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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작품등록일 :
2023.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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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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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7. 부적은 어디에 2

DUMMY

4.


나찰은 벽면에 붙은 층별 안내 사인을 보고 일어섰다.


바로 위층.


연습생들의 연습 공간에서부터 미팅룸.


또 그 위층.


녹음실과 음악 자료를 보관하는 아케이드룸.


다시 그 위층.


연기자들의 연습실과 대기실.


한 층 더 올라가면.


영상 테스트룸과 각종 촬영 장비 보관실.


그리고 그 위.


영상물 편집실과 직원사무실, 또 휴게실이 있는 공간까지.


그의 눈이 안내 사인을 읽을 때 코는 마치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부적의 흔적을 훑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경면주사의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한곳에 모아 둔 게 아니라 조금씩 나눠서 흩어놨을 수도 있어.”


나찰은 로비 중앙 쪽으로 걸어 나와 고개를 들어보았다.


혹시라도 빌딩 꼭대기까지 오르내리는 공기의 흐름 속에서 작은 흔적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콧구멍도 최대한 활짝 벌려 보았다.


그런데···.


붕-!

부웅-!

붕-!


이런 나찰의 코에 날아든 건 경면주사의 향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어디선가 날아든 매미 세 마리가 콧구멍과 입에 허물을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케에엑··· 케엑!”


나찰이 몸부림을 치며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쓸어내렸다.


“커어억··· 퉷!”


입안에 든 건 어찌어찌 겨우 뱉어냈지만, 코에 든 건 쉽게 빠지지 않았다.


거친 호흡에 점점 안으로 깊이 박혀 들어갈 뿐이었다.


“킁··· 킁··· 카아아악··· 킁!”


여러 번의 괴로운 시도 끝에 코에 박힌 허물도 빠지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공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매미 두 마리가 양 귓구멍을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맹렬하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매애애애앰~

매애애애앰~

매애애애앰~


나찰은 양 귀를 움켜쥐고 몸부림을 쳤다.


“으아아아앜···!”


귀에 박힌 걸 빼내려 해도 쉽지 않았다.


손가락을 찔러 넣으려 하면 놈들은 더욱 깊이 귓구멍 안으로 파고들려 했다.


급기야 고막을 울리던 울음소리가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나갔다.


나찰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얼굴을 양팔로 감싸 안고 울부짖었다.


“아아아앜···!”


붕-!

부웅-!


엘리베이터 옆 화분에 처박혀 있던 운천이 다시 날아올랐다.


나찰이 내뱉은 허물에 얻어맞은 후 잠깐 정신을 잃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제자들은 기세를 잃지 않고 맹렬히 잘 싸우고 있었다.


정철이 제안한 작전은 제법 성공적인 듯싶었다.


역시 정철이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


다급한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는 태도.


불리함을 뒤집어 유리함으로 만들 줄 알았고.


또 위기를 역으로 이용해 기회로 활용할 줄도 알았다.


정철은 여러모로 젊었을 때의 운천 자신과 닮아 있었다.


역시 장차 청운당을 이을 법사다웠다.


한동안 낯선 환경에서 조금은 신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실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운천 자신도 그런 실수를 통해 성장해 오지 않았던가.


운천은 몸부림을 치는 나찰의 머리 위로 천천히 다가갔다.


“스승님! 지금입니다. 어서···.”


정철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여학생의 몸을 취한 나찰이 매미 소리에 몸부림치다 못 견디고 탈피하려는 것 같았다.


‘탈피’란 취한 몸을 버리고 달아나는 걸 말한다.


운천은 얼른 날개를 비벼 수인을 맺었다.


펑-!


공중에서 가벼운 연기가 흩어졌다.


머리와 꼬리가 크고 선명한 장수말벌 한 마리가 잠시 위로 솟았다가 다시 내려왔다.


말벌 중에서도 가장 독성이 강한 장수말벌!


운천은 이번에야말로 나찰을 요절을 내겠다는 심정으로 날개를 파닥였다.


“놈을 계속 괴롭혀라! 탈피해서 튀어나오면 바로 놈의 목을 찌를 것이다.”


부웅-!


“버티면 여학생의 발목을 찔러서 놈이 튀어나오게 할 것이다.”


부웅-!


운천이 꼬리를 내밀면서 막 달려들려 할 때였다.


“지은아!”


로비 반대편에서 건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5.


양손에 커피 들고 다가오던 건우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바닥에 엎드린 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괴로워하는 나찰.


“지은아, 왜 그래?”


커피를 내던진 건우가 달려든다.


부웅-!

붕-!

붕-!


그와 동시에 나찰의 근처에 있던 장수말벌과 매미 두 마리가 공중으로 솟았다.


나찰은 매미 소리가 멀어지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나타나 준 건우는 정말이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나찰은 건우가 내민 손을 잡다가 와락 그의 몸을 끌어안는다.


