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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천마, 동반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마트만두
작품등록일 :
2022.10.10 03:18
최근연재일 :
2022.10.21 07: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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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470

작성
22.10.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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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회. 야만의 시대 (7)

DUMMY

역동적이고 혈기방장한 모습은 젊은이의 패기를 드러냈다. 호쾌한 도끼질은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캬, 기세는 참 좋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비록 마기가 아닌 흑도의 잡기를 익혀 제 위력을 내지는 못하고, 악녕 영감에 비하면 도끼질 자체도 거칠고 투박했지만, 섬전처럼 내리찍는 벽력부법의 기초는 제법 괜찮았다.


권웅은 이제서야 막사 밖으로 나왔는데, 반응이 늦었다기보단 단석괴가 이끄는 부대가 워낙 쾌속하게 진격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하품 한두 번 할 시간에 권웅 호위대 열댓 명 중 다섯은 대가리가 깨지고 나머지는 제압당하거나 도주했다.


코와 볼따구가 벌건 것이 숙취가 아직 풀리지 않은 얼굴이었다. 피칠갑을 한 단석괴를 보고도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지 인상만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단석괴는 틈을 주지 않고 얼타는 권웅에게 곧바로 도끼를 내려찍었다. 공기를 짓누르는 일격이었다.


부우웅!


권웅은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보법으로 간단히 피해냈다. 이 난리통 와중에도 권웅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말투로 묘하게 비웃으며 물었다. 이쯤은 혼자라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네가? 적이 너야? 내가 술이 덜 깼나? 뭐냐, 이 같잖은 도끼질은?”


“5년 전, 네놈이 우리 가족을 모두 죽였다. 그것이 네놈이 오늘 죽는 이유다.”


“고작 그깟 일로? 사내자식이 째째하게. 기억도 안 나는구만.”


권웅은 칼집에서 검을 뽑아 몸 앞에 세웠다. 이 간단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칼날에 흑색 검기가 맺혔다. 기합이나 힘을 들이지도 않았다. 대충 보면 그냥 원래 칼날에 검기가 맺혀 있는 마검처럼 여길 정도였다.


“이야. 재능은 여전하네.”


인성과 별개로 기를 다루는 실력에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놈은 스승이 딱히 없어 모든 무공을 독학했는데, 기공법에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딱 봐도 확실한 고수의 반열이다.


새삼 과거의 나에게 놀랐다. 전생엔 지금 단석괴보다 훨씬 약한 몸으로 들이댔으니, 사실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저놈의 심장에 칼을 꽂았는지, 내가 한 일 같지가 않아서 신기했다. 악착같은 투쟁심으로, 젊은이의 혈기로 대가리 깨져가며 해낸 일이었다.


“큭큭큭··· 그래. 이래야지. 해보자! 죽어라!!!”


기세를 타고 시작부터 공격일변도로 몰아쳤다. 이건 권웅이 완전히 오만하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이 녀석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 강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기보다는 강점과 맞붙어 깨부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도끼날을 피하기보다는 칼날로 그대로 맞부딪혔고, 단석괴는 아무런 걱정 없이 내게 배웠던 벽력부 초식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권웅은 스무 합까지는 그런 고집을 계속 이어나갔는데, 자신보다 확연히 옅게 맺어낸 기운으로 검날을 상하게 할 정도로 찍어내자 결국은 대처를 달리 하기 시작했다. 도끼질을 피하며 손목이나 허벅지를 견제하며 단석괴의 돌진을 막아내야만 했다.


그런데, 이 미친놈은 분명 팔다리를 베이는데도 돌격하며 도끼를 억지로 섬뜩하게 욱여넣어서 멀리 거리를 벌리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었다.


결국 권웅이 꼬리를 내리고 먼저 거리를 벌리며 공격 범위에서 달아났다.


짧은 전투의 결과로, 분명 피흘리는 것은 단석괴였는데, 이상하게 권웅은 말린 기분이었다.


“왜? 쫄았나?”


단석괴가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도발하자, 자존심이 상한 권웅은 내력을 쏟아 부어 한방 한방이 강하고 무거운 중검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단석괴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너무나 깜짝 놀라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화령이 알려준 대로인데?’


여기까지는 내가 그린 그림 그대로였다.


권웅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쾌검과 변검에 자신이 있는 놈으로, 중검의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놈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해 초전에 자존심을 박살내면 앞뒤 재지 않고 맞대응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해도 여태 진 적이 없으니 평생 그렇게 대결해왔고, 나랑 맞붙어 죽기 직전까지도 그랬다.


