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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굴림실패 님의 서재입니다.

치킨 없는 판타지에 구원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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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6굴림실패
작품등록일 :
2019.10.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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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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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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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균열의 심연 속에서 #5

DUMMY

지난 몇 년 동안 베링 지역의 차캼 거리에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이번 바람은 베링 역사상 2번째로 많은 변화를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맞는단 말이야."


"왜 그러십니까 단장님?"



아틀란 대륙에 준동하는 신들의 욕심으로 일어난 몇 년 동안의 전재으로 인해 무법지대인 베링 지역이 비교적 평범해보일 정도로 대륙 전체의 치안 수준이 떨어지고 일거리가 줄어든 탓인지 일확천금 혹은 틈새시장을 노리고 베링 지역으로 들어온 사람이 많아진 와중에 베링의 인구가 지금의 10분의 1도 안되던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던 구하카 용병단의 단장 베르송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쟤들, 그 한달 전에 나타나서 장사 시작한 에라소인가 에라스인가 하는 녀석 상단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그야 불확실한 어중이떠중이들의 기억을 토대로 은화를 지불해가면서 지도를 만드는데 당연히 수지타산이 안 맞아야 정상 아닙니까 단장?"



베르송의 말에 용병들은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단장에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베르송은 이 무식한 부하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것도 그렇지만... 약초꾼 녀석들이 푼돈 벌려고 지정된 상인 외의 사람들에게 팔아먹는 약초들은 그냥저냥 평범한 약에 쓰이는 약초들이야. 포션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약에 들어가는 고급 약초도 아닌데 저 정도 약을 만든다는 건 말도 안돼."



베르송은 그들이 팔고 있는 나무병에 담긴 약을 떠올리며 말했지만 용병들은 오히려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바로 회복되는 포션도 아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연고, 상처약, 지혈제 정도인데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십니까? 단장이 이렇게 걱정 많은 성격인지 몰랐네요."


"그럼 너희는 이런 평범한 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냐?"


"저희가 약제사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압니까?"



용병들은 뭘 그리 걱정하냐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단장 베르송은 심각한 얼굴로 얼마 전에 싸게 동전을 주고 구입한 약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이라는 건 그냥 약초를 빻아서 바르는 것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 약초의 여러가지 성분중 부정적인 성분은 걸러내고 좋은 성분만 추출해서 약으로 만들어야 제대로 된 약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그런 비싸고 효과좋은 약초가 아니라 이런 허접한 약초만 가지고 나쁜 성분을 다 걸러낸 제대로 된 약을 만들 수 있는 약제사를 고용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 것 같냐?"


"..."


"그런데 저 녀석의 약값에는 그 고용비용이 전혀 안 들어간 것 같단 말이지. 저 녀석들 약이 부작용을 일으켰거나 효과가 덜 나왔다고 투덜대는 놈 봤어?"



단장의 말을 듣고서야 용병들은 확실히 그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약이라는 건 마법사가 손을 대고 주문을 외워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손으로 재료를 엄선해서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특정한 공정을 거쳐서 만들기 때문에 늘 같은 퀄리티가 유지되기 힘들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약은 늘 일정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말은 약을 만드는 약제사의 솜씨가 뛰어나고 경험이 많아 실수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그런 약제사가 만든 약은 필히 평범한 약보다 비싸야 정상이었다.



"게다가 점원들과 외부와 내부를 오고가는 녀석들의 숫자가 너무 적어. 보통 이런 무법지대에 들어오는 상인들은 걱정이 되서라도 호위를 잔뜩 붙여놓을텐데 놈들은 대균열 안으로 들어가는 팀을 제외하고 늘 5명 미만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말은 안전한 루트를 알고 있거나, 물자를 옮기는 녀석들이 절대 늦어질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단 소리겠지."


"약의 경우는 워낙 저렴하다보니 기대치가 낮아서 불만이 없는 게 아닐까요 단장?"


"그럼 물자 운송에 동원되는 인원들이 최소로 움직이는 건?"



용병 중 하나가 단장을 안심시키려고 자신들의 착각이 아닌가 생각하며 이유를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단장의 말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쯤되면 제 아무리 가방끈 짧은 용병들이라도 그들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 보낸 자들일까요?"


