.


"더 해봐야 의미없을 것 같은데, 민혁이 너는 특별히 한대 까주마."


그 말을 끝으로, 아직도 숨을 헐떡이는 김민혁에게서 등을 돌리는 황마석.

이에 나는, 다급히 그 남자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 사람한테만 붙어 있으면,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그를 따라 얼떨떨하게 산길을 오르는데, 숨을 헐떡이던 김민혁이 고개를 치켜들며 입을 연다.


"......잠깐."

"엉? 왜, 좀 더 해보게?"

"......지금 이대로 가시면, 황마석씨에게 무슨 불이익이 돌아갈지 모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숨을 헐떡이며 말하는 모양새가, 조금 전까지 얻어맞던 녀석 답지 않게 꽤나 진지하다.

아니,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이 황마석이라는 사람을 걱정하는 뉘앙스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기분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황마석이 보일듯 말듯한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연다.


"지금 민혁이 너, 나 걱정해주는 거냐?"

"......"

"걱정마라. 헌터질은 때려치웠지만, 나 누군지 알지? 왕년에 A+급 헌터였다. 늬들 그룹이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건, 뉴스에라도 날 정도로 사람을 끌어모으지 않는 이상 난 걱정없다."

"......"

"그리고 너가 잊은 모양인데, 나도 늬들이랑 같이 일했다. 늬들처럼 썩을때로 썩은 집단한테 고개를 숙일 거였으면, 애초에 은퇴하지도 않았어. 걱정말고, 그냥 가서 황마석이가 방해해서 임무 실패했다고 전해. 그럼 적어도 큰징계는 면할 수 있을 거다."

"......이건 이진혁 부사장님의 선에서 내려온 일입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분명 마지막에,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신 것으로 아는데요."

"어우, 오랜만에 그새끼 이름 들었더니 소름이 다 끼친다. 그런 놈 무서워 할 마음 없으니까, 더 묻지 말고 가라. 안그러면 한대 까준거 마저 때리는 수가 있다."

"......"


결국 그 대화를 끝으로, 김민혁은 더 이상 황마석을 잡지 않았다.

황마석의 뒤를 바짝 쫓아가는 하진성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김민혁과 함께 있던 모든 헌터들도, 그의 결정에 감히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저 황마석이라는 괴물과 자신들 사이에 있는, 거대하기 그지 없는 힘의 격차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철수하지. 일단 하진성이라는 인물의 신변조사부터 다시 진행하고, 인질로 삼을 수 있는 것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봐라."

"알겠습니다."

"어차피 둘은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을테니, 계좌까지도 추적해서 샅샅히 뒤져라."


자신을 따라온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김민혁은 천천히 최강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조금 전의 공포가 잊혀지지 않는지, 최강철은 입술을 깨물며 연신 땅바닥만 내려보고 있을 뿐 이었다.


***


저벅 저벅.


'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조금 전 날 구해준 황마석이라는 인간의 뒤를 따르면서, 나는 부산하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 확실한 것은, 당장 저들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한들 저들이 쉽게 나를 포기할리 없다는 것.

삼송그룹이라고 하면, 내가 어디에 숨어있던 그리 어렵지 않게 다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곧, 내가 살려면 삼송그룹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숨거나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이에게 몸을 의탁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경찰이나, 국가기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 그러면 역시...... 이 사람 뿐인데......'


문제는, 일면식도 없는 인간한테 어떻게 내 보호를 요청하느냐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얼마쯤 따라 걸었을까,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황마석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건넨다.


"어이, 거기."

"예, 예?"

"언제까지 따라올거야? 난 내 갈길 가야되니까, 그쪽도 그쪽 갈길 가."

"아......"


저벅 저벅.


그 말을 끝으로, 정말 미련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황마석.

그때, 아카미르의 다급한 음성이 내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야, 뭐하냐? 일단 저 인간 잡아봐. 내가 이 세상에와서 본 인간들 중에, 저 인간에 견줄 만한 인간은 없어!]

"......잡아서 어쩌려고?"

[일단 도와달라고 하던지...... 아무튼 너 잘하는 거 있잖아! 어떻게든 좀 엉겨붙어 보라고!]


이새끼가?

지가 지상최강이라도 되는 것처럼 까불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니......

하지만 사실 아카미르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아...... 생각해보자. 일단 조금 전 대화를 떠올려보면...... 예전에 삼송에서 일했지만, 뭔가 안좋은 일이 있어서 은퇴한 사람같다는 말이지? 삼송그룹을 들먹이며 잘만 말하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볼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황마석을 따라걷는 하진성.

그런데 몇걸음을 체 떼기도 전에, 난데없이 몸을 돌린 황마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검지를 까닥인다.


"야, 너 이리와서 서봐."

"예? 저, 저요?"

"너, 니 갈길 가라고 했지? 왜 자꾸 귀찮게 따라오는거야?"

"저...... 저기 그게, 여기서 제가 다른 곳으로 가면 저 삼송그룹 사람들이......"

"아, 그건 내가 알바 아니고!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해야지 왜 나한테 엉겨붙어?"

"조, 조금 전에는 저 도와주셨잖아요?"

"그건 내 눈 앞에서 사람 죽는게 찜찜해서, 그냥 구해 준거뿐이고!"


이 매정한 인간을 봤나?

자신이 도와주지 않으면 내가 어찌될지 뻔히 알텐데,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삼송그룹을 들먹이며 도와달라고 하는건, 포기해야 할 듯 싶다.

더 이상 이런거 저런거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난 일단 무릅부터 꿇으며 그의 앞에 비굴하게 엎드렸다.


털석.


"어어? 이, 이놈 왜이래?"

"저...... 지금 내려 가면 그냥 죽습니다. 저한테는, 식물인간이 된 한명뿐인 여동생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서 저 죽으면, 여동생도 같이 죽는다고 봐야되요. 이왕 도와 주신거, 조금만 더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니까 내가 뭘 도와주냐고? 내가 너 대신 삼송그룹이랑 싸워주기라도 하리? 아니면 뭐, 내가 너 먹이고 재워주면서 우리집에서 하숙이라도 시켜줄까?"

"어......"

"난, 남일 끼어드는거 딱 질색이야. 누가 어찌되건, 내눈앞에서만 안죽으면 상관없으니까 빨리 사라져. 훠이."


그렇게 손을 휘휘 저어 보이고는, 발걸음을 돌리는 황마석.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하진성은 다시 한번 황마석에 앞으로 나서며 말을 하였다.


"한번만 살려 주십쇼 사부님!"

"사, 사부님? 누가 니 사부야!"

"사부님에게 검을 배우고 싶습니다. 따악 일 년만 가르쳐 주시면, 그땐 죽이되든 밥이되든 하산할게요. 그때까지만 어떻게 좀......"

"하, 이거 어이 없는 놈이네. 난 제자 같은거 안키우니까, 너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안 그러면, 내 손으로 반쯤 다져놓는 수가 있다."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황마석의 음성에서 느껴진다.

솔직히 머리가 하얗게 질릴만큼 무섭긴 했지만, 어차피 지금 나에게는 더이상 뒤가 없었다.


"차라리 죽이세요 그럼! 어차피 내려가면 죽을텐데, 차라리 은인 손에 죽겠습니다!"

"아, 아니, 뭐 이런놈이 다있어?"


슬슬 어이가 없었는지, 두 눈썹을 치켜 올리며 하진성을 내려다보는 황마석.

그 순간, 난데없이 황마석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려 퍼진다.


띠리리리.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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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흔적- 1. +1 19.12.21 595 12 13쪽
18 18화 한발자국 레벨업. 19.12.19 626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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