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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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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최근연재일 :
2021.03.04 14:24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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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884
추천수 :
28,913
글자수 :
2,157,900

작성
20.06.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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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5
추천
59
글자
23쪽

눈물과 피로 씻는 손 #3

DUMMY

레헴 왕국의 북서쪽 지방인 메자이야 지역은 수많은 광산들이 있으나 전쟁으로 레헴에 편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개발이 덜 된 상태였다.

그런 메자이야 지방에 엘프 군대가 주둔하게 된지 몇 개월이 지났으나 전쟁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전쟁은 격화되기만 하였다.


레헴에게 빼앗긴 메자이야의 광산들을 되찾으려는 미나스 왕국의 노력들은 엘프들에 의해 차단되었고 미나스 왕국이 병력을 늘릴수록 엘프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보급품과 병력은 전부 차원문을 통해 전달되고 있으나 눈속임을 위해 종종 보스포루스에서 병력과 물자를 배에 실은 뒤 메자이야 지방의 해안으로 전송하였기에 미나스 왕국은 아직까지도 해안을 통해 병력과 물자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나스 왕국은 해상봉쇄도 시도해보고 해안가에 병력들을 침투시키려고 했지만 아예 공간을 넘어서 전송되는 물건들을 막는 게 가능할 리가 없었고 엘프들은 되려 해상의 보급로를 지키기 위해 해안가에 마법의 탄환을 쏴대는 포가 배치된 성들을 쌓고, 물자를 수송하고 남은 배들로 미나스 왕국과 해전을 치르면서 되려 역으로 격파되었다.


그날은 미나스 왕국군은 수비를 뚫지못해 전전긍긍하고 여러 승전으로 들떠있던 엘프 진영은 평소와 달리 묘하게 침착한 분위기가 감돌던 날이었다.

임시로 만든 부두가 있는 해안가의 성벽 위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케트라 레기온의 엘프 병사 중 하나가 수평선 너머에서 뭔가를 발견하였고 금세 성벽 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처음에는 작은 점이었지만 그 점들은 수십 개로 늘어났고, 엘프들 중에서 눈이 좋은 자들은 그 점들이 거대하고 꾸물거리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땡땡땡땡땡!



긴급 사태를 알리는 종소리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미 저 멀리 점처럼 보이던 형체들이 평범한 엘프들의 눈으로도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만큼 가까워진 상태였다.

엘프들은 분주하고 급박하게 움직이며 성벽 위의 마도포를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엘프들은 자신들이 적을 인지하기 전에 적이 이미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부허어어어엉!"



사람은 갑자기 눈앞에 뭔가 날아들거나 했을 때 몸이 재빨리 반응해 그걸 피하려고 하거나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용들의 포효는 제 아무리 숙련된 병사라고 할지라도 강제로 몸이 굳어지고 마음이 혼탁해지도록 만드는 마력이 깃든 외침이기에 성벽 위에서 마력포를 준비하던 엘프들은 한순간 두려움에 몸이 굳어졌다.



투쾅!



용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마력포가 있는 성벽을 발톱으로 할퀴며 지나갔다.

용들의 발톱에 직격하지는 않았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파괴된 성벽과 마력포의 파편에 얻어맞은 갑옷 입은 병사들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날아갔고 용들 중 뱀을 닮은 용들은 하늘 위에서 빙빙 돌고,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용들은 성 안으로 착지하였다.



"퇴각! 퇴각!"



엘프들은 갑작스러운 습격에 다들 당황하고 있었지만 지휘관들은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지휘관들은 마치 용이 올 줄 알았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두렵다고 표정으로 대신 말하고 있었지만 분노에 찬 가뭄을 부르는 고룡 브리트라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죽여라! 전부 죽여라!"



자신들의 신을 잃고 창조신이 내려준 통역과 번역의 가호를 잃어 그저 분노와 증오로 찬 울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포효를 내지른 브리트라의 외침에 뱀을 닮은 하늘을 나는 용들이 일제히 브레스를 쏴댔다.

