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766,863
추천수 :
28,913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7.13 12:00
조회
1,300
추천
57
글자
16쪽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2

DUMMY

영험한 산 케트라의 꼭대기로부터 수직으로 파내려가 만들어진 지하감옥의 소란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 남매 간의 불화는 평소 같았으면 목소리와 함께 불이 뿜어져 나갔겠지만 드래곤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지하 감옥 덕택에 말싸움으로 그친 상태였다.



"나 배신할 생각 없다니까!"


"그런 놈이 손발 멀쩡한 상태로 소고기를 구워먹어? 일하다가 늙어서 도축된 소도 아니고 철저하게 고기용으로 길러진 서로 연령이 다른 고급 송아지 고기를 2마리 씩이나?"


"내가 저런 상태였으면 구분 못했을 텐데 대단하군."



직접 소고기를 먹은 즈메이보다 벽에 묶여있는 즈뮤 쪽이 구워지고 있는 고기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즈뮤의 말대로 이번에 포이부스와 즈메이가 같이 구워먹은 것은 생후 5개월을 조금 넘긴 어린 송아지와 생후 9개월을 넘겨 사료를 먹이며 키운 송아지 2마리 분량이었다.

태어난 후 우유만 먹어서 붉은빛이 덜한 어린 송아지와 어느 정도 커서 붉은빛이 올라온 2종류의 고기를 벽에 묶인 상태에서 분간할 정도로 즈뮤가 경험이 많다는 게 의외였던 포이부스가 감탄을 하는 걸 본 즈메이는 누나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깨닫고 황급히 변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거 따져가면서 고기 먹는 거 봤어? 난 그냥 주니까 먹었을 뿐이야."


"포로로 잡혀온 주제에 고급스러운 고기를 좋다고 받아먹은 시점에서 끝이잖아 멍청아! 인간 중에서 뻣대고 다니는 귀족 놈들도 그냥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거면 몰라도 불구대천의 원수가 주는 고기는 어지간해서는 안 먹는다고!"


"겨우 고기 좀 먹는 건데 인간들은 거기에 그렇게나 의미부여를 한다고?"



평소에 용들과 지낸 즈메이와 인간 사회에 녹아든 즈뮤는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그 사고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거기에 더불어 아직 그녀에게 주입된 불화의 신 알고로스의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다툼이 길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으아 진짜! 용이 말을 하면 좀 들어! 그러니까 니가 시집을 못 갔지!"


"뭐가 어쩌고저째? 운 좋은 줄 알아라 동생아. 내가 묶여있지만 않았으면 넌 이미 죽어있었을 거다."



즈메이는 처음에는 어떻게든 누나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즈뮤에게 비난을 듣다가 결국 인내심의 한계가 찾아와 인신공격을 시작했고 즈뮤는 거기에 반응해서 더 크게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왜 지하에서 고기 따윌 구워먹은 거냐? 너 때문에 내가 하던 작업이 실패로 돌아갔단 말이다!


"당연히 뇌물 먹일려고 그런 건데요."


-한 10분만 뒤에 했으면 저 암컷용도 넘어가고 삼두룡한테도 고기 먹이고 좋게좋게 끝났잖아!


"제가 에우레테 님께 축복받은 것도 아닌데 프레두스 님이 만든 악몽의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압니까? 저한테 중계라도 해주셨어야죠."


-끄응, 그건 그런데...



한편 포이부스는 포이부스대로 불화의 신 알고로스의 항의를 받고 있었다.

꿈과 꽃의 여신인 에우레테의 배려와 축복도 없이 악몽의 신인 프레두스의 영역에 감금된 즈뮤가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알겠냐고 항변하는 포이부스의 말에 알고로스는 그저 분을 삭혀야했다.


물론 알고로스는 모르고 있었지만 포이부스가 고기를 굽기 시작한 것은 이난나에게 소정의 대가를 받고 작정하고 훼방을 놓은 것이었기에 즈뮤가 넘어가기 직전에 고기 냄새가 풍긴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어쨌든 너희 둘 다 실패했으니 나의 턴이야!



이난나는 뒷공작이 성공해서 기뻐 날뛰는 걸 자제하면서 완벽한 연기를 하였고 프레두스와 알고로스는 어떻게하면 티내지 않고 이난나의 작업을 방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기 위해 이난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래서 어쩌려고?


-당연히 사랑의 여신답게 사랑의 포로로 만들거야!


-그러니까 뭐를 사랑하게 할 건데? 고기를 사랑하게 만들면 고기만 주면 아무한테나 붙는 박쥐가 되고, 저 삼두룡을 대상으로 삼으면 배신을 안하잖아? 설마 직접 강림하려고?



