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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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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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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3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4.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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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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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신들과 왕들 #2

DUMMY

오리스가 정령들에게 포이부스가 띄워놓은 낙인 마법이 새겨진 모의 플랫폼을 따라가라고 말해서 무기 생산 플랫폼을 정지 궤도에 띄운 날 밤, 케트라 산 꼭대기에서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사람들은 오리스의 인간승리 이야기를 옆에서 직접 보고 느낀 이들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대해 오리스와 마가렛에게 계속 축하를 해줬으나 오리스의 연구 성공의 일등공신인 포이부스는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순간에 인간쓰레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두목님 이 좋은 날에 아직도 그러고 계십니까?"



술 기운이 살짝 올라온 팔라딘 이젝투스가 한손에 포도주를 들고 포이부스 곁으로 다가왔고 포이부스는 돼지 고기와 야채를 번갈아가며 끼운 꼬치구이를 으적으적 씹으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자자, 이제 그만 기분 좀 푸십쇼 장난이었지 않습니까?"


"장난칠 게 있고 치면 안될 게 있지 내가 만에 하나 마가렛 등짝이라도 때렸으면 어쩔 생각이었냐?"



포이부스는 오늘 낮에 자신의 비밀을 폭로한 에라스와 마가렛 부부를 붙잡아다가 무릎 꿇고 손 드는 벌을 세웠는데 뒤늦게 그걸 본 스틸리나가 임산부에게 뭘 하는거냐며 포이부스의 등짝을 때리고서야 사태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 순간 팔라딘들을 제외하고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불꽃 부족 사람들과 불의 신이 포이부스를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포이부스는 자신이 당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팔라딘들이 뒤늦게 오리스가 설교를 계속 듣는 것이 불쌍해서 구해주려고 포이부스의 주의를 끌려다가 그렇게 된 거였다고 말했지만 불꽃 부족의 포이부스에 대한 평판은 나락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덤으로 포이부스가 제3시대 들어와서 생긴 매우 개인적인 문제가 온 케트라 산에 다 까발려진 것도 문제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에라스와 마가렛은 스틸리나에게 임신 때문에 상담을 받다가 그녀에게서 전해들은 포이부스의 비밀을 까발릴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가 말이 헛나온 걸 팔라딘들이 '이거다!'하고 퍼날랐다고 한다.



"장난이 좀 심하긴 했죠"


"오리스 언니가 너무 불쌍해보여서 구해주려고 그런 거였어요. 화 푸세요."



이젝투스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난처하다는 얼굴로 말하자 파티 주인공 중 한 명인 마가렛이 다가와서 포이부스의 화를 풀어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마가렛과 에라스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한테 장난을 친 건 딱히 문제가 아니다. 다른 쪽이 문제지."


"예, 알고 있어요."



마가렛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고 포이부스는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파티장 구석에서 불꽃 부족 사람들이 여전히 포이부스를 보면서 수근대고 있었다.

벌써 소문이 불꽃 부족 전체로 퍼져나간 것 같았고 포이부스는 오리스를 제외한 팔라딘들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리고는 팔라딘들이 모이자 악마화 주문 없이도 악마 같은 얼굴을 만들며 말했다.



"이틀 내로 쟤네들 오해 풀어놔라. 내가 3일 뒤에 확인해서 오해가 안 풀린 녀석 있으면 불의 신이 받은 제제는 아주 자비로운 편이었다는 걸 몸과 정신 양쪽으로 알게 될 거다."


"..."


붕붕붕!



불의 신이 어떻게 신들에게 개박살이 났는지 목격한 팔라딘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걸 느끼면서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포이부스가 가보라고 턱짓을 하자 팔라딘들은 후다닥 불꽃 부족 사람들에게 뛰어갔고 그때 오리스가 포이부스에게 와서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요."


"저놈들이 한 짓이 이상하긴 하지."



포이부스는 저 빌어처먹을 부하 놈들을 대체 언제 제정신 박힌 엘프로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다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불의 신에게 복수하고 간신히 아물었던 마음의 상처 옆에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는 이름의 종기가 솟아나는 것 같이 포이부스의 마음을 아리게 하였다.

하지만 오리스는 포도주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것말고 정지궤도 플랫폼 말입니다."


"그게 왜?"



이미 정령들을 탑재해서 원격조작할 수 있게 된 무기 생산 플랫폼을 포이부스가 정지궤도에 염동력으로 미세 조정을 끝낸 모의 플랫폼에 새겨진 낙인 마법을 따라가게 해서 정지궤도에 안착시키는데 성공했는데 이제 와서 그게 이상하다고 말하는 오리스의 저의를 포이부스는 짐작할 수 없었다.