대다수는 불꽃을 내뱉었지만 몇몇 용들은 물을 쏴댔고 어느 쪽이든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퇴각! 퇴각! 요새는 포기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붕! 부우우우웅!



성을 담당하고 있던 지휘관은 방패를 들고 막아보려던 병사들이 우수수 쓸려나가는 걸 보고 남은 병사들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섰다.

미리 도망칠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병사들은 미리 비워져 있던 퇴로를 통해 전속력으로 뛰쳐나갔고 지휘관 근처에 있던 말을 탄 병사들은 계속 뿔나팔을 불어대며 도망쳤고 그 뒤를 따르는 말이 없는 병사들 일부는 들고 있던 무기까지 버렸다.



"추격하라!"



그 모습에 브리트라와 대다수의 용들은 엘프들의 뒤를 쫓았지만 폴리모프 상태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고룡 즈뮤는 브리트라의 뒤를 따라가려던 동생 삼두룡 즈메이의 거체를 손으로 잡고 막아섰다.



"왜 그래 누나?"


"저 뿔나팔, 경고가 아니라 집결 신호인데?"



그림자의 신으로부터 그 어떠한 종족으로도 변할 수 있는 폴리모프 능력을 부여받은 즈뮤는 오랜 세월 인간 사회에 섞인 채 살아왔기에 용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인간을 잘 알고 있었다.

신들의 개입이 없는 지난 2천년 동안 여러 경험을 해온 즈뮤는 기수들이 도망치며 부는 뿔나팔의 패턴이 경고나 긴급사태를 알리는 신호가 아니라 오래 전에 엘프들이 사용한 집결을 알리는 신호라는 걸 알아보았다.



"당연히 우리들이 나타났는데 지원 요청을 하는 게 정상 아니야? 갑자기 왜 이렇게 겁이 많아졌어?"



즈메이는 3개의 머리로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면서 걱정 많은 누나를 놀리려고 했지만 누나 쪽은 화를 내는 대신 미심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너, 보통 인간이나 엘프들이 우리가 나타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


"죽이려고 하잖아?"



즈메이는 뭘 당연한 말을 하는 거냐면서 대숙청 사태 이후 라시아 대륙에서 살아가면서 마주친 인간들이 보였던 반응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즈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눈을 굴려 주변 언덕이나 평야에 뭐가 없나 살피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살고 있는 곳까지 찾아온 놈들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꿈꾸는 미친 놈들이라 그런 거고 내가 말하는 건 평범한 놈들 말이야."


"도망치지 않나?"


"그래, 도망치지. 평범한 종족들은 더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여럿이 뭉쳐서 군대를 형성하지. 하지만 그런 군대에게조차 우리 일족들은 감당이 안되는 존재야. 그래서 놈들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지 않는 이상 우리 일족을 보면 보통 경고 신호를 보내면서 전부 달아나라고 동료들에게 알린다고."



즈뮤는 지금까지 인간들 사이에서 섞여서 생활하면서 가끔 자신의 기척을 느낀 동포가 출현했을 때 인간들이 보인 반응을 떠올리며 말했다.

백 단위의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은 동포를 보고 공포에 떨고, 천 단위의 군대의 지휘관조차 그들의 동포가 난폭하게 나오지 않기를 빌며, 만 단위의 군대 정도가 되어서야 두려움 대신 짜증과 욕설을 내뱉으며 지원요청을 하였다.



"그럼 우릴 상대할 만한 전력이 근처에 있다 그 말이야?"


피유우우웅! 콰앙!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언덕과 평야가 혼재한 메자이야 지역 곳곳에서 긴 불꽃의 꼬리를 지닌 폭발 마법이 발사되어 먼저 나선 브리트라의 무리를 향해 쏟아져내렸다.

즈뮤는 남동생의 머리 위에 다시 올라타서 위로 올라가라 말했고 하늘로 떠오른 즈메이의 머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즈뮤는 요충지 곳곳에 배치된 마력포와 작은 성채들과 방어시설들을 보고 혀를 찼다.