"일단 미나스는 아닐 거다. 그리고 벨파스트 사람이라기에는 그쪽 문화나 관습에 맞지 않는 행동을 너무 자주해. 그렇다면 레헴이나 뉘른 둘 중 하나겠지."



미나스 왕국 출신으로서 벨파스트인와 여러 번 싸워본 베르송은 나름 그럴듯한 추측을 하였지만 그때 용병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엘프 비율이 좀 높던데 다른 대륙 첩보부 소속이 아닐까요?"


"전에 슬쩍 들었는데 엘프들은 고용된 용병이라고 한 걸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증거가 없으니 엘프들은 그냥 돈으로 고용되었다고 생각하자고."



그들이 처음 챠캄에 나타난 날, 술집에 있었던 용병이 술집 주인과 에라스가 대화하던 걸 떠올리며 말했고 다른 용병이 손가락으로 금액을 계산하면서 말했다.



"저런 실력있는 외국의 무리를 지속적으로 고용하면서도 전혀 잡음이 안 나올 정도의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집단이 일개 용병단이나 상단일 리가 없어. 저건 분명 어느 나라가 배후에 있는 거야."



이런 무법지대를 벌써 1개월 째인데 그들은 인원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었다.

이 무법지대에서는 힘이 최고의 가치이며 두번째는 머릿수인데 소수의 인원으로 움직이고 있는 그들을 습격해서 성공했다는 말이 들리는 무뢰한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는 이 정체모를 상단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들어왔거나 제대로 사전 파악 없이도 자신들에게 덤비는 자들을 깨부술 힘이 있거나 둘 중 하나였다.



"어느 대국의 지원을 받는 상단이 대균열 지도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건... 설마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베르송은 몇 년 전, 수많은 보물사냥꾼들과 어중이떠중이 용병단들이 챠캄에 몰려왔던 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챠캄에서 오랜 세월동안 활동하며 괴물들을 사냥하고 틈틈히 안으로 들어가는 멍청이들에게 호위료를 받아가며 살던 자신들이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보물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허나 그들 대부분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대균열 안에서 실종되거나, 챠캄의 밖에서 무법자들에게 살해되었고 보물에 대한 소문이 전 대륙에 도는 것치고는 강한 국력을 지닌 국가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건만 이제와서 저런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대균열 수다르샨의 보물에 대한 소문 자체는 몇 년 전부터 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건 좀 이상한데요?"


"어쩌면 소문이 사실이라는 증거를 찾은 것일지도 모르지."


"그럼 이건 우리 구하카 용병단 창설 이래 최고의 돈벌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단장!"



보물에 대한 소문이 돌기 전부터 이 챠캄을 근거지로 삼고 있던 구하카 용병단으로서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대균열의 보물은 그저 누군가가 멋대로 퍼트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건만 만약 보물이 진짜로 존재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대균열에 깊게 들어간 그들이야말로 보물에 가장 가까운 이들일 것이다.


허나 단장 베르송은 동시에 위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용병일을 하면서 위기의 순간에 느껴지는 코가 뻥 뚫리는 이 정체모를 시원한 냄새가 풍길 때마다 그는 달아났고 그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했건만 그의 감과 코가 이번 일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냄새로 말하고 있었다.

그 냄새는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풍기고 있었고 베르송은 들뜬 표정을 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놈들의 배후가 어느 한 국가일 거라고 추측한 건 벌써 잊었냐 이것들아! 일개 용병단으로 국가와 경쟁하는 건 무모한 짓이다."


"그럼?"


"일단은 관망한다. 이대로 대균열 공략을 서두르다가 실수를 해서 괴물들의 피와 살이 되거나, 아니면 쥐도새도 모르게 제껴질지도 모르니"



베르송이 관망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콧속에 가득차 있던 시원한 냄새가 사라지고 다시 텁텁하고 숨막히는 용병들의 땀 냄새가 느껴졌다.

베르송은 참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부하들에게 말했다.



"니들 마지막으로 씻은 게 언제냐?"


