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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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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767,401
추천수 :
28,913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5.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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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
추천
63
글자
12쪽

무기여 어서와라 #4

DUMMY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에는 많은 요소가 있다.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 병사들을 지휘할 지휘관의 통솔력, 판도를 짜는 수뇌부의 대전략, 이 모든 것을 지탱하는 보급 등 전쟁을 준비하는 자가 고려해야 할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오로지 어리석은 자들만이 무기의 위력만을 중시하며 다른 요소들을 무시한다.

그들은 궁극의 화력을 낼 수 있는 무기만 있다면 병사들이 많이 필요없다 말한다.

그들은 최고의 파괴력을 내는 무기만 있다면 많고 많은 보급품이 필요없다 말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재와 먼지로 만들 무기만 있다면 적의 사기를 꺾는 걸 넘어 전쟁을 수행할 의지자체를 상실케 할 수 있다 말한다.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무기만이 전쟁을 억제하고 더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말한다.


포이부스는 지금 어리석은 자가 되고자 하고 있었다.

핵병기가 개발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위인들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무기가 전쟁을 더 짧고 덜 잔인하게 만들거라고 생각했던가?

하지만 그들은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다.

결국 인간들은 세상 전체를 파괴할 무기를 만들어내고서야 전쟁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런 교훈을 알고 있는 포이부스조차도 선조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아직 화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미 자신이 가려는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포이부스는 최후의 저항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자신의 작업을 지켜보는 신들에게 말했다.

포이부스는 현재 정지궤도 상에 떠 있는 첫번째 신의 회초리를 그대로 양산한 두번째 신의 회초리를 정지궤도에 띄우고 있었다.

오리스가 미리 만들어 놓은 물건을 창고에서 꺼내서 오리스가 계산해놓은 위치에 올려놓고 세부조정을 한 것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고된 작업이었다.

때묻지 않은 정령들은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무기 생산 플랫폼 위에서 즐겁게 손을 흔들고 있었고 포이부스는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을 예감하면서도 자신에게 지시를 내리는 이들을 막을 수 없었다.



[화력이 부족하다고? 크하하하! 상식적으로 수십 톤 짜리 쇳덩어리 수백발이 마하 40으로 전 국토에 떨어져내려서 지진과 폭발이 일어나는데 전쟁을 계속할 바보가 어디있냐?]



악몽의 신은 2번째 신의 회초리를 곤드 대륙 위의 정지궤도에 올려놓은 포이부스의 감상을 듣고 폭소했고 옆에 있는 불화의 신 역시 웃으며 말했다.



[미사일과 쇳덩어리를 한발 만드는데 마력 보충 없이 정령들의 힘만으로는 일주일이 더 걸린다고 했나? 한번에 지역 하나를 확실하게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수량을 보충할 때까지 몇 개월은 걸릴테니 그리 자주 쓰지는 못하겠군]



포이부스는 조잡한 감압 우주복이 20분도 채 안되서 우주공간의 차가운 기운에 얼어붙기 시작하는 걸 느끼며 다시 지팡이를 사용해 케트라 산으로 복귀하였다.

그곳에는 오늘도 세상이 전쟁의 불길에 휩싸여있는 것처럼 다이어트라는 이름의 불길로 뱃살을 태우고 있는 커다란 늑대와 그 늑대를 갈구고 있는 거대한 검은색 코카트리스 형제가 있었다.

포이부스는 자기 좀 빼내 달라는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애써 뒤로하고 우주복을 벗어던지며 신들에게 말했다.



"평범한 필멸자들은 몰라도 이런 게 2개나 배치되어 있다는 걸 알면 신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파괴하려고 들 겁니다. 기회는 몇 번 없습니다."



우주의 정지 궤도에 배치된 전략병기라는 것은 상식을 넘어서는 위협이고 신의 회초리의 특성상 지하 수백 미터 밑으로 파고들지 않는 이상 지상의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못했다.

필멸자들은 몰라도 신들은 이 무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테니 하로나스의 만신전에 대항하기 위해 힘을 모을 게 분명했다.


겨우 한 발로 성 하나를 초토화시키는 약한 병기로는 필멸자들의 전의를 꺾고 수백 년을 버틴 성벽을 가루로 만들고 수십 만을 두려움에 잠기게 할 수는 있어도 게임을 진행하는 플레이어인 신들을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

그들은 필시 오히려 의욕을 불태우며 신의 회초리를 공략하거나 막아낼 방법을 찾으려들 것이다.


