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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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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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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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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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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2.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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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고행의 바다와 진실의 속삭임 #5

DUMMY

포이부스 일행이 항구로 돌아왔을 때 항구는 피해를 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섬의 쥐 수인 경비대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받고 있었고 어느새 등대에서 내려온 등대지기가 언덕 위에 놓인 바다뱀의 시체를 가리키며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건물에 깔렸다가 구조되거나, 바다뱀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이들 역시 언덕 위에 놓인 바다뱀 시체를 가리키며 뭔가를 떠들었고 포이부스는 더 귀찮아지기 전에 은근슬쩍 무리를 빠져나가 배에 올랐다.



"두목님, 이 꼬마를 진짜로 태우실 겁니까?"



배의 갑판에는 그들보다 먼저 항구로 내려갔던 꼬마가 배에 타고 있었고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무심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포이부스는 솔직히 진짜로 출항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물론 이 날씨에 항해를 하는 건 불가능한 게 아니지만 폭풍을 뚫으며 항해를 하는 건 보호 마법의 사용을 강제하는 일이고, 만에 하나 마력이 다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대처하기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포이부스는 일단 이 꼬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이런 날씨에 항해를 할 배를 구하는지,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불안한 기분의 근원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알아내고, 소년이 말하는데 허점이 있으면 그곳을 파고들어 거절해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년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가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통성명은 하자고. 나는 포이부스다. 다들 그렇게 부르지."



소년은 포이부스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대답하였다.



"나는 마르켄, 마르켄데야라고 불러. 이번 엄마랑 아빠는 한스라고 불렀지만"


"이번?"



상당히 신경쓰이는 답변에 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가정사가 복잡한 아이인가?"


"부모가 여러 번 바뀌었다는 뉘앙스인 걸 보면 고아가 되서 여러 곳을 전전했던 거 아냐?"



포이부스는 뭔가 정체모를 끌어당김 같은 것이 자신을 이끄는 걸 느꼈다.

어떤 특별한 힘이 저절로 그의 등을 떠미는 것 같은 불길한 감각에 그는 제3의 눈을 활성화시켰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다시 등짝의 눈을 비추는 환영을 집어넣고 마르켄에게 물었다.



"그래 마르켄, 너의 목적지는 어디지?"



일단 목적지를 들어보고 이상한 곳이면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며 거절하거나, 그래도 베테랑 선원들이 탄 배라면 어찌어찌 갈 수 있는 거리라면 돈으로 다른 배를 구해서 거기에 애를 실어보낼 생각으로 말을 했건만 소년이 내놓은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었다.



"잠깐만"



그러더니 마르켄은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고는 뭔가를 꺼냈고 나타난 것은 맑지만 어두운 색깔의 수정이었다.

그 수정은 대체 왜 사냥신의 눈에 감지되지 않았던 것인지 모를 불길하고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더니 하늘 저편으로 날아갔고 마르켄은 그 기운을 가리켰다.

그 기운이 날아간 방향에 있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평범한 목걸이가 아니군."


"이게 이번에 열릴 문이 있는 방향이야. 이걸 따라가줘."



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불길한 기운이 어째서 사냥신의 눈에 감지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번 일에 또 다른 신이 개입되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어떤 신이 무슨 목적으로 이 꼬마를 자신들과 접촉하도록 이끈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포이부스는 오리스에게 확인 차 물어봤다.



"저 방향에 뭐가 있나 오리스?"


"지도에 의하면 섬 하나 없는 망망대해입니다."



오리스는 진짜로 이 소년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함께 가는 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건 포이부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포이부스는 어떻게 하면 이 소년을 떼어내고 폭풍이 물러날 때까지 안전하게 항구에 있을지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역시 항해는 무리인 것 같은데 그냥 돈으로 지불하면 안될까 마르켄?"


"나 돈 필요없어. 저기로 가야 해."



소년은 무감정하지만 매우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포이부스는 아이를 살살 구슬리며 주머니에 가득한 금화를 보여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네가 다른 배를 구할 비용을 내가 대신 대주겠다는 거지.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항해에 나선지 얼마 안 된 초보자라 잘못하면 이 폭풍 속에서 배가 뒤집힐지도 모르지만 숙련된 뱃사람들이라면 널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을 거야."


"나 지금까지 돌아다녔는데도 사람 못 구했는데?"


