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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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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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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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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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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디스코르디아의 기나긴 밤 #4

DUMMY

디스코르디아라는 이름의 마을은 이름이 풍기는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낙후되고, 험한 산길로 통하는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사냥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으며 마을 구성원 대다수는 표범 수인이었다.

몇km 떨어진 지점에 말과 마차를 두고 야영지를 만들어 2일 동안 마을을 정탐해본 결과 우리는 모르테스가 말한 것 이상으로 마을이 수상한 걸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냥 낙후된 마을이지만 뭔가 보통 마을과는 다르군요."



우리는 지난 2일 동안 철저하게 마을로 들어가는 모든 물자와 인원과 마을의 구조 및 마력 분포까지 싹다 파악해서 지도 한 장에 정보를 때려담았고 그 결과물을 본 팔라딘 오리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감상을 말했다.


서쪽은 바위산의 절벽으로 뻥 뚫려 있지만 동시에 막혀있고, 북쪽은 깎이다가 침식작용이 멈춘 바위의 벽들 때문에 막혔으며 마을로 진입하는 길은 동쪽과 남쪽에만 있었다.

그 동쪽 길은 완만한 산의 능선을 따라 난 이동하기 쉬운 길이지만 남쪽 길은 깎아지른 절벽들 위에 있는 위태로운 길이었고 자세히보니 원래 더 넓은 지대였지만 산사태나 지진에 의해 양옆의 대지가 무너져내려 지금의 통과하기 힘든 길이 된 것 같았다.

여기까지보면 그냥 근처에 마을을 만들 곳이 없어서 이곳에 마을이 생긴 것 같지만 마을을 만들기 적합한 장소가 400m 떨어진 지점에 있다는 게 판명되면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확 늘어났다.



"500미터만 더 가면 산 중턱의 수원이 있고, 그 수원에서 100m 만 가도 마을을 만들기 적합한 지형이 있는데도 굳이 저런 곳에 마을을 만든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양쪽 다 통과하기 힘든 길이면 차라리 예전에 전쟁 때문에 저런 곳에 틀어박혔을 거라고 이해라도 되지, 마을로 통하는 길 중 하나는 완전히 뻥 뚫린 길이라 방어에도 부적합해. 저런 곳에 마을을 만들 이유가 없어."



인간, 수인, 오크, 엘프, 드워프를 가리지 않고 생명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물이다.

그런데 디스코르디아 마을은 그런 물이 펑펑 샘솟고 심지어 인근에 마을을 만들기 적합한 평평한 지대가 있는 장소를 내버려두고 굳이 저런 쓸모 없는 곳에 만들어졌다.

게다가 이상한 것은 마을의 위치만이 아니었다.



"진입하기 쉬운 동쪽 길에 마법으로 숨겨진 마법적, 비마법적 일반 함정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배치가 이상하게 되어있습니다."


"마을 쪽에서 보기 힘들게 배치되었잖아? 보통은 반대로 하지 않나? 이래서는 마치 외부의 적이 아니라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인 것 같군."


"게다가 이런 외딴 시골마을에 마법적 함정을 깔아놓는다고? 마법사 고용비용이 한두푼이 아닐텐데?"



오고가기 쉬운 동쪽의 평평한 능선으로 통하는 길에는 수많은 함정들이 있었고 마르세우스가 그려준 배치상태를 보면 함정은 외부의 적을 막는 것보다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힘들게 하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마력이라는 건 생각보다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수한 처리를 하거나, 마정석 마력석 같은 도구를 쓰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지 않아서 지속적인 관리와 갱신이 필요하다.

이런 외딴 마을에 마법 함정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마법사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적인 함정들이 배치되어 활성화된 상태라는 건 마을에 마법사가 있다는 증거였다.



"아무리봐도 너무 수상해. 겉으로는 철저하게 숨겨놨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니 이상한 것들 투성이야."


"마을 내부에 침투는 가능한가?"



여러모로 침투 및 암살에 능숙한 것으로 보이는 모르테스에게 묻자 모르테스는 잠깐 이마에 주름이 지게 얼굴을 찌푸리더니 천천히 지도에 그려진 함정이 쫙 깔린 동쪽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쪽 길은 보시는 그대로 경비 둘만 세워놔도 길 전체를 확인하고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지형이라 힘들고 동쪽 길로 가야 합니다."


"동쪽 길의 함정들이 마을에서 잘 안보이게 배치되었다고는 해도 서투른 아마추어들이 무작정 발을 내딛기에는 힘들다. 게다가 우리가 파악한 것도 일부에 불과하고 함정이 더 있을 수도 있어."