"칫, 아무래도 올 곳을 잘못 정한 거 같은데? 이 동네 요새화가 너무 되었잖아! 하나하나 박살내다가는 하루를 꼬박 지새게 생겼어."



언덕과 성채들에 배치된 마법사들과 큼직한 마력석을 연료로 삼아 마력포를 쏴대는 엘프 군대는 신호를 받고 위장용 식물들을 걷어내고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심지어 너무 많이 여기저기 퍼져있었기에 한창 포격을 얻어맞고 있는 브리트라는 물론이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즈뮤 일행조차 어디가 수뇌부인지 파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참수 전략으로 지휘관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안되고 하루 종일 이 메자이야 지역에 흩어진 엘프 방어병력을 쓸어버리는 건 고된 작업일 게 뻔했다.

브리트라는 잠깐 어딜 먼저 공격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계속 자신의 비늘을 두들기는 마력탄에 화를 벌컥내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포진지를 급습하였고 즈메이는 누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판단을 요구하는 여섯 개의 눈빛을 보냈다.


즈메이의 3개의 머리 중에서 중앙 머리 위에 올라타 있는 즈뮤는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뺨을 긁적거리다가 자신의 양옆에 다가와 있는 동생의 왼쪽과 오른쪽 머리에게 말했다.



"사실 우리는 아르드바르에게 딱히 큰 원한은 없잖아? 브리트라 녀석이 생고생하는 걸 구경만 해도 될 거 같은데"


"마자타브 아저씨가 살해당한 거 잊었어?"


"그 아저씨는 내 비늘이 말랑말랑했을 때 꼬리로 내 등짝을 때려서 비늘 갈라지게 한 원한 때문에 되려 고소하던데"


"다른 애들은 아니야. 나도 그렇고."



즈뮤와 즈메이의 대화를 뒤에서 듣고 있던 몇몇 쌍두룡들이 쉭쉭 거리는 소리를 내며 즈뮤에게 항의했다.

항의하는 것은 다두룡들 중에서 유일하게 대교황에게 살해당한 마자타브의 혈족들과 그 일가친척들이었고 즈뮤는 요새화가 된 메자이야 지방을 힐끔보고는 저런 곳에는 들어가기 싫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던가. 난 저런 거 하나하나 철거하는데 힘 쓰고 싶지는 않아."



즈뮤는 보기만해도 토나온다는 듯이 제스처를 취하고는 요새화된 메자이야 지방에서 손떼겠다는 듯이 동생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렸다.

상공 수십 미터에서 곧바로 추락한 즈뮤는 방금 막 브리트라 일당이 박살낸 요새 위에 사뿐하게 착지하였고 근처의 박살난 성벽 잔해들을 염동 마법으로 끌어와 메자이야 지방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의자를 만들었다.


즈메이는 누나가 요새화된 진지들을 철거하는 걸 귀찮아하면서 빠졌지만 나름 살해당한 마자타브에게 얻어먹은 게 있는지 적극적으로 쌍두룡들을 이끌고 요새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머리 여럿 달린 용들이 나서기 시작하자 하늘을 날아다니기만 하던 뱀을 닮은 용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 착륙해 공격을 개시했다.


요새와 포진지와 참호에 분산배치된 엘프들은 방금 전까지 하늘 위에 떠 있던 큼직한 표적들이 지상에 착륙해서 그 육중한 몸으로 자신들을 짓밟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용들의 공격에 격렬하게 저항하였다.

용의 발톱에 몸이 찢겨나가고, 어금니에 씹혀 토막나는 와중에도 엘프들은 계속 저항하였다.


만약 미나스 왕국군이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면 이 순간을 노려 공격을 개시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용들과 미나스 왕국은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용들의 진격속도는 더뎠다.



부우웅! 붕! 부붕!


두두두두둥!