“아, 건우야···!”

“지··· 지은아, 대체··· 무슨 일이야?”


나찰은 재빨리 건우의 어깨 너머를 살폈다.


‘분명 법사들이 맞는 거 같은데··· 왜 다가오는 걸 알지 못했을까?’


나찰은 멀어지는 매미와 말벌을 보면서 눈을 찡그렸다.


“지은아, 괜찮은 거야?”


건우가 다시 나찰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나찰은 건우의 눈을 피하며 어떤 변명이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 요즘에··· 진로 땜에 고민하느라···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 그래서 그런가 봐.”


진로 땜에는 개뿔.


매일 밤 자기 전에 마시는 맥주 땜에 머리가 좀 아프긴 하다.


그것도 언젠가 엄마한테 들키면 마시지도 못하겠지만.


“저··· 저런! 그럼 오늘 괜히 나오라고 한 건가? 몸 계속 불편하면 얼른 들어가자.”


건우의 달은 목소리가 맘에 들었다.


그래.


얼른 여길 뜨는 게 낫겠다.


여긴 부적도 없는 거 같고, 또 저 진드기같이 달라붙는 법사들 땜에 피곤하기만 하다고.


나찰은 옳다구나 하며 얼른 건우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건우야, 미안해서 어떡하지?”

“미안하긴. 다음에 또 오면 되는 거지.”

“그래도···.”


아쉽고 미안해서 죽겠는 척.


이렇게 기대면 남자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여자 때문에 더 적극적이 된다.


또 남자로서의 자존감도 극대화되면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이것 역시 연기학원에서 배운 거다.


이렇게 건우의 감정을 서서히 장악해 가는 나찰.


“그럼, 혹시··· 나 집에까지만 데려다주면 안 될까?”

“아, 그래!”


건우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나찰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그러고는 세단까지 천천히 걸었다.


조수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자마자 나찰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렇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이럴 거면 나오자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니야. 미안하기는···.”


부릉-!


세단이 다시 BW 빌딩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은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와 강남대로를 달렸다.


나찰에게서 집 주소를 들은 건우가 내비에 찍었다.


그리 멀지는 않은 거리였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말이 없었지만, 건우는 힐끔힐끔 나찰의 낯을 살폈다.


낡은 임대아파트.


B동 건물 앞에 세단이 정차했다.


시무룩한 나찰이 건우를 곁눈질로 봤다.


“여기 709호가 우리 집이야. 나··· 사는 꼴이 이래. 연예인 지망하는 애들은 다들··· 집안도 좋던데. 난 그렇게 여유롭지 못해서 걔들처럼 하는 건 무리야. 그래서··· 너한테 아까 같은 그런 부탁도··· 하고 그랬나 봐···.”


고개가 푹 꺾이는 나찰.


건우의 보호본능을 더욱 자극한다.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건우가 나찰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가, 다시 두 손으로 끌어안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깐 사실 내가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부른 것도 있었어. 그리고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면 되는 거지, 타고난 환경이 무슨 상관이야?”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고마워, 건우야. 너 말 들으니까 좀 힘이 나는 거 같아.”


안고 있는 건우를 더욱 바짝 끌어안는 나찰.


심장이 두근대는 게 그대로 가슴에 전해졌다.


나찰의 입꼬리가 슬쩍 위로 치솟았다.


“얼른 들어가 봐야지?”

“어··· 그래. 그런데 건우야···.”


사실 나찰은, 이렇게 건우에게 자신의 사는 곳을 보여주면서 노리는 바가 있었다.


어렵게 사는 자기 모습에 건우의 마음이 더 흔들리길 바랐고.


또 다음번엔 건우의 집을 보여달라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그렇다.


순전히 부적을 찾기 위한 밑밥이었던 거다.


“다음엔 너 사는 곳도 보여 줄 수 있을까? 우리 이제··· 가까운··· 사이잖아?”


가까운 사이라는 말.


그 말에 건우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다.


두근대는 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안고 있던 두 사람의 몸이 떨어졌다.


건우는 잠시 아득한 표정이 되더니 만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그··· 그래!”

“아, 고마워. 근데··· 기대가 된다. 얼마나 근사한 곳에 사는지···.”


나찰의 말에 건우는 씨익 웃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글쎄··· 우리 집에 오면 그것보다도 다른 것 때문에 더 놀랄걸.”


건우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나찰은 떠나는 건우의 세단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른 것 때문에라니··· 무슨 소리지?”



6.


임대아파트 느티나무 위에 앉아있던 제비 세 마리가 날아올랐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는데, 건우 저놈이 산통을 다 깨놨구나.”


운천은 조금 전 BW 건물 로비에서의 절호의 기회를 놓친 걸 계속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을 후회한들 어쩌리.