알고로스는 이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 즈뮤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 제대로 된 대상이 없다는 걸 지적하려고 했으나 이난나는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말했다.



-포이부스가 있는데 뭘 걱정해?



이난나의 태연한 X소리에 한순간 두 신과 제사장 모두가 할 말을 잃었고 포이부스는 두 드래곤들의 말싸움을 뒤로하고 이난나에게 말했다.



"여신님? 저 유부남인데요? 심지어 제 아내는 지금 임신 중인데요?"


-그래서 뭐? 고위 공직자가 첩 두는 게 뭐가 이상해?


"저는 중혼을 할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제가 여신님을 위해 일한 게 있는데 이러시는 법이 어디있습니까?"


-너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어떻게 신분 높은 사람이 배우자를 한 명만 둘 수 있지?



이 지하 감옥에서 서로 상식과 관념이 다른 건 안타깝게도 드래곤 남매뿐만이 아니었다.

이난나는 포이부스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포이부스는 반대로 이난나를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보았다.



-그럼 타협해서 애인 정도로 하자.


"사람을 뭘로 보시는 겁니까?"



포이부스 입장에서는 갑자기 죽어라 싸워대던 상대가 세뇌되어서 자기 좋다고 달려들어도 상당히 곤란하였다.

아내와 자식들은 물론이고 낯뜨거워서 부하들 앞에서 고개 들고 다닐 수 없을 텐데 지금 사랑의 여신은 감당하기 힘든 짐을 떠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결혼해서 처로 두는 것도 아니고, 첩으로 두는 것도 아닌 그냥 애인관계도 안돼? 너 왜 이렇게 편협하니? 설마 먹을 것과 결혼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거야?


"쟤네 귀에 안들린다고 너무 막말하시는 것 아닙니까?"



포이부스는 자신이 그녀를 위해 일해준 게 있는데 이난나가 너무한다고 생각하면서 대꾸했고 이난나는 포이부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게 아니면 어떻게든 대충 이득의 과실은 자신이 먹고 부담은 포이부스에게 떠넘길 방도를 고민하느라 말이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 일단 말이라도 들어보자"



신과 인간, 드래곤과 드래곤이 서로 문화적 충돌을 겪으면서 의미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던 시간은 즈뮤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면서 일단락 되었다.

즈메이와 즈뮤는 다툼을 멈추고 포이부스 쪽을 바라보았고 포이부스 역시 잠깐 이난나와 말싸움을 하던 걸 멈추고 즈뮤와 즈메이 남매 쪽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뭘 원하는 거야?"


"약간의 협조다. 동족을 사냥하라거나, 동포의 비밀을 털어놓으라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 어때?"



포이부스는 이미 이 고룡 남매를 영입하면 뭘 할지 다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제 아무리 협박이나 세뇌를 하더라도 고룡을 상대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전에 아틀란 대륙의 메자이야 지방에서 맞붙었을 때 마법에 능한 고룡이 없었으니 아마 아틀란 대륙에 상륙하기 전에 갈라진 다른 용 패거리에 마법에 능한 고룡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신의 힘으로 세뇌를 하더라도 상대는 고룡이니 아주 잠깐동안이라도 해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용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 남매를 출격시키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그렇기에 포이부스는 이 남매를 레무 대륙으로 보내 오크들을 상대하게 하려고 하였다.

이 고룡 남매라면 마력 결속 해제 결계로 무장한 공중 함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이고 함대를 봉쇄하면 오크 기사단의 기동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크나시아까지 화가 닥칠 위험이 급격이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오크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이나 포이부스 둘 중 하나가 레무 대륙으로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되고 있지만 이 둘이 대신 레무 대륙에 투입된다면 전력을 아틀란 대륙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된다.

오크가 날뛰는 레무 대륙 쪽이 안정화되면 사태 수습을 위해 투입된 병력을 아틀란 대륙으로 돌려서 아틀란 대륙의 유리한 현재 전황을 유지시킬 수 있다.

현재의 상태만 유지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 궤도폭격을 날릴 일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비장의 수단인 궤도폭격 플랫폼을 하로나스의 만신전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신들에게 들키지 않게 된다.


지금 이 고룡 남매를 제대로 영입할 수만 있다면 하로나스의 만신전 세력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신을 잃은 우리에게 한 약속이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있지?"



하지만 고룡 남매는 여전히 포이부스의 포이부스의 뒤에 있는 신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무리도 아닌 것이 몇몇 신을 제외하면 만신전에 소속된 신들 대부분이 포이부스조차 질겁할 정도로 믿지 못할 천하의 악신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어떻게든 고룡 남매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난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당신은 지키더라도 신들이 지키지 않는다면? 당신 부하들은?"