오리스는 포이부스 앞에 놓인 돼지고기 꼬치를 하나 들고는 천천히 꼬치를 회전시키면서 말했다.



"분명 저한테 우주에 올라갔을 때 우주 쓰레기들한테 습격당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포이부스는 처음으로 우주공간으로 나갔을 때 추위와 함께 자신을 헬멧의 유리창에 금이 갈 정도로 격하게 반겨줬던 실패의 흔적들을 떠올리고는 오리스에게 말했다.



"하마터면 진짜로 끝장날 뻔했지. 우주 쓰레기를 치워야할 필요성도 느꼈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좀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흙이나 작은 금속 쪼가리라도 충분한 가속도를 얻으면 그 정도 위력을 낼 수 있다.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포이부스는 우주에서 행성의 중력 때문에 정지궤도를 따라 회전하는 금속과 흙 파편들이 그만한 위력을 지닌 것에 대해 딱히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지만 오리스는 그게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문제가 되는 건 그쪽이 아닙니다. 제 계산에 의하면 정지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속도는 다른 궤도들과 달리 지금 우리가 발을 내딛고 있는 땅이 움직이는 속도와 같을 겁니다. 제가 실험해본 바에 의하면 뷔토스의 지팡이는 그런 부분까지 계산해서 자동으로 보정을 해주기 때문에 궤도에 올라간 순간 이미 속도가 맞춰졌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두목님께서 겪으신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전속도와 정지궤도에 안착한 물체의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야 한다고?"


"예"



오리스의 설명을 듣고보니 포이부스는 자신이 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정지궤도는 진짜로 정지된 궤도가 아니라 행성의 자전속도와 특정 궤도에 있는 물체의 회전 속도와 방향이 같아서 행성에서 보면 정지궤도 상의 물체가 가만히 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정지궤도라고 불리니까 차원문을 통과했을 때 포이부스는 금속과 흙들에게 습격당해봤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포이부스가 입고 있던 우주 유영용 갑옷의 헬멧의 유리창에는 여전히 큼직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내가 진입할 때 각도가 틀어졌던 게 아닐까?"



조금이라도 각도가 틀어졌다면 포이부스가 정지궤도에 안착한 우주 쓰레기들에게 습격당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오리스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였다.



"그 부분은 제가 차원문을 열기 직전에 5번이나 검토한 사항입니다. 각도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각도에 이상이 없었다면 역시 속도 쪽인가? 차원문을 통과할 때 속도 변화가 있는 건?"


"뷔토스의 지팡이는 그런 부분들도 제대로 보정을 해줍니다. 절대좌표가 아니라 상대좌표를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뷔토스의 지팡이가 보정을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간이동을 할 때마다 행성이 자전하는 속도와 방향으로 내던져졌을 겁니다."



그러나 오리스는 포이부스의 눈앞에서 뷔토스의 지팡이로 테이블의 정확하게 정중앙에 작은 2개의 서로 다른 방향으로 통하는 차원문을 만들고는 먼저 정확하게 테이블 끝에서 끝까지 날아가도록 포크를 던졌다.

그런 뒤 그녀는 포크를 회수하고 테이블 중간에 개방된 왼쪽 차원문에 정확하게 자신이 아까와 같은 힘으로 포크를 던졌고 잠시 후 포크가 오른쪽 문에서 튀어나와 딱 아까 날아간 만큼을 비행하다 떨어졌다.

오리스는 cm자를 가져와서 대고는 다른 방향으로도 실험해 보고, 불확실한 손보다는 비교적 일정한 위력을 내는 충격파 마법을 사용해 포크를 날려봤지만 차원문을 통과하는 포크의 속도와 비행거리에는 변화가 없었고 포이부스는 도저히 모르겠다는 고민하다가 불꽃 부족을 보고 불의 신을 연상하고는 말했다.



"그럼 어쩌면 우리 같이 시대에 맞지 않게 우주로 진출하려는 자들을 엿먹이기 위한 신들의 장난이 아닐까?"



그건 지금까지 생각해낸 것 중에서 제일 그럴듯한 가설이었다.

창조신이 애초에 세상을 만들고 법칙을 정할 때 포이부스가 살고 있던 세상과 물리 법칙을 다르게 적용되도록 했다면 딱히 이상할 것은 없었다.

오리스는 잠깐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으나 한쪽 뺨의 근육을 떨면서 말했다.



"굳이 그런 일을 해서까지 우리를 이 행성 내에 묶어둬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신들의 속내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냐?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모르지."