"그건 네가 반대급부로 뭔가를 제시하지 못해서 그래. 일단 협상을 하려면 상대가 원하는 걸 제시해야지."



포이부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지만 소년은 여전히 무감정한 얼굴로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제시했는데도 전부 거절당하면?"


"..."



거기서 차마 전부 거절당하면 우리 배를 타라고 말을 할 수 없던 포이부스는 뒤에 있는 팔라딘들과 눈빛을 교환하였고 팔라딘 제니스가 나서서 말했다.



"이 정도의 금화면 선원 30명의 월급에다 사망보상금을 전부 지불하고도 남는 금액이니 이걸 거절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래도 거절당하면?"


"..."



여기서 함부로 그때는 자신들이 데려다주겠다고 하면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감각에 제니스는 입을 다물었고 마르켄은 쪼르르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

포이부스는 잠깐 할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다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에라스, 마가렛, 이젝투스. 저 애한테 폭풍이 지나간 뒤에 항해하면 안 되냐고 설득해봐. 나머지는 섬에 내려가서 쟤를 데려갈 선주를 찾아보자."


"알겠습니다."



아까 토네이도가 지나가고 비는 꽤 잦아든 상태였지만 저 멀리 수평선까지 펼쳐진 먹구름들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바람은 여전히 항해하기에 부담되는 날씨였다.

순간적으로 그냥 배를 태워주겠다고 하고 가까운 바다에 적당하게 애를 던져놓고 돌아올까 생각도 해봤지만 모르테스를 구해준 은인에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포이부스는 이대로 고민만 하고 있어봤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배에서 내려 마르켄을 데려다 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내 배! 상품을 싣고 가야 하는데! 지연 배상금이 왕창 깨지게 생겼잖아!"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혹시 실종자가 있다면 바로 알려주시고요!"


"이봐 선주! 내 화물은 어떻게 된 거야?"


"저희도 모릅니다!"



항구는 바다뱀의 습격과 물고기의 비로 인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였고 그들은 포이부스를 신경조차 쓰지 않고 배가 가라앉은 지역과 바다뱀의 시체가 있는 곳만 보고 있었다.

포이부스는 상업항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고 있는 이들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 딱 조건에 맞는 이들을 몇 명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몇 명은 이미 포이부스의 부하들이 달라붙어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포이부스는 아직 부하들이 접촉하지 않은 한 무리의 뱃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선장을 의미하는 넓은 챙을 위로 올려 접은 둥근 반달 모자를 쓴 이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포이부스를 발견하고 띠꺼운 얼굴로 물었다.



"넌 또 뭐야?"


"혹시 항해를 오래하신 분입니까?"


"이 근방에서 이 캡틴 카나쿨라를 모는 사람이 다 있구만!"



선장 양옆의 험악한 인상의 두건을 쓴 선원들이 침을 내뱉었지만 포이부스는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을 수송하는 품삯이 얼마나 됩니까?"


"보통 여기서 레무 대륙까지 가는데 30~50퓨닉크 정도다"


"위험 수당이 포함된 가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포이부스가 몸을 움직이며 낸 희미한 짤랑거리는 소리에 선장은 오랫만에 큰 건수가 잡혔다는 걸 짐작한 것인지 웃으면서 말했다.



"못해도 시클로 금화를 잔뜩 줘야 할 거야."


"이 폭풍을 뚫고 사람 한 명을 급히 수송해야 합니다. 귀한 손님이지만 방금 항구에서 있던 사건 때문에 배를 못 쓰게 되어버려서 급히 배를 구하고 있습니다."


"300"



건장한 성인 남성 노예가 600데나리우스 혹은 620퓨닉크 은화가 평균적인 시세고, 뮤 대륙의 에스티나 왕국 군단병의 만기전역 퇴직금이 120아우레우스, 왕을 보호하고 보필하는 일반 근위병의 퇴직금이 200아우레우스였던 걸 생각해보면 시클로 금화 300장은 어마어마한 거금이었다.

물론 포이부스는 그런 돈을 가지고 있었지만 섣불리 돈을 낭비하면 안되기에 교섭에 들어갔다.



"굉장히 급한 수송이지만 금화 300장이면 건장한 노예를 10명도 넘게 사거나 평범한 말 수십 필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


"그럼 다른 사람 알아보던가"


"저기서 제 동료들이 사람을 구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계약하는 쪽에게만 돈을 지불해야 하니 이만 저는 가보겠습니다."