한창 수십 분 동안 학살과 파괴를 이어가던 용들이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것을 깨달은 것은 요새들에서 계속해서 발산하는 집결의 뿔나팔 소리에 화답하는 지평선 너머로부터 들려오는 북과 뿔나팔 소리를 듣고나서였다.

브리트라와 3마리의 뱀 모양 고룡들은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고개를 들어 북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본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저게 뭐지?"


"누구야 저건?"


쿵! 위잉! 쿵! 위잉! 쿵! 위잉!



그들이 본 것은 다름 아닌 주변에 완전 무장한 엘프 기사단을 거느린 새하얀 은빛의 용과 그 옆에서 우뚝 서 있는 회색빛 금속의 용이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그 모습에 한순간 학살하는 용들과 학살당하는 엘프들조차 싸움을 멈추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집단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끼에에에엥!!! 크르우우우웅!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도색되지 않은 회색빛 금속의 몸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금속으로 된 두 발로 걸어오고 있는 용은 입에서 포효를 내지르며 고개를 흔들었고 용들은 그 소리를 듣고 굳어져버렸다.



"앞에 가는데 방해되니까 비켜달라고?"


"뭐야 저 녀석? 성량만 크지 목소리는 앳된데 대체 뉘집 애야?"



용들은 용들의 언어로 비켜달라고 말하고 있는 기계룡을 보고 당황해서 어찌해야 할 줄 몰라 서로를 바라보았고 연장자인 브리트라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저놈들이 누구든 지금 적인 엘프와 함께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봐주지마!"


"크오오오오!"


"끼에에에엥!!! 크르우우우웅!"


지이이잉!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요새를 부수고 있던 삼두룡 즈메이와 그를 따르는 쌍두룡들이 본 광경은 은룡과 기계룡이 입에서 포효를 내뱉고는 엄청난 마력과 신성력이 담긴 브레스를 브리트라와 그 부하들을 향해 쏘고, 옆에 있던 엘프 기사단이 브리트라 일행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었다.


브리트라와 3마리의 고룡들은 그 공격을 브레스로 맞받아치려고 했지만 브리트라의 브레스는 기계룡의 브레스에 그대로 짓눌려 밀려났고 브리트라는 급히 브레스를 끊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반면 은룡이 쏜 브레스를 똑같이 브레스로 맞받아친 3마리의 뱀 형태 고룡들의 브레스는 되려 은룡의 브레스를 밀어내고 은룡을 날려버렸다.



"거기 너! 목소리를 들어보니 어린애인 것 같은데 넌 누구 아들이고 왜 원수의 부하들과 함께 하는 것이냐?"



브리트라는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일단 용들의 언어로 말한 기계룡을 향해 외쳤고 그때 위에서부터 갑작스레 엄청난 마력과 신성력이 느껴지며 기계룡을 대신한 대답이 들려왔다.



"저 목소리의 주인은 뮤 대륙 북부에 살고 있던 스노우 드래곤이다."


서걱!


"캬아오오오오!"



전조도 없이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자는 거대한 흰색 도끼를 휘둘러 브리트라의 몸통을 찢어놓았고 브리트라는 피와 몸 속에 담아놨던 물을 흘리며 비틀거리며 추락하였다.

보통 생명체였다면 그것만으로도 목숨이 경각에 달할 치명상이었지만 브리트라는 제1시대 후반부에 태어난 고룡답게 추락해서 땅에 처박힌 상태로 금방 출혈이 멎었고 출혈이 멈췄으니 상처가 아무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목소리만 녹음해서 틀어주는 건데 생각보다 잘 먹히는구만"



그런 브리트라의 옆에 착지한 것은 다름 아닌 붉은 사자 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남자였다.

그 자는 먼저 지상에 착지한 뒤 자신이 도끼로 베어버려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옆에 추락한 고룡 브리트라를 바라보았고 브리트라는 적의 존재를 인지한 순간 즉시 말 대신 브레스를 상대를 향해 뿜어냈다.



