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화학하는 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8.19 19:23
최근연재일 :
2024.09.17 19: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32,772
추천수 :
4,298
글자수 :
129,316

작성
24.08.31 18:38
조회
5,376
추천
169
글자
10쪽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DUMMY

로데일은 상황이 재미있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의뢰를 받아 세리나를 잡아야 하는 사냥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온이 거절했다면, 그릭과 세리나를 어떻게든 죽였을 것이었다.

라온이 세리나를 따라가면 라온을 제자로 삼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라온이 같이 가자고 제안한다.

로데일은 바로 답했다.


“그러자꾸나.”

“저를 좋게 봐주시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르신 아니 로데일 님.”

“그냥 편하게 불러라.”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런데 조금 전의 그 마법 한 번만 더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팡이에서 생성된 마나가 늑대의 화살처럼 날아가고, 늑대들은 로데일의 명령을 따랐다.

정말 그걸 배울 수만 있다면···.

그때, 로데일의 입이 찢어져라 올라갔다.

제자가 배우려 자처하고 나섰으니까.


“어디 보자···.”


로데일이 주변을 둘러봤다.


“음···.”


하지만 보이는 짐승은 없었다.

늑대가 지나다니는 길목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산책할 겸 걸어서 찾아보자꾸나.”


이제 제자가 된 녀석과 단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로데일이 지팡이를 짚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라온은 자신만의 세계를 눈에 담았다.


공기 중의 가장 많이 눈에 보이는 건 질소(N₂).

질소가 약 78% 차지했고, 산소(O₂) 21%, 아르곤(Ar)은 0.93% 그다음으론 이산화탄소가 뒤를 이었다.


라온은 분자들을 보며 그릭과의 대련을 떠올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보였던 파문.

그때 보고 깨달은 것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라온은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그 숨을 시작해 더욱 집중했고, 라온은 곧장 발을 들어 땅을 찧었다.


쿵!


돌을 호숫가에 던지면 파문이 일어나듯, 분자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라온의 마나를 머금은 그 파문은 커다랗게 영역을 넓히며 퍼져나갔다.


라온은 파문에 집중했다.

나무, 풀, 이파리··· 이 저항은 바람인가?

그때 라온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갔다.

파문의 포물선을 끊어버린 움직임이 걸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바람은 아닌 것 같았다.


“뭐하나?”


로데일이 몸을 돌려 라온을 쳐다봤다.

갑자기 발로 땅을 내려찍더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라온이 시선을 고정하며 말했다.


“저쪽에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10m 정도 떨어진 것 같은데···.”


로데일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새나 다른 작은 짐승을 통해 몬스터의 위치를 알아내지만, 녀석만의 방식이 따로 있는 것일까?


“그걸 어떻게 알지?”

“아닐 수도 있는데, 한 번 가보실까요?”


실험을 해봤으니 맞는지 확인을 해봐야 했다.


“그러자꾸나.”


제자의 말에 어디라도 못갈까.

로데일은 라온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곧.


검은 실루엣을 확인한 라온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저건 또 뭐야 시발···.”


검은 털로 뒤덮여 있는 커다란 등짝.

나무 몸통만 한 팔로 사슴을 허겁지겁 뜯어 먹고 있었다.

로레일이 감탄했다.


“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귀한 놈을 찾아냈어.”


그러면서 라온을 칭찬했다.


“잘도 찾아냈어. 흘흘흘.”

“어르신 저게 뭡니까? 몬스터?”


로데일이 라온의 앞으로 나오며 답했다.


“맞아. 자이언트 브루투스.”


로데일의 말소리가 들렸는지, 몬스터가 몸을 천천히 돌렸다.

라온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고릴라를 닮은 외형이었는데, 키가 4미터는 돼 보였다.

그런 압도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로데일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종종 마을도 습격하는 놈들이야. 이 한 놈만 있어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기에 충분하지.”


사람을 오이 먹듯 간식으로 먹는 놈이었지만, 개체수가 적어 보기 힘들었다.


“그러고도 남을 것 같네요.”


로데일의 말대로 사람의 몸통을 뽑고, 찢고도 남을 것 같았다.

전에 봤던 오크와는 차원이 달랐다.


크아아아앙!


자이언트 브루투스가 침을 튀기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한 번 더 보여줄 테니 잘 보도록 해봐.”