포이부스는 이번 일도 결국 신들의 농간인게 분명하다며 꼬치 구이를 포식하였고 팔라딘 오리스는 눈을 깜빡이다가 포이부스에게 말했다.



"그럼 한 번 여쭤볼까요?"


"...그럴까?"



하지만 포이부스는 신들이 선택한 주술사이자 사제고 충분히 신들의 속내를 들을 능력이 있었다.

오리스는 아직 납득하지 못했다는 얼굴이었고 사실 포이부스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두 사람은 파티장에서 나와 신전으로 향했다.

만신전을 모신 신전에 도착한 포이부스는 바로 올'쏜의 상징인 혼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마법의 신을 불러내기 시작하였다.



"위대하신 마법의 지배자시여! 당신의 제자이자 종이 감히 청합니다! 이 간단한 수학 공식도 못 알아내는 하찮은 존재들의 물음에 답해주소서!"


-이 오밤 중에 무슨 일이더냐 포이부스? 이제 이과로 전향할 생각이 든 게냐? 하지만 너는 역시 마법(물리)에 딱 맞는 인간상이라는 것만 알아둬라



올'쏜은 딱히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로 포이부스의 호출에 응했다.

올'쏜의 상징인 혼천의는 빛조차 내지 않은 채 올'쏜의 목소리를 전달하였고 포이부스는 오리스가 계산에 사용한 양피지를 혼천의 앞에서 펼치며 말했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계산으로 얻은 값이랑 현실이 다른데 검토 좀 해주십쇼"


-이론이랑 현실에 괴리가 있으면 현실을 따라가야지 망한 이론 수정 안하고 붙잡고 있냐? 니가 그러니까 박사 과정 떨어진 거다.



올'쏜은 현실을 수정하려고 들지 말고 이론을 수정하라고 빈정댔고 포이부스가 너무나도 타당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으나 뇌에서 갑자기 오류 메시지가 잔뜩뜨면서 자신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귀를 의심하였다.



"아직 이론이 틀렸다고 확정된 게 아니... 뭐라고요?


-아차



올'쏜은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그가 내뱉은 목소리는 이미 포이부스의 귓구멍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시키고 반고리관과 달팽이관을 통과해 뇌로 신호를 전달한 뒤였다.

포이부스는 무릎을 꿇은 채로 기어가 혼천의를 붙잡고 말했다.



"제, 제가 제출한 논문에 문제가 있었단 말입니까?!"


-아주 심각한 결함이 있었지. 너 죽은 뒤에 심사하는 양반들이 가차없이 떨어뜨리더라.


"떠흐흐흑! 으아아아아! 이건 말도 안된다고! 어허허엉엉! 내가 그거 쓴다고 내 청춘을 다 바쳤는데!"


-어차피 결과도 못 보고 죽어서 이쪽 세상으로 넘어왔잖냐. 그냥 지나간 일이다 하고 넘겨라.



포이부스는 자신이 청춘을 바친 박사 과정 논문이 떨어졌다는 말에 가슴을 부여잡고 뒹굴기 시작했고 올'쏜은 영원한 척척석사로 남게 된 부하를 보면서 혀를 찼다.

포이부스가 올'쏜의 무자비한 팩트 공격에 침몰되자 오리스는 포이부스가 떨어뜨린 양피지를 들고 올'쏜에게 물었다.



"분명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이론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가 잘못된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 미천한 존재를 위해 위대한 마법의 지배자이신 올'쏜 님의 지혜를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을 하니 한 번 봐주마.



올'쏜은 어차피 정지궤도에 플랫폼이 안착했으니 이론 좀 봐준다고 창조신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며 오리스가 들고 있는 계산 과정과 값이 적힌 양피지를 훑어보았고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을 해보더니 오리스에게 말했다.



-딱히 문제는 안보이는 것 같은데 이게 실패했단 말이냐?


"예, 분명 상대속도와 힘이 가해지는 방향까지 완벽할 텐데 계속 실패했습니다."



올'쏜은 오리스가 이번에 정지궤도로 플랫폼을 날리는데 성공한 수식을 계속 계산해봤지만 딱히 큰 문제를 찾지 못했는지 웹캠 대신 사용하는 자신의 상징인 혼천의를 둥둥 띄워놓고 계속 고민하다가 문득 오리스가 들고 있는 지팡이에 눈이 갔는지 지팡이 쪽으로 혼천의를 돌리고 말했다.



-지금까지 플랫폼 쏴올리는데 전부 그 지팡이 사용했었지? 잠깐만 그 지팡이 좀 줘봐라.