"신들은 몰라도 밑에 놈들이 내 얼굴에 먹칠을 하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신들이 폭주하면 막아줄 수 없단 소리군."



포이부스는 굳이 직접 언급하는 걸 회피했지만 고룡 남매는 포이부스의 권한 정도로는 신들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재확인하였고 포이부스는 이 광경을 지켜보는 신들에게 빨리 나서보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신들은 신들 나름대로 여유가 없었다.



-이거 놔! 지금이 기회인데!


-진정해라 이난나, 지금 포이부스가 제대로 설득 중이지 않냐.


-크하하하! 알고로스 말이 맞아! 일이 잘 풀리고 있는데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



지금 신들의 영역에서는 즈뮤가 눈을 뜨고 포이부스를 바라보는 타이밍에 세뇌를 시도하려고 했던 이난나를 알고로스와 프레두스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난나는 계속해서 '내 공룡 로봇 개조 권한이!'라는 소리를 외쳤으나 다른 두 악신의 개입으로 가로막혀 현실에 개입하지 못했고 그 동안 즈뮤가 포이부스에게 물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시킬 생각이야?"


"신들의 관할 지역 중 하나인 레무 대륙의 사태 수습이다. 오크들이 조금 날뛰고 있어서 말이지."


"오크? 당신들도 꽤 여유가 없나보네? 겨우 그런 것들 상대하기 위해 우리를 영입하려는 걸 보면."



고룡들은 겨우 오크 따위에 고전하고 있다는 말에 하로나스의 만신전 세력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포이부스는 되려 진지한 얼굴로 즈뮤와 즈메이 남매에게 말했다.



"오크를 너무 무시하는군. 그놈들을 얕보다가는 큰 코 다칠 거다."


"그 장사치 종족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나보지?"



아무래도 오래 살아온 고룡인 즈뮤조차 제2시대 막바지에 출현한 그 당시의 오크를 만난 적은 없는지 오크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포이부스는 아직까지도 종종 꿈속에 나타나는 오크 족장 코코코를 떠올리면서 고룡 남매에게 말했다.



"본성이라는 건 쉽게 버릴 수 없는 법이다. 지금은 무역과 상업으로 크게 번성했지만 본래 오크족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탄생했는지를 생각하면 그놈들을 무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일이지."



바람의 신이 개입하지 못한 2천년 동안 오크들은 상업을 발전시키며 종족 자체에 능숙한 장사꾼 이미지가 씌워졌지만 그들은 본래 정복 위주 문명으로 출발한 이들이었다.

그들을 이끄는 바람의 신 발라테아가 돌아왔고 그들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과 물자를 소모하며 급격히 군사대국화 되었다.


혼자서 3개 국가를 상대할 정도로 여유가 넘치는 금력을 과시하는 그들을 무시하는 건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크를 무시하는 그 어리석음이 협상에 도움이 되었다.



"겨우 오크 따위를 상대하고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주겠어."



즈메이는 고기를 얻어먹은 것도 있고 생각보다 쉬운 일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수락했고 즈뮤 역시 오크를 상대하는 것 정도는 아주 쉽다는 표정이었지만 그걸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은 상태였다.



"풀려나는 건 한 명 뿐이다. 나머지 하나는 인질로서 이곳에 있다가 오크가 정리되면 그때 해방시켜주겠다."



포이부스는 일단 남매 중 한 명만 풀어줄 생각이었다.

일단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인데다 둘 다 풀어줬다가 레무 대륙에서 탈출해서 아틀란 대륙으로 향하면 현재의 우방국인 뉘른 왕국의 서부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똑똑한 즈뮤는 그 말을 듣고 포이부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세 알아차리고 말했다.



"오크를 정리하고 아틀란 대륙의 사태를 수습한 뒤라면 우리를 풀어줘도 상관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지?"


"그것도 있지."



동족들이 정리당할 때까지 얌전히 다른 곳에 있으라는 말을 돌려말한 것과 다름 없었고 그 말에 즈메이는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을 했으나 즈뮤는 협상 조건이 꽤나 후하다고 생각하면서 포이부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생각하는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슬슬 두 악신이 이난나를 막아주는 게 한계에 이르렀다는 걸 귀로 듣고 있었기에 남매가 서로 상의해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일방적인 통보를 하였다.



"남동생 쪽이 나가라. 누나 쪽은 인질이 되어줘야겠다."


"...."


"알았다."



즈메이는 누나에게 괜찮냐는 시선을 보냈고 즈뮤는 잠깐 고민하다가 수락하였다.



"언제 가지?"


"지금 당장."