땅을 쾅! 쾅! 찍으며 달리던 몬스터가 도약 하듯 솟아올랐다.

사람 몸통만한 두 손으로 내리찍어 로데일을 핏물로 만들어 버릴 기세였다.

그때.

로데일의 지팡이에 마나가 어리더니 화살처럼 자이언트 브루투스의 머리를 강타했다.


털썩!


로데일의 코앞에 떨어진 몬스터가 콧김을 훅훅 내뿜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 광경에 라온은 로데일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졌다.

로데일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잘 봤느냐?”

“네. 이게 되네···.”


라온은 늑대 때와는 다르게 못 봤던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지팡이에서 쏘아진 마나는, 몬스터의 뇌에서 특정 주파수의 자기장을 생성하여 신경세포의 막 전위를 변화시키고, 전기적 활동을 조절해 뇌의 신경 신호를 제어했다.


라온의 놀람에 로데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마치 ‘이런 사람이 네 스승님이시다’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

라온은 몬스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기적 활동을 이렇게 꾸준히 조절하려면···.”

“방금 뭐라 했느냐?”


로데일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 라온은 말을 바꿨다.


“이렇게 되면 마나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뇌신경 신호를 계속해서 유도하려면 그때마다 마나가 필요할 것 같았다.


“눈썰미도 제법이구나. 맞다.”


로데일이 몬스터에게 명령했다.


“저것을 부숴라.”


커다란 둘레의 나무로 몬스터가 달려갔다.


쾅! 쾅! 쾅!


무지막지한 주먹질을 한 번 해댈 때마다 나무 속살이 이쑤시개처럼 튀어 올랐다.


쿠웅!


그렇게 나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져 버렸다.

몬스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로데일이 마나로 그렇게 설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처음 정신 지배를 하려면 익숙치가 않아 많은 마나를 필요로 하지만, 익숙해지면 보다 정교해지고 마나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지.”

“한 번에 다수의 정신 지배도 가능합니까?”


“두말하면 잔소리지. 하지만 저렇게 강한 몬스터나 지능이 높은 놈들일수록 반발력이 강해 지배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사람에겐 불가능하지. 그러니 너는 작은 쥐나 토끼부터···.”


라온이 그의 말을 끊듯이 물었다.


“저도 한 번 시도해 볼까요?”

“뭐라고?”

“해 볼 만한 것 같기도 해서 말입니다.”


로데일의 얼굴이 어이없게 변했다.

한 번 더 보여 달라고 하기에 보여줬더니, 뭘 어떻게 봤기에 해볼 만 하다는 것인가?

라온의 능력이 아무리 특출나더라도 아니 그걸 고려해도, 저런 몬스터를 지배하려면 3년의 세월이 더 걸릴 것이었다.

자신은 5년이 걸렸다.


로데일이 코웃음 치며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해 보거라.”


로데일이 정신 지배를 풀었는지, 몬스터가 몸을 휙 틀었다.

화가 많이 났는지 가슴을 쾅쾅 후려치며 곧장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라온의 신형이 훅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번개처럼 나타난 곳은 몬스터 머리 위였다.

허공에서 물구나무 자세를 한 라온의 손이 몬스터의 머리에 닿았다.


‘지금 몬스터의 행동을 역으로 조절하려면···.’


순간, 몬스터가 돌부리에 걸린 것처럼 털썩털썩 굴러갔다.

바로 벌떡 일어난 몬스터가 라온을 보며 털을 바짝 치켜세웠다.


그 광경을 보던 로데일이 물었다.


“뭘 한 게야?”


자이언트 브루투스는 사람을 절대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간식거리고 삼는다.

그런데 무슨 상위 포식자를 만난 것처럼 경계를 빠짝 올리는 모습이다.

라온이 쓴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섬세함이 생명이었는데, 마나를 너무 깊게 침식시켰다.

그렇게 되다 보니 편도핵이 시상하부로 전기적 신호를 보냈고, 시상하부는 호르몬을 방출해 몬스터가 자신을 잠재적 위험인자로 인식한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로데일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라온에게 다가갔다.


“실패는 성공의···.”


쾅!


몬스터가 한 손으로 땅을 쾅! 찍으며 로데일의 길을 막았다.


“감히 내 앞길을···.”


로데일의 지팡이에서 마나가 쏘아져 나갔다.

그런데.


쾅! 쾅!


