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화학하는 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8.19 19:23
최근연재일 :
2024.09.17 19: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2,894
추천수 :
4,298
글자수 :
129,316

작성
24.09.10 17:27
조회
3,915
추천
141
글자
10쪽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1)

DUMMY

“축하드립니다!


“다 네 덕택이다!”


그때 스르릉! 스르릉!


쇠창살이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동물과 몬스터를 닮은 마물들이 튀어나왔다.


“흘흘흘, 가소롭기 짝이 없구나.”


전엔 마나를 생각하며 조절을 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타악!


지팡이가 바닥을 탁! 치자 마나들이 마물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총 여덟 마리가 로데일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라온은 크게 박수를 쳤다.


“대단하십니다!”

“흘흘흘, 너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커흠. 오늘이 역사를 다시 쓰는 날이 될 게야.”


로데일이 마물들에게 명령했다.


“안내해라.”


마물들이 앞다투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움직인 곳은 처음 쇠창살이 올라갔던 그곳이었다.

던전은 미궁과도 같아서 길을 알아내기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시간을 현저히 아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컴컴한 동굴 같은 곳이 나왔다.

하지만 여섯 개의 눈이 새빨갛게 빛을 내고 있었다.

2미터는 족히 될 것 같은 거미를 닮은 마물이었는데, 천장이나 벽에 붙어 라온과 로데일을 관찰하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여라!”


로데일의 명령에 마물들이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 크아아아!

- 하아악!


마물과 마물 간의 싸움이 시작됐다.

거미 마물은 산성 물질인 실을 뱉어댔고, 로데일이 부리는 마물들은 몸이 녹든 말든 놈들을 할퀴고 찢어버렸다.

다른 이가 있었다면 까무러쳤을 광경이었다.

마물들이 던전을 공략하는 형국이었으니까.


로데일은 그 와중에서도 새로운 마물을 심연 지배했다.


마물들은 서로 엉켜 사지가 뽑히고 고깃덩어리가 끔찍한 도살장을 연상케 만들었다.

그때마다 마물들은 반짝이는 무언가를 남기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마정석이었다.


로데일이 마정석 하나를 주어 라온에게 휙 던졌다.

그러면서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나온 마정석들은 다 네 것이다. 짐꾼을 데려오지 못한 게 아쉽구나.”


마정석을 짊어다니는 짐꾼 말이다.


라온은 받아낸 마정석을 쳐다봤다.

던전 밖의 떠다니는 소량의 마나들이 한곳에 모아놓은 양들이었다.

이런 걸 스무 개 정도 모으면 세리나가 줬던 하급 아티팩트가 될까 싶었다.

라온은 자신의 손을 분자구조를 조작하여 단단하게 만들어 마정석을 움켜쥐었다.


퍼석!


마정석이 깨지자마자 안에 있던 마나가 제 집을 찾은 거 마냥 라온의 몸속으로 쑥 들어갔다.


“너 뭐 하는 게야?”


로데일이 황당한 표정으로 라온을 쳐다보고 있었다.

라온이 말했다.


“까 먹었습니다.”


마정석을 말이다.


* * *


에듀르 남작의 집무실.

그릭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렵게 말을 꺼내고 있었다.


“병사들을 제압한 뒤 누군가 던전에 들어갔습니다.”

“그게 누구란···.”


에듀르 남작의 머릿속으로 인물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라온?”


그릭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라온 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실험을 하러 간다는 라온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 들어갔다는 건가?”

“그것도 아닌 것이, 발자국이 두 개였습니다.”


갱도를 따라 들어간 발자국은 분명히 두 개였다.


“말이 되는가? 고작 두 사람이 어떻게 Ⅵ급 던전에 들어간단 말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확인해 볼 방법도 없다.

앞서 던전에 들어간 원정대가 있다면, 그들이 전멸하지 않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도대체···.”


에듀르 남작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라온에게 기대를 해보려 해도.


‘혹시나, 만약에···.’