이제 상황은 단석괴에게 유리해졌다.


심지어, 아직 단석괴는 내력을 모두 쏟아 부은 상태도 아니다. 초반부엔 벽력부법의 파괴력에 기대어 내력을 보존하자는 계획을 잘 따라줬다. 비록 몸에 큰 상처는 남았지만, 권웅이 익숙지 않은 중검을 내세운 이상 꾹 참으며 일격을 내려칠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말이 쉽지, 내 입장에서는 이를 실전에서 해내는 단석괴의 실행력에 놀랐다. 보통,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계획이고 뭐고 밑천을 털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가 알려준 벽력부법을 다 까먹고 하던 대로 본능과 습관에 의존해서 싸울 수도 있다.


솔직히 나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하던 도끼질이니, 아무리 추궁과혈을 해줬더라도 갑자기 하루이틀만에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그게 비정상이지.


그런데 단석괴는 그걸 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팔다리가 찢기는 상황에서도 전술을 실행하고 있었다.


전투 중 광기를 연기하는 것도 꽤 출중했다. 볼수록 영악한 놈이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권웅이 승기를 잃은 상태는 아니었다. 오히려 중검을 사용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흉포하게 날뛰었다. 야수. 굶주린 곰 같았다. 아까와는 달리 완전한 공세의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내력과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기로 마음먹었기에 단석괴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눈빛을 또렷이 하면서 단석괴는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았다.


‘아직. 아직이다.’


단석괴가 반격을 줄이고 공격을 흘리거나 최소한의 피해로 넘어가는데 집중하자, 권웅은 점차 단석괴를 질긴 고기 대하듯 신경질적으로 두드렸다.


팔뚝의 일부에는 허연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순간이었다. 짜증이 잔뜩 난 권웅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중검 중에서도 가장 파괴력이 강한 초식을 준비했다. 그 틈을 본 단석괴는 모든 내력을 이끌어 도끼날로 내력을 집중했다.


잿빛 기운이 진하게 도끼날에 맺혔고, 권웅이 칼날을 내려치는 속도보다 빠르게, 단석괴는 아래에서 위로 도끼를 올려쳤다.


까가강! 파각! 쩌어어억!


호신강기를 뚫고 허벅지부터 가슴까지 사선으로 날려버렸다. 단 한방. 한방에 내장까지 완전히 쏟아졌다.


현실을 믿을 수 없었는지 튀어나오는 자신의 장기를 바라보다 권웅은 까무러치며 뒤로 쓰러졌다.


단석괴도 긴장이 풀렸는지 곧장 힘이 풀려 쓰러졌다. 주변의 수하들이 달려들어 챙기는 모습을 보니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원한을 감춘 채로 5년간 원수 밑에서 구르고, 끝내 절치부심하여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이 방금 겪은 전투와 겹치는 구석이 있어, 흑망파 소속으로 속사정을 아는 인원들에게는 묘한 울림을 줬다. 대부분 권웅의 매질과 채찍질, 괄시와 천대를 익숙하게 겪은 인원들이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남다른 감정이 남았다.


전투 자체로만 봐도 대단했다. 만약 권웅이 아예 처음부터 쾌검이나 변검을 위주로 공세를 시작하여 손목, 허벅지, 도끼자루 따위를 노렸다면 십초를 못 버티고 죽었을 것이다. 상대의 특성에 따라 계획을 잘 준비하고 실전에서 침착하게 수행한 멋진 승리였다.


이 충격이 대단했는지 권웅의 부하로서 맞섰던 놈들은 아예 반항할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 시진쯤 지나고, 주변이 안정화 되자 단석괴를 찾아갔다.


“잘 싸우던데?”


갑자기 흑생파의 무복을 입고 나타난 나를 두고 호위병들이 경계하자, 붕대를 칭칭 감은 단석괴가 말했다.


“형님이시다. 칼 내려라.”


약관도 채 안 되는 애송이에게 형님이라니, 영문을 모르는 수하들은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한 놈은 단석괴에게 혹시 머리가 많이 아프시냐고 물었다가 뒤통수를 후려맞았다.


내가 율석재에서 멍석말이를 당하는 모습을 봤던 녀석도 있어서 미간을 찌푸리며 내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려는 놈까지 있었다.


마침 율석재에서 단석괴에게 지도를 해줄 때에 같은 자리에 있었던 놈들이 수근대자 그제서야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졌다.