"그래도 남쪽은 안됩니다. 저긴 진형으로 따지면 확실한 사문(死門)입니다. 절벽 밑도 안됩니다. 아까 슬쩍 봤는데 절벽 쪽에도 함정을 깔아놓은 걸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일부 있었습니다."



너무 수상하다.

보통 사냥꾼 마을의 사람이 자기 마을로 올라가기도 힘든 절벽 표면에까지 함정을 깔아놓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함정을 깔아놓았다.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일행들은 나에게 판단을 요구하였다.



"어떻게 할까요?"


"단순히 죽이는 것이면 쉽다. 그냥 이 자리에서 공성용 마법 몇 발을 쏴버리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만약 저들이 진짜로 우리가 찾고 있는 신들의 봉인과 무관계한 사람들이었다면?

그냥 릭샤카 왕국의 군인들이 은퇴해서 만든 마을이라면?

마법적인 함정들은 그냥 마을 주민 중에 마법사가 있어서 취미삼아 깔아놓은 것이라면?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모든 걸 확인하지 않는 이상 지금 이 선택지는 골라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들이 우리의 목적과 관련이 없는 이들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역으로 아주 관계가 깊을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확률은 반반입니다. 게다가 우리의 힘이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묻어버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젝투스와 그의 과격한 동료들은 평소처럼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그들은 웃고 있지 않았다.

단 한 점의 웃음기도 없이, 진지하고 진중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다.

지금 이 녀석들이 평소의 경박한 태도와 다르게 철저하고 냉혹한 얼굴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이미 계산을 끝냈다는 의미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완전히 남인 표범 수인들의 마을 하나를 지워버리는 건 봉인된 신을 찾기 위해서는 당연히 치러할 희생이었다.

설령 그들이 무고하고 마을에 아무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소비되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나는 지도에서 눈을 떼고 마을이 있을 산등성이 너머를 바라보며 그들에게 말했다.



"나는 그런 낮은 가능성에 인간성과 도덕성을 팔아먹을 생각이 없다 이젝투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실리주의자들과 공리주의의 탈을 쓴 이기주의자들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그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를 봤다. 그건 최후의 수단이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내 말을 들은 팔라딘들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태도로 돌아간 이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마가렛과 에라스는 은근슬쩍 내 곁으로 자리를 조심스럽게 옮겼고 나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오늘 밤에 나와 팔라딘들은 마을로 침투한다. 가급적이면 마을 주민들은 죽이지마라."


"예"


"드루수스, 마차와 말을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



디스코르디아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마을이다.

지금은 비록 쇠락했으나 천년도 더 전에 아직 남쪽의 좁은 길 양 옆의 땅이 멀쩡하게 남아있던 시절에는 성벽도 있고, 국가에서 파견한 관리가 근무하는 관청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흑표범 수인의 혈통을 이어받은 소년 마우쿰라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거라고, 이 후줄근한 마을에 애정을 가지게 하려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을은 언제나 똑같았다.

아이들은 산을 쏘다니며 먹을 수 있는 풀을 채취하고, 어른들은 함께 사냥을 다닌다.

오직 노인들과 오랜 세월 산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어른들만이 버섯을 채취하는 게 허락되었다.

물은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사냥이나 채집을 나가지 않는 주민이 떠오며 보통 한쪽 발이 불편한 은퇴한 마법사 사트릭스가 아이들을 데리고 물을 뜨러 나간다.


마우쿰라는 이런 마을이 싫었다.

매일 반복되는 채집과 채집이 끝난 뒤 아버지와 어머니가 시키는 훈련들은 마우쿰라를 지치게 했으나 언젠가는 이 마을을 떠나 더 넓은 세상에 나가보겠다는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가끔 마을을 들려 물건들을 교환하는 상인들에게 들은 것처럼 온갖 신비와 모험이 기다리는 세상을 보고 느끼고 들이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마우쿰라는 어렸다.

가끔 뒷산에 나타나면 어른들에게 잡혀오는 커다란 사슴조차 이기지 못하면서 더 위험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버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마우쿰라는 기다렸다.


다른 아이들이 무턱대고 세상을 보고 싶다고 말하며 빠져나갈 궁리만 할 때 마우쿰라는 어른들에게 잘 보이며 홀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방법들을 배웠다.

마을 제일의 사냥꾼인 아시스에게 활 쏘는 법을 배우고, 절름발이 마법사 사트릭스에게 마법을, 가끔 마을에 물건을 전해주러 들리는 상인에게 교섭에 대한 걸 배우며 마우쿰라는 그날도 변함없이 부모님들이 시키는 검술 훈련에 지쳐서 마을의 동쪽 공터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괜찮니 쿰라?"


"...."



