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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하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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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8.19 19:23
최근연재일 :
2024.09.1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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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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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글자
13쪽

각방 쓰셔야합니다.

DUMMY

말과 동시에 순식간에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O₂ + 2H₂O → H₂O →2OH−.


라온은 오크의 뇌세포에 H₂O₂(과산화수소)를 유도했고, 이에 따라 뇌세포에서 지질 과산화가 일어났다.

그 결과, ROS(활성산소)가 단백질 산화시켜 오크의 신경 신호 호 및 에너지 전달 기능을 차단했고.

과도한 산화로 인해 뇌세포들이 자발적으로 사멸해 버렸다.

단 1초도 걸리지 않은 시간.

오크는 사지가 경직되듯, 나무처럼 털썩 쓰러져 죽어버렸다.


나는 놀란 에렌을 빠르게 업고 뛰기 시작했다.

처음엔 기사가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오크들이 그쪽으로 몰리는 광경에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오빠···.”

“쉿!”


에렌의 말소리에 하마터면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을 깨트릴 뻔했다.

에렌의 목소리는 마치,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고 있는 나의 집중을 뒤흔들었다.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무시했고, 내게만 보이는 세상만 집중했다.

에렌을 업고 있어 자칫 땅에 발이 꺼져 넘어질 수 있기에.


H

|

O-H


H₂O가 결합된 형태의 실리카나 점토 등의 질퍽한 땅은 피해 갔고.


O


Si - O - Si

/

O


O

||

C

|

O - Ca - O


Al

|

Si - O - Al

|

O


Fe - O - Fe


오로지 규산염(SiO₂)이나 탄산칼슘(CaCO₃), 알루미노실리케이트, 황토(Fe₂O₃)가 많이 포함된 땅만 딛으며 뛰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체내에 마나가 고갈되고 체력이 떨어지자 원소 분자 구조식들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걸음을 멈춘 나는 에렌을 내리고 그녀의 몸을 빠르게 살폈다.


“괜찮아? 다친 데 있어?”


에렌이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괜찮아, 오빠는?”


오크를 어떻게 때려눕혔는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업고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때론 징검다리를 건너듯 좌우로 이동했고, 날짐승처럼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달렸다.

오빠가 곡예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다.


“다행이야.”


나는 내가 왔던 길을 쳐다봤다.

몇 킬로나 뛴 것 같은데···.

노숙을 했던 곳과는 많이 멀어져 이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사람의 몸으로 정말 모험적인 시도를 했었다.

내 몸의 구조를 분자 상태로 분해해 전방의 정방정 구조식을 세워 이동케 했다.

이동하는 사이 의식이 깜빡거리며 끊어질 것 같았지만 결국 성공했다.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괴물도 있고 기사와 마법사가 있는 세상.

이제 이 세상을 확실히 알 것 같았다.

강자에겐 놀이터고, 약자에겐 지옥인 세상.

나는 에렌을 뒤돌아봤다.

예전에는 지킬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에렌의 긴장을 풀어주려 그녀의 머리를 헝클었다.


“이제 괜찮아, 일단 마을을 찾아보자.”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였던 건 지긋지긋했었으니까.


* * *


사람의 시체와 몬스터들의 사체가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곳이었다.

<푸른 눈의 유랑단>이 머물렀던 야영지였는데, 홀로 덩그러니 남아 서 있는 로브인이 있었다.

그가 라온이 죽였던 오크의 대가리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오크와 고블린을 부렸던 주술사였다.

그는 흥미로운 눈으로 오크를 쳐다보며 라온을 떠올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에 눈동자는 홍안의 녀석, 빛 가루인지 연기 같은 걸 훅! 풍기며 사라지더니 오크 앞에 나타나 이마에 손을 대며 죽여 버렸다.


그것은 과연 텔레포트였을까?

텔레포트는 고대 마법사 중 손 꼽히는 자들만의 고위 마법이었다.

하지만 이젠 실전되어 찾아볼 수 없는 마법이기도 했다.

그리고 녀석은 오크를 손만 대고 죽였다.

그러더니 여자애를 들쳐 업고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사라졌다.

게다가 나이가 상당히 젊었다.


오크를 내려다보던 주술사는 세리나와 그릭이 사라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까악- 까악-


붉은 눈의 까마귀 한 마리가 주술사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주술사는 까마귀와 교감하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 길로 갔단 말이지?”


주술사는 미련 없이 라온이 사라졌던 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리나를 생포해달라는 의뢰보다는, 홍안의 그 녀석의 정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의뢰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긴 하겠지만, 그게 뭐 어떤가?

