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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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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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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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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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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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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6

DUMMY

봄은 높은 장소와 윗쪽 지방을 싫어한다.

높은 산과 고위도 지방이 평균적으로 춥고 봄과 여름이 짧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다른 곳은 전부 봄이 와서 슬슬 온도가 올라가는 와중에도 눈보라에 휩싸여 있는 페라타 성에 주둔 중인 페라타 레기온의 일원들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주식으로 활용되는 작물들의 북방 한계선인 샤칸 지역 너머의 몰카르 지역은 전설이나 신화 속에나 나오는 한빙 지옥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기술과 마법의 발전은 그런 지옥 속에서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몰카르 지역의 페라타 성은 에스티나 왕국의 냉기 마법사들의 수련장소이며 사람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에 이미 발굴 및 도굴된 다른 지역의 유적들과 달리 아직도 온전히 눈 속에 파묻혀 자신들을 꺼내줄 사람을 기다리는 고대 유적과 보물들을 찾는 고고학자들과 모험자들의 거점이었다.


물론 페라타 성은 페라타 레기온의 거점이며 현재 페라타 성에 있는 모든 엘프들은 군인 혹은 왕립마법협회 소속 마법사 신분이었고 그들은 성주이자 페라타 군단장의 지시를 따라야했다.



"오늘도 눈보라가 심한데"


"다른 지방은 벌써 얼음이 녹고 풀이 자라난다더라"



이 지방에서 경계근무라는 것은 육체노동보다 편해도 위험한 임무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래도 봄이 다가오고 있어서 기온이 올라갔고 예전과 달리 마법사들의 보온 마법이 걸린 난방기가 성벽 곳곳에 있기에 많이 줄어들었지만 처음 페라타 성이 발견되었을 당시에는 경계 근무 중 얼어죽는 엘프가 심심찮게 나왔었다.


게다가 경계근무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지방들과 달리 이 몰카르 지방은 눈보라가 몰아칠 때는 더더욱 경계를 철저하게 해야 했다.

페라타 성이 눈보라에 휩싸인 상태에서 종종 페라타 성의 불빛을 보고 따뜻한 온기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찾아오는 짐승과 괴물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 몰카르 지방의 혹독한 눈보라를 뚫고 성에 접근할 수 있는 존재라면 보통 완전 무장한 엘프 병사 정도는 손쉽게 찢어발길 수 있는 괴물이었다.



"이대로 열 걸음 밖도 안보이는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뭐한데 재미있는 이야기 없냐?"


"내가 너랑 군생활한게 12년 째인데 그런 게 남아있을 것 같냐?"



보통 경계근무를 설 때는 경험많은 베테랑과 군 생활 15년 미만의 신입을 같이 붙여주는 것이 관례지만 마침 고참병들이 페라타 성 저 너머의 어떤 유적을 발굴하는 고고학자를 지원하러 대거 빠져나간 상태라 인원이 부족해서 동기끼리 근무를 서고 있었다.



"여기 레기온은 돈은 많이 주지만 너무 힘들어. 특히 경계근무!"


"그래도 고대유적 발굴 같은 건 재미있지 않냐?"


"가끔 보물 찾아서 위에다 바치면 보너스가 쏠쏠하긴 하니까 재미있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역시 이 동네의 기후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이럴 줄 알았으면 케트라 레기온에 지원할 걸"



경계근무 중인 병사는 수도인 스도티르 바로 옆에 붙어있는 케트라 산에 주둔 중인 군단에 대해 말했지만 또 다른 병사는 침까지 튀기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병사가 튀긴 침은 성벽 바닥에 닿자마자 눈결정처럼 얼어붙었다.



"니 실력으로 그게 될 거 같냐? 거긴 엘리트들만 가는 곳이잖아."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는 법이지. 특히나 우리들은 다른 종족보다 수명도 길고"


"세상의 모든 대륙과 왕국들이 전쟁으로 혼란에 빠졌지만 우리나라만 전쟁 없이 평화로운데 공을 세울 기회가 올 것 같냐? 차라리 이 동네에서 드래곤이라도 때려잡아서 명성을 올리는 게 빠르겠다."