꽤 힘들지만 아무 말도 없이 어머니인 케샴이 건네준 검은색 나무열매를 입에 물고 송곳니로 터트리자 시원하지만 아무 맛도 안나는 과즙이 터져나왔다.

땀과 침으로 빠져나간 수분이 한순간에 보충되자 숨쉬는 것이 한결 나아졌고 아버지 마우두라는 그런 아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3년 내로 마을에서 나올 수 있을 거 같으냐 아들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


"셰송이 말해줬다."



형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많고, 그렇다고 어른이라기에는 다른 어른들에 비해 젊은 셰송은 약초를 채집하는 아이들을 인솔하는 역할을 하는 줄무늬 표범 수인이었다.

흑표범 수인 마우두라는 아들을 향해 넌 그래봤자 내 손바닥 안이라고 표정으로 대신 말하고 있었고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태도에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느꼈다.

마우두라는 놀람과 분함이 공존하는 얼굴로 여전히 바닥에 앉아있는 아들을 보며 나무를 깎아만든 조잡한 파이프를 꺼내 그 안에다 캣닢과 약초를 섞어서 만든 환을 넣고 가볍게 주문을 외워 불을 붙였다.

하트모양 캣닢의 잎의 성분은 보통 고양이과 수인을 흥분시키지만 특정 약초와 조합하면 흥분은 초반에만 지속되며 그 후 침착함과 평온함을 불러일으키기에 마우두라는 잠깐 어깨를 들썩이다 이내 침착한 어조로 파이프를 내려놓고 말했다.



"마을 밖에는 온갖 것들이 있다 아들아. 그 중 제일 위험한 게 뭐라고 생각하냐?"


"드래곤?"


"드래곤이라... 위험하기는 하지. 하지만 제일 위험한 건 우리 수인들의 숙적인 오크와 우리와 같은 수인이다."



마우두라는 먼 옛날을 회상하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침 하늘은 릭샤카 왕국 사람들이 테미스라 부르는 첫번째 달이 사라지고 카셰르라 부르는 두번째 달만 떠 있는 때였다.

2개의 달이 모두 해와 행성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대그믐 때만큼은 아니지만 주변이 꽤나 어두워진 상태였고 마우두라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가 되면 너한테도 우리가 왜 이런 마을에 있는지 알려줄 때가 올 테니 기다려라."



아직은 아들이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것인지 마우두라는 말을 삼키고 아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했다.

점박이 표범 수인인 케샴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남편과 아직도 체력이 덜 회복된 아들 사이에서 잠깐 고민하다가 아들을 돌보기로 결정한 건지 자리를 지키며 아들의 땀방울이 맺힌 수염을 털어주었다.

마우쿰라는 손목을 얼굴에 비비는 고양이 세수를 하며 털을 골랐고 케샴은 아들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부분의 털을 정리해줬다.



"엄마, 우린 왜 이런 곳에서 사는 거야? 아빠는 그걸 왜 말해주지 않는 거야?"


"엄마랑 아빠도 어렸을 때 너처럼 생각했단다. 하지만 나중에 성인식을 하는 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릴 마을 밖으로 데려가 이유를 알려주셨지. 너도 셰송 형처럼 성인식 때 그 이유를 알게 될 거란다."



디스코르디아에서 가장 최근에 성인식을 치른 건 줄무늬 표범 수인인 셰송이었고 셰송은 벌써 스물 일곱을 넘겼으니 아직 13살에 불과한 마우쿰라는 셰송의 성인식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셰송 역시 마우쿰라 세대의 아이들에게 성인식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고 마우쿰라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가 없기에 아이들은 그들이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마우쿰라는 엄마 아빠가 말하는 그 이유가 대체 얼마나 거창한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고 수많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것도 엄마 아빠가 자신을 기다리게 하려는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마우쿰라가 엄마인 케샴에게 뭐라고 한 마디 더 하려는 그때, 케샴의 시선은 아들이 아닌 마을로 통하는 동쪽 길이 펼쳐진 숲의 오솔길에 고정되어 있었다.



"엄마?"


"쿰라, 당장 집에 들어가렴."


"엄마? 대체 무..."


"어서!"



마우쿰라는 케샴의 단호한 어조에 지난 13년간 반복학습된 대로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다.

어린 흑표범은 달려가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으나 분명 오솔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평소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이 서로 비벼지는 시원한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케샴은 정확하게 오솔길 너머의 무언가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고 마우쿰라는 엄마의 시선을 따라가고서야 산의 평탄한 능선의 숲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평소에 나무가 있어야할 위치에 나무가 없고, 그 안에서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알아차리기 힘들 아주 작은 빛의 변화는 숲 안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고 케샴은 경계의 울음소리를 냈다.



