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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님의 서재입니다.

초보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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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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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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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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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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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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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6. 부적은 어디에 1

DUMMY

1.


“지은아, 난데··· 통화 가능?”


며칠 만에 건우와 지은은 말을 트는 사이가 되었다.


“이번에 새로 데뷔하는 보이그룹 뮤직비디오 슛 들어가는데···.”


건우는 스피커폰 상태에서 로션도 바르고 머리도 빗으면서 출근 준비를 했다.


“거기 여주인공 뽑는다니까, 한 번 지원해 봐!”


아침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에서 떨어지지 않는 건우.


그런 건우가 못마땅한지 윤 집사는 젓가락으로 국그릇을 탁탁 친다.


“그래, 그럼 이따 학원에서 얘기하자!”


그제야 통화가 끊어졌고, 건우가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연애하느라 신났구나!”

“네에?”

“연애하더라도 밥은 먹고 해야지.”

“연애··· 아닌데요.”


시치미를 떼는 건우를 보고 윤 집사가 한마디를 더 날린다.


“너,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와인처럼 발개진 얼굴로 밥알을 입안 가득 쑤셔 넣고 씹던 건우가 허겁지겁 일어섰다.


“잘 먹었습니다.”


후다닥 주차장으로 뛰어가 세단에 올라타는데 카톡 도착 알람이 울렸다.


지은이였다.


[고마워. 이렇게까지···]


시동을 걸면서 동시에 핸드폰 화면을 확인하는데, 옆에서 앙드레가 눈을 흘긴다.


“그때 그 애구나!”


놀란 건우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너스레를 떨지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목섬에서 팔짱 끼던 그 애 맞는데.”


앙드레는 특유의 예리한 게이 감각으로 건우가 감추고 싶어 하는 걸 정확히 짚어낸다.


“너 연애 땜에 업무효율 떨어지면 핸드폰 도로 뺏어간다!”


건우가 대답 대신 헤헤 웃으며 얼른 차를 출발시켰다.


그새 운전에 많이 익숙해진 건우는 이제 운전 중에 여유롭게 핸드폰도 볼 정도다.


건우는 얼른 답장을 보낸 후 핸드폰을 뒤집어 버렸다.


학원 수업 중에도 지은이 생각이 이어졌다.


뭐랄까.


지은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줄리처럼 빼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수수함에서 묻어나오는 은은함이랄까.


색으로 치면 안개 색.


맛으로 치면 담백함.


향으로 치면 볕에 잘 마른빨래 향 같은···.


그런 매력이 돋보이는 아이였다.


영어 강사의 단조로운 음성이 지루하게 이어지다 첫 시간이 끝났다.


건우는 혹시 그사이 지은에게 또 메시지가 왔는지 확인한다.


변화 없는 메시지 창에 살짝 실망하지만, 그래도 잠시 후면 지은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댄다.


경상도 사투리가 진한 수학 강사의 수업.


또 키가 너무 커 칠판 위까지 머리가 올라오는 국어 강사의 수업이 끝났다.


이제 오전 B반 학생들이 올 때가 되자 건우는 얼른 로비로 뛰어나갔다.


지은이가 보였다.


“지은아!”

“어머··· 쉬는 시간이야?”


아니, 어제 헤어지고 오늘 아침 다시 만나는 건데.


그럼에도 둘은 무슨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처럼 기뻐하며 밤새 안부를 묻는다.


“지은아, 아까 말한 거··· 꼭 한번 지원해 봐!”


건우는 활짝 웃으면서 말하는데, 이상하게 지은이는 의기소침한 얼굴이다.


“나는···.”


뭔가 말을 하려다 마는 지은.


그때 다시 수업 시작 차임벨이 울렸다.


“그래,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

“응, 그래. 공부 열심히 해!”


건우는 손을 흔들어 주고 돌아서는데 자꾸 지은이의 마지막 그 표정이 걸렸다.


‘왜 그러지?’


마지막 수업도 집중 못 할 것 같았다.



2.


매미로 변한 법사들이 학원 로비 공조기 안에 숨어들었다.


몸에는 쑥과 홍고추 가루를 잔뜩 발랐기 때문에 멀찍이만 떨어져 있으면 나찰에게 쉽게 포착되지는 않을 것이다.


법사들은 바깥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건우, 저놈··· 이제 어쩝니까?.”


며칠째 건우를 애타게 지켜보기만 하던 법사들.


철산은 오늘도 조바심이 나는지 자꾸만 날개를 비벼댔다.