몬스터가 더 위협적으로 땅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금이 쩌적쩌적 일어났다.

로데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 지배가 먹히질 않았다.

몬스터의 손이 로데일의 머리로 떨어졌다.

아니 그때였다.


“어르신!”


번개처럼 몬스터의 뒤에 붙은 라온의 주먹이 뒤통수를 갈겼다.


화르르륵!


동작을 멈춘 몬스터의 머리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뇌를 분해시키려 했지만, 마나가 부족했다.

저게 다시 공격하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라온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데일에게 붙었다.


“괜찮으십니까? 어서 가시죠.”

“자, 잠깐······.”


로데일의 시선은 정확히 몬스터에게 고정돼 움직일 줄을 몰랐다.

놈은 피부가 녹아내리는데도 꿈쩍하지 않고 서 있었는데, 라온이 행동하자마자 움직임을 멈췄다.

처음엔 경계했고, 이번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모두 라온이 움직여서 펼쳐진 일이었다.

그때, 로데일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간 하나.


‘라온을 두려워하고 있다.’


얼굴이 녹아내리는 고통 따위보다, 더한 심연의 공포라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로데일이 입을 열었다.


“라온, 저 놈에게 명령을 내려 보거라.”


라온은 몬스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급하게 말했다.


“제가 실수해서 말 안 들을 겁니다. 저거 또 달려들기 전에 피하시죠.”


조금 전 로데일이 정신 지배를 실패한 원인도,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어서!”


로데일의 외침에 라온은 그냥 아무 말이나 던졌다.


“나가 뒤져 이 새끼야!”



어떻게 저런 미친 괴물이 다 있을까.

놀랍게도 몬스터는 바로 반응했다.

손과 다리로 펄쩍펄쩍 뛰어가더니 바위에 대가리를 박았다.


쾅! 쾅! 쾅!


아주 진귀한 광경이었다.

머리에 불이 붙은 몬스터가 바위에 대가리를 깨고 있으니 말이다.


쾅! 쾅!


대가리가 짓이기고 깨져 두개골이 박살이 났다.

그렇게 뇌의 부산물들이 허공에 뿌려졌을 때, 몬스터의 행동은 끝이 날 수 있었다.


로데일이 고개가 라온에게 천천히 돌아갔다.

정신 지배의 위 단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연 지배’라는 것이었는데.

털레포트도 그렇고 실전된 그것을 이 녀석이 또 어떻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화학하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가문의 시작.(2) NEW +11 8시간 전 1,601 118 10쪽
24 가문의 시작.(1) +15 24.09.16 3,277 150 12쪽
23 새로운 던전.(2) +13 24.09.15 3,437 144 15쪽
22 새로운 던전.(1) +12 24.09.13 3,544 135 11쪽
21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3) +8 24.09.12 3,704 135 11쪽
20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2) +7 24.09.11 3,718 144 11쪽
19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습니까?(1) +11 24.09.10 3,914 141 10쪽
18 까 먹었습니다.(5) +12 24.09.09 4,061 147 13쪽
17 까 먹었습니다.(4) +6 24.09.08 4,284 150 8쪽
16 까 먹었습니다.(3) +11 24.09.07 4,584 158 8쪽
15 까 먹었습니다.(2) +9 24.09.06 5,004 153 11쪽
14 까 먹었습니다.(1) +10 24.09.04 5,029 167 12쪽
13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2) +6 24.09.03 5,029 173 15쪽
12 별의별 것들을 내가 다 본다.(1) +13 24.09.02 5,276 164 14쪽
»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3) +7 24.08.31 5,377 169 10쪽
10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2) +13 24.08.29 5,587 167 11쪽
9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갑시다.(1) +16 24.08.28 5,892 189 7쪽
8 인연인가 악연인가(4) +6 24.08.27 6,008 192 9쪽
7 인연인가 악연인가(3) +12 24.08.26 6,141 200 13쪽
6 인연인가 악연인가(2) +18 24.08.25 6,529 190 16쪽
5 인연인가 악연인가(1) +9 24.08.24 7,006 197 10쪽
4 각방 쓰셔야합니다. +10 24.08.22 7,436 222 13쪽
3 분해. +13 24.08.21 7,674 222 14쪽
2 재밌는 현상. +16 24.08.20 8,354 241 14쪽
1 마법의 물약이 아니라, 그냥 H₂O라고... +18 24.08.19 10,307 2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