"뷔토스의 지팡이에는 딱히 문제가 없었습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모든 가능성을 지워버린 뒤에 남아있는 게 진실이라고 했지.


"예전에 이 지팡이를 직접 확인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때는 대충 봤으니 이번에는 철저하게 살펴볼 생각이다.



올'쏜은 거의 강탈하듯이 오리스에게서 뷔토스의 지팡이를 받아내고는 염동력을 통해 이리저리 지팡이를 돌려보고, 마력을 주입해서 반응을 보고, 마지막으로 차원문을 열어보고는 뭔가를 통과시켜보았다.



-뭐지? 이것도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 잠깐만


"뭔가 찾으셨습니까?"


-이거 좌표체계 짠 놈이 누구라고 했었지?



올'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지팡이를 오리스에게 돌려주며 말했고 오리스는 신이 대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듯이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오리스의 반응을 본 올'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참,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었지? 이거 어떤 놈이 짜놓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좌표 지정 값은 제한이 없는데 자전이나 공전에 따른 속도와 방향 괴리에 대한 보정 범위가 이 행성 내로 한정 되어있다.


"무, 무,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리스는 올'쏜이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는 했지만 도저히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눈빛이 떨리는 걸 자제하지 못하고 물었고 올'쏜은 오리스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 행성의 대기권 밖으로 좌표 지정하면 지팡이가 넣어주는 보정 값이 #N/A이 되어버려서 속도와 방향 보정을 제대로 못 받는다고.


"아... 아아아..."


-무슨 값을 입력하든 대기권 밖에다 차원문을 열면 속도랑 방향 값이 랜덤으로 결정된다. 아무리 정답을 넣어도 소용이 없단 소리다.


"그, 그... 그러면 제가 지금까지 한 고생들은..."



오리스는 이미 바닥을 뒹굴며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상관 포이부스와 비슷한 표정이 되었고 올'쏜은 필사적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오리스의 뇌리에 잔인하게 결정타를 넣었다.



-지팡이를 나한테 딱 한 번만 더 점검 맡겼으면 겪지 않아도 됐을 개고생이었다 이 말이지.


"아아아앍!"



결국 오리스는 포이부스처럼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지팡이를 보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변하더니 지팡이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올리고 자신의 허벅지와 무릎에 내리쳐서 부러뜨리려고 하였다.



-어어어, 기다려라! 그러면 부서진다!


뽀각!


-네 다리가 부서진...! 늦었군.


"아아아앍으아악!"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리스는 올'쏜과 포이부스와 달리 마법(물리)의 초급과정도 완료하지 못한 나약한 존재였기에 박살나는 것은 신의 금속으로 된 뷔토스의 지팡이가 아니라 연약한 살점에 불과한 오리스의 다리였다.

오리스는 지팡이를 놓치고 자신의 박살난 다리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외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 계획과 계산이 전부 실패로 돌아간 게, 멍청한 이젝투스한테 조롱받아가며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연구한 것들이, 그렇게 벌칙게임을 수행하면서 흘린 눈물들이 전부! 겨우 이런 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건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돼! 내, 내 노력! 내 시간! 내 고뇌! 내 자존심... 꺄아아아앍아아우웨이아앍!!"



오리스는 미쳐버린 것처럼 울부짖다가 결국 힘이 빠졌는지 포이부스 옆에서 소리 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마법의 신은 이 전직 대학원생과 대학원생 같은 불쌍한 두 신도들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좀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 건지 혼천의와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아직도 일 안 끝났어? 대체 뭐 하고 있... 여보!"



두 위대한 마법사는 차가운 신전 바닥에 누운 채 절망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남편을 찾으러 온 스틸리나가 울고 있는 그들을 발견해서 사람을 불러모으려 하는 걸 보고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괜찮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냥... 그냥 우리가 우리 생각보다 바보라는 걸 알았을 뿐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



두 마법사는 뜨거운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고 스틸리나에게 조금 눈에서 땀이 난 것 뿐이라고 변명하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들의 시간과 노력과 눈물과 땀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처럼 사라져버렸을 뿐이었고 그걸 깨달은 위대한 두 마법사는 다시 눈에서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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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무기여 어서와라 #8 +19 20.05.13 1,524 6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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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무기여 어서와라 #3 +7 20.05.06 1,589 59 15쪽
186 무기여 어서와라 #2 +9 20.05.05 1,768 65 22쪽
185 무기여 어서와라 #1 +11 20.05.04 1,622 5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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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신들과 왕들 #4 +17 20.04.28 1,659 70 13쪽
181 신들과 왕들 #3 +18 20.04.27 1,695 6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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