아직 케트라 레기온이 아틀란 대륙의 전쟁을 위해 차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병사는 웃으면서 말했고 말을 듣는 다른 병사도 속으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였다.



끼에에에엥! 크르우우우웅....


"방금 뭐였어?"



그때 세찬 눈보라 속에서 희미하지만 본능적인 두려움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에 한 번 들은 드래곤의 울음소리를 닮은 그 소리에 병사들은 서로를 바라본 뒤 기다란 귀를 감싸주던 귀도리를 벗고 소리를 듣기 위해 집중하였다.



끼에에에엥!


"뭔가가 눈보라 너머에 있어"


"내가 보고 있을 게 넌 가서 사람을 불러와!"



그 울음소리는 한 번 더 들렸고 병사들은 강추위에 떨어져나갈 것 같은 귀를 귀도리로 다시 감싼 뒤 한 사람은 성벽 뒤에 엄폐하고, 다른 한 명은 당직 사관을 부르러 뛰어갔다.

성벽 뒤에 엄폐한 채 눈만 내밀고 있는 병사는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눈보라가 살짝 잦아들 때, 눈보라가 만들어내는 거대하고 부드러운 장막 너머에서 꼿꼿하게 두 다리로 서 있는 날개 없는 용의 희미한 형상이 눈보라의 장막에 비춰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용은 스스로 빛을 내는 건지 눈보라 속에서 또렷하게 윤곽이 보였고 희안하게도 그 용의 근처에는 눈보라가 저절로 잦아든 건지 눈발이 약해져 있었다.

그것도 잠시 뿐, 다시 눈보라가 거세지자 용의 그림자는 다시 눈발 속에 파묻혀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그 대신 몰카르 지역에서 대숙청 시기 이후로는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던 지진이 성을 흔들기 시작했고 성에 주둔하던 자들은 지진을 일으키는 지룡이 나타났다 생각해 군단장에게 긴급 보고를 올렸다.



##



마침내 마지막 보조 파일럿까지 정해지고 마도 공학 메카 공룡과 함께 사람도, 중요시설도 없는 에스티나 왕국 북부로 차원문을 연 포이부스 일행을 맞이해준 것은 환영인파가 아니라 세찬 눈보라였다.



"와이퍼! 와이퍼 작동시켜!"


위잉 철컥! 위잉 철컥!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의 조종석인 머리에는 가장 높은 뒤쪽 조종석에 드모'우레스가, 창가에 가장 가까운 관측수 자리에 이그니, 왼쪽의 방어막과 동력 및 기타 기능 작동 자리에 드워프 장인 구야자가, 보조 무기 담당인 오른쪽 자리에는 놀랍게도 그 처절하고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를 거머쥔 이난나가 앉아있었다.


포이부스는 자신에게 축소화 마법을 걸어서 사이즈를 줄이고 드모'우레스가 앉아있는 메인 조종석 옆에 서 있었고 포이부스의 지시에 구야자는 공룡 머리에 달린 마법이 걸린 수정을 깎아만든 유리창들을 닦는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와이퍼가 지나가도 바로 그 자리에 눈이 달라붙었다.



"벌써부터 보완점이 발견되는군요"


"와이퍼를 달아놓는 수준으로는 안되는 건가? 다음부터는 열선이라도 깔아놔야겠어."



포이부스와 구야자는 바로 테스트 기동 중에 틈틈이 보완점을 기록할 양피지의 첫줄에 와이퍼로는 유리창에 달라붙는 이물질 제거가 감당 안됨이라고 기입했다.



"저기 얘들아? 이거 페달이 3개나 있는데 뭐 눌러야 해?"