"어... 3주 전?"


"당장 씻고 와!"



베르송은 부하들을 전부 내쫓았지만 방에는 여전히 그윽한 땀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몸 곳곳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고는 자신도 오랜만에 때를 벗기고 냄새를 지우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



아틀란 대륙 서쪽 해안 기준 해발 -86m 지점.

2천년 전 창조신이 행한 대숙청(그레이트 스코어링)의 흔적인 아틀란 대륙 중앙의 대균열 수다르샨은 그 끝을 모를 나락에 여러가지 길과 굴이 나있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괴물들이 들끓는 하나의 독립된 생태계다.


어두컴컴한 지하의 동굴들을 지나다가 하늘이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대균열의 틈새로 하늘을 보는 것만이 이곳에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햇빛과 하늘의 색깔이 아직 덜 뜨거워보이는 노랗고 푸른 색깔인 걸 보면 확실히 오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봐! 거기 아래에 있는 팀! 뭐 건진 거 있냐!"



그때 대균열의 단층 중 꽤 윗쪽의 길에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보물사냥꾼들이 아래쪽에 있는 포이부스 일행에게 외쳤고 이젝투스가 위에 대고 말했다.



"야! 여기 오지마! 막 입에서 덜 소화된 위액 토하면서 공격하는 뒤틀린 소인들이 있어!"


"우웩! 상상만해도 끔찍하구만! 거기에 뭐 표지판이라도 좀 세워놔! 나중에 왔을 때 모르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러면 표지판 만들 재료라도 알아서 바치던가! 우린 땅 파서 장사하냐!"



이젝투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보물사냥꾼들은 자기들이 있는 층에 난 토굴로 들어가버렸고 그동안 팔라딘 오리스는 마법으로 상층부는 완성되고 중층에 빈칸들이 채워지고 있는 거대한 지도에 기록을 하고 있었다.



"그 고블린처럼 생긴 토하는 것들은 어디 써먹을 수 있겠나 오리스?"


"그게 고블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그것들 이름이 보밋 원(토하는 자)일 줄 알았습니다."



오리스는 그 더러운 것들은 만지기도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고 포이부스는 방금 전까지 위액을 토해내는 공격을 하다가 그의 용암 마법에 형체도 남기지 못한 토하는 고블린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말했다.



"점점 아래층으로 갈 수록 나오는 괴물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버틸만 한가?"


"아직은 괜찮습니다 그보다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정보가 없어서 탐사 속도가 느려지는 게 문제입니다."



그나마 대균열 상층부는 몇 년 동안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어 정보가 있었지만 저 심연 속으로 들어가서 돌아온 사람이 없으니 저기서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고, 이동하면서 더 날카롭게 주변을 살펴야 하니 속도가 느려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대체 올'쏜 님은 어디에 계시는 걸까? 신성력이 전혀 느껴지지를 않으니 감을 잡을 수 없군."


"진실의 신이 사실만 말했다는 전제하에 드래곤이 거기에 달라붙어서 계속 마력과 신성력을 빨아먹고 있어서 감지할 수 없는 게 아닐까요?"


"그럼 그 드래곤 녀석의 존재라도 느껴져야 할 텐데 최하층에서는 마력탐지를 해봐도 그 정도로 커다란 마력은 느껴지지를 않으니 문제지. 탐지하려고 마력파장을 퍼뜨리면 그 괴물 놈들이 몰려오니 이거 원..."



지난 1개월 동안 포이부스는 대균열을 탐사하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올'쏜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챠캄의 거리에 온지 3일째 되던 날 바람 마법으로 몸을 띄워서 대균열 밑바닥으로 내려가서 마력 탐지를 시도했더니 거기에 반응한 제1시대에나 돌아다녔을 법한 온갖 괴물들이 다 달려들었고 그 괴물들 중에 신성력을 품은 괴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몇 시간 동안의 사투 끝에 포이부스는 괴물들 중 가장 거대한 것들 몇 마리의 심장만 먹어치우고 바로 도망쳐야 했다.