자신이 있어 던전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지만 머릿속은 실패할 것이라 계속해서 부정했다.

텔레포트를 쓴다고 무더기처럼 달려드는 초월적인 마물들을 당해낼 수 없을 터.

함께 들어간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에듀르 남작은 생각을 고쳐 잡았다.

던전에 들어간 사람이 부디 라온이 아니길 말이다.

귀한 손님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순 없었다.


“그를 계속 찾아보게.”

“알겠습니다.”


그릭이 나가자 에듀르의 입에서 깊은 한숨을 흘러나왔다.

던전이 생성되면, 세 달 안으로 닫지 못하면 재앙이 찾아온다.

딱 세달.

그 안에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용병들은 모집할 수 없다.

그동안 허투루 쓰지 않고 모아 둔 돈들은 던전을 막는데 모두 사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귀족에게 던전 클리어를 부탁한다면, 영지를 내어줘 빈껍데기 귀족이 되버린다.

자식들도.


그 시각.

라온은 돌바닥이 깔리고 기둥을 올린 광장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데일의 뒤에는 심연 지배당한 각종 마물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라온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르신 저건 뭡니까?”


중앙에 두 개의 커다란 날개로 몸을 감싼 마물이 있었다.

앉아 있었는데, 삐죽 튀어나온 발은 새를 닮았고 더욱 크고 날카로웠다.

로데일이 말했다.


“이곳 던전의 주인이지.”


로데일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Ⅵ 던전에 마흔 명이 들어와 여기까지 오는데 절반이 죽고, 저 마물에게 최정예였던 열여덟 명이 당하고 두 명만이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로데일 자신이었다.


“죽여라.”


로데일이 명령하자 흉측한 마물들이 던전 주인에게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때.


날개가 활짝 열리며 던전 주인의 몸체가 드러냈다.

두 다리의 하반신은 잿빛 털로 뒤덮여 있었고, 놀랍게도 상체는 여성과 닮아 젖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팔은 얇았지만 손은 갈퀴처럼 거대했다.

얼굴은 족제비를 연상케 만들었다.


펄럭! 펄럭!


그것이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떠오르자, 마물들이 촉수를 뱉고 허공으로 뛰어올라 손을 헤집었다.

잠깐 마물들을 내려다보던 던전 주인은 피의 파티를 벌이기 시작했다.


촤악!

촤르르륵!


커다란 손 갈퀴로 마물들을 마구잡이로 찢어 죽이기 시작했다.

비행도가 속가 굉장히 빨랐고,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풍력에 마물들이 비틀거렸다.


촤아아악!


순식간에 수많은 마물이 핏물로 변해버렸다.


타박.


바닥에 착지한 던전의 주인이, 고개를 천천히 돌려 라온과 로데일을 쳐다봤다.

로데일이 말했다.


“다시 경험해도 굉장하군.”


로데일은 던전 주인이 나섰을 때,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심연 지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공략법을 잠깐 생각할 때였다.


“······!?”


라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콰앙!


폭발음 소리에 로데일의 시선이 틀어졌다.

던전 주인의 어깨가 터져나갔다.

잠깐 허공에서 모습을 보였던 라온이 또 한 번 사라졌다.


펑!


이번엔 배가 내장 같은 것들을 토해내며 뻥 뚫렸다.

비틀거리던 던전 주인이 털썩 쓰러졌다.

라온은 주먹을 쥐었다 펴봤다.


수소 폭발을 활용해 본 것이었는데, 이렇게 미세하게 반응시키면 폭발에 자신이 휘말리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었다.


로데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도대체 뭘 어디까지 보여줄 셈이냐?”


다른 마법사들이 본다면 라온을 뭐라 생각할까.

라온이 마정석을 손에 들며 슬쩍 웃었다.


“어르신 덕분에 이런 귀할 걸 다 얻고, 감사합니다.”

“그래···.”


그때였다.

눈부신 빛이 던전을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빛무리와 함께 라온이 나타난 곳은 갱도의 던전 입구였다.