아예 신들마저 전의를 상실하게 만드는 수준의 무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전쟁을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런 무기가 나타나는 것도, 포이부스에게 없는 것도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쯧쯧쯧, 마법과 신성마법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있는데 과학에 의존하려고 하니 답이 안 나오지]



그때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마법의 신이 입을 열었고 포이부스는 저 유용한 지식을 여럿 가지고 있으면서 한쪽으로 편향된 취향을 숨기지 않는 파괴 마법의 신이 무슨 소리를 할지 대충 예상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미사일 탄두에다가 지진 유발 마법이나 헬파이어 소환 같은 마법을 심어놓자고 하실 생각이시죠? 저도 그거 생각해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애들이 크나시아의 정령들처럼 스스로 마법진도 그리고 마법함정도 쓸 수 있을 만큼 숙달이 안되서 대량생산 하려면 제가 직접 궤도로 올라가야 합니다"


[궤도 폭격 장비에다 그런 쓸데없이 난이도만 높은 걸 심어봤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걸 알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이 허접아]


"허접하다니요? 저 정도 병기에 그 정도 마법을 심지 않는다면 대체 뭘 심는단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네가 닥터 포이부스가 아니라 마스터 포이부스로 남은 거다 제자야]



포이부스는 아픈 곳을 찌르는 올'쏜에게 뭐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 다음 들려온 올'쏜의 끔찍한 계획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냥 하급 정령들 수준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 효과 좋은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예 투사체를 만들 때부터 심지부분에 인을 대량으로 함유시켜서 공중에서 1차로 터져서 일정 범위 내를 전부 뒤덮는 확산하는 백린탄으로 만들거나, 바람을 끌어 모아 응축시키는 간단한 마법을 심어서 대기권 마찰열만으로 착탄 전에 폭발을 일으키게 하면 되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만 너무 단순한 방법만으로는..."


[그것도 아니면 아예 우리들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지. 알고로스의 불화의 신성력을 담아서 착탄 지점 인근의 사람들이 광란해서 서로 싸우게 하거나, 프레두스의 신성력을 담아서 착탄 후 폭파되서 나온 먼지와 연기를 들이마신 자들 모두에게 잠들면 정신착란을 일으킬 레벨의 악몽을 꾸게 만들거나 하는 간편한 방법이 있거늘 그런 고급 마법만 쓰려고 하느냐?]


"그..."


[아니면 텅스텐 같은 것들 대신 마력석과 마정석 가루를 대량으로 함유한 물질로 투사체를 만들어서 해당 지역 전체에 파편을 흩뿌릴 미사일을 쏜 뒤에 마나강제연쇄폭발 주문이 심어진 미사일을 쏴서 기폭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폭발 후에는 마력이 싹 제거된 상태일 테니 뒤이어 날아드는 물리적인 미사일들을 막지 못하는데다 마력석과 마정석 정도야 정령들도 편하게 취급할 수 있고 마나강제연쇄폭발 주문이 담긴 미사일 딱 하나씩만 네가 올라가서 만들면 될테니까. 조금 만드는 게 귀찮아지겠지만 투사체를 사람이 접근하면 터지는 작암탄으로 분열시키는 마법을 심어서 지뢰지대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



상급 마법을 투사체의 심지에 일일이 심어놓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효과를 보이거나, 무차별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 금지 조약 위반이 염려되는 끔찍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나오자 포이부스는 고개를 저으며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언제나 부수고 고통을 주는 것만을 말씀하시는군요 좀 만들고 고치는 것에 도움되는 주문은 없습니까?"


[나한테 상대방의 약점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면서 상대의 몸 어디든 원하는 때에 여드름을 나게 하는 저주를 만든 장본인이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구나]


[뭐? 저놈이 그런 것도 만들었어?]



올'쏜은 포이부스가 젊은 시절 만든 저주 중 하나에 대해 말했고 악신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닌 척 하고 있어도 결국 너도 우리랑 같은 부류였구나 포이부스!]


"아니 그게..."


[제 아무리 강하고 딱딱한 놈이라도 맞은 부분에 여드름이 나있으면 데미지가 3배로 들어가지 머리를 잘 썼구나]



포이부스가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악신들은 자신들의 사도가 자기들과 동류라는 것에 기뻐하며 온 동네에 소문을 내기 시작하였다.

케트라 산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그 말을 듣고는 말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면서 다리와 날개가 돋아난다는 말처럼 케트라 산 꼭대기에서 퍼진 말들은 점차 변해갔다.


처음 신들의 말을 들은 이들은 포이부스가 신들의 명을 받아 대량살상 병기를 제작했다는 말과 포이부스가 여드름 생성 저주를 개발했다는 말을 중턱의 템플리 나이트 요새로 전달했고, 템플리 나이트 요새에서 무분별한 확대 및 루머 재생성이 이루어져 산 중턱 밑의 케트라 레기온 기지들에 포이부스가 대량의 적들에게 한꺼번에 여드름이 나게 하는 저주를 개발했다는 소문으로 변질되어 전달 되었다.