운천도 답답한지 주둥이로 벽을 긁어댔다.


“정말, 최악의 상황이구나!”


운천은 어떻게 해서든 지금 건우가 상대하는 게 악귀 나찰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저리 찰떡같이 붙어 다니고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니 섣불리 끼어들기도 곤란했다.


가까이 접근하면 분명 나찰이 먼저 알아챌 것이다.


또 멀리서 도술을 쓴다 해도 놈의 훼방에 먹혀들 것 같지도 않았다.


“서둘러서 건우를 먼저 손쓰지 못한 게 결국 이렇게까지 되어버렸구나.”


운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 자신들의 처지가 답답하기만 했다.


그사이 건우와 나찰이 팔짱을 끼더니 로비 한쪽 구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놓치지 마라! 항상 시야 안에 두도록 해라. 저 흉측한 놈이 건우의 몸을 취할지 모른다. 그때는 과감하게 공격해도 좋다.”


‘과감하게 공격’하라는 말에 정철은 다소 안심이 되었지만, 나찰은 건우를 취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아무리 봐도 나찰은 건우를 통해 뭔가를 얻어내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건우에게 가까이 접근한 채 오래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정철은 나찰도 나찰이지만, 한가지 근심이 더 생겼다.


일성을 잡으러 떠났던 유정과 만봉.


아직 이들에게서 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까.


정신없는 와중이었지만, 운천도 한번 언급을 하긴 했었다.


다만, 다급한 일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금세 또 잊어버렸지마는.


시간이 이리 흘렀음에도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분명 무슨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느낌이 안 좋았다.


언제, 어떻게, 스승 앞에서 다시 이 얘기를 꺼내야 할까.


만약 두 사람에게 사고가 난 게 맞다면 그건 청운당의 총체적 난국을 뜻한다.


정철은 생각이 자꾸만 끔찍한 방향으로만 흐르자 점점 일성이 무서워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 법사들을 하나씩 죽음으로 몰아넣는 상상.


그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마가 서늘해졌다.


건우의 마지막 수업이 끝났다.


둘은 잠시 헤어지지만,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요 며칠 새 계속 그랬듯이.


“이동합니다. 또 그 배우 여자한테 가는 시간인가 봅니다.”


이제 법사들도 건우의 일과에 익숙해져 있었다.


건우가 시동을 걸었다.


마침 학원 근처에서 외부 미팅을 마치고 온 앙드레가 조수석에 탔다.


회사로 향하는 동안 눈치를 보던 건우는 앙드레를 슬쩍 떠봤다.


“앙드레, 신인배우 뽑을 때 어떻게 해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에 앙드레의 눈이 가늘어진다.


“왜? 네가 한 번 해보게?”


앙드레는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두르면서 건우를 계속 본다.


“아뇨, 제가 무슨···. 혹시, 추천이나 소개 같은 거도 받나요?”

“너, 혹시···.”


앙드레는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턱을 만지작대며 헛기침을 한다.


“배우 지망생인데, 재능도 있어 보이고 열정도 넘치는데 기회가···.”


건우의 말에 앙드레는 어이없다는 표정이 된다.


“배우 지망생이··· 그 팔짱 낀 애 맞지?”


너무 빤히 들여다보이는 들이댐이었을까.


민망한지 얼굴이 달아오른 건우가 배시시 웃기만 한다.


“요즘 세상에 추천이니 소개니 이런 게 어딨냐? 정식으로 오디션 봐야지.”

“그··· 그렇죠?”

“한 이사 쪽 캐스팅 디텍터한테 얘기해 보면 될 거 아니냐?”


앙드레의 반응이 일방적으로 쌀쌀맞거나 무자비하지는 않았다.


걷어차이거나 무시당하지 않아서 기가 좀 산 것일까.


건우는 거기서 희망을 읽는다.


“아! 디렉터님이요? 하하··· 바로 연락해 봐야겠네요.”



3.


나찰은 연기학원에서 요즘 한창 배우고 있는 감정표현 때문에 고통스럽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고 상대를 몰래 좋아하거나, 또는 미워하는 것.


또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넌지시 떠보는 일들.


나찰은 이런 식의 감정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게 끔찍했다.


오늘은 새로운 용어까지 배웠다.


사랑의 감정이 막 싹트는 시기의···.


밀당!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


인간들의 사는 모습 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게 한둘이 아니지만, 대체 왜 이런 감정 소모들을 즐기는 걸까.


나찰은 그래도 꾹 참고 연기 수업을 견뎌냈다.