그것을 훨씬 웃도는 엄청난 놈을 봤는데 말이다.


* * *


라온은 잠도 자지 못한 채 배회한 끝에, 아침이 되서야 꽤 큰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을에 도착했어도 당장 돈이 없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자신은 괜찮다지만 입술이 하얗게 부르트고 있는 에렌이있었다.

그래서 돈을 구할 수 있는 묘수를 떠올렸다.

마을을 찾아오는 길에 소량이지만 마나를 흡수 할 수 있었는데, 그걸 써 먹을 생각이었다.


라온은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았고, 에렌과 입을 맞췄다.


“에렌, 처음엔 크게 환호성을 질러줘. 목 아프면 작게 해도 되고.”


에렌이 베시시 웃었다.


“아니. 나 크게 지를 수 있어.”


푸른 눈의 유랑단처럼 쇼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를 것이었다.


나는 나만의 관객인 에렌을 보며 씩 웃었다.

그리곤 기계체조 선수처럼 뒤로 몇 바퀴 돌며 마지막은 더 높게 치솟아 올라 몸을 비틀어 바닥에 착지했다.


에렌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와! 여러분 저것 좀 보세요!”


내 행위 자체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지만, 에렌의 목소리에 시선이 더욱 몰렸다.


나는 곧장 손바닥을 들어 올려 새파란 불꽃을 피웠다.


화르르륵!


“와!”

“뭐야 저거!?”

“마법산가!?”

“소, 손에 불이!”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전 마법사가 마법을 부리는 광경을 볼 수 없던 그들이었으니,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불이 형성된 손을 허공에 털었다.


“이런이런, 불이 꺼지지 않네요. 여러분 이럴 땐 어떻게야 하죠?”


눈을 부릅뜬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던졌다.


“물을 뿌려야지!”

“모래! 모래로 덮어!”

“진짜 마법사야?!”

“저스틴! 여기로 빨리 와봐! 마법사가 왔다고!”


내가 말했다.


“아, 물이 좋겠군요.”


나는 다른 손을 들어 신비한 주문을 외우듯 지껄였다.


“수헬리베붕탄질산!”


손에 물을 형성시켜 불을 꺼트렸다.

아, 물론 화학 반응을 중단한 것이었다.

관람객은 더욱 빼곡하게 모였다.


“와!”

“마법사다!”

“마법사님! 다른 것도 보여주세요!”


나는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던 그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게 더 보고 싶으십니까?”

“네!”

“더 보여주세요!”

“저희 마을에 더 머물러 주세요!”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내가 말했다.


“여러분! 즐거우신가요? 더 보고 싶으시다면 주머니 속 동전 하나씩만 던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먹고 살기위해 이렇게 아싸에서 인싸로 노력중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던지기 시작했다.


“에렌.”


나의 말소리에 멍하게 지켜보고 있던 에렌이 동전을 줍기 시작했다.

그런데, 관중 속 로브를 깊게 눌러쓴 주술사는 속으로 경악을 하고 있었다.


저런 재능을 갖고 한다는 짓거리가 고작 동냥이라니.

귀족이 봤다면 당장 낚아채 호화스러운 생활을 제공해 줄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이젠 양손에서 파란 불을 피워내더니,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두 불을 합쳐 더 큰 불길을 만들어냈다.


“······.”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저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

갈수록 더 가관이었다.

몸놀림도 물 찬 제비 같았다.

당장에 저 녀석에게 다가가 물어 볼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 위험할 수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았다.

몬스터의 생명을 손만 대고 한순간에 죽인 놈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함성은 더 커져만 갔고 라온은 마나를 다 소비하고 나서야 곡예를 끝냈다.

그런데도 불과하고 사람들은 라온을 선망의 대상처럼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라온은 사람들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나는 이 마을에서 꽤나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그들이 던져주는 동전에 한계를 느꼈다.

기껏해야 하루에 딱딱한 빵 몇개와 우유 한 잔을 겨우 사먹을 수 있는 돈이었다.


오늘도 이짓 말고 다른 걸 해야하나 진지하게 생각하며 곡예를 끝마쳤을 때였다.

커다랗지만 투박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로브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입에서 쇠 긁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노인네에게 잠시 시간 좀 내어줄 수 있겠나?”

“누구···.”


그가 눌러쓴 천 모자를 벗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게임 속 헤이야치를 연상케 만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주름이 많고 체격이 왜소하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수상한 사람과 말을 섞지 않는 건 인지상정이다.

나는 최대한 친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대로 그가 든 지팡이의 머리 끝에서, 소량의 마나가 회전하고 있다는 건 궁금증을 자아냈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더 멋진 마법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가 품속에서 금화 하나를 꺼냈다.