"쿠으 헝! 쿠으 헝! 커극! 커흥! 그르르르!"



케샴의 울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지자 마을 쪽에서 한박자 늦게 사람들이 일어나고, 달리는 소리가 들렸고 마우쿰라는 그제야 오솔길 너머에 펼쳐진 보이지 않는 장막이 걷힌 것처럼 이질적인 것이 나타난 걸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은빛 금속을 발끝부터 머리까지 뒤집어 쓴 이들이었다.

그들이 흔히 말하는 전신갑옷에 투구를 쓴 기사라는 걸 마우쿰라는 간신히 알아보았지만 잠시 후 그들보다도 더 눈에 띄는 존재가 그들 사이에 나타났다.


그것은 붉은 갈기를 휘날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장신의 기사들 사이로 머리 2개는 더 거대한 사람의 타오르는 불꽃 같은 갈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고 마우쿰라는 그것이 소문으로만 듣던 사자 수인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그것이 점점 더 다가왔을 때 그 사람의 얼굴에 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질적인 존재들을 향해 숲에서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날아들었으나 그들은 귀찮다는 듯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무언가를 쳐내며 마을쪽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마우쿰라는 뒤늦게 그것이 어른들이 숲에 설치해놓은 함정들이며, 그들 중 일부는 마을의 절름발이 마법사 사트릭스가 설치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냈다.

숲의 함정들이 정체불명의 존재들의 전진 속도를 늦추는 동안 어른들이 집에서 나와 손에 무기를 들고 달려나왔고 그중에는 방금 막 집에 들어갔던 마우쿰라의 아버지 마우두라도 있었다.

마우두라는 숲 너머에서 다가오는 존재들이 눈에 들어오자 잠깐 멈췄다가 제일 뒤쪽에 있는 젊은이에게 말했다.



"셰송! 당장 애들을 데리고 신전으로 가! 어서!"


"쿰라! 이쪽으로 와!"



셰송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마우쿰라의 손을 잡고 급히 마을 중앙으로 향했다.

그는 그곳에서 마우쿰라에게 열려있는 집에 들어가서 자고 있는 친구들을 깨워서 데려오라 전했고 마우쿰라는 친구들을 깨워서 하나씩 데리고 나왔다.

마을의 마지막 아이들까지 전부 나왔을 때 마을 밖의 숲에서는 무언가 폭발하는 굉음과 어른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마우쿰라는 두려움으로 가득 채워진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으나 셰송은 두려운 울음소리를 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곳은 마을 구석에 있는 신전이었다.

평소에 관리를 사제가 한 명이 있었으나 그 사제는 지금 어른들과 함께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싸우고 있었다.

셰송은 급히 신전 안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 사제의 방에 아이들을 몰아넣고 말했다.



"다들 여기에 숨어있어! 어른들이 와서 나와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절대로 나오면 안돼 알았지?"


"셰송 아저씨는 어디가요?"


"난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갈 거야. 절대로 나오면 안된다!"



그렇게 셰송은 떠나갔고 남겨진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이 원인 모를 두려운 상황이 지나가기를 자유와 순환의 여신에게 빌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계속 지나며 어른들의 고함과 굉음과 비명이 들리는 동안 계속 기도했고 그 기도가 먹힌 것인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던 굉음과 고함이 잦아들었다.

그 다음 문의 틈새로 저 멀리서 누군가가 여유롭게 신전의 중앙홀에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이 중 하나가 그 발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가기 위해 문손잡이를 잡았으나 가까워진 소리는 어른들의 가볍고 산뜻한 발소리가 아닌 철컥거리는 갑옷소리와 그들이 들은 적 없는 생소한 목소리였다.



"찾아라."



아이들은 그 차가운 목소리에 급히 문손잡이를 잡은 아이를 잡아당기고는 서로의 입을 막은 채 기다렸다.

여러 명의 발소리와 무언가 물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 문 밖에서 들려왔고 악몽 같은 시간이 흘러가 마침내 문 밖에서 무언가 무거운 걸 끌어당기는 소리가 들린 뒤, 뭐라고 떠드는 불명확한 소리가 들리고 목소리와 발소리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목소리도 발소리도 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고 마우쿰라는 친구들에게 조금만 엿보자는 시늉을 해서 친구들의 동의를 얻고는 소리 없이 아주 조금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았다.

신전은 텅 비어있었고 어째서인지 신전 중앙에 있던 자유와 순환의 여신 산주나의 신상이 옆으로 옮겨진 걸 볼 수 있었다.


마우쿰라가 조금 더 문을 열어 둘러보자 산주나 여신의 신상이 있던 자리에는 아이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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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사슴과 늑대의 우정 #1 +13 19.12.04 3,884 1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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