같은 드래곤들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도, 동족과 싸우는 것도 아닌 오크를 상대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해주겠다는 얼굴로 포이부스에게 질문을 한 즈메이를 향해 포이부스는 미리 준비해온 뷔토스의 지팡이와 소피아의 천궁도를 꺼내 차원문을 형성하였고 그걸 본 즈뮤와 즈메이는 포이부스의 세력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병력을 전개시켰는지 깨달았다.



"믿음의 징표로 여겨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가 배신하지 않았는데도 이 사실을 누군가한테 까발리면 너희 종족의 둥지들을 전부 불태워버릴 테니 그럴 줄 알아라."


"인질이 있는데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오크 놈들을 금방 쓸어버릴 테니 누나를 풀어줄 준비나 해."



즈메이는 포이부스가 또 다시 손짓을 하자 자신에게 걸린 저주에 가까운 마법과 디버프들이 해제되는 걸 느끼며 포이부스에게 대담한 발언을 하면서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관제소 인원들에게 고룡 즈메이가 아군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군에 통보하는 걸 부탁드립니다."


-알았다.



포이부스의 말에 프레두스가 대답했고 프레두스가 떠나간 뒤 알고로스가 이난나를 놀리는 소리가 포이부스의 귓가에 들려왔다.



-케헤헤헤헤! 이거 아쉽게 되어서 어쩌냐 이난나? 포이부스가 설득했으니 이번 내기는 무효야 무효!



알고로스는 지금까지 포이부스가 그와 함께하면서 들은 웃음소리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사랑의 여신을 놀렸고 사랑의 여신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니들이 날 붙잡아서 그런 거잖아! 이러는 법이 어디있어!


-니드리 자바서 그러차~


푸걱!



알고로스는 이난나 여신의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놀려댔으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들려온 살점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에 목소리가 끊어졌다.

알고로스는 더 이상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게 되었고 포이부스는 포이부스는 불길한 기분을 가지고 이난나를 불렀다.



"이난나 님?"



하지만 여신은 응답이 없었다.

그저 여전히 분노로 떨리는 주먹이 내는 공진음만 들려올 뿐이었고 포이부스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다른 신들을 부르려고 했을 때 그제야 분노로 가득한 이난나 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질은 역시 말을 잘 듣는 편이 좋겠지? 거기다 동맹관계가 되면 더 좋고 말이야!



그 순간 어두컴컴한 지하감옥에 한줄기의 빛이 떨어져내렸다.

그 빛은 묶여있는 고룡 즈뮤에게 쏟아져내렸고 포이부스는 공포에 질린 즈뮤와 시선이 마주쳤다.

인간과 용 모두의 눈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장난감 상자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장난감과 다를 바가 없는 그들에게는 주인들에게 저항할 힘이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0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6 +19 20.08.04 1,218 62 17쪽
229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5 +10 20.08.03 1,191 54 21쪽
228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4 +10 20.07.28 1,312 50 12쪽
227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3 +9 20.07.27 1,254 70 16쪽
226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2 +14 20.07.20 1,411 57 16쪽
225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1 +7 20.07.16 1,263 56 12쪽
»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2 +17 20.07.13 1,301 57 16쪽
223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1 +19 20.07.08 1,402 67 18쪽
222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0 +13 20.07.07 1,297 59 20쪽
221 눈물과 피로 씻는 손 #9 +11 20.07.02 1,434 53 11쪽
220 눈물과 피로 씻는 손 #8 +14 20.06.29 1,534 70 20쪽
219 눈물과 피로 씻는 손 #7 +12 20.06.26 1,486 64 13쪽
218 눈물과 피로 씻는 손 #6 +15 20.06.23 1,359 56 15쪽
217 눈물과 피로 씻는 손 #5 +11 20.06.22 1,316 61 19쪽
216 눈물과 피로 씻는 손 #4 +13 20.06.17 1,397 55 14쪽
215 눈물과 피로 씻는 손 #3 +15 20.06.15 1,395 59 23쪽
214 눈물과 피로 씻는 손 #2 +17 20.06.12 1,379 55 12쪽
213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 +10 20.06.11 1,297 51 14쪽
212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6 +12 20.06.10 1,375 62 18쪽
211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5 +10 20.06.09 1,327 71 12쪽
210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4 +6 20.06.08 1,438 63 17쪽
209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3 +23 20.06.05 1,506 57 17쪽
208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2 +15 20.06.04 1,373 57 14쪽
207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1 +6 20.06.03 1,472 54 12쪽
206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5 +10 20.06.02 1,411 57 14쪽
205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4 +18 20.06.01 1,452 66 16쪽
204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3 +15 20.05.29 1,485 62 12쪽
203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2 +10 20.05.28 1,455 68 12쪽
202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1 +15 20.05.27 1,804 62 11쪽
201 죽음을 파는 자 #7 +15 20.05.26 1,445 6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