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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하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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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8.1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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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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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글자
11쪽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2)

DUMMY

* * *


이틀이 지났다.

라온은 에듀르 남작이 실험실로 내어준 곳에 있었다.

강당 같은 곳이었다.

집중도를 끌어 올리자, 눈앞에 평야가 펼쳐지는 것처럼 분자 구조식들이 돔처럼 강당을 뒤덮었다.


N≡N O=O O H-O-H Ar N≡N O=Si=O C≡O O=O-O O=N=O H-C=O O=O H-C=O Ar N≡N N≡N H-O-H Ar N≡N N≡N O=Si=O C≡O H-C=O O=O Ar

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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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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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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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C C–H

| |

H–C C–OH

| |

HO–C C–OH

| |

H H


O O

\\ /

S

/ \\

O O

|

Ca

|

2H₂O


라온은 던전 주인을 떠올렸다.


분명 텔레포테이션을 사용했을 때, 놈의 눈동자가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몸으론 내 움직임을 따라붙을 순 없었지만, 눈동자만은 내 움직임을 뒤늦게라도 따라왔다.

양자 얽힘은 괜찮았지만, 터널링이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렇다면 조금 더 원자와 이온, 전자, 터널링의 구조를 세밀하게 구성해야 했다.

이유는 단 하나.


던전 주인의 섬뜩한 눈빛을 봤을 때, 깨달았다.

나는 목적성 없이 시간을 흘리듯 보내고 있었다.

던전 주인의 눈빛처럼, 번뜩이는 눈이 세상에 깔려 있는데도 말이다.

태평스럽게 잘도 말이다.


강한 마물을 만날 수 있기에 강해져야 한다.

마족도 그렇고 몬스터도 그렇다.

사람도 마찬가지.

죽임이나 휘둘릴 수 없는 주도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이 세상이 원하는 힘, 그걸 내가 갖는 것이다.


그때,

라온의 신형이 사라지며 귀신처럼 천장에서 나타났다.

천장을 발로 디딘 라온이 바닥으로 뛰어들 듯 도약했다.

다시 나타난 곳에선 벽을 박찼고, 지그재그로 모습을 드러내는가하면, 포물선을 그리며 나타나기도 했다.


정신없이 라온의 신형이 사방에서 잔영처럼 나타났다.

흡사 분신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 * *


라온이 이틀 동안 그곳에서 나오지 않자, 에듀르 남작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관과 부신관이 찾아왔는데, 도통 나올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관이 어떤 사람인가?

왕의 친애를 받고 고위 귀족들의 말에도 콧방귀를 끼는 게 대신관이었다.


그렇다고 라온에게 찾아가 알릴 수도 없었다.

그곳은 라온만의 실험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 찾아갔다가 라온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일.


그리고 에듀르 남작에겐 대신관보다 라온이 훨씬 더 중요했다.


대신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실험이 오래 걸리시나 봅니다.”

“직접 찾아가 알리고 싶지만, 마법사들에겐 실험이라는 건 아시다시피···.”

“허허허, 알고 있습니다. 에듀르 남작께서는 괘념치 마십시오. 저희가 시기를 잘못 택한 탓이지요.”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라온 님께서 나왔습니다.”


먼저 반응한 것은 자리에서 일어난 대신관이었다.


“오, 이제 나오신 건가?”


부신관도 기대감이 부푼 얼굴로 물었다.


“어디 계시나?”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그릭 경과 훈련장으로 가셨습니다.”


* * *


라온과 그릭은 거리를 벌리며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라온이 그릭에게 대련을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바람 한 줄기가 두 사람을 휘감고 지나갔다.


그릭은 라온과의 처음 대련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라온을 얕잡아 보고 세 수를 양보하겠다는 개소리를 했었는데,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던전을 단둘이 들어가 닫고 온 인물이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나온 라온의 분위기가 살짝 바뀐 것 같았다.

전엔 뭔가 정리가 덜 된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엔 사람 자체가 재정비가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릭이 말했다.


“제가 몸풀이 상대라도 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라온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세 수를 양보해 주실 겁니까?”

“그땐···.”

“장난입니다. 그릭 경 최선을 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사도 등급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소드 유저, 마나 유저, 소드 익스퍼트, 소드 마스터, 그랜드 소드 마스터.


그릭 경은 경지는, 검에 오러를 두를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알겠습니다.”


그릭은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그릭의 머릿속으로 성광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자신의 뒤에 선 라온의 모습을 멋대로 상상해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본능이 경고했다.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릭의 검이 점차 푸르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라온은 그 광경을 유심히 쳐다봤다.


N₂(질소) O₂(산소) CO₂(이산화탄소)들이 고체 상태인 칼날을 둘러싸며, 마나가 N₂ O₂ CO₂에 방전되어 전기적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것이 보였다.


방전으로 인해 CO₂ 분자가 ‘여기 상태’로 변환되고.

마나에 의해 발생한 강력한 전기적 자극은 CO₂ 분자들을 흥분(Excitation)시켜, 내부 에너지로 전환됐다.