"아르드바르! 아르드바르!"


"내 이름은 그게 아니야."


화르륵!



용들이 브리트라를 베어버린 자의 이름을 외쳤지만 그는 브레스에 삼켜진 채 몸에서 불꽃을 피워내며 용들만큼이나 거대한 악마의 형상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브리트라는 몸을 구불구불 움직이며 화염의 악마로부터 거리를 벌렸고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피가 튀겼다.



"동생의 원수!"


구구구궁!!



브리트라는 자신을 벤 상대가 원수라는 걸 깨닫자마자 그림자의 신으로부터 받아 제2시대에 그림자의 신이 떠났을 때 잃어버렸다가 끝없는 수련 끝에 제3시대에 다시 되찾은 권능을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브리트라의 검은 비늘 주변의 공간이 요동치더니 지상과 하늘 전부의 수분이 빨려들어갔다.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이 줄어들다가 사라지고, 요새화 되었지만 풀이 자라나 있던 언덕이 한순간에 수분을 잃고 쩍쩍 갈라지고, 땅에 흐르던 살해된 엘프들의 피가 한순간에 말라비틀어져 검은 딱지로 변하고, 아직 용들을 상대로 저항하던 살아있는 엘프들이 한순간에 바싹 마른 미라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불의 악마화 주문으로 불로 된 피를 지니게 된 포이부스는 사슬로 연결된 양날도끼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동생?"


"네놈이 제2시대 끝무렵에 잡아먹은 내 동생 트리쉬라스의 원한을 여기서 갚겠다!"



브리트라는 자신이 되찾은 가뭄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 포이부스에게 역으로 물의 브레스를 내뿜었다.

3마리의 뱀 형태의 고룡들이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돕기 위해 날아왔지만 3마리 전부 기계 육신의 공룡에게 막혀버렸다.


마도 공학의 정수 그 자체인 마도 공학 메카 공룡은 신의 봉인 2개에서 나오는 마력과 신성력으로 거대한 배리어를 형성해 3마리의 뱀 형태 고룡을 가로막고 근거리에서 포격을 개시하며 발톱을 휘둘렀고 고룡들은 그 압도적인 파워에 끝내 밀려나버렸다.


나머지 더 젊은 뱀 형태의 용들은 증원된 엘프 기사단과 그 사이에 섞여있는 크나시아의 학파장들과 갑자기 땅에서 솟아오른 나무줄기들에게 저지되었고 쌍두룡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거동이 자유로운 것은 삼두룡 즈메이와 저 멀리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즈뮤 뿐이었고 즈메이가 움직이려고 할 때 아까 브레스를 쏴대던 은빛 용이 거대한 늑대, 거대한 멧돼지와 검은 코카트리스 2마리를 대동하고 즈메이의 앞에 섰다.

즈메이는 3천년도 안 묵은 젊은 은룡이 자신을 가로막는 걸 보고 3개의 머리를 뱀이 위협을 하는 것처럼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외쳤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누구의 자식인지,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동족을 잡아먹는 괴물 편에 붙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킁!"



즈메이의 말에 은룡은 대놓고 콧방귀를 뀌면서 브리트라 쪽을 가리켰고 즈메이가 본 것은 가뭄의 권능과 드래곤 본연의 힘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동원하고 있음에도 목을 잡힌 채 도끼에 난도질 당하고 있는 브리트라였다.

브리트라는 원수를 갚겠다고 나섰지만 지금 그의 행동은 어떤가?

즈메이가 보기에 그건 더 이상 동생의 죽음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기는 쪽에 붙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냐?"



즈메이는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내서 저항하고 있는 브리트라를 보며 비웃고 있는 은룡에게 물었고 은룡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럼 더는 대화는 필요없다 보겠다!"



고룡 즈메이가 브레멘 음악대와 맞부딪칠 떄 포이부스는 한창 고룡 브리트라를 잘게 다져놓고 있었다.

