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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천마, 동반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트만두
작품등록일 :
2022.10.10 03:18
최근연재일 :
2022.10.21 07: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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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70

작성
22.10.1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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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회. 야만의 시대 (6)

DUMMY

수준 높은 무림인에겐 일반적인 독은 통하지 않는다. 피부, 근육, 뼈를 철덩이처럼 강화하는 괴물들이니, 독을 없애는 해독공도 그에 걸맞게 발전했다. 그래서 독공과 해독공은 마치 마공과 항마공처럼 대립의 역사를 겪으며 눈부시게 발전했다. 결국 지금에 이르러 그 산물로 무림인에게 통하는 독으로 만들어진 것이 양기를 머금은 양독과 음기를 머금은 음독이었다.


딱히 양기나 음기에 특화되지 않은 대상에게는 두 독이 모두 사용 가능하며, 양기를 타고난 순양지체(純陽之體)에게는 양독, 음기를 타고난 순음지체(純陰之體)에는 음독을 사용한다.


작동 원리상, 양독과 음독은 감당할 수 없는 과부하를 일으켜 기맥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대상의 몸과 같은 기운이어야만 체내의 기운을 잘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고난 기운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런 양독과 음독을 아무리 때려부어도 전혀 효과가 없는 극히 희귀한 체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극양지체와 극음지체였다.



극양지체라는 것을 밝힌 지 일다경도 지나지 않아, 내 팔에는 독침 수십 개가 박혔다.


이번에는 자신 있다면서, 기필코 독살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공소열은 대침 하나를 더 추가했다.


“앗, 따거!”


내 하찮은 반응에 공소열은 허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얼마짜린데 따끔 하고 마는 거야···”


맛있게 먹어치우는 파결수라기 때문에 찜찜해진 나는 세세하게 미식평을 남겼다.


“다 좋은데, 첫 맛에만 너무 몰빵 되어 있어요. 처음에 빡 올라오는 느낌은 진짜 괜찮아요. 근데 그 부분만 넘어가면 좀 심심해요. 방금 전에 썼던 그 보랏빛 독처럼 꺼질 듯 말 듯 하다가 뒷맛이 팍 터지는 그런 느낌으로 가면 좋겠는데. 톡 쏘는 맛으로.”


세밀한 품평에 공소열의 귀가 쫑긋 하더니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극양지체가 독쟁이에게 기연이나 다름없는 이유였다.


“그래. 그거 참 괜찮은 생각이다. 우마양독과는 상성이 안 좋아서 단순히 섞을 수는 없다만··· 비슷한 효능을 가진 물건이 있기는 하지. 흐흐흐흐.”


웃음과 눈빛에 광기가 비쳤다. 전생에 자주 봤던 익숙한 모습이었다. 처음 본 날도 이랬다. 그날, 그는 감히 소교주에게 맹독을 투입했단 죄로 참살당할 뻔 했다. 참 순수하게 미친 영감이었다.


품평을 들은 공소열은 곧바로 다음 독침을 준비했다.


나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시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다경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찌나 많은 맹독을 때려 부었는지 허겁지겁 독기를 씹어먹었던 파결수라기도 이제는 배부른 듯 어슬렁대면서 양독을 쪼옵쪼옵 빨아먹고 있었다.



“잠깐 잠깐, 오늘은 이쯤 하죠. 멀쩡한 팔을 고슴도치로 만들고는··· 당신에겐 양심도 없습니까?”


“그럼 저녁에는 입으로 마시는 독으로 하자꾸나.”


공소열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째 투정꾼 영감 같지. 왜 이리 질척거려?


“아니 이 아저씨가? 초면에 이러시면, 나 좀 부담스러워요?”


“신체 건강한 젊은이가 병들고 늙은 노인네 좀 도와주게!”


이젠 생떼에 가까운 소리를 지껄였다. 공소열이 장년에 속하긴 하지만 나이 듦을 두 번이나 강조할 처지는 절대 아니었다.


“아저씨 그 정도는 아니잖아요! 검은 머리가 더 많으면서 어디서 벌써부터 노인네 행세야! 왜 그래요? 오늘만 날도 아닌데.”


“으응? 그런가? 그 말은 다음이 있다는 뜻인가?”


늙은이 연기로 귀까지 안 들리는 척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양반은 종종 집중하면 남의 말을 듣지 못했다.


“후··· 아까 침 맞으면서 이야길 했는데 하나도 듣질 않으셨구만. 봐요. 나는 형문산에 있는 폭염사열문으로 갈 생각이에요. 폭염문은 마도칠문 중 하나인데, 마도칠문끼리는 정기적인 인재 교류가 항상 있습니다. 그러니 역천독문의 사람도 당연히 상주할 거구요.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그 사람에게 물어 보시면 정확할 거에요. 어차피 역천독문은 절강에 있어서 바로 갈 수도 없기도 하고요. 가장 가까운 마도칠문이 폭염문이니, 아저씨가 원한다면···”


“간다! 가겠다! 언제 떠나느냐?”


“근데 아저씨 이렇게 생각 안하고 막 결정해도 돼요? 내 사문이나 사부님이 누군지도 안 물어보고?”