여기된 CO₂는 다시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강력한 적외선을 방출해 칼날 에너지 장막을 형성케 만들었다.

장막에선 실오라기 솔솔 피어오르는 기체는, 주변 분자들을 녹여내고 있었다.


더 이상 오러의 변화가 없자 라온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끝인가? 좀 아쉬운데, 칼날과 결합까지 형성했다면···.’


그때, 그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니다!”


쇄액!


그릭은 한 번의 도약으로 빛살처럼 라온에게 날아들었다.


쇄액!


그릭의 검이 가로 베어졌다.

하지만 허공을 베었고, 라온은 바로 한 발짝 옆에서 나타났다.


쇄액! 쇄액!


그릭은 베고 또 베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라온은 뒤나 아주 가까이 붙어 나타났다.

라온은 그릭의 검을 피하며 생각했다.


‘마나 소비는 적절하게, 조금 더 심플하게. 덜어낼 것은 최대한 덜어낸다.’


공간을 넓게 이용할수록 마나는 더 소비된다.

그리고 전엔 주변 분자들을 녹여버리는 오러가 위험하고 판단했지만,

이렇게 라이덴프로스트처럼 H₂O를 이용해 방어막 같은 베리어를 생성하면, 오러는 나의 양자 얽힘과 터널링에 위협이 되지 못했다.


쇄액! 쇄액!


그릭은 환각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나를 쥐어짜 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치 그가 사방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코앞에서 말이다.


그렇게 그릭이 또 한 번 검을 휘두르려는 그때였다.


턱.


옆에서 라온의 그릭의 어깨를 짚었다.


“경,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릭이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자신에게 30cm도 벗어나지 않고 모두 피해냈다.

마치 유령을 상대하고 있는 기분.


“깨달음이 있으셨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전의 대련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아마 실험실에서 뭔가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런데 그릭은, 허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다 그릭 경 덕분입니다.”


라온은 실험하는 데 있어 자신의 위협이 될 만한 것에 대한 것들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중에 하나가 오러였다.

분자를 녹이는 오러는, 텔레포테이션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발전을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릭 경, 제가 주제넘게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그 오러 말입니다.”


그릭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10년 동안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던전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그럴 기회가 없었다.


스스로 아무리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아니 벽이었다.

넘어보려고 해도, 두드려도 꿈쩍도 하지 않아 몇 년을 스스로 다그치고 얼마나 답답해 왔는지 몰랐다.


그런데 압도적 위치에 있는 라온이 조언을 해준다고 말한다.

마법사와 기사는 기질이 많이 다르지만, 라온의 말이라면 기대감을 갖고 충분히 경청할 수 있었다.

그가 여태 보여준 것과 행보들은 진짜였으니까.


“감사히 듣겠습니다.”

“검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릭이 두 손으로 검을 내밀었다.

라온이 검을 건네받았다.

곧 N₂와 O₂, CO₂ 같은 대기 중의 분자들을 마나로 끌어들였고.

분자들이 전기적 자극에 방전되어 에너지를 생성해 냈다.

라온은 이를 ‘여기 상태’로 끌어 올렸다.

이 단계에서 CO₂는 강력한 적외선을 방출시켜 검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검에 막이 형성되고 푸른 오러가 피어났다.

그릭이 오러를 형성하는 것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한 것이었다.


그릭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러까지 사용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단계에 머물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하면···.”


라온은 CO₂가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력한 파장을 이끌어냈다.

검을 감싼 에너지는 금속 분자와 결합 해 철 자체를 강화시켰다.

그릭의 오러와는 달리, 에너지가 물질의 표면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닌 내부로 스며들어 더욱 강력한 방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검에 집중된 에너지가 과포화를 이루자, 남은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검 끝에서 발현됐다.


“이게 도대체···.”


검 끝에서 오러가 50cm 이상 불쑥 자라났다.

그릭을 넋을 잃고 말았다.

살면서 이렇게 놀란 적은 처음이었다.

갑자기 라온의 혈통이 치가 떨리도록 궁금할 지경이었다.

라온이 말했다.


“검이랑 많이 친해지셔야 합니다.”


강철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한편, 그릭과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부신관은 눈 하나 깜빡이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대, 대신관님 보셨습니까? 오, 오러까지···.”


대신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세차게 펌프질 해대는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단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그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왕국의 축복인가, 재앙인가.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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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까 먹었습니다.(1) +10 24.09.04 5,029 167 12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6 24.09.03 5,032 173 15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3 24.09.02 5,276 16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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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3 24.08.29 5,589 167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16 24.08.28 5,893 189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6 24.08.27 6,012 192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12 24.08.26 6,145 200 13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18 24.08.25 6,531 190 16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9 24.08.24 7,007 197 10쪽
4 각방 쓰셔야합니다. +10 24.08.22 7,437 222 13쪽
3 분해. +13 24.08.21 7,676 222 14쪽
2 재밌는 현상. +16 24.08.20 8,357 241 14쪽
1 마법의 물약이 아니라, 그냥 H₂O라고... +18 24.08.19 10,309 2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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