사냥의 신 루드라의 힘이 담긴 도끼가 수천 년도 넘는 세월을 견뎌온 고룡의 비늘을 부수고 단단한 고기를 갈라놓을 때마다 포이부스의 세번째 눈에서 루드라 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의 원한은 뒤로하고 루드라는 포이부스의 몸에 이식된 자신의 왼쪽 눈을 통해 사냥당하는 사냥감의 공포와 굴욕으로 물든 고룡을 보고 만족하고 있던 것이다.


엘프들은 아직 박살나지 않은 요새에서 지원 포격 날리고, 크나시아의 대마법사들이 던진 마법과 저주로 구성된 그물에 걸려 허우적대는 용들의 비늘에 마법이 걸린 할버드를 걸쳐서 무게를 늘리고 흡착 마법이 걸린 진흙을 묻힌 투창을 던져서 움직임을 봉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들은 선천적으로 강했기에 저항하며 팔라딘들이 이끄는 템플리 나이트들과 코카트리스 기병대를 초토화시켰지만 압도적인 물량차이에 점점 짓눌리기 시작하였다.

포이부스는 주변 전황을 살짝 살피고는 재생능력을 믿고 자신의 몸을 꼬리로 휘감으려다 되려 타버리고 있는 브리트라의 목을 움켜쥐고 말했다.



"너희는 나에게 복수할 권리가 있지. 다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내 동생을 토막쳐서 튀겨먹고는 이해한다고? 네놈의 혈관에 흐르는 건 피가 아니라 죄악과 포식한 희생자들의 살로 만들어진 기름 뿐이구나 아르드바르여! 네놈의 존재자체가 창조신의 실수이고 오점이다!"



브리트라는 목을 잡히고 포이부스를 휘감은 자신의 끝없이 재생하는 몸이 타들어가는 중에 포이부스의 말을 듣고 분노가 공포를 이겨 피를 토하면서 외쳤다.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용의 포효로 밖에 들리지 않았겠지만 포이부스의 귀에는 제대로 된 언어로 용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렸다.



"그러는 너희도 지성이 있는 누군가를 잡아먹고 다니지 않았더냐? 내가 처음 죽인 너희들의 동포는 내 친구들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나도 그 보복으로 그 녀석을 죽이고 먹었을 뿐이었다."



2천년 전, 드워프들의 고향 마추픽에서 벌어졌던 용에 의한 드워프 학살은 포이부스가 그림자의 신의 축복을 잃고 약해져 있던 마추픽의 용, 니드호그를 죽이고 살은 굽거나 튀겨먹고, 그 비늘과 뼈는 갑옷과 대검으로 만들면서 끝이났다.



"니드호그, 우리들의 둘째 형은 그저 성지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걸 먼저 침범한 건 네놈의 친구들이었어!"



용들 입장에서 그날은 용들의 차남 정도의 위치였던 니드호그의 고기를 먹고 맛들린 포이부스가 용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끔찍한 사건의 시작이며 동시에 떠나버린 그림자의 신의 성지를 상실한 비통한 날이었다.



"걔네는 그래도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했는데 네놈의 형제가 말이 안 통한다고 냅다 죽이기 시작한 탓이다."


"그럼 니드호그를 죽인 것으로 끝을 냈어야지 왜 무고한 동포들을 학살한 거냐!"


"그 녀석들 중 일부는 근처에 간 것만으로도 날 공격했다는 걸 먼저 말해주고 싶군. 아, 네 동생이라는 거 혹시 그 뱀 닮은 공룡 말하는 거냐? 죽는 순간까지 '힘만 돌아왔어도 이겼을 텐데'라고 하던 그 녀석? 생각보다 맛 없더라."


"네놈은 절대 용서 못한다! 아르드바르!"



브리트라는 자신이 흡수한 수분과 물을 단번에 방출하였다.

제 아무리 강철이라 할지라도 찌그러질 수압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이 담긴 물이 방출되었으나 포이부스는 불의 신의 사도이며 동시에 물의 여신 하로나스의 총애를 받는 자였다.