“이 정도면 나와 이야기할 값어치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금화를 재빠르게 낚아채며 말했다.

동전만 보다 금화를 보니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럼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나의 번개 같은 태세전환에 노인이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주름진 미소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좋네.”


* * *


노인이 계산한다는 말에 이것저것 시켰다.

건더기가 많은 스튜에, 돼지고기, 그리고 채소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 같은 것들도.

에렌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나도 체면 치레 없이 먹었다.

육즙은 어떻게 잡은 건지 역시, 항상 고기는 옳았다.


“로데일, 이게 내 이름일세.”


며칠 라온을 지켜 본 봐, 매일 딱딱한 빵쪼가리에 잠도 허물어지는 오두막을 옮겨가며 지내는 것 같았다.

능력은 있지만, 어디에 갇혀 살았던 세상 물정 모르는 그런 녀석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위험한 녀석은 아니었다.

녀석이 먹으면서 대답했다.


“멋진 이름이시네요.”

“네 이름도 알고 싶은데.”

“라온이라고 합니다.”


로데일이라는 노인은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부모나 형제지간, 어떻게 살아왔냐는 것들의 질문이었다.

나는 대충대충 답해줬다.

고아인 나를 유랑단이 길러주었고 곡예를 부렸다고.

혈액형이나 담배를 피우는지 안 피는지, 콩팥이 한 갠지 두 개인지를 물어보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내 얘기를 듣는 로데일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감탄하듯 손으로 테이블을 탁! 내리쳤다.


“하하하! 아주 완벽해!”


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시벌 체하는 줄 알았다.


“무엇이 말입니까?”


에렌은 움찔하며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로데일이 자글자글한 큰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네가 얼마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인지 모를 게다.”


로데일은 라온이 자신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어렸을 적부터 유랑단에 끌려 다니며 세뇌를 당한 게 분명했다.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말이다.

자신이 대단한지 모른다.


“불 피우는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로데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지 않으냐?”


고대 마법사가 실현했던 텔레포트를 말이다.

나는 잠깐 생각했지만 로데일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다시 돼지고기에 집중했다.

로데일은 탐이 나는 눈빛을 숨기지 못한 채 라온을 바라봤다.

귀족들이 아니, 왕들도 군침을 흘릴만한 특출난 재능.

만약 라온을 제자로 삼는다면···.


로데일은 잠깐 상상을 해봤다.

오크 족장의 정신을 지배해 부리고, 더 나아가 다른 강력한 몬스터들까지 지배한다면.

라온은 1인 군단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몬스터들의 선봉에선 라온이 크게 외친다면.


‘내 스승님은 로데일이시다!’


텔레포트를 이용해 암살자처럼 상대를 쓱삭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아내도 없고 자식도 없는 로데일은 오싹 소름이 돋듯 짜릿한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나와 며칠 함께 지내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좋은 방에서 자고, 좋은 옷도 사고 좋은 음식도 제공해 줄 수 있는데.”


나는 눈에서 광기가 얼핏 엿보이는 로데일의 말을 거절을 했다.

역시 그쪽이 취향인가?


“죄송합니다. 갈 길이 멀어서요.”

“유랑은 그만하고, 이제 정착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 미친 노인네가 지금 같이 살림을 꾸리자는 건가?


“죄송···.”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로데일이 금화 세 개를 턱 하니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가를 훔치며 말했다.


“어르신, 딱 며칠만입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뭔가?”

“각방은 쓰셔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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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까 먹었습니다.(4) +6 24.09.08 4,285 150 8쪽
16 까 먹었습니다.(3) +11 24.09.07 4,584 158 8쪽
15 까 먹었습니다.(2) +9 24.09.06 5,005 153 11쪽
14 까 먹었습니다.(1) +10 24.09.04 5,029 167 12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6 24.09.03 5,032 173 15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3 24.09.02 5,276 164 14쪽
11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7 24.08.31 5,377 169 10쪽
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3 24.08.29 5,588 167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16 24.08.28 5,893 189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6 24.08.27 6,011 192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12 24.08.26 6,145 200 13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18 24.08.25 6,531 190 16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9 24.08.24 7,007 197 10쪽
» 각방 쓰셔야합니다. +10 24.08.22 7,437 222 13쪽
3 분해. +13 24.08.21 7,676 222 14쪽
2 재밌는 현상. +16 24.08.20 8,356 241 14쪽
1 마법의 물약이 아니라, 그냥 H₂O라고... +18 24.08.19 10,308 2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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