“내 약조한 바가 있으니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상태가 이래서 당장 절은 못 하겠지만, 받아주십쇼.”


“그 몸으로 누굴 모셔. 됐고. 위숙이나 데려와 줘. 볼 일이 있어서.”


“아, 아직 모르시겠구나. 위숙도 죽였습니다.”


“엉? 위숙도? 왜?”


“권웅을 포기하지 못하더라고요. 권웅을 치러 가면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게다가 권웅에게 우리 가족을 몰살시키도록 한 놈도 위숙이라··· 그렇게 됐습니다.”


“어쩐지, 본영 초입부터 핏물이 많이 묻었더라. 어디서 한판 하고 왔나 했더니, 그리 됐었구만.”


“풋. 으엌.”


산전수전 다 겪은 늙은이 같은 말에 웃었다가 갈빗대를 부여잡았다.


단석괴는 어린 나이에도 전장의 풍경에 익숙한 화령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너무 많아 하나씩 따져 묻기도 어렵거니와 큰 은혜를 입었기에 그냥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위숙에겐 무슨 볼 일이 있으셨습니까?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으음. 내가 장인식을 죽이고 장인혁이 남긴 거래문서를 입수한 터라, 협박을 해서 재물을 좀 뜯어낼까 했지. 근데 위숙이 죽었으면 애매한데? 문서상으로는 위숙이 창고를 분산시켜 축재한 금액이 상당해 보이는데. 그 위치가 자세히 안 나와 있어. 이걸 다 알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큭큭. 어쩐지 형님일 것 같았습니다. 흑생파의 누가 장인식을 잡아갔다고 했는데, 흑생파 놈들도 반응이 이상해서 의아했습니다. 일단, 이제 위숙이 숨겨둔 모든 창고의 위치는 저밖에 모릅니다. 제가 실질적으로 관리를 맡았거든요. 여기 대부분 까막눈이라 장부 관리 같은 걸 할 줄 아는 사람도 저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도와드리죠.”


“으흠··· 아니야. 생각해 보니, 그건 다 너 가져. 전공에 따른 전리품 분배는 늘 중요하지. 논공행상이 이런 식이면 안 돼. 게다가 난 아직 뜯어먹을 흑생파가 남아 있으니. 그쪽에 가서 짜 내면 돼.”


“아닙니다. 저는 권웅이 남긴 재물로 여기 애들 좀 챙겨 주고, 위숙의 재산을 형님께 드릴 테니 앞으로 저랑 같이 다니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 발언에 수하들은 난리가 났다. 자신들을 버릴 셈이냐. 그러면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 죽는다 어쩐다. 말이 많았다.


“아이, 시끄러. 야. 생각 없이 막 지르지 말고. 잘 생각하고 말해. 얘는 왜 그 아저씨랑 닮아서. 아, 맞다. 이따가 내가 침 잘 놓는 아저씨 하나 데려올게. 효과는 확실할 거다.”


죽이겠단 이야기가 아니다. 공소열은 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값비싼 실험체를 최대한 오래 살려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부러져도 살아만 있으면 되기에 외과적 수술에 약해서 그렇지, 그 외 많은 분야에서는 이름난 의원보다 나았다. 물론 특히 해독에 있어서는 최고 권위자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중독된 환자에 관한 일로 여러 의원들과 친분을 쌓기도 했다.


환자가 공소열을 신뢰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이렇게 말했는데도 단석괴가 연신 재물을 바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다시 시끄러워져서 나는 적당한 때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놈들이다. 짐을 들어줄 사람도 필요하고, 짐꾼을 관리할 사람도 필요하니. 여차하면 다 데려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흑망파 본영을 떠나기 전, 나는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한 놈을 붙잡아 내 무복과 바꿔 입고 흑생파로 떠났다. 이젠 영락없는 흑망파 소속이었다.



흑생파는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였는지, 내가 문서를 들이밀자 큰 반발 없이 재물을 내놓겠다 했다.


아, 그 이야길 꺼내기 전에 한 놈을 베기는 했다. 칼 들고 달려드는 목청 큰 놈 하나를 잘랐는데, 이후로 애들이 말을 잘 들었다. 부두목이나 행동대장쯤 되는 놈 같은데, 굳이 이름을 알 가치도 없는 수준이었다. 이름 모를 그 놈 덕인지 문서에 나온 재물 외에도 상당한 금액을 쉽게 뜯어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 했지만, 솔직히 조금 심심했다.