"안쪽의 2개는 상반신과 하반신의 출력 조절 페달이고 맨 오른쪽에 동떨어진 자리에 있는 게 브레이크 입니다. 원래 그러면 안되지만 기술의 한계 때문에 양발 운전을 권장해야 한다는 게 비극이죠"



드모'우레스는 대장장이 여신답게 무작정 스틱과 레버와 페달을 밟는 대신 기능을 포이부스에게 질문했고 포이부스는 조종석 밑에 있는 페달의 기능들을 설명해주고 이번에는 드모'우레스가 묻기도 전에 레버와 스위치와 조이스틱들의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 이 2개의 레버는 상반신과 하반신의 회전을 담당합니다. 아래쪽 페달과 연동되어서 페달을 강하게 누르면 빠르게 돌아가고 페달을 떼고 있으면 느리고 세밀하게 움직입니다."


"이 조이스틱은?"


"꼬리 제어 장치입니다. 평상시에는 몸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지만 이걸 돌리면 꼬리치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기어는 건 자세 변경 장치입니다. 1단계 기어다니기, 2단계 4족 보행, 3단계 2족 보행 모드가 있습니다."


"그럼 이 초록색 버튼은?"



드모'우레스는 조종기 밑에 달린 크고 빨갛고 자물쇠가 달린 버튼과 달리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별로 위험해보이지도 않는 초록색의 큼직한 버튼을 가리키며 말했고 포이부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아, 그건 클락션입니다. 교통 혼잡상태에서 앞차가 자꾸 이상한 짓 할때 울리는 경적말입니다."


"엄청 쓸데없는 걸 다 달아놨구만"


"그거 설치할 시간에 무기를 하나 더 달아놓는 게 좋지 않아?"



불의 신과 사랑의 여신은 그런 거 달아놓을 시간에 무기를 더 만들어놔야하지 않았냐고 했지만 포이부스는 단호하게 주장하였다.



"앞차에 경고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이 동네에는 고속도로도 없고 길 막고 있어도 그냥 짓밟고 가면 되는데 굳이?"


"게다가 보통은 이런 거구의 로봇을 보면 다 도망가거나 피해주지 않아?"


"상대가 시각장애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단 한번 눌러보시면 생각이 바뀌실 겁니다."



포이부스의 한 번 눌러보라는 말에 이그니와 이난나는 영 못 미덥다는 얼굴로 드모'우레스를 바라보았고 드모'우레스는 기껏해야 빵빵 소리가 날 거라고 생각한 건지 별 생각없이 초록 버튼을 눌렀다.



끼에에에엥!!! 크르우우우웅!



그러나 로봇에서 나온 것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은 공룡의 포효였고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어서 살짝 귀를 막은 포이부스와 구야자와는 달리 신들은 엄청난 굉음 같은 포효에 얼이 빠져서 잠깐동안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얼얼한 표정이 되었다.



"클락션이 너무 요란한 거 같지 않아?"


"내 상상 이상으로 실력이 좋구나 포이부스"


"멋져!"



3명의 신들의 반응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드모'우레스는 굳이 공룡 울음소리로 해놨어야 하냐는 얼굴인 반면 이그니는 포이부스를 다시봤다는 표정이었고 이난나는 굉장히 마음에 든 표정이었다.

이난나는 자기도 한 번 눌러보겠다면서 메인 조종석 옆으로 왔고 드모'우레스는 사랑의 여신의 부탁에 결국 잠깐 자리를 비켜주었다.



끼에에에엥!


"오오! 이거 조종석은 방음처리 해놔서 조금 작게 들리는 거지?"


"예, 아마 콧구멍으로 생각되는 부분에 달아놓은 확성 마법 스피커 바로 앞에서 들으면 평범한 종족은 고막이 터져버릴 정도의 출력으로 해놨습니다. 그래야 클락션 소리가 멀리멀리 퍼지니까요."



이난나는 잠깐 버튼과 조이스틱들을 만지작거리다가 충동을 억제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다시 조종석에 앉은 드모'우레스는 포이부스의 보조를 받으며 천천히 로봇을 움직여보았다.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은 아주 천천히 눈밭을 2족 보행 모드로 걸어갔고 그렇게 3분동안 3걸음을 걷는 동안 한창 작업을 하던 구야자가 보고를 올렸다.