타격은 경미하였고 포이부스의 몸에 붙은 불은 물의 폭풍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다.


포이부스는 이대로는 끝없이 말싸움만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한손으로 브리트라의 목을, 다른 손으로 사냥의 신의 도끼를 쥔채 단번에 목을 내리쳐 숨통을 끊어주려고 하였다.



뻐걱!


"윽!"


콱!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포이부스의 등짝에 강렬한 일격을 날려 포이부스는 브리트라를 놓쳐버렸고 뱀을 닮은 용은 포이부스가 자신의 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마자 날카로운 이빨로 포이부스의 목을 뜯어먹으려고 하였다.



"내 목은 개껌이 아니야!"


뻑!



하지만 포이부스는 자신의 목을 문 브리트라를 후려쳐서 저 멀리 날려버리고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포이부스와 비슷하게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피부를 지닌 검은 머리의 미녀가 자세를 잡고 맨손으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물러나 브리트라!"


뻐억!



포이부스는 단번에 상대의 정체를 깨닫고 날려보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등뒤를 덮치려는 브리트라를 고개도 돌리지 않고 주먹으로 쳐서 다시 한 번 저 멀리 날려보내며 말했다.



"인간이 아니라 용인가? 폴리모프 능력? 이건 또 처음보는군."


차르르륵!



일단 용이라는 걸 파악했기에 포이부스는 자비없이 여인을 향해 공허의 사슬로 연결된 사냥의 신의 도끼를 투척하였다.

하지만 여인은 점프해서 도끼를 피하고 불타는 악마 상태의 포이부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 6~7월동안은 약간 연재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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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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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6 +19 20.08.04 1,218 62 17쪽
229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5 +10 20.08.03 1,191 54 21쪽
228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4 +10 20.07.28 1,312 50 12쪽
227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3 +9 20.07.27 1,254 70 16쪽
226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2 +14 20.07.20 1,411 57 16쪽
225 불신의 이유, 선택의 끝 #1 +7 20.07.16 1,263 56 12쪽
224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2 +17 20.07.13 1,301 57 16쪽
223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1 +19 20.07.08 1,402 67 18쪽
222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0 +13 20.07.07 1,297 59 20쪽
221 눈물과 피로 씻는 손 #9 +11 20.07.02 1,434 53 11쪽
220 눈물과 피로 씻는 손 #8 +14 20.06.29 1,534 70 20쪽
219 눈물과 피로 씻는 손 #7 +12 20.06.26 1,486 64 13쪽
218 눈물과 피로 씻는 손 #6 +15 20.06.23 1,359 56 15쪽
217 눈물과 피로 씻는 손 #5 +11 20.06.22 1,316 61 19쪽
216 눈물과 피로 씻는 손 #4 +13 20.06.17 1,397 55 14쪽
» 눈물과 피로 씻는 손 #3 +15 20.06.15 1,396 59 23쪽
214 눈물과 피로 씻는 손 #2 +17 20.06.12 1,379 55 12쪽
213 눈물과 피로 씻는 손 #1 +10 20.06.11 1,297 51 14쪽
212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6 +12 20.06.10 1,375 62 18쪽
211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5 +10 20.06.09 1,327 71 12쪽
210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4 +6 20.06.08 1,438 63 17쪽
209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3 +23 20.06.05 1,506 57 17쪽
208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2 +15 20.06.04 1,373 57 14쪽
207 그들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1 +6 20.06.03 1,472 54 12쪽
206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5 +10 20.06.02 1,411 57 14쪽
205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4 +18 20.06.01 1,452 66 16쪽
204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3 +15 20.05.29 1,485 62 12쪽
203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2 +10 20.05.28 1,455 68 12쪽
202 에라스무스의 고생길 #1 +15 20.05.27 1,804 62 11쪽
201 죽음을 파는 자 #7 +15 20.05.26 1,445 6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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