이 소문은 마침 휴가를 나가던 장병들에 의해 수도 스도티르에 퍼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역시 무분별한 루머의 변질 및 확산이 이루어져 마침내 여러 국경도시들과 항구도시들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엘프 시조가 수많은 적들을 잡아다가 여드름 생성 저주를 걸고 포로가 죽거나 기밀사항을 털어놓을 때까지 여드름을 강제로 터트리고 있다는 끔찍한 소문으로 변해서 전해졌다.


당연히 국경도시와 항구도시에 있던 스파이들은 바로 본국에 자신들이 들은 소문에 대해 전달했고 포이부스와 만나본 신들은 다같이 말했다.



[그 미친놈 그럴 줄 알았다]


[하긴 그 미친놈이 아니면 누가 그런 걸 만들겠어?]



평소에도 치킨을 만들겠다면서 거짓 치킨 퇴출 운동을 선포하고 자기가 모시는 신을 손수 봉인을 풀어다가 다른 신들과 함께 허리를 부러뜨리고 돌아다닌다는 게 여러 신들의 목격담으로 전해지고, 이난나나 하다드 같이 직접 당해본 피해자들의 증언도 있었기에 신들은 그저 미친놈이 또 괴상망측한 저주나 만들고 있다고 투덜댔다.


평소에 포이부스의 평판이 좋았다면 소문의 진위를 의심하며 진상을 파헤치려는 자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소문이 시간이 흐를 수록 변해갔으며 하로나스의 만신전이 뭔가 끔찍한 무기를 개발해냈다는 진실에 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 착한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면 사람들이 의심을 하면서 진상을 알아보려는 반면, 평소에도 미친 짓을 하던 나쁜놈이 나쁜 짓을 했다는 소문이 돌면 사람들은 다들 '그놈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하고 이미 마음 속에 소문의 주인공이 그런 짓을 했다고 확정을 해버린다.


신들 역시 포이부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누구도 진실을 알아볼 생각 없이 그놈이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놈이라며 욕을 하고 그냥 넘어가버렸다.

그렇게 대량살상 병기에 대한 소문은 포이부스가 포로 고문용 저주를 개발했다는 소문으로 완벽하게 대체되었다.


최종적으로 포이부스의 예전 행적과 함께 소문이 더 부풀려져 포이부스는 정령을 포로로 잡으면 미치광이 엘프 연금술사에게 넘겨 고문하고, 인간을 포로로 잡으면 자신이 원하는 답을 내놓을 때까지 사타구니에 여드름 생성 저주를 걸고 코카트리스 뒷다리 튀김으로 여드름을 때려서 터트리는 잔인한 고문광 악마가 되어버렸다.


세상의 수많은 이들이 미쳐버린 대교황에 대한 소문을 속삭이며 두려움에 떨었고 대부분의 신들과 왕들은 소문에 휩쓸려 궤도 상에 올려진 대량살상병기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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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무기여 어서와라 #10 +7 20.05.15 1,513 58 14쪽
193 무기여 어서와라 #9 +11 20.05.14 1,461 72 15쪽
192 무기여 어서와라 #8 +19 20.05.13 1,524 65 14쪽
191 무기여 어서와라 #7 +23 20.05.12 1,576 70 16쪽
190 무기여 어서와라 #6 +9 20.05.11 1,597 62 14쪽
189 무기여 어서와라 #5 +13 20.05.08 1,578 65 12쪽
» 무기여 어서와라 #4 +23 20.05.07 1,554 63 12쪽
187 무기여 어서와라 #3 +7 20.05.06 1,589 59 15쪽
186 무기여 어서와라 #2 +9 20.05.05 1,768 65 22쪽
185 무기여 어서와라 #1 +11 20.05.04 1,622 5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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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신들과 왕들 #4 +17 20.04.28 1,659 70 13쪽
181 신들과 왕들 #3 +18 20.04.27 1,695 69 19쪽
180 신들과 왕들 #2 +20 20.04.24 1,680 87 17쪽
179 신들과 왕들 #1 +16 20.04.23 1,648 66 13쪽
178 또 하나의 복수의 끝 #5 +23 20.04.22 1,612 89 20쪽
177 또 하나의 복수의 끝 #4 +21 20.04.21 1,587 84 17쪽
176 또 하나의 복수의 끝 #3 +8 20.04.20 1,550 75 20쪽
175 또 하나의 복수의 끝 #2 +14 20.04.17 1,581 73 17쪽
174 또 하나의 복수의 끝 #1 +8 20.04.16 1,540 69 17쪽
173 아카이아 #10 +15 20.04.15 1,549 75 13쪽
172 아카이아 #9 +10 20.04.14 1,561 7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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