석벽에 새겨져 있던 Ⅵ는 사라지고 없었다.


“끝난 겁니까?”


로데일이 어이없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이상한 놈이었다.

그렇게 입구에 다다랐을 때, 병사들이 소리쳤다.


“누구냐! 신분을 밝혀라!”


로데일은 로브를 깊게 눌러썼고, 라온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라온입니다.”


병사들이 라온을 몰라볼 리가 없었다.

세리나의 스승이자, 마족을 처리한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라온님!?”

“설마 던전을···.”


그때 그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비켜나라!”


급하게 다가온 그릭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라온을 쳐다봤다.

며칠을 공략해야할 던전을 단 몇 시간 만에 닫아버렸으니까.

라온과 대련했던 그때가 꿈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모, 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그리그이 시선이 로데일에게로 옮겨졌다.


“그런데 이분은···.”

“제 스승이십니다.”


라온의 말에 그릭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마차에서 봤던 그 노인과 분위기가 비슷한 것 같았는데, 아니 그가 맞는 것 같았다.

가끔 라온과 둘이 사라진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는데, 사제지간이었을 줄이야.


스승이라는 말에 멈칫거렸던 로데일은, 제 멋대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자신을 스승이라 불렀다.

스승이라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아낸 로데일이 간신히 말했다.


“그럼 수고하거라.”


로데일은 그렇게 홀연히 갱도를 벗어났다.


* * *


하얀 백색 수염의 인상적인 중년인이었다.

얼굴은 중년이었지만 그의 나이는 일흔을 앞두고 있었다.

대신관이었다.


에듀르 남작의 서신을 읽어 내려가는 그의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던전을 하루아침에 닫았다?’


에듀르 남작의 세력을 가늠컨대, 그는 절대 Ⅵ급 던전을 닫을 수 없었다.


대신관은 턱을 쓸어 만졌다.

과연 라온이라는 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에듀르 남작의 영지에 머물고 있다는 그 라온.

그자가 텔레포트를 쓰며 마족을 죽였다고 보고 받았다.


대신관이 뒤돌아 말했다.


“거기 누구 없느냐?”


노크 소리와 함께 신전의 종자가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부신관을 불러오도록 해라.”


부신관과 함께 직접 그의 마법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만약 정말 고대 마법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자라면, 왕국의 절대 보물이 될 것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화학하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가문의 시작.(2) NEW +11 8시간 전 1,610 118 10쪽
24 가문의 시작.(1) +15 24.09.16 3,285 150 12쪽
23 새로운 던전.(2) +13 24.09.15 3,443 144 15쪽
22 새로운 던전.(1) +12 24.09.13 3,548 135 11쪽
21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3) +8 24.09.12 3,705 135 11쪽
20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2) +7 24.09.11 3,720 144 11쪽
»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1) +11 24.09.10 3,916 141 10쪽
18 까 먹었습니다.(5) +12 24.09.09 4,065 147 13쪽
17 까 먹었습니다.(4) +6 24.09.08 4,287 150 8쪽
16 까 먹었습니다.(3) +11 24.09.07 4,586 158 8쪽
15 까 먹었습니다.(2) +9 24.09.06 5,008 153 11쪽
14 까 먹었습니다.(1) +10 24.09.04 5,030 167 12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6 24.09.03 5,034 173 15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3 24.09.02 5,280 164 14쪽
11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7 24.08.31 5,383 169 10쪽
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3 24.08.29 5,594 167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16 24.08.28 5,899 189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6 24.08.27 6,016 192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12 24.08.26 6,148 200 13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18 24.08.25 6,532 190 16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9 24.08.24 7,007 197 10쪽
4 각방 쓰셔야합니다. +10 24.08.22 7,439 222 13쪽
3 분해. +13 24.08.21 7,683 222 14쪽
2 재밌는 현상. +16 24.08.20 8,363 241 14쪽
1 마법의 물약이 아니라, 그냥 H₂O라고... +19 24.08.19 10,314 2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