***


율석재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장인식의 패륜범죄로 기억됐다. 간혹 무림사에 관심 있는 몇몇 주민들은 흑망파나 흑생파에 대해 조잘대기도 했다. 흑망파와 흑생파가 서로 싸우다가 간부급 여럿이 전사하고 특히 흑망파는 수뇌부가 박살이 나 대부분 짐을 싸고 떠났다고 알려졌다. 겉보기엔 흑생파의 승리로 보였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한 사람은 딱 셋이었다. 주요 사건의 당사자인 화령, 단석괴를 제외하면 약재상의 하오문도 허씨가 유일한 외부인이었다.


허씨는 초삼이 떠나던 날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느지막이 금환초 대금을 받으러 온 초삼에게 돈을 건네 주며 얼핏 본 동료들의 얼굴이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백작약 공소열과 흑망파 행동대장 단석괴 외에 험상궂게 생긴 짐꾼 서른 명. 그냥 지나치기에는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사실 허씨가 전체적인 사건의 얼개 자체를 완성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누구에겐가 복수를 하겠다며, 성공하면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던 단석괴를 눈앞에서 봤으니, 나머지는 맞추기 쉬웠다.


흑망파 본영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했다. 단석괴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위숙과 권웅을 참살했다.


다만, 정말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이야기라, 부상자들을 대상으로 증언을 교차검증하면서도 그 과정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단석괴가 위숙까지는 그렇다 쳐도, 권웅까지 죽였다. 사실 단석괴의 무력을 생각하면 권웅을 이긴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 권웅은 능숙히 검기를 뽑아내는 고수다. 물론 초삼이 훈련시키는 장면을 보기는 했지만 하루도 채 안 되는 시간이다. 기공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인간이 하루만에 대오각성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만약 백번 양보해서 단석괴가 권웅을 이겼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간다 하자. 그런데. 그렇다면. 단석괴를 가르친 초삼은 갑자기 권웅보다 훨씬 더 강해진 셈인가? 아무리 무림에 비상식적인 기연이 있다 해도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것뿐이 아니었다.


허씨는 증언을 토대로 장인식을 납치해간 흑생파 고수의 흔적을 발견했다. 열흘간 발품을 판 끝에 발견한 썩어 문드러진 오른팔과 절벽에 걸린 시체가 그것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보기도 힘든 절벽 중턱에 시체를 박아놓았다. 이는 장인식이 확실했다.


이 흑생파 무복을 입은 고수는 권웅이 죽은 날 흑망파 본영에 다시 한번 나타난다. 그는 단석괴와 대화를 나눈 후 흑망파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허씨는 실제로 폐허가 된 흑망파 본영으로 찾아가 버려진 흑생파 무복까지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흑망파 고수 하나가 찾아와 흑생파 최고수인 부두목을 단칼에 참살했다. 그는 장인혁이 남긴 거래 문서를 흔들며 두목을 협박했고, 금품을 갈취했다. 이 둘은 거의 동일인이 확실했고, 키와 인상, 목소리에 대한 증언을 교차검증해보니 초삼이라고 확정할 만 했다. 장인식의 시체에 드러난 적의도 이러한 추정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이것 또한 찬찬히 살펴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삼은 갑자기 흑시 건립에 대한 세력분쟁은 어떻게 파악했을까? 설령 장인식을 죽여 장인혁이 남긴 문서를 봤더라도 철금연과 흑시 건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없다면 이렇게 즉각적으로 협박에 나서기 어려웠다. 이것은 무력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며칠 전까지 멍석말이를 당하던 약초꾼 초삼이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그 이전에 풀 뜯어먹는 약초꾼이 글은 어떻게 읽었지?


백작약 공소열은 또 왜 들러붙어 있는지. 이건 전혀 알 수 없었다.


허씨는 보고서를 적어내려다가 사실과 물음만을 적어내어 방 한구석에 처박았다. 이대로 보고했다가는 분명 허위보고라고 징계를 받는다. 이 근처의 하오문도가 허씨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대개 시중에 떠도는 소문대로 보고했으니, 혼자 다른 보고를 하려면 확실한 근거가 필요했다. 초삼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사문이나 스승은 누구인지, 뭐 그런 중요 정보 말이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놈이라고 보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정말 최소한의 사실만 담아서 다른 정보로 새로 썼다.


백작약 공소열이 무리를 이끌고 남쪽으로 향했다.


그게 전부였다. 초삼이니 화령이니 하는 말은 일절 담지 않았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히 잘한 일이었다.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놈. 회귀한 천마라는 사실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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