"방어막 조정 끝났습니다. 작동시킬까요?"



아직 걷는 것도 익숙치 않은데 뜬금없이 방어막을 키냐고 묻는 구야자의 말에 관측수 자리에 앉아있는 이그니가 망원경으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말했다.



"근처에 적도 없는데?"


"원래는 비나 눈에는 반응 안하게 해놨는데 눈발이 너무 심해서 눈도 차단하도록 조정했습니다."


"그럼 당장 켜"



눈발을 막아준다는 말에 신들은 만장일치로 작동을 결정하였고 구야자가 레버를 천천히 올리자 잠깐 창밖에서 스파크가 튀기더니 바람이 잦아들었다.

반경 30m를 감싸는 방어막이 형성되면서 바람을 차단한 것이었고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와 창을 때리던 눈폭탄 역시 거짓말처럼 멈춰버렸다.



"마력소모가 상상 이상으로 심합니다."


"출력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지?"


"5%입니다."


"겨우 5%?"



그 말을 들은 이그니와 이난나는 엔진 출력의 5% 정도만 투입하고 이 정도 전방위 방어막을 형성하면 남는 장사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구야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는 화살이나 투석기의 돌, 포탄 같은 투사체만 막는 능동형 방어체계식으로 작동할 때 소모되는 값이 1%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5배나 투입해야 한다는 건 큰 문제입니다."


"가끔은 그런 방어체계보다 그냥 무식한 떡장갑과 배리어가 답일 때도 있는 법이다."


"지금 겨우 눈발 막는다고 5%입니다. 진짜 전투에 나서면 10%도 넘게 소모될 겁니다. 그리고 사실 말이 10%지 우리가 만들어낸 엔진 출력의 10% 정도면 어지간한 대마법을 몇 번이나 쓸 수 있는 분량의 마력이란 말입니다. 이건 결코 적은 양이 아닙니다."



구야자는 이그니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였고 이난나는 2개 빼고 전부 봉인상태인 자기 자리의 보조무기들을 조종하는 레버와 스위치와 버튼과 조이스틱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들은 뭐야?"


"제일 왼쪽에 있는 버튼 달린 조이스틱은 지금 양쪽 어깨에 장착된 2연장 마력포 2문을 조종하는 장치입니다. 나머지는 아직 장착을 못해서 봉인해놨습니다."



이난나는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어깨에 달린 4연장 포가 진짜로 움직이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별로 재미없다는 듯이 조종간을 놓고 봉인처리가 안된 오른쪽의 빨간 버튼을 보며 말했다.



"제일 오른쪽에 있는 건?"


"적의 보병이 다리에 달라붙었을 때 처리할 용도로 달아놓은 마법의 화염을 다리 밑에 뿜어내는 버튼입니다. 지금 발 밑에 죄다 눈이랑 얼음이라 누르면 발판이 불안정해지니 누르지는 말..."


꾹!


"어, 미안"



포이부스의 설명을 다 듣지도 않고 버튼을 누른 이난나가 사과하기 무섭게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의 몸이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2개의 뒷다리에서 분사되는 마력의 화염이 발판 역할을 하고 있던 눈과 얼음을 녹여버리고 얼어붙어있던 수분을 잔뜩 머금은 땅까지 녹여서 발 밑을 뻘처럼 만든 것이다.


꼬리가 저절로 균형을 잡아주고 있지만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이 너무 무거운 탓에 물과 흙으로 분리되는 대신 갯벌 혹은 뻘처럼 되어버린 지반이 견디지 못했고 드모'우레스는 급히 기어를 변경해 2족보행 모드를 4족 보행 모드로 전환시켰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다리 4개와 꼬리가 땅에 닿는 순간 큰 충격이 닥쳐왔고 구야자는 순간 앉아있던 의자에서 1cm 정도 공중으로 붕 떴다가 다시 착석할 정도였다.