“됐다. 날 안다니 나랑 친하겠지. 모르면 차차 알아가면 되고. 널 보니 훌륭한 분일 게야. 흐흐하하하핫!”


정말 어지간히 막무가내였다. 지옥으로 가는 함정이 있다 해도 따라올 기세였다. 역시 뼛속부터 마인의 기질이 남다른 인간이었다.


“폭염문에 문객으로 지내려면 돈도 많이 들어요.”


“괜찮다. 독을 만들어 팔다 보니 돈이 뭉탱이로 쌓여 있어. 그거 다 써도 된다. 어차피 값비싼 재료는 안 풀려서 돈 쓸 데도 없어. 그래서 몽땅 창고에서 썩고 있거든 크하하핫!”


그 말을 듣고 보니 지출 자체를 나에 대한 임대비용으로 여기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약했으면 아마 묶어놓고 실험체로 썼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괜히 몸을 진저리쳤다.


“······ 같이 가는 게··· 맞나···?”


“크하하핫, 그럼 그럼. 내가 또 왕년에 약재를 구한다고 온갖 영산은 다 쏘다닌 전적이 있어, 전국의 맛집과 지름길은 다 꿰고 있다. 후회하지 않을 게야.”


정말 기분이 좋은지 술에 취한 사람 같았다.


이럴 거면 귀찮게 입 털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독이나 빨아 먹었으면 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럼 가 볼게요. 난 돈 벌러 가야 해서. 조만간 연락 드릴게요.”


“어디 가냐? 심심한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여기서 재산 정리나 하세요. 내가 출발하려 할 때 준비 안 돼 있으면 얄짤 없이 그냥 갑니다.”


“쳇, 매정한 녀석··· 멀리 가지 마라.”


투덜대는 공소열을 간신히 떼어 놓고 거처를 떠났다. 어째 전생보다 집착이 더 심각해진 것 같았다.


조금 소름이 돋긴 하지만, 공소열만큼 든든한 아군은 흔치 않았다. 전생에 깊게 친분이 있던 사이라 믿을 수 있었고, 공생 관계라 뒤통수 맞을 일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만든 고품질의 양독을 파결수라기가 영단처럼 빨아먹은 사건은 예상치 못한 기연이었다. 일행 중에 공소열이 있는 이상 앞으로 영단 걱정은 없었다.


공소열 입장에서는 극양지체를 사용해 독을 연구하니 나를 이용한다 여기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가 값비싼 독물을 써 가며 영단을 만들어 바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영단 화수분이 졸졸 따라다니며 입에 떠먹여 주는 것과 같았다. 심지어 그 종류도 알아서 바꿔가며 갖다 바친다. 다시 생각해 봐도 말도 안되는 기연이었다.


이 정도 효과라면 입마를 겪으며 한번 죽었던 보람이 충분했다.


양독을 흡수한 효과도 꽤 즉각적이라, 기맥에 활력이 돌아 세맥에 남아있던 내상이 상당수 봉합되었다. 이러면 본격적인 운기조식도 가능해 보였다.


나는 율석재로 가서 허씨에게 금환초 대금을 먼저 받을까 하다가 단석괴와 권웅이 떠올라 흑망파 본영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금쯤이면 딱 단석괴의 몸이 올라왔을 참이니, 구경 가기도 딱 좋은 시기였다.


어차피 둘 사이의 결투 결과와 무관하게 장인혁이 남긴 거래문서로 흑망파를 쥐어 짤 작정이기에 들려야만 하는 장소이기는 했다. 그런 의미에선 싸움밖에 모르는 권웅보다 재무 담당인 위숙의 행방이 중요했다.


***


단석괴는 위숙이 보내는 적의에 당황했다.


복수에 동참은 못하더라도 적어도 응원은 해줄 줄 알았다.


“하지 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너는 운이 좋았지. 애새끼 하나를 처리 못해서 장인혁에게 미움을 샀는데, 마침 그 작자가 죽었으니. 장인혁에게 부주의하게 굴었던 너를 탓할 필요도 없게 됐다. 그냥 천운이 도왔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라.”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우리가 권웅을 칼 맞부딪혀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돈 벌어서 영약과 무공을 사든, 살수를 고용하든 해야 할 거 아냐?”


단석괴는 마땅찮은 대답에 눈을 부라렸다. 저 그럴싸한 핑계로 5년을 버텼다.


핑계라고 확언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 위숙이 무공이라도 열심히 익히거나 살수 단체라도 알아봤으면 모를까. 위숙은 그저 돈놀이에 심취하는 바람에 내력은 5년 전에 머물러 있었고 실전 경험은 나날이 퇴보했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성의 없는 대답은 거절이나 다름없었다. 단석괴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


“그럼 저라도 나가 싸우겠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형님.”


“이 새끼가 끝까지! 건들지 말라면 건들지 말라고!”


위숙은 단석괴의 생사보다는 권웅을 건들지 말아야 한다는 명제에 집착했다.


“그 이유라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죠. 제 부모님과 동생이 그 놈의 손에 죽었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개죽음이 분명해도 그냥 저지를 겁니다.”