포이부스는 저쪽 옆에서 다른 선원들과 교섭하고 있는 하이엘프들을 가리키며 말했고 선장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하이엘프들 5명 중 3명은 퇴짜를 맞았지만 나머지 2명은 아직까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선장은 저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최대한 잡아내려는 건지 고개를 내밀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225"


"어지간한 왕국의 근위대 퇴직금과 맞먹는 금액이군요. 하지만 정말 저쪽에 계신 분들보다 잘 해낼 수 있으십니까?"


"저기에 있는 녀석 중 하나는 오크 해운의 탐욕스러운 주제에 제대로 항해도 못하는 머저리 안테라다. 저놈에게 맡겼다가는 이 폭풍 속에서 손님과 함께 실종될 게 뻔해. 저런 놈에게 맡기느니 비싸더라도 나한테 맡기는 게 좋을 거다."



선장은 엘프 중 하나와 교섭 중인 오크 선장을 가리키며 비웃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무리, 쥐 수인 선장 쪽은 애써 눈을 피하려고 하였고 포이부스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다른 한 명은 어떱니까?"


"분하지만 그놈은 나와 비슷한 항해실력을 지니고 있다.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녀석은 나보다 몸값이 비싼 녀석이야. 이 섬 출신이라 그 녀석의 손님들에게는 돈이 더 들어가는만큼 여러가지 혜택이 있거든."



선장은 툴툴대며 애써 쥐 수인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고 했으나 쥐 수인이 찍찍거리며 웃기 시작하자 조금 다급해졌다.

애써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슬슬 쥐 수인 쪽에서 계약이 체결되려는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선장은 눈을 좌우로 굴러더니 선심썻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200! 항해에 위험이 있으니 이 이상은 못 깎아! 나도 30명이나 되는 선원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입장이다."


"좋습니다. 선금 100 시클로입니다. 이봐 파일라! 배 구했어! 돌아와!"



포이부스는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100개의 금화가 든 묵직한 주머니를 건네고는 소리를 질러서 협상 중이던 팔라딘 파일라를 불러들였다.

파일라는 웃으면서 쥐 선원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졌고 인간 선장은 즉석에서 부하들을 시켜 양피지에 계약서를 작성해 자신의 반지의 인장을 찍고 비에 맞지 않도록 외투를 벗어서 계약서를 감싼 채 포이부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섬 반대편 화물항의 파란 조가비 호다. 내일 아침에 출발할 예정이니 그 손님에게 이 계약서를 들고 오라고 전해라."



포이부스는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모여든 팔라딘들에게 계약서를 보여주며 적법한 법적 효력을 지닌다는 대답을 들은 뒤 계약서에 서명하였다.



"제가 나머지 잔금 100 시클로와 계약서를 가지고 가라고 전하겠습니다."


"좋아, 계약 체결이다."



캡틴 카나쿨라와 그의 선원들은 그렇게 섬 반대편 항구로 떠나갔다.

포이부스는 모르테스에게 그들이 돈을 들고 도망치지 않나 감시하라고 전했지만 아무리 금화 100장이 거금이라고 해도 금화 100개를 더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고 이 폭풍을 뚫고 도망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빗줄기가 약해졌다.

포이부스가 계약서와 금화 100장을 건네준 마르켄은 무사히 파란 조가비 호에 탑승하였고 그들이 무사히 바다로 떠나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포이부스는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모르테스는 자신 때문에 자금에서 빠져나간 금화 200개 만큼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포이부스 생각에 모르테스 정도의 뛰어난 요원의 목숨을 건지는데 금화 200개는 싼 편이었기에 무리하지 말라고 말했다.

짐덩어리 같은 정체 모를 소년 마르켄이 떠나고 3일이 지났을 때 그들은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슬슬 출항해야 할 것 같은데 준비는 끝났나?"


"일단 식량과 배를 정비할 도구, 돈이 될만한 교역품은 전부 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정말 괜찮을까요?"



오리스는 자신이 체크한 물품 목록을 보여주며 말했지만 포이부스는 귀찮은 짐들도 털어버렸겠다 마음 편히 출항을 명령했다.



"우리는 할 만큼 했어. 섬을 돌아다니면서 확인해봤는데 파란 조가비 호는 여러 번 승객을 실어다준 신뢰도 높은 배였으니 베테랑 선원들도 감당 안 되는 무시무시한 폭풍만 안 만났으면 무사히 도착했겠지. 자, 출항한다."