검은 피와 녹색 피, 자주색 피, 온갖 색깔의 살점들을 뒤집어 쓰고 처참한 몰골이 된 채 간신히 위로 올라온 포이부스는 팔라딘들에게 맨 밑바닥으로는 가지 말자고 결정을 내리고 다른 곳을 찾아보고 있지만 성과는 영 시원찮았다.


진실의 신이 사실 진실의 신이 아니라 거짓말과 대머리의 신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지만 진실의 신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다고 했지 가장 밑바닥 층에 있다고 하지는 않았으니 아마 진실의 신의 말은 가장 밑바닥이 아니라 가장 찾기 힘든 곳을 뜻하는 게 분명했다.

일단 대균열의 수직으로 뚫린 밑바닥의 심연에는 드래곤의 레어가 없다는 게 판명된 뒤 포이부스 일행은 힘들여서 맨 위에서부터 지도를 제작하고 있지만 그 어떠한 곳에도 드래곤이나 드래곤붙이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드래곤이라고 번식을 안하는 건 아니야. 올'쏜 님의 봉인이 대균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고, 거기에 달라붙어있다는 드래곤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테니 분명 부모님이 있겠지?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의 부모도 있을 테고? 설령 그 녀석 하나 빼고 드래곤들이 다 죽어서 그 녀석이 마더리스 드래곤이 되었더라도 최소한 놈들이 살던 층에 드래곤 뼛조각이나 화석 정도는 남아있어야 하겠지?"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 고생을 하는 거 아닙니까."


"드래곤 통뼈나 화석이 해발 마이너스 몇 미터 쯤에서 나올까?"


"그걸 알고 있었으면 벌써 그 층을 수색했겠죠."



포이부스는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는 것 같았지만 팔라딘들은 이런 고된 수색 작업을 오랫동안 하는 게 익숙한지 딱히 불만은 토해내지 않았다.

결국 그날도 지도 몇 칸을 채웠을 뿐 드래곤 뼛조각은 구경도 못하고 어두컴컴해진 지상으로 올라와야 했다.

지상에 올라와 대균열 근처 숲의 야영지로 가보니 그곳에는 열심히 장사를 끝마쳤지만 지도는 못 채운 제니스와 파일라가 있었다.



"지도 상태는 좀 나아졌냐?"


"지지부진합니다. 중층까지 간 녀석들이 거의 없어서 상층부 지도가 완성된 뒤로는 지도를 채우겠다는 놈들보다 오히려 지도를 팔아달라고 하는 놈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 1개월 동안 열심히 은화와 술을 퍼주면서 지도를 제작했고 더는 중복된 지점을 표시하는 걸로는 은화를 주지 않았더니 챠캄에 포이부스 일행들이 대균열 상층부 지도를 완성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지도도 없이 대균열을 들락날락 거리던 놈들이 오히려 지도를 팔아달라고 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층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지닌 집단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없고 이제 평범한 것들에게서 빨아낼 수 있을 정보는 전부 빨아냈으니 지금까지 그들에게 단 하나의 정보도 넘기지 않은 용병단과 보물사냥꾼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필요하게 되었다.

허나 그들은 정보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포이부스 일행에게 정보를 팔지 않았다.



"그 드래곤 새끼가 맨 밑바닥 심연에 없었으니 중층과 하층 둘 중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는 게 분명한데 어째 하층 부근에서 마력 파장을 퍼트려서 탐사하면 밑바닥 심연에 있는 것들이 기어올라올 것 같단 말이지."



포이부스는 꿈에 나올까 두려운 대균열 밑바닥 심연의 괴물들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며 말했고 팔라딘 모르테스가 잠깐 고민하다 말했다.



"슬슬 방법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뭘 어떻게?"


"중층부터는 전문적으로 탐사를 하는 자들만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협력할 생각이 없고 은밀하게 움직입니다. 게다가 일부는 정보만 있을 뿐 중층에서 활동할 실력이 되지 않죠. 그러면 아예 그들이 다급하게 움직이게 만들고 실력자들을 대균열로 끌어들여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단순한 보물이 아니라 봉인을 지키는 드래곤을 찾는 거고 드래곤들이 주로 활동한 영역을 찾아내기 위해서 드래곤의 흔적이 필요하니 드래곤에 대한 소문을 흘리는 겁니다. 중층인지 하층인지 모를 곳에서 막대한 재보를 봤는데 거길 드래곤이 지키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모르테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기보다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특히나 이젝투스는 영 못 미덥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서 모르테스에게 말했다.