건우에게 지금보다 더 인간처럼(?) 가깝게 다가가려면 지금 배우는 것들이 꼭 필요할 테니까.


집에 돌아와 보니 오늘도 엄마는 일을 나가고 없었다.


밥을 차려 먹고 맥주가 남았나 냉장고를 뒤지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건우였다.


“어··· 쉬는 시간이야?”


건우는 낮에 하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목소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주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상대에 대한 깊은 관심도.


벌써 캐스팅 디렉터한테 얘기해 준다는 말까지 나왔다.


나찰은 연기학원에서 배운 대로 다시 슬쩍 빼본다.


“에이··· 나 같은 병아리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그러자 건우는 더 바짝 달려들었다.


달아오른 쇳덩이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도 확하고 연기만 잠시 뿜어 오를 뿐.


한번 뜨거워진 건 쉽게 식을 줄 몰랐다.


이래저래 자신 없는 척 빼던 나찰이 어느 순간 갑자기 대화 주제를 살짝 비튼다.


“저기 말이야··· 그럼 혹시 BW 회사 좀 구경시켜 줄 수 있을까? 연예인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신감이 좀 생길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건우의 대답은 바로 날아왔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서 보여줄 수 있다.


그러자 나찰은 못 이기는 척 그러겠다고 말한다.


사실, 나찰이 건우의 회사에 가보려는 건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건우가 부적을 숨겨 놓은 곳이 그의 사무실이 아닐까 해서였다.


만약 그렇다면 사무실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강한 경면주사의 향이 진동할 것이다.


한두 장도 아닌 삼백 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삼백 장!


나찰은 음흉한 미소와 함께 건우와 시간 약속을 한다.


“그래, 그럼 여덟 시에 선릉역에서 보자.”


저녁 여덟 시.


선릉역 앞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강남대로를 달리다 BW 빌딩으로 향했다.


근사한 세단 조수석에 나찰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는 건우는 헤벌쭉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전쟁에서 이기고 개선한 장군이 미인을 처로 얻기까지 하는 기분이 이와 같을까.


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건우의 움직임이 오늘따라 경쾌했다.


그 어려운 후면주차도 오늘은 단번에 성공한다.


로비로 올라온 두 사람은 창가가 잘 보이는 엘리베이터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기가 명당이지. 웬만한 연예인들 드나드는 건 다 볼 수 있어.”


타이밍도 좋았다.


한 회장이 대대적인 인수합병을 발표한 직후였기에 BW 빌딩을 드나드는 연예인들이 전보다 많아졌다.


“고마워, 건우야!”


나찰은 살짝 눈웃음을 치며 건우를 바라봤다.


“고맙기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건우의 얼굴에선 샘물처럼 미소가 계속 솟았다.


그때였다.


남자 배우 하나가 로비를 가로지르는 게 보였다.


“어머, 저거 서한국 아니야?”


건우도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서한국이 매니저와 함께 걸어 나가고 있었다.


“아! 아마 새 영화 대본리딩 하러 왔다 가는 걸 거야. 이쪽 신인 여배우하고 찍는 영화라던데···.”


건우는 오전에 확인했던 일정표를 떠올려 말했다.


나찰은 근사한 사람을 대하는 표정으로 건우를 봤다.


우쭐해진 건우가 몸 둘 바를 모른다.


“나 커피 사 올 테니까 계속 보고 있어!”

“어, 그래. 고마워.”


건우가 로비 반대편 카페로 걸어갔다.


그걸 지켜보던 나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코 평수를 크게 넓힌 채 공기를 빨아들여 봤다.


냄새!


경면주사의 냄새.


그게 흘러나오는 방향에 부적이 있다.


“스으으읍··· 하아아아아···.”


나찰은 요가를 수련하는 요기처럼 호흡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서한국이 나갈 때 열렸던 출입문으로 매미 세 마리가 들어왔다.


매미들은 곧바로 나찰이 앉아있는 자리로 달려들었다.


“마침 저놈, 혼자입니다. 절호의 기회입니다.”


앞장선 정철의 날갯짓이 빨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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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6 0 11쪽
53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5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6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9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9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9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6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22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2 1 11쪽
45 045. 안 보이나 느껴지는 2 24.01.18 25 1 12쪽
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22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2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8 1 12쪽
41 041. 차가운 남풍 1 24.01.13 19 1 12쪽
40 040. 인사발령 2 24.01.12 18 1 11쪽
39 039. 인사발령 1 24.01.11 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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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악귀나찰 1 24.01.09 26 1 11쪽
36 036. 잠입 2 24.01.08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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