“······ 그래. 네가 서운할 줄 안다. 하지만 권웅과 함께해야만 다시 재기할 수 있어. 어차피 중원은 넓다. 죄인도 많고 사건도 많지. 타지 흑도 세력에 잠시 의탁했다가 다시 활동하면 금세 지금처럼 세력을 불릴 수 있어. 흑생파도 우리가 흑시 건립을 포기한다면 굳이 무림맹에 투서를 보내진 않을 거야. 자칫 잘못하면 자기들도 꼬리가 밟힐 테니. 새로 해볼 만 하다고. 그런데, 네가 그 놈을 죽이려 들어서 나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걸로 재기는 끝이다. 내 돈벌이만 끝인가? 네 복수도 끝이야.”


결국 강력한 꼭두각시를 내놓기 싫다는 이야기였다.


확인한 이상 끝이었다.


단석괴는 미치광이 호전광처럼 생겨먹었지만 은근 영리한 사내였다. 셈도 빠르고 글도 읽을 줄 아는데다 수하를 잘 다뤄 실질적으로 위숙의 부관 역할을 오랫동안 맡아 왔다. 그러니 대화를 하며 위숙의 속내를 짐작했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아 끝까지 추궁했던 것이었다.


끝까지 설마, 설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이야기할 줄은 몰랐다.


“나는 형님에 대한 의리는 다한 것 같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보중하십쇼.”


단석괴가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순간.


쌔애앵! 탁!


파공성과 함께 단석괴의 귓가를 스치고 단도 하나가 꽂혔다.


“하지 마라. 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듣기 전엔 보내줄 수 없다. 이 자리에서 칼 맞아 죽기 싫으면 권웅에게 손대지 않겠다고 말해라.”


단석괴는 괴상하게 웃으며 도끼를 꺼내들었다.


“큭큭큭··· 그래. 내 이런 날이 올 것 같기는 하더라.”


“이놈이! 키워 준 은혜도 모르고!”


“은혜? 은혜라··· 근데 말이야. 여기 와서 보니까, 권웅은 우두머리인데도 네가 가라는 곳으로 가서 하라는 대로 하더라? 그래서 나는 늘 하나가 궁금했어. 우리 가족이 권웅에게 죽고 나 혼자 살아남은 날 말이야. 그 날도 네가 시켰나?”


스르릉.


위숙이 대답 대신 칼을 뽑으며 조롱했다.


“요긴하게 잘 썼는데, 아쉽구만. 그래도 반푼이로 만들어 놓길 잘했어. 큭큭.”


순간, 단석괴는 살기를 내뿜으며 위숙에게 달려가 도약했다.


무의식적으로 익혀진 내력은 기맥을 타고 도끼날에 진하게 맺혔다.


위숙은 검기를 맺으며 도끼를 쳐 내려 들었는데, 자신보다 진한 기운을 만들어 내며 덮쳐 오는 단석괴의 모습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잠깐···!”


단석괴는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그가 적의 유언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탕! 빠각!


도끼날은 벼락처럼 내리쳐져 검을 깨끗하게 두동강 내며, 대가리를 쪼개버렸다. 핏물이 흩날렸다.


온 몸이 불타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 수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가족의 원수인 위숙을 죽였다. 이제 권웅을 죽이러 갈 테니 따를 자는 따르고, 떠날 놈은 떠나라. 그간 고생 많았다.”


그러니 대부분의 수하가 단석괴의 뒤를 따랐다.


***


나는 전망 좋은 산기슭에 자리잡아 흑망파 본영을 내려다봤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선두에 단석괴가 서서 본영을 치자, 선봉대장 역할을 하던 자의 실력을 익히 아는지라 대개 길을 열었다. 하지만 권웅의 막사로 가까이 갈수록 저항이 거세졌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피를 뒤집어쓰고 안광을 내뿜으며 도끼질을 하는 모습은 가히 부차(斧叉; 도끼 살인마)라 할 만 했다.


전생의 벽력부 악녕이 봤다면 참 좋아했을 것이다. 젊은 후기지수에게 바라는 점이 다 다르겠지만, 그 영감은 재능이나 실력보다도 전투 시의 기세를 참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 참. 악녕 그 늙은이에겐 미안한 이야긴데, 내가 아는 쓸만한 도끼질이 그것 뿐이라······ 악녕의 독문무공을 단석괴에게 조금 가르쳤다. 뭐, 괜찮겠지. 절친인데.


권웅과 비교해서 모든 부분에서 모자라지만, 그나마 단석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녀석에게 체득하게 한 도끼질은 무려 신교 최고, 최악의 부차. 벽력부 악녕의 벽력부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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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회. 야만의 시대 (3) 22.10.15 46 1 14쪽
5 5회. 야만의 시대 (2) 22.10.14 49 1 14쪽
4 4회. 야만의 시대 (1) 22.10.13 56 1 16쪽
3 3회. 비틀리는 운명 22.10.12 69 1 14쪽
2 2회. 모르면 맞아야지 22.10.11 91 3 14쪽
1 1회. 수컷 22.10.10 150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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