그래도 공룡은 뻘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4개의 다리와 1개의 꼬리로 균형을 잡았으나 문제가 생겼다.



"큰일났습니다! 펼쳐놓은 방어막이 지면을 깎으면서 흔들고 있습니다! 엔진의 출력 할당량이 계속 오릅니다! 12%... 15%... 21%!"



구야자는 눈을 막으려고 전개해놓은 방어막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지면을 깎아내고 있는 걸 발견해서 보고하였고 누군가가 방어막을 끄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지면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방어막과 지면이 반발을 일으키며 방어막의 갱신 주기만큼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출력 저하시켜!! 출력 저하! 방어막 내려!"



드모'우레스가 급히 지시를 내렸고 구야자는 그 와중에도 자신들이 정한 지침을 지켜 방어막의 출력을 결정하는 레버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방어막이 지면을 밀어내며 흔드는 간격이 길어지다가 마침내 방어막이 최소한으로 줄어들자 진동이 멎었고 포이부스와 구야자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보완점을 적어넣는 양피지에 기록을 하였다.



"역시 이론만으로는 안 돼. 테스트 안해보고 바로 투입했으면 어쩔 뻔했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일거리가 계속 늘어나는군요."



구야자와 포이부스는 투덜대며 다음부터는 방어막의 체계를 다른 걸로 바꾸던가 해야겠다고 중얼거렸지만 이난나는 오히려 잠깐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이거 잘만 쓰면 인공지진 일으킬 수 있는 무기로 써먹을 수 있지 않아? 다른 동력원이었다면 출력부족으로 파워 다운되거나 과부하로 터졌겠지만 신의 봉인을 쓴 거라 감당이 될 거 같은데"



이난나의 말에 이그니는 일리가 있다는 표정이었지만 포이부스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다 엔진 과부하되서 신들 풀려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그게 문제네"



역시 봉인된 신들이 풀려나는 건 큰 문제였고 인공지진 병기에 대한 건은 잠깐 뒤로 미뤄졌다.

그렇게 대략 2시간 정도 보행 및 보완점 탐색이 진행되었고 이그니와 이난나가 서로 무기 사용해보겠다고 다투다가 4연장 마력포와 입에 달린 마나 브레스 버튼을 잘못눌러서 멀쩡한 산 하나를 그대로 마력포로 관통시켜 버린 일이 있은 뒤 포이부스는 메인 파일럿인 드모'우레스에게 개선점을 물었고 드모'우레스는 조종하면서 느낀 불편점에 대해 말했다.



"조종계가 내 스피드를 못 따라오고 있어. 늘 반박자 정도 늦어."


"전기신호나 마력 신호를 받아 각 기관들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태엽과 기어와 금속으로 움직이는 물리적 방식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빛이나 번개의 속도와 달리 안전성과 신뢰성을 이유로 조종석에서 레버를 당기거나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거기에 맞물린 기어와 톱니와 태엽과 금속으로 된 선들이 움직여 로봇을 움직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기신호나 마력 신호보다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포이부스는 추후 마법이나 기술이 발전해서 신뢰성이 올라가면 현재의 조종방식과 달리 반응속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설명을 하고는 양피지를 가득 채운 수정사안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대강 당장 문제되는 점들은 다 알아낸 것 같으니 돌아가죠"


"오늘은 잘 놀았다. 다음에 보자"



그 말을 들은 신들은 바로 포이부스의 마력으로 강림한 화신체의 연결을 해제해서 달의 거점으로 돌아가버렸고 조종석에 남은 포이부스와 구야자는 잠깐 마도 공학 메카 공룡에서 내려 외장을 확인한 뒤 차원문을 열고 케트라 산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동동시 님 후원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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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눈물과 피로 씻는 손 #2 +17 20.06.12 1,378 55 12쪽
213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 +10 20.06.11 1,295 51 14쪽
»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6 +12 20.06.10 1,374 62 18쪽
211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5 +10 20.06.09 1,326 7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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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3 +15 20.05.29 1,485 62 12쪽
203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2 +10 20.05.28 1,455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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