"그러면 확실히 드래곤을 찾는 놈들이 많아지겠지. 하지만 그놈들이 흔적을 찾고도 모른 척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냐?"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젝투스. 어차피 우리는 대균열 입구에 가게를 만들어놔서 감시하기도 편하고. 물론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 하루에 일정량만 물자를 옮겨서 대균열 어딘가의 안전지대에 비축해놓는다면 방법이 없지만 최소한 이 베링 지역 어딘가에 숨어서 보물에 대한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을 각 국가의 첩보망에 정보가 흘러들어가면 뭔가 큰 움직임이 있을 거다."


"모르테스 말대로 시도해볼만 하기는 하군. 내일 대균열로 들어갔다가 평소보다 일찍 돌아와서 엄청나게 부상을 입은 척 위장해 쇼를 해보면 되겠나?"


"저 연기하는 건 자신이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포이부스의 말에 이젝투스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였지만 포이부스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연기할 필요없으면 되겠지. 내일 상점에서 약이나 팔아라."



이젝투스는 포이부스의 웃음이 어째 몇 개월 전에 봤던 사냥의 신 루드라의 광기를 닮아있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반박할 껀덕지가 없어서 마지못해 수긍하였다.



##



그날도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구하카 용병단을 비롯한 수많은 집단들이 해가 저물고 대균열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와 내일을 준비하던 때였다.

갑자기 대균열 쪽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터져나오더니 고개를 돌린 그들이 본 것은 피범벅이 되어 있는 엘프들이었다.



"야 임마 제니스 정신차려!"


"약! 포션! 치료마법! 쓸 수 있는 거 다 사용해!"


"뭐야?"



매번 아무 상처도 없어서 진짜 대균열에서 탐험을 하는 건지 의심되던 엘프들이 잔뜩 부상을 입은 채 그나마 상대적으로 멀쩡한 동료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대균열 앞의 가게 옆에 뉘어지는 걸 모두가 볼 수 있었다.

대균열에서 나와 거리로 돌아가려던 사람들이 다시 가게로 와서 부상을 입고 쓰러진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드래..."


"뭐? 드?"


"드래곤이 있었어."


"드래곤?"



그때 부상을 입은 엘프 중 하나가 입을 열었고 드래곤이라는 단어 하나가 모여있던 군중들 사이로 번개처럼 여기저기 입을 타고 튕겨나갔다.

군중들의 반응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엘프는 붕대를 감고 약을 뿌리는 동료에게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층 탐험 중에 바닥이 무너져 내려서 다들 밑으로 떨어졌는데... 한참을 떨어지고 착지한 층에 엄청난 양의 보물과 그 보물을 깔고 앉아있는 드래곤이 있었..."


"붕대 더 가져와! 피가 너무 많이 나와!"



피를 흘리며 말하던 엘프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궜고 치료하던 엘프는 급히 동료에게 말해 가게 안에서 붕대를 가져오게 하였다.

엘프 원정대의 입에서 나온 엄청난 소식은 강풍을 동반한 산불처럼 챠캄 거리 전체에 퍼져나갔고 차캼 거리의 술집과 거리가 드래곤과 보물에 대한 소문으로 들끓으면서 그곳에 녹아들어 본국으로 정보를 보내던 첩자들의 귀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갔고 첩자들이 소속된 본국까지 소문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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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고행의 바다와 진실의 속삭임 #4 +12 19.12.16 3,117 105 20쪽
84 고행의 바다와 진실의 속삭임 #3 +8 19.12.15 3,079 109 15쪽
83 고행의 바다와 진실의 속삭임 #2 +7 19.12.14 3,357 116 15쪽
82 고행의 바다와 진실의 속삭임 #1 +8 19.12.13 3,479 122 17쪽
81 사슴과 늑대의 우정 #9 +12 19.12.12 3,475 1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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