“그래도 아직 기회는 있다. 저놈 지금 다시 혼자가 되었으니 따라가 보자.”


운천이 애써 기운을 내서 말하자 정철과 철산도 이에 호응한다.


“네, 스승님! 저곳이 놈의 거처인 모양입니다. 괘씸한 놈입니다. 이제 아주 인간의 모습으로 눌러앉아 있으니···.”


그런데 상황은 조금 전과는 달리 법사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몸에 뿌렸던 쑥과 홍고추 가루가 빗물에 다 씻겨져 나갔는지 나찰이 냄새를 맡기 시작한 것이다.


“킁- 킁- 아니 이건··· 언제 나를 따라온 거지?”


집으로 들어가던 나찰이 갑자기 돌아서더니 허공을 둘러보았다.


냄새!


운천의 냄새.


아까는 이상하게 맡지 못했던 바로 그 운천의 냄새였다.


놀란 법사들이 다시 느티나무 밑으로 몸을 숨겼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학생의 엄마까지 오늘은 일찍 들어오고 있었다.


“지은아?”


나찰이 엄마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엄마? 지금 출근할 시간 아니었어?”

“어떤 사람이 오늘 하루만 자기랑 근무 시간을 바꾸자고 하네.”

“정말?”

“그래. 그런데 너 왜 지금 이 시간에 들어오는 거니? 아니, 어디서 뭐 하다가?”


두런대며 모녀가 집안으로 향하는 걸 본 법사들은 또 가슴을 친다.


운천이 이를 지켜보다 결심을 한 듯 명령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놈의 거처 안으로 잠입한다.”


거리를 두고 따라가던 법사들은 나찰이 힐끔 뒤를 돌아볼 때마다 몸을 피했다.


“아무래도 놈이 우리를 눈치챈 것 같습니다.”


철산이 조심스레 말했다.


운천도 직감했는지 움직임에 신중을 기한다.


“철산! 거처 안에 들어가면 저 여자와 혹시 모를 다른 가족들을 전부 미혼술로 재워라.”


적극적인 공세로 바뀐 명령에 철산은 긴장감 서린 눈빛이 되었다.


정철은 운천의 이런 모습이 다행스러웠는지 연신 고개를 주억댔다.


“그러고 나서 출입문 앞을 막고 서라. 그 사이, 정철과 나는 놈과 결판을 낼 것이다. 한바탕 소란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나찰은 법사들의 이런 생각을 알고나 있는 건지 태연하게 집안으로 몸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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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7. 부적은 어디에 2 24.02.10 10 0 11쪽
56 056. 부적은 어디에 1 24.02.07 13 0 12쪽
55 055. 주인이 바뀐 돈 2 24.02.03 16 0 12쪽
54 054. 주인이 바뀐 돈 1 24.02.02 16 0 11쪽
53 053. 내친 김에 어디 한번 5 24.01.31 15 0 12쪽
52 052. 내친 김에 어디 한번 4 24.01.26 16 1 11쪽
51 051. 내친 김에 어디 한번 3 24.01.25 19 1 11쪽
50 050. 내친 김에 어디 한번 2 24.01.24 19 1 11쪽
49 049. 내친 김에 어디 한번 1 24.01.23 19 1 11쪽
48 048. 쫓기는 놈 쫓는 놈 3 24.01.22 26 1 12쪽
47 047. 쫓기는 놈 쫓는 놈 2 24.01.20 22 1 12쪽
46 046. 쫓기는 놈 쫓는 놈 1 24.01.19 22 1 11쪽
45 045. 안 보이나 느껴지는 2 24.01.18 25 1 12쪽
44 044. 안 보이나 느껴지는 1 24.01.17 22 1 11쪽
43 043. 차가운 남풍 3 24.01.16 22 1 11쪽
42 042. 차가운 남풍 2 24.01.15 18 1 12쪽
41 041. 차가운 남풍 1 24.01.13 20 1 12쪽
40 040. 인사발령 2 24.01.12 18 1 11쪽
39 039. 인사발령 1 24.01.11 22 1 11쪽
38 038. 악귀나찰 2 24.01.10 21 1 12쪽
37 037. 악귀나찰 1 24.01.09 26 1 11쪽
36 036. 잠입 2 24.01.08 29 1 11쪽
35 035. 잠입 1 24.01.06 25 1 11쪽
34 034. 로드매니저, 건우 3 24.01.05 26 1 12쪽
33 033. 로드매니저, 건우 2 24.01.04 30 1 12쪽
32 032. 로드매니저, 건우 1 24.01.03 31 1 12쪽
31 031. 방어진 4 24.01.01 32 1 11쪽
30 030. 방어진 3 23.12.30 34 1 11쪽
29 029. 방어진 2 23.12.29 3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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