비록 신들의 봉인을 수색하는 것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간 것처럼 막혀버렸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게 옳은 것으로 보였고 오리스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건지 포이부스를 걱정되는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포이부스는 마음 편히 말했다.



뿌우우웅! 뿌우우우웅!



포이부스의 지시가 떨어지자 일행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의 돛을 펼치고, 항구와 갑판을 이어주는 판사다리를 접고, 내려놨던 닻을 끌어올렸다.

바다뱀과 물고기 폭탄 때문에 여전히 난장판인 항구에서 포이부스의 배는 바다 위로 나아갔다.

비록 먹구름은 사라졌지만 바람과 파도가 여전히 거세서 오리스는 아예 키를 붙잡고 있기로 하였고, 나머지 일행들이 돌아가며 갑판에서 사방을 감시하는 동안 포이부스는 선장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첫째 날이 무사히 지나고 항해 2일 째 되던 날 정오, 선장실에서 지도를 보며 오늘도 어디서 신들의 봉인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던 포이부스에게 오리스가 찾아왔다.



"포이부스 선장님? 잠깐 와서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그러나 오리스? 태풍이 다시 이쪽으로 오기라도 하나?"


"그것도 있고 좀...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리스가 정말로 곤란하다는 듯이 눈치를 보며 말하는 것에 포이부스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갑판으로 나왔고 오른쪽 갑판에는 이미 팔라딘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서로 쑥덕대고 있었다.

포이부스가 팔라딘들의 옆으로 가서 갑판 밑을 내려다보자 그곳에는 박살난 배의 파편과 그 위에 조용히 서 있는 소년이 있었다.



"나 좀 태워줄 수 있어?"



그 소년의 무감정한 얼굴을 보는 순간 포이부스는 소름이 온몸에 돋아났다.

그러나 포이부스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면서 소년에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타고 있던 배는 어떻게 됐어?"


"밤에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서 깬 순간 배가 뒤집혀버렸어. 방에서 빠져나오면서 건진 건 이 주머니들뿐이야."



먼저 출항한 파란 조가비 호는 침몰했지만 이 아이는 살아있었고 큰 일을 겪었음에도 소년은 마치 이렇게 된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포이부스가 할 말을 잃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을 때 왼쪽 측면에서 큰 북을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뒤로 돌리자 그곳에는 뇌우를 동반한 태풍이 서서히 수평선 너머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침몰한 배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놔두면 이 소년은 분명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포이부스는 이 아이를 배에 태우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순히 배가 침몰한다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 다른 종류의 위험이 다가올 것 같은 느낌에 포이부스는 그냥 가자고 말하려고 했으나 어느새 소년은 박살난 배의 파편들을 노와 보트 삼아 포이부스의 배로 다가와 바짝 붙었다.

거절하면 이대로 붙어서 따라갈 생각인 것 같았고 배 밑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폭풍 속에 있는 게 아니니 태워줄 수 있지?"



포이부스는 이걸로 확신하였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은 어떤 전능에 가까운 존재가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놓은 함정 같은 것이었다.

이 아이는 어떤 신의 사도이며, 그 신은 포이부스에게 뭔가를 원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비록 사냥신의 눈에는 어떠한 신성력도 감지되지 않지만 이런 기적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건 신들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신이란 작자들은 늘 자기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역정을 내는 자들이니 결국 포이부스는 결국 마르켄에게 배에 오르라며 밧줄을 내려주었고 마르켄은 그 밧줄을 타고 올라오더니 포이부스에게 묵직한 주머니 2개를 넘겨줬다.


그건 다름 아닌 파란 조가비 호의 선장 카나쿨라에게 건네준 금화가 든 주머니들이었다.

포이부스가 주머니를 열고 확인해보니 2개의 주머니 속 금화는 정확하게 31장이 사라져 있었고, 그건 파란 조가비 호의 선장을 포함한 선원의 숫자 31명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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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전조(前兆) #1 +10 20.01.02 2,780 114 20쪽
101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11 +17 20.01.01 2,663 118 18쪽
100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10 +18 19.12.31 2,663 124 17쪽
99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9 +27 19.12.30 2,636 106 24쪽
98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8 +11 19.12.29 2,613 106 16쪽
97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7 +11 19.12.28 2,647 106 16쪽
96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6 +9 19.12.27 2,664 95 17쪽
95 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5 +8 19.12.26 2,716 10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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